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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상'에 해당되는 글 144

  1. 2009.11.22 가끔 하늘을 보자 1
  2. 2009.10.03 미루고 어질러 놓기 2
  3. 2009.09.29 2009년 9월 29일에 9름 일기를 시작한다. 1
  4. 2008.04.02 새가 죽었다
  5. 2007.09.04 계획?
  6. 2007.07.22 3시간을 달리는 소녀
  7. 2007.06.17 초여름 저녁, 기다리는 시간
  8. 2007.05.08 일기
  9. 2006.10.27 고개숙인 남자
  10. 2006.08.03 한밤의 폭력구타 사건
  11. 2006.07.19 집으로 가는 길
  12. 2006.07.12 인정하고 싶지 않다
  13. 2006.07.06 동사무소
  14. 2006.06.25 기차
  15. 2006.06.19 회식
  16. 2006.05.22 소름 끼치는 꽃
  17. 2006.04.26 너무 빠르다
  18. 2006.01.01 당직 근무로 새해를 맞이함
  19. 2005.10.20 혼자 갖는 술 시간을 위하여
  20. 2005.09.21 BAR
2009. 11. 22. 22:04

가끔 하늘을 보자 사소한 일상2009. 11. 22. 22:04


낙산공원 주차장에서 대학로 쪽을 보다

낙산 공원 주차장에서 대학로 쪽을 보다


그래, 그러자.



응???



대학로 공연을 위해 며칠째 대학로에 가고 있다.
전에 살던 집 근처라 한번 돌아 보려고 갔던 길에 알게된 낙산공원. 전에도 이런 공원이 있었던가?

허물어져 가던 아파트가 있었던 자리에 공원이 생겼나 보다.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돌아서니 저절로 하늘이 보인다.
가끔 하늘을 보자고 생각은 했지만 문득 생각이 날 때 보면 벌써 해가 져버린 이후기 일쑤다.

이화동 언덕배기에서 세상은 낮게 드리워져 굳이 하늘을 보려하지 않아도 볼 수 있다.
귀신집이라 불리던 극단 연습실 건물 옥상, 옥탑방에서 지내던 시절에 이 세상을 얼마나 내다 보고 살았던가.
살고 있을 땐 그 풍경이 그다지 새롭지도 않고 감동도 없었기 때문일까.
몇 걸음만 내 딛어도 볼 수 있는 이 풍경을 그때도 자주 보진 못했던 것 같다.
가끔 맥주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면서 보냈던 옥상.
세상을 내다 보던 풍경이 좋았다.

길은 그대론데, 살던 집은 사라졌다. 터가 넓고 큰 나무가 있던 그 집은 이제 공장처럼 생긴 빌라가 들어섰다.
골목길엔 차가 가득해 비탈진 길에서 차 2대가 교행하기도 어렵다.
그 집에 살던 강아지 모들이도 생각났다.

그땐 그랬지, 이 동네에 살았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대학로를 향해 발걸음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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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9. 10. 3. 16:24

미루고 어질러 놓기 사소한 일상2009. 10. 3. 16:24

어쩌다 한번 책상을 어질러 놓을 수는 있다.
작업 중에 이것 저것 꺼내 놓다 보면 어질러지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늘 어질러져 있는 것은 좋지 않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도면도 수정하고, 납땜도 하고, 부품도 늘어 놓고, 빵판으로 테스트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책상에 뭘 올려 놓기가 두려울 정도로 쌓인게 많아진다.
어질러 놓은 상태에서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행이지만 하루 이틀 진행되다 보면 책상은 어찌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깔끔하지 못한 책상은 작업을 방해할 뿐더러 자리에 앉는 것도 꺼리게한다.
작업을 하다 말고 TV를 보거나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려 버리는 것 같은, 일을 미루는 것이 가장 나쁘다.
여유 부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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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곳에 새 일기를 시작한다.
뭐가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일상인데,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 것도 아닌데, 나는 새로운 공간에 마음이 놓인다.
변화가 필요했던 걸까. 어제 까지 있었던 일상에서 두어걸음 폴짝~ 벗어나고 싶었던 것일까.

