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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상'에 해당되는 글 144

  1. 2005.09.12 원미동에서
  2. 2005.09.05 그 남자의 기억력 혹은 산만함
  3. 2005.08.25 리투아니아를 아시나요?
  4. 2005.08.20 하루 만에 가을이 되어 버렸다
  5. 2005.08.10 달리다
  6. 2005.08.09 알람
  7. 2005.08.04 이웃사촌
  8. 2005.08.03 염색하라고 말씀하신 사연은...
  9. 2005.08.01 반복되는 레퍼토리
  10. 2005.07.31 구휘중 수원에 나타나다???
  11. 2005.07.25 야심만만
  12. 2005.07.22 뭐하셈?
  13. 2005.07.14 기나도 아가씨
  14. 2005.06.30 생각과 다른 하루
  15. 2005.06.09 장보기
  16. 2005.05.12 육계장 2,500원
  17. 2005.05.02 중년커플
  18. 2005.03.09 집으로의 긴 여정
  19. 2005.02.15 생채기
  20. 2005.02.05 잘 할 수 있겠어요?
2005. 9. 12. 23:20

원미동에서 사소한 일상2005. 9. 12. 23:20

원미동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그 지역 출신 국회의원님께서 말씀하셨다.
공연해 주어서 고맙다고 하신다.

어쩌다보니 그 얘기를 내가 대표로 듣게 되었지만
공연해주신 분들과 기획팀, 그리고 다른 스탭들에게 그 내용을 전하지는 않았다.

초등학교 운동장에 뒤늦게 도착한 아주머니는 벌써 공연이 끝났냐며 아쉬워 하신다.
아마도 집에 계시다가 공연 소식을 들으셨나보다.

실내악 편성의 연주, 하모니카 합주, 금관 5중주, 연극...

그 중에서 특히 어디어디 예술원에서 교수님으로 일하신다는 성악가 아주머니는 아름다웠다.

간이무대 뒤로 마련된 허름한 장소에서 우아한 옷을 갈아입으셨다.
장소가 불편해 보였지만, 불평하지는 않으셨다.
무대에 올라, 왁자지껄 산만한 청중들을 차분한 말로 리드한다.
자리 잡느라 코 앞까지 다가온 아이들이 무대 앞을 꽉 채웠다.

유명한 성악곡을 2곡인가 불렀나? 잠시 뒤 동요가 시작되자 아이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는지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성악가는 아이들에게 "이 노래 알죠?" 라며 부를 곡을 미리 알려주었다.

운동장 바닥에 앉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일부러 시켜서 커지는 목소리가 아니라 스스로 즐거워 부르는 노래였다.

무대 옆에서, 마이크 진행을 돕기 위해 아이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위치에 서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는 성악가의 눈빛과 표정이 아름다웠다.

아이들의 목소리와 표정과 노래가 아름다웠다.
파트별로 정돈되지 않고 그냥 맘껏 부르는 어린 아이들의 정돈되지 못한 합창은 아름다웠다.

핸드폰을 꺼내 그 모습과 노래를 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오래 간직될 수 있는 내 기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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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5. 9. 5. 00:28

그 남자의 기억력 혹은 산만함 사소한 일상2005. 9. 5. 00:28

백스페이스 잘못 눌러서... 다시 쓰는 이 기분...

에이 튀~스럽다.

암튼, 다시 한번 팩트만 정리하자면...

1. 집을 나선다. 가방은 평소보다 단촐하게 어깨에 걸친 미니백이다. 최근 잊어버린 지갑 덕분에 수첩에 버스카드와 현금을 넣어 다닌다. 수첩과 심심할때 읽을 책 한권 넣었다. 출퇴근 시간이 넉넉하니 음악도 들을겸 CD를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2. 출근하자마자 소공연장 음향실에서 음악들으며 독서해야지... (참고로, 음향 사무실은 대공연장 음향실 옆에 있다. 소공연장 음향실은 그야말로 독립 자치구역이다. 오늘 근무는 소공연장!) 하는 심리적 배경도 있고 해서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뭔가 특별한 음반을 고르고 싶었다. 가벼운 옷차림에 가벼운 가방. 여기에 CD가방을 들고 다닐 수는 없으므로 딱 1장의 음반이라야 했다. 뭐든 그렇겠지만 "딱 1장, 딱 하나"라는 것은 상황을 고민스럽게 만든다. 최종 결정은 Deep Purple의 1972년 실황음반. 그 음반에는 내가 좋아하는 Lazy라는 곡도 있지만 무한정 반복해서 들어도 질리지 않을, 진짜 맛깔나게 연주하는 Lucille도 있다. 다행스럽게 그 음반은 최근 발견한, 이삿짐 박스 속에 들어있던 휴대용 CD 케이스에서 본듯도 하다.

3. 우여곡절 끝에 CD 더미 속에서 Deep Purple을 찾았다. "분명히 보았는데... 여기쯤 있을텐데... " 이런 대사 쪼~금 반복했던 것도 같다. 미리 충전해 놓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CD를 CDP에 넣었다. 어깨에 가방을 메고 손에 CDP를 들고 집을 나서야 하는데 헤드폰이 안 보인다.

4. 책상 위에 CDP를 내려 놓고 헤드폰을 찾는다. 그때 이런 생각 했다. "이러다가 CDP 놓고 나갈라..." 분명히 그런 생각했다. 여기저기 뒤적거리다 헤드폰 찾았다. 헤드폰 목에걸고, 핸드폰 챙기고, 배터리 부족할까봐 충전한 배터리 챙기는 센스까지. 최근에 잊어버린 열쇠 때문에 주인집에서 받아든 열쇠뭉치를 들고 집을 나선다(아직 복사하지 못해서 주인집 열쇠뭉치를 들고 다닌다).

5. 머리에 헤드폰을 쓰고 CD를 틀려고 하니 CDP가 안 보인다. -_-; 아까도 분명히 말했지만, 이런 상황 예측했었다. 예측하고 그대로 당하니 좀 웃겼다. 코메딘가? 좀 너무한거 아닌가 싶은 썰랑한 코메디였다.

6. 집에 돌아와, CDP 줏어들고 집을 나선다. 주인집 열쇠는 빡빡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2nd 잠금장치를 잠근다. 부드럽게 잠긴다. 앞으로 자주 이용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7. CD를 들으며 느긋하게 주일근무를 하려던 마음은 어느새 다급해졌다. 벌써 출근했어야 할 시간이 되어간다. 택시를 잡아타고 회사로.

8. 택시에서 내리니 핸드폰이 안 보인다. 택시에 두고 내렸나??? 곰곰해 생각해보니 택시 잡을때도 핸드폰은 없었던 것 같다. 사무실에 가서 전화 해보면 알겠지 머. 이러다가 택시 아저씨가 받아도 웃길거야~ 생각했다.

