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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9. 12. 23:20

원미동에서 사소한 일상2005. 9. 12. 23:20

원미동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그 지역 출신 국회의원님께서 말씀하셨다.
공연해 주어서 고맙다고 하신다.

어쩌다보니 그 얘기를 내가 대표로 듣게 되었지만
공연해주신 분들과 기획팀, 그리고 다른 스탭들에게 그 내용을 전하지는 않았다.

초등학교 운동장에 뒤늦게 도착한 아주머니는 벌써 공연이 끝났냐며 아쉬워 하신다.
아마도 집에 계시다가 공연 소식을 들으셨나보다.

실내악 편성의 연주, 하모니카 합주, 금관 5중주, 연극...

그 중에서 특히 어디어디 예술원에서 교수님으로 일하신다는 성악가 아주머니는 아름다웠다.

간이무대 뒤로 마련된 허름한 장소에서 우아한 옷을 갈아입으셨다.
장소가 불편해 보였지만, 불평하지는 않으셨다.
무대에 올라, 왁자지껄 산만한 청중들을 차분한 말로 리드한다.
자리 잡느라 코 앞까지 다가온 아이들이 무대 앞을 꽉 채웠다.

유명한 성악곡을 2곡인가 불렀나? 잠시 뒤 동요가 시작되자 아이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는지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성악가는 아이들에게 "이 노래 알죠?" 라며 부를 곡을 미리 알려주었다.

운동장 바닥에 앉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일부러 시켜서 커지는 목소리가 아니라 스스로 즐거워 부르는 노래였다.

무대 옆에서, 마이크 진행을 돕기 위해 아이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위치에 서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는 성악가의 눈빛과 표정이 아름다웠다.

아이들의 목소리와 표정과 노래가 아름다웠다.
파트별로 정돈되지 않고 그냥 맘껏 부르는 어린 아이들의 정돈되지 못한 합창은 아름다웠다.

핸드폰을 꺼내 그 모습과 노래를 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오래 간직될 수 있는 내 기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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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