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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2. 5. 18:43

잘 할 수 있겠어요? 사소한 일상2005. 2. 5. 18:43

정말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잘 할 수 있겠어요?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잘 해 주십시요"
"저한테는 중요한 일입니다. 최선을 다해 주십시요"
이런 말로도 충분히 뜻을 전할 수 있다.

"잘 할 수 있겠어요?" 도대체 이런 질문을 왜하지?
못할거 같아서 의심이 나면 시키질 말든가,
시켰으면 믿고 기다려보든가,
잘해보자고 하는 얘기라면 잘 해 달라고 부탁을 하든가,
건투를 빈다는 내용이라면 "화이팅~" 이라고 하든가.
도대체 뭐냐 이거.

너는 잘할 수 있는데, 내가 걱정되는거란 말이지.
그래서 물어보는거란 말이지.
이 상황에서 내가 "응원해줘서 고맙다" 라고 해야하니
"잘할 수 있습니다" 같은 확답을 해주길 바라는거니?
문장을 글자 그대로 보자면 "잘할 수 있습니다" 가 적당한 대답인데,
그렇게 내가 의심스러워서 물을 정도라면 일을 맡기지 말았어야 하지 않니?

참 내... 어이가 없다.
왜 그렇게 건방진건데? 짜증이 솟구치네.

네가 아주 감을 잊어 버린 것 같은데, 내가 충고 해주마.

질문을 가려서 하거라.

아주 오래전에 배운 내용인지는 몰라도, 네가 분명히 배운적이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배운 적이 없다고 고집을 피운다고 하더라도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하다면 이 정도는 충분히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도 모른다면 나한테 그런 질문하지 마라. 언어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꼬마의 옹알이라 치부하고 듣기에는 너의 말이 귀엽지 못하구나.

이것은 책입니까? 라는 질문에는 "예, 책입니다" 또는 "아니요, 책이 아닙니다" 라고 대답한단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는 "이것은 책입니다" 라고 대답한다.

다시 말해서 네가 원하는 정보에 맞는 질문을 하는거다.
이것이 책인지 아닌지 궁금하면 "이것은 책입니까?" 하고 물어보는 것이고
이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면 "이것은 무엇입니까?" 하고 묻는거다.

쉽지?
너한테는 어렵냐?

문장은 단어 뿐만 아니라 앞 뒤 문장의 관계에서 해석을 하는데,
네가 나한테 "잘 할 수 있겠어요?" 라고 묻는 질문에 나는 아주 난해해지는구나.

우선, 너는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할 위치가 아니란거다.
만약 네가 그런 위치라고 착각하고 있는데 그런 질문을 할 정도라면 나를 해고해라.

걱정이 되서, 어떤 믿음직한 한 마디를 듣고 싶은 거라면
교회나 절 같은 네 종교에 적당한 어딘가를 찾아 가거라.
나한테 그런 위로의 말을 바라지 마라.

그래, 혹시라도 네가 그런 질문을 할 위치라고 가정 해보자.
아직 나와 일을 해보지 않았고, 내가 너한테 심사를 받고 있다면 그런 질문 가능하고
나 또한 불쾌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을 하기로 했고, 일을 하고 있는 중에 할 말은 아니다.
일을 하기로는 했는데 아직 시작은 안했으니 할 수 있다고?
말 장난하냐. 그런 의심이 들거든 말이다, 같이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거든 말이다
아까 말했지만 부탁을 해라. 중요한 일이니 잘 해 달라고 그렇게 부탁하는거다.
이제 좀 알겠나?

잘할 수 있겠어? 하고 물어보면 사람들은 네가 겁이나서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럴거 같니?
너 나중에 일이 잘 안 됐을때, 너 잘할수 있다며~ 이렇게 말 안할 자신있어?
네가 책임져야 할 일에 대해서 "너 잘할 수 있다고 했잖아~" 이 말하려고 물어보는거냐고.
그럴거면 치사하게 함정 파 놓고 엮어 놓으려 하지 말고 그냥 딴 사람 쓰라고.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전문가를 쓰거나, 이런 말에 딴지 안 걸 말 잘듣는 사람을 쓰라고.
네가 하는 치사한 말 때문에 일하기 싫어지는 나처럼 예민한 사람 말고 말이다.

공과 사를 구분해라. 나는 네가 너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그 일에 나와 엮인 부분이 있어서 네가 걱정하는 부분이 있다면, 네가 잘해라.
나보고 잘 할수 있겠냐고 묻지 말고 네가 잘하란 말이다.
그래서 나만 잘하면 될 것 같으면 나한테 "잘 부탁합니다" 라고 부탁을 해라.
네가 부탁할 일을 나한테 기회를 주는 듯 하면서 잘할 수 있냐고 묻지 말란 말이다.

만약, 네가 부탁을 할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나한테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거든
다시 한번 말하지만, 걱정을 안고서 까지 나한테 일을 시키지 말고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려무나. 알겠냐?

나는 네가 신경써주는 그런 건방짐이 아주 싫구나.
왜, 그 자리에 적합한 말을 하고 싶었던거냐?
남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더냐?
정신 차려라. 네 나이가 몇살인데 아직도 위아래를 넘보냐.
일을 안해봤냐? 현장을 모르냐?

일을 시키고 사람을 부리는 것은 다그침과 의심이 아니다.
너는 또 나쁜 말을 나한테 하는구나.
네 지위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는구나.
네 지위에서 어쩔 수 없으면 하지마라.
왜 책임을 남한테 은근 슬쩍 넘기려고 하냐.

나를 위해주는 척 하면서 네가 바라는 일을 하려고 하지 마라.
네가 나에게 할 일은 부탁이지 명령이 아니다.
명령을 하고 싶다면 네가 명령할 수 있는 상대에게 해라.

네 생각에 내가 건방진 녀석이라는 판단이 섰다면 프로젝트에서 나를 버려라.
나를 위해서 네가 나에게 일을 줬다고 생각하지 마라.
도대체 너의 목표를 위해 필요한 것이 뭐냐?
너의 목표에 필요한 것을 취해라.
네 입에서 의리를 말하지 마라. 어울리지 않는다.
제발이지, "너를 위해서" 라고 네 입으로 말하지 마라.
아주 역겨워서 토악질난다.
나를 위해서 네가 한 일이 있다면, 내 입으로 "고맙다" 라고 할 것이다.
네 입으로 나한테 고마워하길 바라는 말을 유도하지 말란 말이다.
너는 유치원 선생이 아니고, 나는 유치원생이 아니다.
너의 싸구려 말 때문에 우리의 지능수준이 함께 내려가지 않길 바란다.

이번 일로 너와 내가 일은 같이 하지 않을지 몰라도,
인간적으로 멀어지지 않을 자신은 있으니 네 목표에 부합하는 선택을 하기 바란다.

저리 가거라.
그리고 잘 생각해보고 감을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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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