9. 사무실에서 전화해보니 안 받는다. 핸드폰은 집에 있나보다.

10. 공연중에 사용한 무전기 제자리에 갖다 놓고, 공연장에서 듣던 CD 챙겨서 다시 CDP에 넣고... 퇴근 도장찍고 나서다 음악 들으려 하니 CDP가 먹통이다. -_-;

11. CDP... 그러고 보니 며칠전에, 충전이 끝난 상태에서 계속 충전하기가 싫다 하는 마음에 배터리는 빼 놓았다... 뺀 채로 아댑터 연결해서 음악 들었었다.

나는 아침부터 배터리도 없는 CDP를 들고 다닌거다. 집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핸드폰 생각이 났다. 공연장에 그 출근했던 그 모습 그대로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오~ 애들처럼 이게 뭐에요~~" 라고 했었던 말이 생각났다. 그 대사에는 내 목에 둘러진 헤드폰이 한 몫 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헤드폰 끝에 배터리도 없는 CDP가 연결되어 있었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냐고오~

시간은 오후 9시 30분. 벌써 날은 어두워졌고, 바람은 살랑살랑...

이런 일이 있었다는거다. 특별할 것도 없고, 새로울 것도 없는 늘 있어왔던 고만고만한 분실사건.

오늘도 결국 제자리에 있을 것들 그대로 있는 그런 분실사건.
(물론, 집에 돌아 와서도 핸드폰 찾는데 시간 좀 걸렸지만)

며칠간 어질러 놓은 때문인지, 혹은 별로 마시지도 않은 술 때문인지 내 잠자리 찾기도 어렵다.
마음이 원하는 것은 세련된(시크하다는 표현도 있다지) 도시인의 이미지지만
내 방은 항상(거의 대체로) 히피마을 혹은 동네 전파상, 마을 고물상 같다.

가끔 내게 보여주었던 그 모습. 내 방이 그럴 수도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 모습.
내 방에서 그런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밤이다.
- 그래도, 이 밤에 그런 모습을 찾아 보겠다고 시도하지는 않을거다. 귀.찮.다.

정리1: TV 스타일
권선동 구모씨, 또 다시 핸드폰 잊어버렸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가 배터리도 없는 CD 음악을 듣기 위해서라고 하는군요.

정리2: 신문스타일
구씨(36, 수원) 핸드폰 분실 후 되찾음.

정리3: 음... 그냥 그런 스타일
잃어버린 지갑 대용 수첩을 들고, 잃어버린 열쇠 대신 주인집 열쇠 뭉치를 든 한 남자가
외출을 하려다가 배터리도 없는 CDP로 음악을 들으려다가 핸드폰을 잊어버린 사건이 있었다.
그 사이에 헤드폰을 찾는 수고도 했었고, 음악 CD를 찾는 노력도 있었다고 하는데
뭔가를 찾느라 수고한 하루였다고 생각하는 모양.

허탈하게도 그가 찾는 것은 늘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는... 그런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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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5. 8. 25. 01:30

리투아니아를 아시나요? 사소한 일상2005. 8. 25. 01:30

"리투아니아"를 아시나요?

오늘 공연 팀의 국적이 "리투아니아"였습니다.
두어 시간 전에 공연이 끝났고, 그들은 좋은 공연을 보여 주었습니다.

리투아이나는 위도 50~55도 사이에 위치한, 북유럽 국가입니다.
러시아와 인접해 있지요.

리투아니아에서 온, 음향을 담당한 친구와의 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 친구라기에는 쫌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워낙... 서로 대사가 드물다 보니 거의 대부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유럽 지도를 보여주면서)

"리투아니아가 여기입니까?"

"리투라니아는 여기 입니다. (지도에 표기된 국가명은 한글이었습니다)"

"추운 나라 같군요."

"아, 여름엔 춥지 않습니다. 겨울엔 좀 춥지요."

- 너무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여름엔 좀 덥다"가 아니라 "여름엔 춥지 않다"라고 표현을 하는 정도니 춥긴 추운 나라인가 봅니다. 그게 유머였을까요? 불행히도 저는 그때 그 얘기에 웃지 않고 "당연한 얘기 아냐?" 라는 표정이었습니다.

"리투아니아는 참 작은 나라지요?" 라고 그가 말합니다.

나는 '우리나라랑 비슷하네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문장을 만들지 못해 그냥 씨익~ 하고 웃었습니다.

참고로, 리투아니아는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가 아니라 "리투아니아어"를 사용하는 나라입니다.
그 친구도 나름대로 영어를 사용하느라 애쓰고 있는겁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보다는 영어 쓰기가 편하겠지요.
영어와 비슷하게 들리긴 하는데 하여튼 "영어는 아니군" 하는 정도 느낌있습니다.

이 공연의 리투아니아 조명 엔지니어는 음향 엔지니어 보다 영어를 못합니다.
- 게다가 무뚝뚝하고 다혈질적인 기질까지 보입니다. 고집도 쎄 보입니다.
그래서 조명실 보다는 음향실 분위기가 한결 낫습니다.

외국인들은 나이 보다 많이 들어 보이긴 하지만 경험상... 이 친구 나이는 30을 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일단 배가 나오지 않았고, 피부가 탱탱한데다 주름살도 많지 않고... 잘 생겼군요. -_-;

공연 중에 있었던 짧은 얘기들은 대체로 그림을 그려 가면서 그럭저럭 지나 갔습니다.
통역이 음향이나 조명 조종실에 여유있게 머물러 있지를 못했고,
특히 음향실 쪽은 그나마 지들끼리 말을 하고 있으니 더더욱 통역이 머물러 있을 찰라도 없었지요.

셋업하루와 이틀간의 공연을 마치고 이런 대화를 합니다.

"당신을 만나서 참 반가웠습니다. 좋은 사운드였습니다. 저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아, 저도 그랬습니다. 사진 한장 같이 찍어도 될까요?"

"그럼요. 그래야지요. ㅎㅎㅎ"

조명감독님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한장 찍었습니다.
프리뷰를 보니 사진 구도가 영 어색한게 맘에 들지 않지만
다시 찍기가 번거롭고 어색하여 대충 마무리 합니다.

"이메일로 사진 보내 주시겠습니까?" 라고 묻는데 지 이메일을 나한테 알려 주려고 합니다. -_-;

그래서 내 이메일을 빨리 써서 줘 버렸습니다. '니가 먼저 보내세요~' 라는 의미죠.

"공연에 사용한 CD를 카피해서 하나 가지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아... 이거요... 음.... 이거... 저작권 문제 때문에... 어찌해야할지...."