물러서지 않겠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어떤 결과든 나올 것이라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동안 나는 포기해야 할 일이 생길만큼 뭔가를 시도하지도, 나서지도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없어진 건지, 있지도 않았던 건지.
겁 먹고 움추리고 몸을 너무 낮춰버린 것 같다.

그래서 이제,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에서 조금 더 행동하는 생활로 변화를 주고싶다.
나를 위한 시간을 소중하게, 귀한줄 알고 충실하게 쓰겠다.

일기는 그 날의 기록이고 개인적인 것이지만, 여기에 쓰이는 나의 기록은
그날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떠나 보내기 위한, 오늘을 보내는 이별의 세레모니가 되면 좋겠다.

안녕, 즐거웠어.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냈어. 안녕... 그렇지만 오늘을 그리워 하진 않을거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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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8. 4. 2. 20:52

새가 죽었다 사소한 일상2008. 4. 2. 20:52

장치 걸이대 사이로,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새가 날고 있었다.
푸드득 거리는 소리와 이상한 움직임으로 정체를 드러낸 그것은 날개 끝이 하얀 까치였다.
장치 반입구가 열려 있었으니 그 쪽으로 새가 날아 들었을까.

전동 모터와 와이어 로프들이 촘촘하게 배열된 무대 천정에는
세트 걸이대를 비롯한 많은 장치들이 메달려 있어 새가 날기에는 좁고 위험해 보였다.
새는 자신이 들어온 길을 잊어버렸는지, 출구를 찾기 위해 높은 곳에서만 날아 다녔다.

석면으로 마감된 천정쪽은 어떤 생명에게도 좋은 환경일 수 없다.
무거운 것들을 메달아 지탱하는 와이어 로프는 붙들고 서 있기에 너무 흔들리고 또 날카로웠다.
물도 벌레도 없고 앉아서 쉴만한 공간도 없는 그곳에서 새는 며칠을 버티는 것 같았다.
그 존재가 잊혀져 갈때 쯤, 새가 드디어 무대로 떨어졌다.

추락한 새는 잠깐 동안 꿈틀거리긴 했지만 금새 잠잠해졌다.
죽어가는 동안 자신이 들어왔을 장치 반입구를 보았을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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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7. 9. 4. 13:15

계획? 사소한 일상2007. 9. 4. 13:15

음... 지켜 내기나 할지가 의문이긴 하지만, 시작부터 말이다.
이런 계획을 세웠다. 요일별 활동 스타일 계획.

월요일은 일찍 귀가한다.
화요일은 검도 도장.
수요일은 사람들과 함께한다.
목요일은 검도 도장.
금요일은 검도 도장을 권장하지만 외부활동이 있을 때는 외부활동.

월요일은 외부활동 하지 않고 집으로 귀가해서 집안 일을 한다.
빨래, 청소, 설거지, 방닦기 등.

수요일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한다.
자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안부전화도 하고, 자리를 함께해서 이야기도 나누고 등등.
가능하면 약속은 수요일 퇴근 후 정도로 하는거다.

금요일은 내가 약속을 잡는 것은 아니지만 꼭 참석해야 하는 경우의 약속을 잡도록 한다.
수요일이 능동형 약속이라면 금요일은 수동태 약속인거다.

토요일은 능동형이든 수동형이든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것들을 보완하도록 한다.
토요일은 늘 공연이 있으니까 어차피 퇴근후 약속은 쉽지 않다.
미뤄서는 안 될 것들을 하는 날. 외부 약속일 수도 있고 집안일 일수도 있다.

일요일은 쉰다.
웬만하면 약속 만들지 말고 가만히 지낸다.

어디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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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7. 7. 22. 12:52

3시간을 달리는 소녀 사소한 일상2007. 7. 22. 12:52



시간을 달리는 소녀

언뜻 보기에 "3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힘들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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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7. 6. 17. 16:37

초여름 저녁, 기다리는 시간 사소한 일상2007. 6. 17. 16:37

버스 정류장 이름은 "종로약국" 이었지만 종로약국이 보이지 않았다. 여긴 한때 종로약국이 있었던 곳이었던 것일거다. 종로도 아니고 종로약국도 없는 종로약국 정류장 근처에 차를 세웠다. 아니, 세우고 보니 그런 곳이었다.

