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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1. 29. 09:27

눈이 내린다 사소한 일상2005. 1. 29. 09:27

크고 굵은 눈이 내리고 있다. 어딘가 카메라가 있을텐데, 내 주변의 물건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필요할 때는 보이지 않는다.

주차장 옥상에 만들어진 정원에 눈이 쌓였다. 평소보다 훨씬 깨끗해 보인다. 정원에 정돈된 작은 나무들 위로 눈이 앉아 마치 오래된 성의 고급스런 정원에 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맞은편 건물 피트니스 센터의 큰 유리창 앞에는 눈이 쌓이지 않았다. 난방으로 인해 유리창 주변이 따뜻해져 있기 때문인가.

하늘엔 파란 색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조금은 어두운 흰색. 어두운 흰색이란 말이 있긴 한가? 창을 향해 달려드는 눈들은 유리에 닿자 마자 녹아 내렸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눈들이 내 눈앞으로 달려오는 듯 했다. 눈은 아래로만 내리지 않았다. 옆으로 그리고 위로도 내렸다. 한가롭게 창밖을 내다보는 나에겐 전달되지 않는 바람이 그들을 위로, 옆으로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바람은 눈들을 바닥에 내려 놓아서는 안 된다는 사명이라도 띄고 있는 듯 눈들을 이동 시킨다. 바닥에 떨어진 눈보다 나무 위에 쌓인 눈이 더 예쁘다. 가까이 내리는 눈들은 위로 왼쪽으로, 멀리 내리는 눈들은 오른쪽으로 흘러 내렸다. 군무를 추듯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는 눈 덕분에 창 밖 풍경은 수시로 바뀐다.

눈이 내리는 풍경은 조용하다. 거리에는 거짓말 처럼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주전자에 물 끓는 소리가 길게 들린다. 창밖을 보던 시선을 거두기가 귀찮다. 몸은 시선을 고정한채 굳어져가고 주전자는 어서 불을 끄라며 삐익~ 소리를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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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