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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3. 11:41

BOOK: 자기앞의 생 / 에밀 아자르 읽고보고듣고2011. 11. 3. 11:41

자기 앞의 생 - 8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문학동네

“작가 로멩가리의 가상 인물인 에밀 아자르가 쓴 책” 이라는 상황이 맘에 들었다. 프랑스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수상한 대 작가 로멩가리, 그가 만든 가상의 인물인 에밀 아자르도 공쿠르 상을 수상한다. 이미 유명한 작가가 일부러 상을 받으려고 그러지는 않았을텐데 무슨 사연인가 궁금했고, 어떤 소설인가도 궁금했다. 그것이 이 책을 선택한 이유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9~10살 정도 되는 아랍 소년과 아이를 맡아 키우는 유태인 할머니의 이야기다. 할머니는 창녀 출신으로, 유태인 수용소에 끌려 갔다온 적이 있어 외부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지금은 나이가 많아 창녀 일을 하지 못하고, 아이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창녀들의 아이들을 맡아 키우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소년은 그런 할머니에게 맡겨진 아이 중 하나로, 아이답지 않게 행동이나 말투가 어른스럽다. 나중에 나이가  많았다는게 밝혀지긴 해도, 그 나이에 하는 보통 아이들 보다 2배는 어른스럽다. 소년이 겪는 여러가지 이야기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이렇게 정리를 하니 뭔가 재미없는 책 처럼 느껴지지만 재미있는 책이다. -_-;

책 후미에 “에밀 아자르의 삶” 이라는 제목으로 한 챕터가 있었다. 별도의 책인데, 나처럼 로멩가리와 에밀아자르의 관계에 대해 궁금해 하는 독자를 위해 첨부해 엮었나보다. 로멩가리가 가상의 인물을 창조하게 된 이유와 들킬뻔한 사건들, 비밀을 알면서도 지켜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서처럼 써 놓았다.

“남들에 의해 정의되는 내 모습 ” 때문에 더 이상 내 글이 새롭게 읽히지 않고, 비평도 없다는게 새 인물을 창작하게 되는 이유였던 것 같다. 일부러 비평을 바란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 당시 프랑스 문학비평가들을 비웃는 내용도 있어 명성에 덧 씌워진 이미지 때문에 작품이 포장되는 것 자체가 싫었다고 볼 수 있겠다. 누군가의 명성에 기대서라도 눈에 띄기를 바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볼 때는 과한 사치일 수도 있겠지만, 본인이 그걸 원했고 또 해 냈으니 부러울 따름이다.

TV 드라마에 꼭 나오는 장면. “너 답지 않아!” 하는 대사에 꼭 “그럼 나 다운게 뭔데?” 하는 장면. 너무 식상하지만 여전히 통용되는 그 대화가 생각났다. 남들에 의해 정의되는 내 모습이 나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까. 나는 얼마나 그런 이미지에 영향을 받는가 하는 의문이다. 이 작가는 그런 이미지에 얼마나 부대꼈으면 새로운 인물을 창조했을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의문이었을거다.

때로는 남들이 생각하는 내 모습에서 미처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모습도, 내가 그런걸 원했었나 하는 솔직한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또 어떤 때는 추구하는 모습과 다른 이미지로 비쳐질때 오해를 받은 것처럼 불쾌하기도 했고, 나를 이해 못하는 것들이라고 한심해 하기도 했다.  내가 되고 싶어하는 모습과 내가 되어 있는 모습에는 당연히 차이가 있겠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라면서도 가급적이면 내 능력보다 좋은 모습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잘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길 바라니까. 내가 원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평가를 들을 때 그것을 인정하기 쉽지 않다. 그래봤자 니 생각이야~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마음 속에 남는 앙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명성이나 권위에 눌려 제대로 보지 못하고는 일이나, 쉽게 인정해 버리고 마는 풍습에 대한 조롱으로도 느껴진다. 나 역시 책 내용 보다 어떤 책인가에 더 흥미를 가지고 미리 인정하고 있었으니 조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럴 수도 있구나, 이렇게도 되는구나, 실력이 있는 사람은 이름이 어떻든 인정을 받는구나, 잘 하는 사람은 잘하는거구나, 그런거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잘난 사람의 잘난 이야기인것도 아닌데 말이다. 울컥하는 뭔가가 있지만 슬픈 것도 아니고, 기쁜 것도 아니다. 기쁘다 슬프다로 정의하지 못하는 뭔가 애매하지만 마음이 흔들리는 그런 감정을 만드는 책이다. 책 내용과 책 배경이 완전히 별개로, 책의 배경 만으로도 소설 한편을 읽은 것 같다.