"아, 그렇담 뭐... 괜찮습니다. 마음에 두지 마세요~"

"네... ㅎㅎㅎㅎ"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이런 대화를 하는 중에 음향 엔지니어를 제외한 다른 식구들은 무대 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너 서둘러야겠다. 너 빼고 늬네 식구들끼리 사진 찍는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역시 문장이 되지 않아 마음 속에 어설픈 단어들을 남겨 두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CD랑 대본이랑 이메일이 적혀 있는 팜플렛이랑 주섬주섬 짐 챙기기 바쁩니다.

"혹시 작곡하는 사람 아닙니까? 당신이 무대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어쩌면 당신은 연주자이거나 작곡자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하~ 저는... 음... 작곡자이긴 하지만 이 공연의 작곡자는 아닙니다. 그리고... 음... (뭔가 설명하려고 했지만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그 역시 문장을 만들지 못하여 대충 마무리 하는듯) 하여튼 저는 작곡자이긴 합니다"

"어쩐지 당신은 달라 보였습니다. 당신은 음악가다운 인상을 가지고 있더군요."

- 제 마음 속에서는 "너 원래 음향 담당 아니지?" 라는 말이 나오려고 했던 겁니다. 요즘 좀 착한 말투를 쓰다보니 그만...

"아하하~ 네, 저는 작곡가입니다. 연주자는 아닙니다만... (뭔가 문장이 있으려고 했지만 역시 의사소통 문제로 문장을 대충 마무리 하는 분위기. 그도 버케블러리가 약하단 뜻이죠~~. 절대 제가 못 알아들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팜플렛에 제 이름을 써 달라고 하기에 발음과 함께 제 이름을 써 줍니다.
그들에게 한글 이름 발음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제 이름은 $^(&(*&%$$# 라고 합니다만, 그냥 Nine 이라 불러주세요. 그것은 제가 좋아하는 제 닉네임입니다."

우리 공연장에서 '나인'이 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블로그 친구들이나 알겠지요. 하여튼, 그렇게 소개했습니다. -_-;

만약... 그들이 한국말을 쓰는 사람이었다면, 혹은 내가 잘 아는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었다면,
혹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대사 하나하나를 기억할 수 있었을까요.

어쩌면 영작이 주는 어려움 때문에 문장 하나하나를 기억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에 표현된 자막으로는 그럴듯한 문장일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에서는 그야말로 중학교 기초반 수준의 간단한 단어들로 조합된,
문장의 5형식이 철저히 무시된, 몇 단어 안 되는 조합이었을 겁니다.
- 그런 단어들의 조합을 재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쿨럭~

내일은 러시아 팀이 들어 온다고 합니다.
누가 그 팀을 맞이하게 될지 몰라도... ㅎㅎㅎ 러시아어는 알파벳 부터가 다르지 않습니까?
누군지 몰라도, 고생하십시요오~~~ ㅋㅋㅋ 저는 9월까지 공연장에 코빼기도 안 보일 예정입니다.

저는 어찌됐건, 휴가 참~ 제 시간에 잘 맞춰 떠납니다.
- 딱히 어딘가로 떠나겠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회사에는 안간다~~ 는 그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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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5. 8. 20. 07:48

하루 만에 가을이 되어 버렸다 사소한 일상2005. 8. 20. 07:48

공연을 마치고 나름대로 쫑파티에 무대기술팀 스탭들이 모였다. 드럼통 위에 마련된 술상에서 돼지고기가 김치와 콩나물과 함께 구워졌다. 술집 문은 길을 향해 활짝 열려 있었다. 문이라기 보다 도로를 향한 벽 전체가 열려있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말 소리가 버스 소음에 묻혀 중간 중간 사라지곤 했다. 시끌시끌한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두 테이블 사이에 이렇다할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다. 가끔씩 마주 앉은 자리 사람들이 말하다 말고 등 뒤의 버스 정류장 쪽으로 시선이 움직이고 있어, 볼만한 여자가 지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공연장으로 복귀해야할 나와 창은 술을 마시지 못했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쭌도 술 마시기를 중지하고 콜라를 선택했다. 우리 테이블에선 부서가 다르지만 무대에서 함께 일하는 형 혼자만 술을 마시는 상황이 되었다.

"OO야 많이 먹어~잉~~. 어라~ 저놈이 대답도 안허네~"

어색함이 없는 말투로 건너 테이블에 술을 건낸다. 술 먹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옆 테이블로 자리를 옮기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이미 옆 테이블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복귀신고를 해야하는 상황이기도 하여 밥 한공기 뚝딱 해치운 다음 자리에서 먼저 일어 섰다.

비 내린 후 부는 바람치고는 꽤 쌀쌀하다. 1교시 수업이 끝나고 2교시 수업이 시작되는 것 처럼, 여름이 끝나고 오늘 부터 가을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루 만에 가을이 되어 버렸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 경기도립 국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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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5. 8. 10. 21:36

달리다 사소한 일상2005. 8. 10. 21:36

비가 많이 내렸다.
야외 공연을 나갔다가 비가 내릴 것 같아 장비를 풀어 놓지는 않고 상황을 보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칠 때쯤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공연이 취소되길 기다리며 비를 "좋아라" 하며 바라보았다.

비는 쏟아지고 가까이 들리는 천둥 소리에 깜짝 깜짝 놀라기도 했다.
식당에서 나서면 비를 맞으며 장비가 있는 곳까지 가야했다.
식당 앞은 빗물로 작은 냇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식당에서 얻은 신문으로 고깔 모자를 만들어 쓰고,
까맣고 큰 비닐 봉지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
입다보니 사람들 마다 개성있게 차이가 있다.

특장차를 운전하는 아저씨는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듯하고,
2.5톤 탑차 아저씨는 사오정 망토처럼 비닐을 걸치고 신문모자와 야구모자로 머리를 단속했다.
급한 마음에 팔 부분을 처리 하지 관O은 두 팔이 묶인 듯 달렸다.
- 관O, 한O, O기 이 세명을 영트리오라고 부르는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태로움이 있어 폭탄 브라더스라고도 부른다 -
나도 고깔 모자를 한 손에 붙들고 뛰었다.
무릎까지 걷어올린 바지가 비에 젖어 질척거리도록 감겼다.

트랜스포팅 영화의 달리는 장면이 생각났지만, 그렇게 멋있지는 않았었겠지. -_-;
Lust For Life - Iggy 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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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5. 8. 9. 02:10

알람 사소한 일상2005. 8. 9. 02:10

TV가 새벽 2시에 꺼지도록 알람이 되어있다.
더 이상 TV에 빠지지 말고 자라는 얘기다.
일산에 있을땐 핸드폰이 이 기능을 했다.
새벽 4시에 울리는 알람. 더 이상 늦장 부리지 말고 자라는 알람이었다.
수원에 와서 2시간 앞 당겼다.