이곳은 연서시장의 끝자락과 새장터 마을이 시작되는 경계지점. 오밀조밀한 가게들이 줄을지어 서있다. 규모들이 고만고만해서 서로 사장님이라 부르는 것도 동네를 벗어나면 민망할지 모른다. 시장쪽에서 마을로 향하는 방향으로 차를 세웠으니 나를 마주보는 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은 마을에서 나오는 사람들이고 내가 등을 보는 쪽으로 걷고 있는 사람들은 귀가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지금은 8시 반. 9시에 만나기로 한 후배가 9시에 출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1시간 반은 걸리는 거리에서 아직 출발도 안하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 이왕 만나기로하고 왔으니 무작정 기다리기로 한다. 조수석 의자 뒤편에 꽂아 두었던, 어디까지 읽었는지도 중요하지 않고 천천히 읽기에도 무리가 없는 책을 꺼내 들었지만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졸음이 다가왔다.

아직 저녁 끼니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상태라 뭔가 먹을 거리가 필요했다. 주유소에서 받은 광천수는 맛이 이상했다. 소금물이라도 마신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길건너 피자투어 간판에 써있는 "테이크아웃 라지 한판 5천원"이 눈에 밟히는데 지갑엔 돈이 없다. 동네 가게들이 아무리 민망한 규모라도 라지 한판은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짜증은 배가 고파서 생기는 증상일 것이다. 나에겐 광천수 1병뿐.

이미 늦어버린 후배들과의 약속으로 마음 속에선 여러차례 불꽃이 일다 사그라들었다. 많은 변명을 들었고 변명에 대응한 화를 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기다리고 있는 지금 마음만큼 화도 나지 않을 것이다. 다소 서운한 마음쯤은 얼굴을 보면 사그라들 것이다. 그만하면 됐다. 그들도 달려오는 동안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니 웃으면서 맞이하자... 그렇게 되어야 좋을 것이다.

길건너 버스 정류장 안내판엔 3번째 커플이 떠났고 또 기대 서 있다. 직장 동료인듯한 아줌마 3명이 한참 수다를 떨다 버스에 올랐다. 종점이 가까운건지 버스들은 대체로 텅~ 빈채로 나타났다. 바람에 떨어진 나뭇잎이 눈처럼 내렸다. 오른쪽 창 밖에서, 아이가 빨리 따라오지 않는다고 아버지는 뒤돌아서서 큰 소리를 냈다. 마주 걸어오는 청년은 구렛나루와 턱 수염이 연결된채 화장이라도 한듯 뚜렸한 얼굴을 가졌다. 두손에 짐을 든채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여자의 발걸음이 무겁다. 신호에 걸린 냉동차는 답답한듯 길을 건너는 여자를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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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7. 5. 8. 16:11

일기 사소한 일상2007. 5. 8. 16:11



하루에 500자 정도는 쓰자고 마음 먹는다.
하도 자주 먹어서 기호 식품이라 할만하다.

따지고 보면 그리 힘들것도 없었는데 쓰지 못하고 있다.
쓰지 못하는 병은 쉽게 전염되어 온 몸에 퍼진다.

많이 가벼워져 쓰는 것에 부담 없는 상태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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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6. 10. 27. 17:42

고개숙인 남자 사소한 일상2006. 10. 27. 17:42

내가 앉은 자리 맞은 편 두 세 자리 건너에 어르신 두분이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있다.
주문을 마치고 밥을 기다리는 동안 두 분은 더 마시자 그만 마시자를 얘기 하신다.
술은 남았는데 안주가 없다고 뭣 좀 내오라는 목소리.
이제 그만 드시라는 주인 아줌마 목소리.
같이 앉아 계신 어르신은 다음에 오면 남은 것 주실거죠? 라며 더 마시자는 친구에게 일어날 것을 권하고,
아주머니는 장단을 맞춰 꼭 챙겨 놓겠다고 약속한다.
더 마시길 바라는 어르신은 아직 말씀이 남았는지 남은 술을 물컵에 따라 마시며 못 들은채 한다.

밥이 나오고 부지런히 먹는 중에도 어르신 말씀은 이어진다.