:
Posted by 9름
2011. 11. 2. 21:55

2호 식빵 제작기 사소한 일상2011. 11. 2. 21:55

식빵 만들기 2번째 시도.


뭔가 좀 모양이 나기 시작했다.
외형적으로는 식빵 처럼 생기고, 식빵 같은 촉감에, 식빵 처럼 부드러웠지만
빵을 찢었을 때 결대로 갈라지는 느낌이 없이 탄력이 좋은 스폰지 같은 느낌이 난다.
아직도 맛을 논하기는 이르다.


첫 반죽 상태.
둥글게 둥글게 열심히 돌렸다.
 


동생 침대에 올려 전기 장판 켜 놓고, 이불 덮어 1차 숙성.
1시간 정도 지났나? 2배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확실하게 크게 느껴질때까지 좀 더 기다렸더니 과발효가 되어버린건가...
 


두 덩이로 나눠 기포를 빼고 문질러 또 공을 만들었다.
아까 보다 손에 붙는 느낌이 나서 표면이 매끄럽게 되지 않았다.

충고를 듣고, 거품을 더 뺐다.
2덩이 였던 것을 다시 합쳐, 싱크대에 팍팍 던져 기포를 뺐다. 충격요법.
싱크대에서 했더니 아래층에 충격이 전해지는 것 같아, 침대에 도마를 올려놓고 도마에 던졌다.
아래층에 전해지는 충격은 덜 하겠지?

기포를 빼고 3덩이로 만들었다.
3덩이에 수건을 덮어 놓고 30분 정도 휴식.
반죽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휴식시간이 지나고 나면 반죽은 더 부풀어 올라있다.
탄력이 있나 살짝 눌러보았지만 거의 돌아오지 않는다. 무탄력~
 


나무막대로 평평하게 펴 놓고, 잘 접어서 빵들로 넣는다.
 


비슷한 크기로 3 덩어리 만든 줄 알았는데, 크기가 다르다. -_-;
 


또 수건을 덮어 이불 속으로.
2차 발효다.
빵틀 높이 까지 올라오면 되는데, 보통 20~30분 걸린단다.
이불 속에 반죽 넣어 놓고, 20분 정도 있다가 오븐 예열 켜 놓았다.
30분 정도 있다 살펴보니 큰 놈이 빵틀 높이 까지 올라왔다.
뭔가 제대로 되고 있는 느낌!!
 


200도 예열하고, 200도로 25분 정도 구웠다.
부풀어 오른 정도나 겉 표면 색깔이나 다 잘 된것 같다. ㅎㅎㅎ
 


오븐을 끄고, 
버터 녹인 물로 식빵 겉면을 살짝 발라주었다.
오븐에 남아 있는 열 속에 다시 넣고 5분 정도 뜸 들이기.
 


짜잔~ 식빵 완성. 
 


꺼내보니 계단 처럼 높이가 다르다.
반죽의 크기가 달랐으니...
 


아직도 빵이 딱딱하지나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칼질 해보니 부드럽다.
폭신 폭신한게 느낌도 좋고, 어제 처럼 술빵 냄새도 나지 않는다.
어제 보다 이스트 양을 줄인게 괜찮았나 보다.
 


어머니와 동생과 식빵 시식.
음...