아침에는 5시 45분 쯤에 알람 시계가 첫 알람을 울리기 시작한다.
5시 50분쯤 울리는 핸드폰 소리는 끝날때 까지 못 듣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6시에 TV가 켜지고 뉴스가 나온다.
일어나서 준비하라는 신호다.

방금 TV가 꺼졌다.
자야겠지.

TV가 꺼지면 잠드는 습관이 든다면 점점 TV 꺼지는 타이밍을 앞 당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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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5. 8. 4. 00:04

이웃사촌 사소한 일상2005. 8. 4. 00:04

저녁 챙겨먹고 어설프게 잠이 들었나보다.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자고 있는데 이웃에 이사온 창이 왔다.
- 회사에 봉창 브라더스가 있다. 김봉O, 이창O 이렇게 끝 글자가 같아서 생긴 별명 -

창은 캔맥주를 사들고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왔다.
나는 한쪽 머리는 눌리고 한쪽 머리는 솟아오른채 창을 맞이했다.

감자칩과 맥주를 마시다가 젠가를 꺼냈다.
창은 젠가가 처음이라고 한다.
아슬아슬 젠가의 재미를 느끼는 딱 한판만 했다.

창은 집에 가는길에 편의점에 들러 전기세를 낼 것이라 했다.
창이 집에 물이 떨어졌으니 회사에 가서 물을 한 통씩 떠오자는 아이디어도 냈다.
생각지도 못했던 생수 확보 방법이다.
물 떨어지면 꼭 해봐야겠다.

편안하게 방문한 창이 고마워 미숫가루를 한봉지 싸 주었다.
- 이런 느낌인가, 안부인사가 고마운 그런 느낌 -
홈플러스에 함께 쇼핑갈 약속도 하고,

집 가까이에 이웃이 있으니 이런게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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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8. 3. 01:16

염색하라고 말씀하신 사연은... 사소한 일상2005. 8. 3. 01:16

저보고 염색하라고 하시는 이유가요... 다음 중 어떤 쪽에 가깝나요???

1. 흰머리가 어울리지 않는다
2. 양아치 물들인 머리처럼 겉도는 느낌이다
3. 흰머리 때문에 나이가 많아 보이고, 서열이 흐트러져 보일 수 있다
4. 늙고 측은해 보이는게 빈티가 난다
5. 흰머리가 안 보이게 염색하면 나이보다 젊어(혹은 나이만큼) 보일 것 같다
6. 염색하면 어울릴 것 같다. 더 깔끔한 쪽으로 이미지 개선!!

네 머리 염색 좀 해야겠다~ 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휴식시간에 물어봤었지요.
그랬더니...


직장동료 정사마(정삼이) :

"음... 그 있잖아요. 건축가던가? TV에 나오던 그 사람이요, 흰머리인. 그런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흰머리가 오히려 전문가 느낌도 나고 좋은 효과도 있는거 같아요. 그런데 우리는 하는 일이... 늘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이 아니라서, 이렇게 후즐근 하게 입고 있을 땐 뭐랄까... 흰머리는 고생을 많이한거 처럼 보이게 하잖아요.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흰머리가 많으면... 좀 없어보이고... 빈티나 보이고 뭐 그런거..."


그리고 또 블로그 이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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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5. 8. 1. 02:21

반복되는 레퍼토리 사소한 일상2005. 8. 1. 02:21

또 깨어버렸다.
초저녁에는 기절이라도 할 듯이 졸립다가
밤이면 초롱초롱해진다.
이러다가 또 출근시간을 걱정할테고,
출근시간을 한두시간 남겨놓고 엄청 졸릴거다.

이 반복되는 레퍼토리.
느낌도 불길한채 자주도 반복된다.

알지만 고치지 못하는 이 "아는데~" 병은 만성 불치병이자 시대를 뛰어넘어 유행하는 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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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7. 31. 01:46

구휘중 수원에 나타나다??? 사소한 일상2005. 7. 31. 01:46

아무래도 휘중님이 다녀가셨나 보다. 수원에서는 첫 출현일테지. 다행히도 요란한 등장이 아니었는지 우울해질만한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통화목록을 확인했지만 밤동안 통화한 기록이 없다. 내가 수원으로 옮겨올 때 가졌던 변화 만큼이나 휘중님도 비슷한 변화를 겪으셨나보다.

퇴근시간에 가볍게, 맥주나 한잔 하자고 시작한 술자리였다.
가볍게 시작했고, 소주를 마시기엔 좀 피곤하다... 그런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2차로 빈대떡 집에 가서 소주를 마셨다. 빈대떡 집에서 첫번째 소주병을 비워갈 즈음에 휘중님이 나타나기 시작했나보다. 2차가 끝나고 느림쟁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택시 잡던 기억이 살짝 살아있지만 그게 어제 일인지 아니면 그 전에 있던 일인지도 확실치 않은 그런 기억이다.

2차 술집에서 나와 집근처에 온 다음에 5분이나 되었을까 그 시간엔 빨리도 도착했을 거리를 타고 오면서 술이 깼다고 생각했는지 그냥 집에 들어오지 않고 3차 치킨집에 갔고, 마지막으로 집에 들어와서 또 마셨나보다. 냉장고 위에 빈 소주병이 보인다. 그러고 보면 느림쟁이와 술을 마시고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며 인간적인 대화를 했던 것은 내가 아니라 휘중님이었다. 나는 오프닝에 잠깐 출연했을 뿐이네.

전에도 느림쟁이와 밤새 술 마시다 지각했었는데, 오늘은 마침 토요일이라 11시 출근도 "지각"이 아니었다. 오전의 일이 어제 일처럼 느껴질만큼 오전과 오후는 단절되었다. 오전의 일이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일부는 기억에서 사라졌다.

정말이지...

술자리가 2차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하자!



구휘중 外傳

1.

무대팀 "느림쟁이"와 술 한잔 했었다. 그는 30대가 된지 1년인가 2년인가 지났고, 결혼을 앞두고 있다. 연상인 연인은 요즘 스트레스가 많다고 한다. 무난한 성격의 느림쟁이는 일 처리가 차분차분하다. 바로 그 점이 그녀로 하여금 화가 나도록 하는 부분이 되나보다. 혼수며 드레스, 가구 등등을 함께 구하러 가지 못하서 미안하다고는 하지만 "그런건 그냥 알아서 하면 좋겠다." 라고도 말한다. 바로 그 점이 여자친구를 화나게 하는것이라고 단지 알고만 있을 뿐이다. 결혼을 앞둔 많은 커플들이 대체로 그런것 같다.