밥을 다 먹었을 때쯤 어르신 테이블을 보니 더 마시자던 어르신은 고개를 숙인채 말씀 중이다.
열정적인 손짓에 목소리는 웅변가 같지만 술기운에 고개가 들리지 않는다.
무슨 말씀을 하고 있는지 알아 들을 수도 없다.
가끔 고개를 들고 말씀하시지만 눈동자가 앞에 있는 사람을 볼 기운도 없어 흰자위가 더 많다.

술 마신 다음 날, 반만 기억나는 경우가 있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알겠는데 그 사람이 무슨 대답을 했는지, 무슨 표정이었는지,
혹은 그런 말을 듣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 그런.

출장지 낯선 식당에서 내 기억의 몇 부분과 어르신의 모습이 매치되어 실실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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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6. 8. 3. 04:09

한밤의 폭력구타 사건 사소한 일상2006. 8. 3. 04:09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남자도 소리를 지른다.

닥쳐 닥.쳐.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이 들었다.

여자의 비명은 날카로운 고음이 아니었다.
울음 소리가 섞여 있었다. 우는 중에 놀라서 지르는 비명이었다.
비명소리는 여자가 맞는, 남자가 때리는 타이밍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새벽 3시 반.

창 밖을 내다보니 위층 옆 쪽인 것 같다.
마주 보는 집 벽에 비친 불빛에 그림자가 분주했다.
비명 같은 울음 소리는 1분여 동안 계속됐다.

아무도 나와 보지 않았고, 싸이렌도 경찰도 신고도 없었다.
만약 경찰이 왔고 이웃 주민들이 말렸다 하더라도
경찰은 안전을 확인하고 그냥 돌아갈 것이고 주민들도 단지 그 순간만 넘길 뿐 어찌 할 것은 없다.

시간이 지났고, 이제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런 일이 있기는 했는지, 꿈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하긴... 지금은 4시가 넘었다)

폭력 앞에 순응한 채 떨고 있는 것인지,
화해를 했는지(구타 당한 뒤 자기 의지로 화해가 가능하기는 한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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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6. 7. 19. 02:12

집으로 가는 길 사소한 일상2006. 7. 19. 02:12

모두 퇴근 해버린 공연장은 괴담에나 나올듯 으시시한 분위기가 있다.
불꺼진 로비를 지나 객석 출입구로 보이는 빈 객석 어딘가에 누군가 앉아 있을 것만 같다.
퇴근 기록을 남기고 경비 아저씨의 배웅을 받으며 나온 관리동 앞에 후두둑 비가 내린다.

피곤한 몸과 물이 고인 바닥을 지나면 물기가 스며들 바지 자락,
한적한 기분 때문이었을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기분이다.
술 마신 날 딱 이런 기분이니, 술도 안 마시고 취한건가.
비어있을 것 같은 주차장에는 아직 차들이 많이 남았다.

쓸쓸한 기분이 들더라도 누군갈 찾기 보다 혼자 그러려니 하는 날들이 많아지겠지.
혼자 살아간다면 앞으로 이런 기분이 자주 들겠지.
술을 마셨다면 누구에게 전화 했을까.

울퉁불퉁한 인도에는 곳곳에 물이 고여 바지 자락이 젖는다.
비스듬히 내리는 비가 우산을 지나 옷 위에 떨어진다.
거리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차 들만 쌩쌩다닌다.

횡단 보도를 건너는 발걸음이 무겁다.
오피스텔 앞에 멈춘 택시에선 술 취해 비틀거리는 여자와 부축하는 남자가 내린다.
편의점 창가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나와 닮은 호기심을 가졌다.

여전히 남의 이름으로 배달된 우편물을 우편함에서 꺼내 반송함에 집어 넣고 방문을 열면 후끈,
낮 동안 모여 있던 뜨듯한 열기가 묘한 냄새로 다가 온다.

오늘은 쓰레기 봉투도 좀 버리고 발 디딜 자리는 좀 만들어야겠구나...
매일 반복하던 결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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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6. 7. 12. 17:12

인정하고 싶지 않다 사소한 일상2006. 7. 12. 17:12

아아... 내 모습도 이런가...

