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8. 20. 07:48
하루 만에 가을이 되어 버렸다 사소한 일상2005. 8. 20. 07:48
공연을 마치고 나름대로 쫑파티에 무대기술팀 스탭들이 모였다. 드럼통 위에 마련된 술상에서 돼지고기가 김치와 콩나물과 함께 구워졌다. 술집 문은 길을 향해 활짝 열려 있었다. 문이라기 보다 도로를 향한 벽 전체가 열려있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말 소리가 버스 소음에 묻혀 중간 중간 사라지곤 했다. 시끌시끌한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두 테이블 사이에 이렇다할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다. 가끔씩 마주 앉은 자리 사람들이 말하다 말고 등 뒤의 버스 정류장 쪽으로 시선이 움직이고 있어, 볼만한 여자가 지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공연장으로 복귀해야할 나와 창은 술을 마시지 못했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쭌도 술 마시기를 중지하고 콜라를 선택했다. 우리 테이블에선 부서가 다르지만 무대에서 함께 일하는 형 혼자만 술을 마시는 상황이 되었다.
"OO야 많이 먹어~잉~~. 어라~ 저놈이 대답도 안허네~"
어색함이 없는 말투로 건너 테이블에 술을 건낸다. 술 먹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옆 테이블로 자리를 옮기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이미 옆 테이블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복귀신고를 해야하는 상황이기도 하여 밥 한공기 뚝딱 해치운 다음 자리에서 먼저 일어 섰다.
비 내린 후 부는 바람치고는 꽤 쌀쌀하다. 1교시 수업이 끝나고 2교시 수업이 시작되는 것 처럼, 여름이 끝나고 오늘 부터 가을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루 만에 가을이 되어 버렸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 경기도립 국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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