2.

아침에 출근도 하기 전에 꽤 먼 거리까지 다녀와야 했었는데, 내 지갑을 가지고 있으니 찾으러 오라는 전화 때문이었다. 파출소에서 연락이 온 것인데, 비몽사몽중에 받은 전화라 무슨 대답을 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지갑은 감사하게도 신분증이며 카드, 현금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3.

휘중님이 집에 들어오면서 샀는지 신발장 위 비닐봉지에 삼각김밥 2개와 빼빼로, 후렌치 어니언이 들어있었다. 가끔씩 대면하는 휘중님의 취향이란...

4.

점심 식사를 하던 식당에 핸드폰을 두고 나오는 바람에 1시간 가까이를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녔다. 많이 더웠고 옷이 땀으로 젖어 버렸고 후즐근해졌다. 어찌어찌 하여 핸드폰을 찾았을때, 핸드폰과 함께 집 열쇠도 함께 나타났다. 잊어버린줄도 모르는데 돌아오는 녀석들이 적잖이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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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7. 25. 01:46

야심만만 사소한 일상2005. 7. 25. 01:46

저녁 시간에 같이 밥 먹자는 전화가 왔다. 막 식사를 끝낸 참이라 식사가 끝난후 연락을 달라고 했다. 회사를 기준으로 딱 반대편 거리에 있는 동료다. 회사 근처 4거리에서 만났다. 집 나설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비가 한 두 방울 내렸다. 가볍게 맥주 한잔 하기에는 동네가 화려했지만 일요일 밤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적당한 술집을 고르는 동안 찰랑거리는 생머리에, 어깨를 드러내고 배꼽과 등판이 훤히 보이는 옷을 입은 잘록한 허리를 가진 여자 두 분이 모퉁이를 돌때마다 마주친다.

얼음 맥주잔에 시원한 맥주가 나왔다. 맥주 집에는 우리를 포함해서 세 테이블만 손님이 있다. 어제 밤만 하더라도 더 많은 손님이 있었겠지. 어찌된 일인지 남자 손님은 우리 테이블 뿐이다. 화사하고 밝은 웃음을 가진 여인들의 어깨엔 얇은 끈만 올려져 있고 미끈한 다리가 눈길을 끌었다. 노골적으로 쳐다 볼만한 배짱도 없어 시선은 천장으로 창 밖으로 방황한다. 쳐다보는 즐거움 보다 변태처럼 보이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거다. 하여튼, 본능을 속이고 앉아 있는건 분명했다. 노출의 계절이기는 한 모양인지 창 밖에도 비슷한 차림의 여자들만 보인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한동안 대화는 겉돌았다. 시선은 불안한듯 안정되질 못했고 어느 순간 다른 테이블의 여자를, 창 밖의 여자를 향했다 돌아왔다. 길거리에서 등판이 매끈하던 그 여자들을 볼때부터 모르긴 몰라도 같이 술마시지 않겠냐고 묻고 싶은 충동이 일었던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두번째 잔을 마실 때였나, 내 잔에만 얼음이 떠 있다며 여자 알바에게 트집 잡으려 액션을 취하던 동료와 웃으며 오늘은 여자 얘기로 토크쇼가 진행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의 이야기, 개인의 역사와 그들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때의 에피소드, 과거의 어떤 사건과 그 시기에 있었던 자신의 이야기 등은 생각지도 못한 재미를 준다. 오늘은 여자 이야기가 도화선이 되었다.

가장 최근에 했던 데이트, 잘 안 풀렸던 여자와의 관계, 주변 여자들이 들려준 자신의 평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우리가 여자들과 데이트 하지 못하는 이유는, 앞으로 어떤 시도를 해볼 것인지 등등 많은 얘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었다. 그러는 와중에 누가 누구와 경쟁관계에 있고 그래서 사이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며 1년이 넘도록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던 후배가 지난주에 "형"이라고 부르더라는 이야기 같은 회사 이야기가 끼어들기도 했지만 오래 이어지는 얘기거리는 아니었다.

선량한 웃음을 가진 동료다. 자신도 모르게 여자를 쳐다보는 노골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어 주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하고, 점심시간에는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 - 일부 사람들은 그것을 비웃기도 하지만 - 뭔가에 열중하기도 한다. 모두가 인정할 만한 한 분야를 책임지고 있지만 오히려 경쟁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노골적인 무시를 당하고 있다. 실력은 있지만 그를 평가할 사람들과 대적하는 위치에 있어서 알게 모르게 형성된 비주류 라인의 인물이 됐다. 한마디로 줄을 잘못 선 것이다. 그가 가진 선량한 웃음이 얼굴에 드리워진 어두움보다 안쓰럽다.

12시가 넘자 서빙하던 분이 옷을 갈아입고 퇴근 준비를 했다. 분홍색 니트를 입었다. 얌전해 보이는 인상이었고 어려보였다. "흰 남방 입었을때가 더 섹시하죠?" 멀리서 퇴근 준비를 하는 알바를 쳐다보며 물었다. 회사 생활 얘기며 사는 이야기,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하더라도 그 순간에는 알바에 대한 얘기보다 더 시급한 소재는 없었을 것이다. 두 총각은 공범자의 미소를 지었다. 흰 남방이 최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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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5. 7. 22. 21:19

뭐하셈? 사소한 일상2005. 7. 22. 21:19

쌀 1kg을 사고, 꽁치를 사고, 튀김도 샀다.
튀김은 좀 비쌌지만 막 튀겨 나오는 것이라 먹음직스러웠다.
슈퍼에서 캔 맥주를 살까 하다 피쳐를 꺼내 들었다.
가게 한 쪽에 석쇠가 보이길래 석쇠도 샀다.
이렇게 주섬주섬 집어들 계획은 아니었다.

시장에서 사온 반찬거리들을 냉장고에 넣어놓았다.
등목을 하듯이 급하게 샤워를 마쳤다.
출출해서 튀김을 먹다가 맥주를 한잔 꺼내고, 또 한잔 마시고, 또 한잔...

움... 너무 급하게 마셨나...
젖은 머리가 마르기도 전에 맥주병이 가볍다.

집에 오는 길에 목재소에 갔었다.
미리 계획을 세웠던 것은 아니다.
그냥 집에 오는 길에 목재소가 있길래 갔던거다.

지붕이 없는, 주차장 같은 곳인데 커다란 합판과 굵고 얇은 목재가 넓은 공간에 가득하다.
문을 닫으려고 나오는 아저씨에게 원하는 나무를 말했다.

가로 10cm, 세로 5cm 쯤되는 두께를 가진 두툼한 나무를 골랐다. 길이는 5m쯤 되나?
4천원 정도 한다고 한다.