문득 내 앞에 앉아 있는 O가 부담스럽다. 퍼뜩 술이 깨는 느낌이다. 호감이었던 미소가 갑자기 비굴해 보인다. 배시시 웃는 미소가, 살짝 비치는 내림 말투와 섞인 존대말이 귀에 거슬린다. 소주 반잔도 안 되는 양이 입 안쪽 뒤편에서 역겹다. 배가 불러서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더 이상 마실 수 없다. O는 나에게 술을 먹이겠다고 고집이라도 피울 기세다.

마지막 잔을 건배하고 털어 넣는 내 모습을 O가 빤히 쳐다 본다. '취해서 못 먹는게 아니라 너 때문에 기분이 안 나서 못 마시겠다'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표정엔 벌써 표현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조금씩 위험선을 넘어왔고 넘어갔다. 내 기분은 벌써 술자리에서 멀어졌다.

O가 나에게 실수한 것이 없으므로 나는 딱히 그를 미워할 만한, 기분 나빠할 만한 구실을 찾을 수가 없다. 단지 O에게서 내가 보기 싫은 내 모습을 발견했을 뿐이다. O의 잘못이 아니다. 나 혼자 기분이 나빠진 것인데 화는 O가 뒤집어 썼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O가 억울해 할만한 일이지만 벌써 그래버린거다. 그가 나보다 약해 보였기 때문일까. 약해 사람 앞에서 강해보이고 싶었던 걸까. 나는 겨우 그런 사람인가.

자신이 가진 힘을 엉뚱한데 쓰고 있는 O가 답답하다. 화를 내야 할 곳은 거기가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O에게 짜증을 내고 있다. 짜증을 내야 할 곳은 거기가 아니야라고 내가 나에게 말을 해야 할 상황이었던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건데 그땐 그런 생각을 못했다.

O에게 말해주지 않았던, 말 할 수 없었던 그 날의 술 자리에서

- 화를 낼거면 화를 들어야 할 상대에게 화를 내야 한다.
- 분위기가 벌써 형님 동생 하는 분위기에서 존대를 할거면 제대로 하자.
- 어느새 형님이 되어있는 분위기면 억지스럽게 존대하지 말자. ("나는 모두에게 존대말 쓴다"라는 걸 강조하는듯 행동하지 말자)
- 술 기운에 호기 부리지 말자.
- 내 경험이 모든 현상에 통용되는 진실인것 처럼 말하지 말자.
- 누구든, 술 주정을 받아주는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 되지 말자.

라는 다짐을 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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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7. 6. 21:38

동사무소 사소한 일상2006. 7. 6. 21:38

"이름하고 주민등록번호를 말해 주세요"

동사무소는 이제 막 점심시간이 끝난 시간이라 아직 빈자리가 많다. 공익들은 잡담인지 업무인지 모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모여 있다. 주민등록증 담당 직원이 곧 다가와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를 말하라고 했지만 미처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검색 액션으로 전환하니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대략난감. 이름 첫글자와 출생년도 정도면 충분할 정보였다.

작은, 의약품 상자같은 철제 박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신청해두었을 주민등록증이 반도 넘게 들어 있다. 나 처럼 주민등록증을 잊어버린 사람들이 신청한 재발급 주민등록증도 있을 것이고 이제 처음 발급 받는 사람들 것도 있을 것이다.

직원은 주민등록증 더미에서 하나를 골라 내기 위한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를 물어 본거다. 주민등록증은 이름 순으로 되어 있거나 주민등록 번호 순으로 정리되어 있을 것이다.

벌써 '구'로 시작하는 이름을, 내 출생년도로 시작하는 주민등록 번호를 찾고 있을 그 직원에게 나머지 주민등록 번호를 불러주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발음을 시작해버린 주민등록번호는 끝자리까지 흘러 나왔다. 반 이상은 흐트러져 나도 알아 듣기 어려운 상태이긴 했지만.

'구'로 시작하는 이름이 많지 않았던지 혹은 내 출생년도의 사람이 많지 않았는지 직원은 주민등록증을 금방 골라냈다. 훓어가듯 슥 지나는 시선으로 주민등록증 사진과 내 얼굴을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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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6. 25. 02:47

기차 사소한 일상2006. 6. 25. 02:47

기차를 탔다. 3호차 39번 자리에는 젊은(어린?) 여자가 앉아 있다. 옆자리가 비어 있었으므로 굳이 내 자리를 비켜 달랄것 까진 없었지만 표를 보여주며 내 자리라고 말했다. 여자는 자기 자리라고 말한다. 서로 표를 보여주는데 같은 좌석이다.