식빵에 계란을 떨어뜨리면 튕겨나갈것 같은 탄력.
살짝 질기다는 느낌이 드는 식감.

아무 맛 안나는 바게뜨 빵 같은... 맛.
윗 표면의 딱딱한 부분을 먹으면 진짜 바게뜨 느낌이 났다.

전반적으로는 아직도 뭔가 부족하다.
제과점 식빵처럼 세로로 찢었을때 길게 찢어지는 그런 느낌이 없다.
씹을 수록 느껴져야하는 감칠맛도 없고. 

성과라고 한다면...
단단한 빵이 아닌 부드러운 빵이 드디어 되었다는 것, 먹을 수 있는 빵이 되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반죽 마무리 하다가 반죽기 스틱을 잡고 있는 홀더 부분이 부러졌다.
스틱에 남아있는 반죽을 떼려다 주걱과 스틱이 엉키면서 홀더가 부러진거다.
또 시간이 날 때, 장비를 재정비하고 만들어 보자.
생각보다 재미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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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1. 10. 15. 09:16

RF엔지니어가 뭐냐고? 잡다한 관심2011. 10. 15. 09:16

음향에 관한 갑작스런 질문과 답변.

> RF메인엔지니어? RF담당 엔지니어?
> 라는 말이 있는데...공연쪽에서요~ (특히 뮤지컬)
> 정확히 어떤일은 하는것인지 알려주세요ㅠ_ㅠ
> 조금만 정확히 알기 쉽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ㅠ
>

뮤지컬 같은 공연에서 RF 엔지니어라는 파트가 있습니다.
음향의 한 파트입니다. 음향 파트는 하우스, 모니터, 셋업, 플레이백, RF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RF는 무선 마이크를 관리하는 역할입니다. 참고로 RF는 Radio Frequency의 약자입니다.

공연에서 RF의 역할은 공연에 사용하는 무선마이크를 관리하는 일과 무선마이크를 사용하는 사람들과의 접촉입니다.
가수들이 사용하는 무선 핸드 마이크를 관리하거나 뮤지컬 배우들이 사용하는 라발리에(핀) 마이크를 관리합니다.

여러대의 무선 마이크를 사용할 때 주파수가 겹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
다른 공연장에서 사용하는 마이크 또는 방송용 카메라 쪽에 부착된 마이크 등과 혼선되는 경우가 있어
주파수 관리는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무선 마이크를 사용하는 분들에게 마이크를 제공하고 또 반납받는 일,
장면 전환 때 교체할 마이크가 생기면 교체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일,
마이크에 땀이 차거나 케이블 상태가 불량할 때 파악해서 교체하는 일,
전송이 좋지 못한 마이크가 발생했을 때 예비 마이크와 교체하는 일,
전송이 좋지 못한 마이크를 찾아 내는 일 등이 RF 엔지니어의 일입니다.

자주 발생하는 무선마이크 사고에 대처하는 순발력이 필요하고,
출연진의 음향에 관한 의견을 모니터해 하우스에 알리는 의사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
Posted by 9름
2011. 10. 11. 15:24

111009 백두대간 16구간 기록 나다니다2011. 10. 11. 15:24


백두대간 16구간에 다녀왔다.
백두대간 24구간 중 네번째 구간 참가다.
전체 종주를 마치려면 4~15 구간은 다음 기회에 참가하거나 숙제로 해결해야 하는거다.

이번 구간의 특징은 오르 내리는 길이 많아 지치기 좋았다는 것과 암릉 구간이 길고 위험했다는 것이다.
초반 부터 나타난 암릉구간은 지금까지 다녔던 산에서 만난 암릉구간 보다 경사가 심했고 발판이 없었다.
철심으로 박힌 발판이 있는 바위는 발 디딜 곳이 확실해 걱정스럽지 않다.
이번 구간의 바위들은 발 디딜 곳이 확실하지 않은 채 밧줄만 내려져있었다.
밧줄은 매듭으로 간격이 있어 붙들고 올라가기 좋았지만 팔 힘이 부족한 회원들은 바위 오르기를 버거워했다.