내일 대패질이랑 톱질 해서 사기로 했다.
이 나무는 책꽂이 만드는데 벽돌대신 사용할거다.

오늘은 한증막 처럼 날씨였다.
에어컨이 잘 나오는 사무실에 있었지만 장비를 옮기느라 몇번 땀을 흘렸더니 피곤했다.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막상 시간이 주어지면 만사가 귀찮거나 무기력증에 빠지거나
더이상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수면욕구를 느낀다.

잘 모르겠다.

뭘 하고 싶은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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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5. 7. 14. 23:54

기나도 아가씨 사소한 일상2005. 7. 14. 23:54

버스 정류장에 서서 땀을 흘리고 있는데 그녀가 다가왔다.

"혹시..."

나를 아는 사람 같지은 않은데, 친절한 얼굴로 말을 걸어 오길래 궁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혹시 아는 사람은 아닌지, 같은 회사 다른 사무실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저는 O%$U@!#을 수련하는 사람입..."

"아... 네..."

무슨 말인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기나도 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손을 절래절래 흔들며 그냥 가시라는 손짓을 했다.

눈빛이 어쩌구, 지금 하는 일이 어쩌구 그런 얘기를을 한다.
지금 어디로 가느냐고 묻길래 "아... 음... " 하고 대답을 할지 말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계속 손을 흔들었다.
나한테 이런 얘기하지 말라고, 그냥 가시라는 뜻이었다.

"혹시 외국인이세요??" 라고 그녀가 물었다.

정말 외국인으로 본걸까. 하긴 수원에는 외국인들이 꽤 사는 편인거 같다.
전에는 택시 아저씨가 나보고 한국말 잘한다고 칭찬해준적도 있다.

날이 더웠고 점점 이런 일이 짜증스러워지고 있었다.
그냥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빙긋 웃으며 그녀가 뭐라고 하는지 귀담아 듣지 않았다.
옆에서 그녀의 동행인듯한 여자가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니 정말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말을 많이 할 수록 글자가 흩어져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버스가 왔다. 그녀가 말을 하고 있는 도중에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자리를 피했다.

안녕~ 기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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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5. 6. 30. 16:34

생각과 다른 하루 사소한 일상2005. 6. 30. 16:34

"일찍 들어가 짐정리 해야지" 하고 마음 먹었지만 술자리를 마다하지 못했다.
2차 술자리를 마다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침대가 부르는 소리가 너무 달콤했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새벽이라기도 뭐한 밤중에 깨어나 앉았다.
잠들지도 못할 잠을 청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차라리 일어나서 정리를 할까 생각만 하면서 아침을 맞았다.

잠도 못자고 정리도 못했다.
베란다 문을 열어 놓고 비 소리가 듣기 좋다는 생각을 했었나 보다.
날이 밝는 것을 보고 "출근 준비를 해야지~" 라고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출근 시간이 다 되어 일어나 머리도 감지 못하고 허겁지겁 집을 나섰다.
내 머리 모양 때문에 시작된 이야기는 알람과 기상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되었다.

저녁에 미리 준비하는 다림질,
잘 차려 먹는 밥상,
아침시간이 여유있도록 부지런하기,
나에게 충실한 저녁시간, 운동...

이런거... 현실에서 가능하기나한 일인지 점점 의심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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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5. 6. 9. 02:03

장보기 사소한 일상2005. 6. 9. 02:03

반찬가게가 여러군데 있었다.
시장을 구경하며 한 바퀴나 돌고 나서 주인 아주머니가 가장 푸근하게 생긴 집으로 갔다.

콩고기, 콩으로 만든 것인데 맛은 햄이나 삼겹살 같은 맛이 났다. 그래서 이름이 콩고기란다.
오징어젓과 무슨 무침(더덕 비슷한 머시긴데... 이름은 모름. 그게 더덕인가?)을 샀다.
배추김치도 샀다.
아줌마는 나에게 학생이냐며 김치를 많이 넣어 주셨다.
순간 내 흰머리가 생각 났지만, 굳이 학생이 아니라고 말할 필요는 없었다.

"아유~ 이렇게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아~~~"

김치를 많이 주셔서 좋은건지, 어리게 봐주셔서 좋은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빙긋 웃음이 났다.
아무래도 집에서 밥 먹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반찬을 많이 사 놓으면 나중에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일이 생긴다.
시장에서는 적은 양만 달라고해도 생각보다 많은 양을 준다.

쌀집에서 팔지 않는 소량 쌀(1kg)을 잡곡집에서 샀다.
술안주 하려고 오징어포도 샀다.
나는 만족할만한 양인데 아주머니는 "원래 이렇게는 팔지 않는데..." 라고 하신다.
그래도 받을 돈은 다 받는다.

재래 김을 판매하는 할아버지는 장사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듯 했지만
막상 김을 사니 먹기 좋게 잘라준다며 놀라운 손놀림을 보여주었다.

슥~ 슥슥~ 스스슥~

봉지 안에서 김이 먹기 좋게 잘렸다.

샤워하고 잠깐 누웠는데 잠이 들었나보다.
식재료 사온 첫날인데 맛은 봐야지.
딱 한 그릇만 먹자고 다짐을 할 그 시간엔 이미 한그릇도 무절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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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5. 5. 12. 01:22

육계장 2,500원 사소한 일상2005. 5. 12. 01:22

혼자사는 사람이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일이 그리 어색할 일은 아닐 수 있겠으나
어색하지 않다고해서 즐겁다거나 일부러 혼자 가기를 바라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오늘 저녁은 동네에 24시간 하는 해장국 집에서 먹었다.
간판 이름도 <2,500원 해장국> 이다.

이름처럼 선지해장국이라는 해장국 부터 해서 순두부, 육계장 머시기 머시기 해서 이것저것 갖춰 놓았다.
얼마전엔 선지 해장국을 먹었었다.
어디 다른데 갈만한 집 없나.. 고르다 결국 그 집으로 갔다.
오늘은 육계장. 

어색한 식탁에서 나를 도와준 것은 중앙일보였다.
평소에 잘 보지도 않던 부동산 코너를 비롯하여
러시아에서 애니콜 핸드폰이 시장점유율 1위를 했다는 기사도 글자하나 빼 놓지 않고 다 읽었다.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일은 나에게 여전히 어색하고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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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5. 2. 00:59

중년커플 사소한 일상2005. 5. 2. 00:59

커피숍은 낮 시간에 손님이 없어서인지 에어컨을 틀어 놓지 않았다. 시원한데서 따뜻한 커피 마시면서, 창가에 앉아서 두어시간 보내려고 했던 계획이 흐트러졌다. "길건너 맥도날드로 갈걸 그랬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서빙 누나는 벌써 커피 주문을 받아갔다.