영등포까지 20분. 나는 복도쪽 좌석에 앉았다. 창 밖은 어느새 어두워졌는지 여자는 유리창에 비치는 자기 얼굴을 비쳐보느라 바쁘다. 행여 유리를 통해 눈이라도 마주칠까 나는 창밖을 내다볼 엄두도 내지 못한다. 유리창으로 눈이 마주치면 훔쳐보다 들킨듯한 느낌이 들어서 억울하기 때문이다. 여자는 정읍에서 부터 타고왔을 기차가 불편했는지 한손은 종아리를 주무르고 있다. 호리호리한 종아리는 근육통보다 주무르느라 꾹꾹 누른 손가락 때문에 아파 보였다.

몇 칸 건너 자리에 기획팀 M이 보인다(운영팀인가?). 같이 탔을텐데 미처 보지 못했다. 벌써 잠이 들었는지 의자 바깥으로 기울어 떨어질듯한 뒤통수가 보인다. 내릴때 아는체 하면 어색해 할만큼 잠들었다.

책 너머 보이는 종아리가 신경 쓰이더니, 책에 집중하자 몇장 넘기지도 못하고 잠이 온다. 머리가 짧아진 이후로, 자다 깨어났을때 눌린 머리가 없어져 마음도 편하다. 영등포 역에 도착하자 종아리를 주무르던 여자는 날렵한 몸매만큼이나 날렵한 속도로 내렸다. M은 사람들 때문에 잠이 깬듯 뒤척이긴 했으나 내리는 기색은 아니었다. 내리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출구쪽은 느릿느릿했다. 나는 잠에서 막 깨어난 두 눈을 껌뻑이며 기차에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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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6. 19. 01:17

회식 사소한 일상2006. 6. 19. 01:17

따뜻한 콧김이 팔꿈치에 닿았다.
옆자리에 앉은 S는 콧김을 길게 내 뱉고 있었지만 본인은 모르는 듯.
회식 자리는 흥이 나지는 않았다.
좋은 안주거리에도 술에 손대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S는 마주 앉은 후배에게 술을 권하며 사람들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
어색한 회식 자리는 참석한 사람들의 마음 만큼 빨리 끝나지는 않았다.
S가 비운 술 잔이 늘어 날수록 콧김이 세게 날아왔다.
술을 마실때 나도 모르게 콧김을 내뿜는 공룡이 되어 있지는 않은지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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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5. 22. 00:57

소름 끼치는 꽃 사소한 일상2006. 5. 22. 00:57

꽃을 보면서 소름끼치는 일이 어디 흔한 일인가.

베란다에 내다 놓은 감자에서,
빨래 걸이대에 올려 놓은 대파에서,
박스에 담아 놓은 양파에서 꽃이 피었다.
감히 먹어 볼 엄두는 못내고 쳐다 보는데 소름이 돋는다.

대파는 뿌리가 마르고 잎이 썩어 들어가는데도 민들레 처럼 생긴 꽃을 피워냈다.
방 안으로 꽃씨가 날아다닐까 걱정될 정도로 크고 화려하기까지 하다.

꽃을 피우려고 산 것이라면 그냥 말라 죽기만 했을것이다.
생활과 관련된 것들은 대체로 내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된다.

대파와 함께 샀던 당근은 파란색 비닐 봉지에서 꺼내 보지도 못했다.
물컹한게 느낌이 좋지 않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삶아도 딱딱해져 버릴 만큼 겉이 갈라진 고구마, 까맣게 되다 못해 녹아서 내리기까지 하는 바나나를 만난적도 있다. 언젠가 우리집에 방문했던 취객이 먹다말고 책꽂이에 올려놓은 바나나는 잘 닦이지도 않는 당분을 흘리며 까맣게 변해있었다.

