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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9. 5. 00:28

그 남자의 기억력 혹은 산만함 사소한 일상2005. 9. 5. 00:28

백스페이스 잘못 눌러서... 다시 쓰는 이 기분...

에이 튀~스럽다.

암튼, 다시 한번 팩트만 정리하자면...

1. 집을 나선다. 가방은 평소보다 단촐하게 어깨에 걸친 미니백이다. 최근 잊어버린 지갑 덕분에 수첩에 버스카드와 현금을 넣어 다닌다. 수첩과 심심할때 읽을 책 한권 넣었다. 출퇴근 시간이 넉넉하니 음악도 들을겸 CD를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2. 출근하자마자 소공연장 음향실에서 음악들으며 독서해야지... (참고로, 음향 사무실은 대공연장 음향실 옆에 있다. 소공연장 음향실은 그야말로 독립 자치구역이다. 오늘 근무는 소공연장!) 하는 심리적 배경도 있고 해서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뭔가 특별한 음반을 고르고 싶었다. 가벼운 옷차림에 가벼운 가방. 여기에 CD가방을 들고 다닐 수는 없으므로 딱 1장의 음반이라야 했다. 뭐든 그렇겠지만 "딱 1장, 딱 하나"라는 것은 상황을 고민스럽게 만든다. 최종 결정은 Deep Purple의 1972년 실황음반. 그 음반에는 내가 좋아하는 Lazy라는 곡도 있지만 무한정 반복해서 들어도 질리지 않을, 진짜 맛깔나게 연주하는 Lucille도 있다. 다행스럽게 그 음반은 최근 발견한, 이삿짐 박스 속에 들어있던 휴대용 CD 케이스에서 본듯도 하다.

3. 우여곡절 끝에 CD 더미 속에서 Deep Purple을 찾았다. "분명히 보았는데... 여기쯤 있을텐데... " 이런 대사 쪼~금 반복했던 것도 같다. 미리 충전해 놓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CD를 CDP에 넣었다. 어깨에 가방을 메고 손에 CDP를 들고 집을 나서야 하는데 헤드폰이 안 보인다.

4. 책상 위에 CDP를 내려 놓고 헤드폰을 찾는다. 그때 이런 생각 했다. "이러다가 CDP 놓고 나갈라..." 분명히 그런 생각했다. 여기저기 뒤적거리다 헤드폰 찾았다. 헤드폰 목에걸고, 핸드폰 챙기고, 배터리 부족할까봐 충전한 배터리 챙기는 센스까지. 최근에 잊어버린 열쇠 때문에 주인집에서 받아든 열쇠뭉치를 들고 집을 나선다(아직 복사하지 못해서 주인집 열쇠뭉치를 들고 다닌다).

5. 머리에 헤드폰을 쓰고 CD를 틀려고 하니 CDP가 안 보인다. -_-; 아까도 분명히 말했지만, 이런 상황 예측했었다. 예측하고 그대로 당하니 좀 웃겼다. 코메딘가? 좀 너무한거 아닌가 싶은 썰랑한 코메디였다.

6. 집에 돌아와, CDP 줏어들고 집을 나선다. 주인집 열쇠는 빡빡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2nd 잠금장치를 잠근다. 부드럽게 잠긴다. 앞으로 자주 이용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7. CD를 들으며 느긋하게 주일근무를 하려던 마음은 어느새 다급해졌다. 벌써 출근했어야 할 시간이 되어간다. 택시를 잡아타고 회사로.

8. 택시에서 내리니 핸드폰이 안 보인다. 택시에 두고 내렸나??? 곰곰해 생각해보니 택시 잡을때도 핸드폰은 없었던 것 같다. 사무실에 가서 전화 해보면 알겠지 머. 이러다가 택시 아저씨가 받아도 웃길거야~ 생각했다.

9. 사무실에서 전화해보니 안 받는다. 핸드폰은 집에 있나보다.

10. 공연중에 사용한 무전기 제자리에 갖다 놓고, 공연장에서 듣던 CD 챙겨서 다시 CDP에 넣고... 퇴근 도장찍고 나서다 음악 들으려 하니 CDP가 먹통이다. -_-;

11. CDP... 그러고 보니 며칠전에, 충전이 끝난 상태에서 계속 충전하기가 싫다 하는 마음에 배터리는 빼 놓았다... 뺀 채로 아댑터 연결해서 음악 들었었다.

나는 아침부터 배터리도 없는 CDP를 들고 다닌거다. 집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핸드폰 생각이 났다. 공연장에 그 출근했던 그 모습 그대로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오~ 애들처럼 이게 뭐에요~~" 라고 했었던 말이 생각났다. 그 대사에는 내 목에 둘러진 헤드폰이 한 몫 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헤드폰 끝에 배터리도 없는 CDP가 연결되어 있었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냐고오~

시간은 오후 9시 30분. 벌써 날은 어두워졌고, 바람은 살랑살랑...

이런 일이 있었다는거다. 특별할 것도 없고, 새로울 것도 없는 늘 있어왔던 고만고만한 분실사건.

오늘도 결국 제자리에 있을 것들 그대로 있는 그런 분실사건.
(물론, 집에 돌아 와서도 핸드폰 찾는데 시간 좀 걸렸지만)

며칠간 어질러 놓은 때문인지, 혹은 별로 마시지도 않은 술 때문인지 내 잠자리 찾기도 어렵다.
마음이 원하는 것은 세련된(시크하다는 표현도 있다지) 도시인의 이미지지만
내 방은 항상(거의 대체로) 히피마을 혹은 동네 전파상, 마을 고물상 같다.

가끔 내게 보여주었던 그 모습. 내 방이 그럴 수도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 모습.
내 방에서 그런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밤이다.
- 그래도, 이 밤에 그런 모습을 찾아 보겠다고 시도하지는 않을거다. 귀.찮.다.

정리1: TV 스타일
권선동 구모씨, 또 다시 핸드폰 잊어버렸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가 배터리도 없는 CD 음악을 듣기 위해서라고 하는군요.

정리2: 신문스타일
구씨(36, 수원) 핸드폰 분실 후 되찾음.

정리3: 음... 그냥 그런 스타일
잃어버린 지갑 대용 수첩을 들고, 잃어버린 열쇠 대신 주인집 열쇠 뭉치를 든 한 남자가
외출을 하려다가 배터리도 없는 CDP로 음악을 들으려다가 핸드폰을 잊어버린 사건이 있었다.
그 사이에 헤드폰을 찾는 수고도 했었고, 음악 CD를 찾는 노력도 있었다고 하는데
뭔가를 찾느라 수고한 하루였다고 생각하는 모양.

허탈하게도 그가 찾는 것은 늘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는... 그런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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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