이 가게는 "주인 아주머니"로 추정되는 준 할머니(젊은 할머니)와 딸로 보이는(혹은 동생일 수도 있는) 아줌마가 일하고 있다. 서빙하는 알바가 없는 것으로 보아도 "다방" 느낌이다. 다방이 아니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서빙 누나가 내 테이블에 같이 앉아 수다를 떨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과, 큰 어항이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나는 덮게가 씌워진 의자가 아니라 2인용 소파에 쿠션을 끼고 앉아 있다.

잠시 후 에어컨이 켜지고, 한 두 테이블에 손님이 더 들고, 내가 커피를 반쯤 마셨을 때 쯤 마주 보이는 방향으로 한 테이블 건너에 중년 커플이 앉았다. 중년이라 말하기에는 좀 젊고, 젊다고 말하기에는 좀 나이가 들어 보이는 이 커플은 동네 유흥가에 어울리는 인상을 가졌다.

호리호리한 아저씨는 머리스타일도 깔끔했는데 이발소에 누워있는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되었다. 한가한 오후에, 동네 목욕탕이나 이발소에서 볼 수 있는 깔끔한 백수 아저씨 모습이다. 한때는 멋있었을 과거가 아직 얼굴에, 어깨에, 등짝에 남아있다. 한쪽 팔을 소파에 걸쳐 놓고 다리를 꼬고 앉았다. 목소리에 윤기가 흐른다.

아줌마. 까만 색 옷을 입었다. 드레스 같은 느낌을 주는, 어른들 특유의 옷인데 드레스는 아니다. 얼핏 레이스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편해보이기도 하는 그 옷은 의상실의 쇼 윈도우에 걸려있을 법하다. 연서시장 입구에, 옷걸이를 길에까지 내놓고 팔고 있는 옷가게는 어른용 케쥬얼을 판매한다. 격식차린 정장과 스포츠웨어 사이, 편안함과 격식을 동시에 갖춘, 애들은 입지 않을 옷을 파는 가게에서 판매하는 옷, 아줌마의 옷은 그런 느낌을 주었다. 아줌마는 의자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몸을 앞으로 기대고 있다.

아까부터 음악이 늘어진다. 서빙 누나가 프림과 설탕 세트를 가져가면서 "음악이 이상한거 같죠?" 라고 묻는다. "테입이 늘어졌나봐요" 라고 대답했다. 내가 준 테이프 틀어달랜 것도 아닌데 내가 미안했다. 묘한 질문을 던지고, 길지도 않은 내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서빙 누나는 돌아갔다.

잠깐 졸다 깨어나는 순간인데, 중년 커플이 뽀뽀를 하고 있다. 아니, 했다. 등 뒤쪽도 아니고, 내가 정면으로 보고 있는 방향이다. 그 커플과 내 자리 사이에는 테이블 한 세트가 비어있다. 목소리도 다 들리는 가까운 거리. 아줌마는 테이블 위에 올라타듯 건너편으로 몸을 넘겨 어중간한 자세의 아저씨와 뽀뽀를 했다. 자연스레 내 고개가 다른쪽으로 돌아간다. 쪽쪽~ 소리가 났다. 불편한 자세일텐데 소리는 경쾌하다. 아줌마 머리는 염색을 했는지 새까맣다. 졸다 깬 몸이 기지개를 피는 동안 건너 테이블에서 꺄르르~ 웃는 소리가 들린다. 제대로 다시 하자며 아줌마 아저씨가 웃는다.

커피잔을 내려 놓는데 접시와 잔이 닿는 소리가 부담스럽울 정도로 크다. 다리를 쭉 뻗고, 등을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잠이 들것 같다. 눈이 무겁고 피곤하다. 뽀뽀는 아저씨가 했는데 내 몸이 피곤하다. 테이블을 넘어선 것은 아줌마인데.

커피값을 계산하는데 CD가 튀는지 음악이 같은 자리를 반복하고 있다.

"음악이 이상하죠?"

거스름돈을 주면서 서빙누나가 물었다. 그녀가 꺼내든 CD 바닥에는 굵직굵직한 생활기스와 오래된 커피 자국이 보였다.

-----

불륜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없으므로, 불륜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수정했습니다.
(무죄추정 원칙이라 하나요? 유죄를 입증할 수 없는 한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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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5. 3. 9. 16:33

집으로의 긴 여정 사소한 일상2005. 3. 9. 16:33

눈이 많이 충혈되어 놀랬다



 새벽 5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을거다.

연신내 전철역에서 철망 셔터를 올리는 역무원에게 지금 들어가도 되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 새벽 2시 부터 5시 까지 내가 뭘 했는지도 의문이다

9시가 넘은 시간에 2호선 대림역에서 깨어났다. -_-;

합정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고 연신내쪽으로 가려고 반대방향을 갈아탔다.

갈아탄 2호선은 반대방향이었다. 두 역을 지나서야 알았다.

다시 갈아탐.

합정까지 가려다가 영등포구청에서 내렸다.

영등포역에서 일산가는 버스를 타려고했던 것이다.

내가 내려야 할 곳은 영등포역인데 2호선에 영등포역이라는 역은 없었다.

그래서 영등포구청역에서 내렸다.

내려서 보니 영등포 역은 처음 잠을 깼던 대림역에서 가까웠다. -_-;

영등포역에서 버스를 탔다.

잠깐 잤는데 종점이다.

버스카드에 잔액도 없고 지갑도 비었다.

돌아 나오는 버스를 얻어 타고 집으로 왔다.

11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했다.

연신내에서 일산까지 6시간 넘어 걸린 긴 여정이었다.

- 5시간이면 고속버스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는 시간이다 -

어제 아침에 집어든 AM7 이라는 무가지에 나온 오늘의 운세.

70년생, 일이 잘 안풀리니 외출을 삼가하고 일찍 귀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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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5. 2. 15. 17:20

생채기 사소한 일상2005. 2. 15. 17:20

불꽃이 일었다.
가슴에 불꽃이 일어 호흡이 가빠졌다.

하나... 두울... 세에엣...

상대편도 화가 났는지 발끈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상대도 알아 차렸을까?
아마도 알겠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마음에 불꽃이 일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불길을 다스려야 한다.
불길은 시간이 흐르면 사그라들지만
긁혀버린 상처는 조심스레 보살펴야 할 것이다.

하루에도 몇번씩 불길이 난다.
작은 마음에서는 불꽃도 소방관도 모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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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5. 2. 5. 18:43

잘 할 수 있겠어요? 사소한 일상2005. 2. 5. 18:43

정말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잘 할 수 있겠어요?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잘 해 주십시요"
"저한테는 중요한 일입니다. 최선을 다해 주십시요"
이런 말로도 충분히 뜻을 전할 수 있다.