야채와 채소를 사다 놓으면 어서 먹어 치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길 정도지만 끝까지 버티는 놈이 없다. 쉽게 포기하고 타협하는 나와 닮은 것도 같다. 좀 버텨 보기나 하지.

운 좋게 초반부터 냉동실에 들어갔던 대파들만 남았다.
냉동실에 보관할 수 있는 만큼만 사서 쓰면 좋겠는데, 시장에서 파는 채소들은 늘 양이 많다.
자주 먹는 수 밖에 없다.

야채 꽃을 볼 날이 오지 않는, 숙련된 주부 스킬이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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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4. 26. 00:31

너무 빠르다 사소한 일상2006. 4. 26. 00:31

한 시간 두 시간은 느린데 하루 하루는 빠르다.
피곤한 하루 하루가 이어질 수록 방이 지저분해졌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을 수록 현실을 외면할 수 있는 유혹도 많아진다.
그나마 도박이나 마약 같은 종류의 유혹이 아닌 것이 다행이라 할만하다.

현실을 떨쳐 내고 싶은 유혹들은 남들이 부러워 하는 종목이라는 점에서 허영이 생겨날 틈도 많다.
하지만 사람들이 부러워 하는 것은 그 종목의 독특함이지 내가 아니다.

한 두 걸음 내 딛은 짧은 보폭으로 건방을 떨지 않아야 우아할텐데,
건방도 유혹이라 (더군다나 겸손을 가장한 건방이란!) 금방 후회할 자랑의 말들을 생산한다.


자중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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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6. 1. 1. 02:40

당직 근무로 새해를 맞이함 사소한 일상2006. 1. 1. 02:40

해를 넘기는 마지막 밤, 숙직근무에 당첨!되었다. 지난번 숙직근무를 해보니, 밤 시간에 주어진 시간이 꽤 길었었다. 그 시간에 노트북에 저장해둔 영화 두편을 보겠다고 작정하고 있었지만, 신년음악회를 비롯한 행사들이 많아서 그다지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다. 30~40분 정도면 끝날 순찰근무도 외부에 공연 나갔다가 들어오는 팀이 있어서 3번이나 해야했다.

3번째 순찰을 마치고, 전화로 보쌈을 주문했다. 여전히 술은 마시지 않는 송아저씨와 안주는 술을 마실때 필요한 건더기일 뿐, 안주 그 자체로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반장님과 함께였다. 지난번 당직과 이번 당직 모두 이 두분과 함께하는거다. 깜빡이 아저씨도 술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내가 그 분과 함께 당직근무에 순서가 되지는 않았다. 깜빡이 아저씨는 건망증이 있어서 "아~ 깜빡했다~" 라고 자주 말씀하신다. 당직 근무자에게 술을 사라고 권유하는 방법이 다양하기로 유명하다.

당직반장님은 연세에 비해 키가 무척 큰 편이다(175라고 하셨는데, 느낌으로는 180이 넘어 보인다). 송아저씨는 돼지고기를 먹으면 배가 나온다며 한점 이상은 드시지 않는다고 반장님이 말씀해주셨다. 송아저씨는 소싯적 버릇이 나온다며 술도 드시지 않고, 배나오는 것이 싫다고 고기도 한점만 드신다. 대단한 자제력이시다라고 놀라니 "자제력"이라는 단어로 많은 이야기를 꺼내주신다.

반장님과 보쌈에 딸려온 소주 1병을 나눠 마시고 나니 인포메이션 데스크 어딘가에서 백세주 한병을 가지고 오셨다. 얼마전 공연을 마치고 분장실에 있었던 술병이라나. 그저께쯤 국악공연이 있었는데, 그때 어른이 많으셨다. 아마 그때 분장실로 들어온 술이었나보다.

숙직실 방 바닥은 뜨끈뜨끈해서 만성 피로를 풀어 줄 것 같았지만 너무 건조한 공기 때문인지 코가 막히고 답답했다. 가습기는 그 크기가 작아서인지 숙직실 내부를 적셔줄 기미가 없었다. 목이 자주 말랐다. 물을 마시기 위해 자주 잠이 깼다. 로비에 있는 정수기의 냉수는 숙직실 보일러에 달궈진 뜨뜻한 몸을 차갑게 식혀주었다. 싸늘한 새벽 공기와 냉수는 새벽의 기분 좋은 느낌을 온몸에 전달했다.

