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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8. 25. 01:30

리투아니아를 아시나요? 사소한 일상2005. 8. 25. 01:30

"리투아니아"를 아시나요?

오늘 공연 팀의 국적이 "리투아니아"였습니다.
두어 시간 전에 공연이 끝났고, 그들은 좋은 공연을 보여 주었습니다.

리투아이나는 위도 50~55도 사이에 위치한, 북유럽 국가입니다.
러시아와 인접해 있지요.

리투아니아에서 온, 음향을 담당한 친구와의 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 친구라기에는 쫌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워낙... 서로 대사가 드물다 보니 거의 대부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유럽 지도를 보여주면서)

"리투아니아가 여기입니까?"

"리투라니아는 여기 입니다. (지도에 표기된 국가명은 한글이었습니다)"

"추운 나라 같군요."

"아, 여름엔 춥지 않습니다. 겨울엔 좀 춥지요."

- 너무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여름엔 좀 덥다"가 아니라 "여름엔 춥지 않다"라고 표현을 하는 정도니 춥긴 추운 나라인가 봅니다. 그게 유머였을까요? 불행히도 저는 그때 그 얘기에 웃지 않고 "당연한 얘기 아냐?" 라는 표정이었습니다.

"리투아니아는 참 작은 나라지요?" 라고 그가 말합니다.

나는 '우리나라랑 비슷하네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문장을 만들지 못해 그냥 씨익~ 하고 웃었습니다.

참고로, 리투아니아는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가 아니라 "리투아니아어"를 사용하는 나라입니다.
그 친구도 나름대로 영어를 사용하느라 애쓰고 있는겁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보다는 영어 쓰기가 편하겠지요.
영어와 비슷하게 들리긴 하는데 하여튼 "영어는 아니군" 하는 정도 느낌있습니다.

이 공연의 리투아니아 조명 엔지니어는 음향 엔지니어 보다 영어를 못합니다.
- 게다가 무뚝뚝하고 다혈질적인 기질까지 보입니다. 고집도 쎄 보입니다.
그래서 조명실 보다는 음향실 분위기가 한결 낫습니다.

외국인들은 나이 보다 많이 들어 보이긴 하지만 경험상... 이 친구 나이는 30을 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일단 배가 나오지 않았고, 피부가 탱탱한데다 주름살도 많지 않고... 잘 생겼군요. -_-;

공연 중에 있었던 짧은 얘기들은 대체로 그림을 그려 가면서 그럭저럭 지나 갔습니다.
통역이 음향이나 조명 조종실에 여유있게 머물러 있지를 못했고,
특히 음향실 쪽은 그나마 지들끼리 말을 하고 있으니 더더욱 통역이 머물러 있을 찰라도 없었지요.

셋업하루와 이틀간의 공연을 마치고 이런 대화를 합니다.

"당신을 만나서 참 반가웠습니다. 좋은 사운드였습니다. 저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아, 저도 그랬습니다. 사진 한장 같이 찍어도 될까요?"

"그럼요. 그래야지요. ㅎㅎㅎ"

조명감독님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한장 찍었습니다.
프리뷰를 보니 사진 구도가 영 어색한게 맘에 들지 않지만
다시 찍기가 번거롭고 어색하여 대충 마무리 합니다.

"이메일로 사진 보내 주시겠습니까?" 라고 묻는데 지 이메일을 나한테 알려 주려고 합니다. -_-;

그래서 내 이메일을 빨리 써서 줘 버렸습니다. '니가 먼저 보내세요~' 라는 의미죠.

"공연에 사용한 CD를 카피해서 하나 가지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아... 이거요... 음.... 이거... 저작권 문제 때문에... 어찌해야할지...."

"아, 그렇담 뭐... 괜찮습니다. 마음에 두지 마세요~"

"네... ㅎㅎㅎㅎ"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이런 대화를 하는 중에 음향 엔지니어를 제외한 다른 식구들은 무대 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너 서둘러야겠다. 너 빼고 늬네 식구들끼리 사진 찍는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역시 문장이 되지 않아 마음 속에 어설픈 단어들을 남겨 두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CD랑 대본이랑 이메일이 적혀 있는 팜플렛이랑 주섬주섬 짐 챙기기 바쁩니다.

"혹시 작곡하는 사람 아닙니까? 당신이 무대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어쩌면 당신은 연주자이거나 작곡자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하~ 저는... 음... 작곡자이긴 하지만 이 공연의 작곡자는 아닙니다. 그리고... 음... (뭔가 설명하려고 했지만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그 역시 문장을 만들지 못하여 대충 마무리 하는듯) 하여튼 저는 작곡자이긴 합니다"

"어쩐지 당신은 달라 보였습니다. 당신은 음악가다운 인상을 가지고 있더군요."

- 제 마음 속에서는 "너 원래 음향 담당 아니지?" 라는 말이 나오려고 했던 겁니다. 요즘 좀 착한 말투를 쓰다보니 그만...

"아하하~ 네, 저는 작곡가입니다. 연주자는 아닙니다만... (뭔가 문장이 있으려고 했지만 역시 의사소통 문제로 문장을 대충 마무리 하는 분위기. 그도 버케블러리가 약하단 뜻이죠~~. 절대 제가 못 알아들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팜플렛에 제 이름을 써 달라고 하기에 발음과 함께 제 이름을 써 줍니다.
그들에게 한글 이름 발음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제 이름은 $^(&(*&%$$# 라고 합니다만, 그냥 Nine 이라 불러주세요. 그것은 제가 좋아하는 제 닉네임입니다."

우리 공연장에서 '나인'이 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블로그 친구들이나 알겠지요. 하여튼, 그렇게 소개했습니다. -_-;

만약... 그들이 한국말을 쓰는 사람이었다면, 혹은 내가 잘 아는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었다면,
혹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대사 하나하나를 기억할 수 있었을까요.

어쩌면 영작이 주는 어려움 때문에 문장 하나하나를 기억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에 표현된 자막으로는 그럴듯한 문장일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에서는 그야말로 중학교 기초반 수준의 간단한 단어들로 조합된,
문장의 5형식이 철저히 무시된, 몇 단어 안 되는 조합이었을 겁니다.
- 그런 단어들의 조합을 재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쿨럭~

내일은 러시아 팀이 들어 온다고 합니다.
누가 그 팀을 맞이하게 될지 몰라도... ㅎㅎㅎ 러시아어는 알파벳 부터가 다르지 않습니까?
누군지 몰라도, 고생하십시요오~~~ ㅋㅋㅋ 저는 9월까지 공연장에 코빼기도 안 보일 예정입니다.

저는 어찌됐건, 휴가 참~ 제 시간에 잘 맞춰 떠납니다.
- 딱히 어딘가로 떠나겠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회사에는 안간다~~ 는 그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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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