"잘 할 수 있겠어요?" 도대체 이런 질문을 왜하지?
못할거 같아서 의심이 나면 시키질 말든가,
시켰으면 믿고 기다려보든가,
잘해보자고 하는 얘기라면 잘 해 달라고 부탁을 하든가,
건투를 빈다는 내용이라면 "화이팅~" 이라고 하든가.
도대체 뭐냐 이거.

너는 잘할 수 있는데, 내가 걱정되는거란 말이지.
그래서 물어보는거란 말이지.
이 상황에서 내가 "응원해줘서 고맙다" 라고 해야하니
"잘할 수 있습니다" 같은 확답을 해주길 바라는거니?
문장을 글자 그대로 보자면 "잘할 수 있습니다" 가 적당한 대답인데,
그렇게 내가 의심스러워서 물을 정도라면 일을 맡기지 말았어야 하지 않니?

참 내... 어이가 없다.
왜 그렇게 건방진건데? 짜증이 솟구치네.

네가 아주 감을 잊어 버린 것 같은데, 내가 충고 해주마.

질문을 가려서 하거라.

아주 오래전에 배운 내용인지는 몰라도, 네가 분명히 배운적이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배운 적이 없다고 고집을 피운다고 하더라도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하다면 이 정도는 충분히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도 모른다면 나한테 그런 질문하지 마라. 언어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꼬마의 옹알이라 치부하고 듣기에는 너의 말이 귀엽지 못하구나.

이것은 책입니까? 라는 질문에는 "예, 책입니다" 또는 "아니요, 책이 아닙니다" 라고 대답한단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는 "이것은 책입니다" 라고 대답한다.

다시 말해서 네가 원하는 정보에 맞는 질문을 하는거다.
이것이 책인지 아닌지 궁금하면 "이것은 책입니까?" 하고 물어보는 것이고
이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면 "이것은 무엇입니까?" 하고 묻는거다.

쉽지?
너한테는 어렵냐?

문장은 단어 뿐만 아니라 앞 뒤 문장의 관계에서 해석을 하는데,
네가 나한테 "잘 할 수 있겠어요?" 라고 묻는 질문에 나는 아주 난해해지는구나.

우선, 너는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할 위치가 아니란거다.
만약 네가 그런 위치라고 착각하고 있는데 그런 질문을 할 정도라면 나를 해고해라.

걱정이 되서, 어떤 믿음직한 한 마디를 듣고 싶은 거라면
교회나 절 같은 네 종교에 적당한 어딘가를 찾아 가거라.
나한테 그런 위로의 말을 바라지 마라.

그래, 혹시라도 네가 그런 질문을 할 위치라고 가정 해보자.
아직 나와 일을 해보지 않았고, 내가 너한테 심사를 받고 있다면 그런 질문 가능하고
나 또한 불쾌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을 하기로 했고, 일을 하고 있는 중에 할 말은 아니다.
일을 하기로는 했는데 아직 시작은 안했으니 할 수 있다고?
말 장난하냐. 그런 의심이 들거든 말이다, 같이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거든 말이다
아까 말했지만 부탁을 해라. 중요한 일이니 잘 해 달라고 그렇게 부탁하는거다.
이제 좀 알겠나?

잘할 수 있겠어? 하고 물어보면 사람들은 네가 겁이나서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럴거 같니?
너 나중에 일이 잘 안 됐을때, 너 잘할수 있다며~ 이렇게 말 안할 자신있어?
네가 책임져야 할 일에 대해서 "너 잘할 수 있다고 했잖아~" 이 말하려고 물어보는거냐고.
그럴거면 치사하게 함정 파 놓고 엮어 놓으려 하지 말고 그냥 딴 사람 쓰라고.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전문가를 쓰거나, 이런 말에 딴지 안 걸 말 잘듣는 사람을 쓰라고.
네가 하는 치사한 말 때문에 일하기 싫어지는 나처럼 예민한 사람 말고 말이다.

공과 사를 구분해라. 나는 네가 너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그 일에 나와 엮인 부분이 있어서 네가 걱정하는 부분이 있다면, 네가 잘해라.
나보고 잘 할수 있겠냐고 묻지 말고 네가 잘하란 말이다.
그래서 나만 잘하면 될 것 같으면 나한테 "잘 부탁합니다" 라고 부탁을 해라.
네가 부탁할 일을 나한테 기회를 주는 듯 하면서 잘할 수 있냐고 묻지 말란 말이다.

만약, 네가 부탁을 할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나한테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거든
다시 한번 말하지만, 걱정을 안고서 까지 나한테 일을 시키지 말고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려무나. 알겠냐?

나는 네가 신경써주는 그런 건방짐이 아주 싫구나.
왜, 그 자리에 적합한 말을 하고 싶었던거냐?
남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더냐?
정신 차려라. 네 나이가 몇살인데 아직도 위아래를 넘보냐.
일을 안해봤냐? 현장을 모르냐?

일을 시키고 사람을 부리는 것은 다그침과 의심이 아니다.
너는 또 나쁜 말을 나한테 하는구나.
네 지위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는구나.
네 지위에서 어쩔 수 없으면 하지마라.
왜 책임을 남한테 은근 슬쩍 넘기려고 하냐.

나를 위해주는 척 하면서 네가 바라는 일을 하려고 하지 마라.
네가 나에게 할 일은 부탁이지 명령이 아니다.
명령을 하고 싶다면 네가 명령할 수 있는 상대에게 해라.

네 생각에 내가 건방진 녀석이라는 판단이 섰다면 프로젝트에서 나를 버려라.
나를 위해서 네가 나에게 일을 줬다고 생각하지 마라.
도대체 너의 목표를 위해 필요한 것이 뭐냐?
너의 목표에 필요한 것을 취해라.
네 입에서 의리를 말하지 마라. 어울리지 않는다.
제발이지, "너를 위해서" 라고 네 입으로 말하지 마라.
아주 역겨워서 토악질난다.
나를 위해서 네가 한 일이 있다면, 내 입으로 "고맙다" 라고 할 것이다.
네 입으로 나한테 고마워하길 바라는 말을 유도하지 말란 말이다.
너는 유치원 선생이 아니고, 나는 유치원생이 아니다.
너의 싸구려 말 때문에 우리의 지능수준이 함께 내려가지 않길 바란다.

이번 일로 너와 내가 일은 같이 하지 않을지 몰라도,
인간적으로 멀어지지 않을 자신은 있으니 네 목표에 부합하는 선택을 하기 바란다.

저리 가거라.
그리고 잘 생각해보고 감을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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