물 마시러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새해 첫 날이 밝아왔다. 어스름한 하늘이, 차가운 새벽 기운을 느끼며 정적이 감도는 공연장 로비에 서 있었다. 광장을 향해 나있는 커다란 유리창 앞에서서 새벽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밑도 끝도 없이 근원을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무엇에 대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새해 첫 날, 기분 좋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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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5. 10. 20. 01:36

혼자 갖는 술 시간을 위하여 사소한 일상2005. 10. 20. 01:36


한라산 소주와 함께 한밤의 술자리를 만들었다.
한성해물경단과 버섯을 조금 볶아냈다.

집에서 혼자 마시는 술자리에 소주는 역시 초라하다.
같은 안주를 놓고서도 맥주를 놓았을때와 느낌이 다르다.
웬~~지 소주는, 특히 혼자 앉은 자리의 소주는 패배자 느낌을 풍긴다.

첫 잔을 마시면서 200ml 라는, 소주 반병 분량이 많다고 생각했다.
병 두껑을 열면서, 다 마시지 못하면 버리자. 악착같이 마시지 말자... 생각했다.
혼자 마시는 소주는 초라한데다, 부담스럽기 까지 했기 때문에 쉽게 병두껑을 열지 못했었다.
냉장고에 맥주도 없는데다 사러 나가기도 귀.찮.았.다.

반잔씩 홀짝 거리며 안주를 먹다보니 알겠다.
맥주는 다른 짓을 하면서(TV를 본다거나 인터넷을 한다거나) 홀짝 거리며 마실 수 있지만
소주는 집중을 하는구나...

대화 상대가 없으니 허전하구나...
들어줄 사람이 없으니 할 말이 없구나, 할 말이 없으니 뻘쭘하구나...
그래서 초라한 것은 소주가 아니라 나였구나... 하는 것을 알겠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술 마시는게 부끄러워서 술 마시는 캐릭터가 생각났다.



추천음악:

이병우님의 <혼자 갖는 차 시간을 위하여>
--> 이 제목을 차용했으므로. 같은 제목의 연주를 꼭 들어 보셈~

<혼자 갖는 차 시간을 위하여> 앨범의 <뭐가 그리 좋은지>
--> 문득 문득 별견하는 나의 어색한 표정을 보면 생각나는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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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5. 9. 21. 01:40

BAR 사소한 일상2005. 9. 21. 01:40

독한 술이었다.
홀짝 홀짝 마셨는데도 목에서 코로, 코에서 눈에까지 찌릿한 느낌이 전해왔다.
바텐더는 천천히 마시라고 말했다.

그렇고 그런, 얘기랄 것도 없는, 완성되지도 못한 문장이 바디 랭귀지와 함께 쏟아졌다.
완성되지 못한 문장은 이해를 방해했고, 집중하지 못한 나는 창 밖으로 시선을 자주 옮겼다.
그에게 전달되는 말은 짧은 단문일 뿐, 길어지는 문장은 말하는 사람 밖에 알지 못하는 듯 했다.
수작을 거는 손님들에게 바텐더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튕기지도 평가하지도 않았다.
취조실을 바 처럼 꾸미면 진술을 더 쉽게 받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술 취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아무도 듣지 않는 이야기를 건성이라도 들어주는 직업이 있다는게 놀라웠다.
바텐더는 가벼운 희롱을 가볍게 넘겨버릴 수 있는 내공을 갖춘 사람들 같다.
가식으로 착한척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네가 말하니까 듣는다고 듣는다.
이야기의 무게나 깊이와는 상관없이, 그냥 "네가 말하니까 듣는다"다.
그런데도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끊임 없이 말하고 싶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바에는 술마시러 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하러 가는구나 생각했다.
별 얘기는 아니더라도 은근 슬쩍 하고 싶은 말 묻어 내기도 하고,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낄낄 거리기도 하고, 그런 긴장이 풀린 상태를 사는거구나 싶었다.

술마시며 조용히 이야기 할 곳을 찾는 사람도, 그냥 심심한 사람도 바에 찾아온다.
웬지 우아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만 아니라면 친해질만한 분위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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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