정상으로 보이는 곳까지 오르면 더 높은 곳이 보이고, 다 올랐다 싶으면 더 올라야 할 곳이 또 있었다.
힘들면 쉴 만한 구간이 나타났고, 쉴 만하면 다시 힘든 구간이 나타났다.
능선길이라고는 했지만 많이 오르고 많이 내려갔다. 그리고 내려간 만큼 또 올라가는 길의 연속이었다.
산길을 인생의 과정에 비유한다면, 이번에 겪은 인생은 아주 격한 세월을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점심시간에도 밥 맛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힘이 들었고 물을 많이 마시고 싶었다.
휴식이 필요한 시간에도 계속 몸을 움직여 전진해야 했다.
마지막 힘을 다 쏟아 오른 마지막 고지에서 먹은 사과, 포도, 말린 망고가 꿀 처럼 달았다.
유명한 명산보다 덜 알려진 이런 고지가 더 힘들다는, 경험 많은 분들의 이야기가 실감난다.

종주를 끝내고 주차장에서 닭복음탕을 먹을때서야 비로소 식욕이 돌아왔다.
섞어마신 소주, 맥주 탓인지 힘근 구간의 피로 때문인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깊은 잠에 빠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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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1. 9. 14. 19:23

110913 도봉산-사패산 등산 나다니다2011. 9. 14. 19:23

추석 연휴때 먹은 음식의 기름기를 빼자!! 하는 다이어트 산행번개를 보고 따라 나섰다.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도봉산. 지금까지 도봉산은 출장 지나는 길에 들러 맛있는 두부를 먹는 곳일 뿐이었다.

일산에서 외곽순환도로를 타는 광역버스를 타고 의정부로 이동, 의정부에서 전철로 이동하는 시작부터 “여행” 느낌이 났다.
일본 여행왔다는 느낌으로 버스와 전철을 타고 이동했다.

10시 소집, 인원 점검하고 10시 반 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른다. 도봉산 입구는 아웃도어 의류매장이 총 집결하는 곳이라고도 한다.
보기 힘든 메이커 매장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도봉산 산행이었는데 어느 정도 구간을 진행하다가 코스를 변경하기로 했다.
도봉산 정상 부근 갈림길에서 사패산으로 넘어간다.
전체 구간은 길어지지만 원래 일정대로 하면 산을 타는 시간 보다 바위 위에서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을 것 같았다.
도봉산 정상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헬기장이 있었다.
헬기장 옆 그늘진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명색이 다이어트 산행인데 맛깔난 음식이 많다. -_-;

산을 오르는 도중에 벌써 배가 고팠기 때문에, 많이 먹었다.
많이 먹어도 남아있는 음식이 많아 많이 먹은 줄도 몰랐다.

배가 부르니 그 다음 구간 부터 바로 힘들었다.
조금씩, 힘들 때 마다 조금 보충하는 정도로 먹는게 산에서는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경험으로 배운다.

음식도 많이 먹었고, 날이 더워서 물을 많이 먹었다.
결국 물 조절을 못해 사패산 정상 부근에선 물이 부족했다.
다른 분들에게 물을 공급받는 염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경험 많은 분들이 준비한(비상사태에 대비한) 물을  얻을 수 있었다.
 사패산 정상 바위 그늘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내려왔다.
도중에 만난 샘터에서 맛있는 물을 마시고 보충했다.
시원하진 않았지만 맛있다는 느낌이 드는 물이었다.

하산길 막바지에 냇물을 만났다.
발도 닦고 세수도 하고 옷도 갈아입었다.
가벼운 산행이라 생각하고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지 못했다.
기능성 옷은 땀 배출이 잘 되지만, 땀이 식고 나면 냄새가 난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

가벼운 산행이나, 긴 구간 힘든 종주나 산은 똑 같이 힘들다.
호랑이가 토끼를 잡을 때도 온 힘을 다 쓴다는데,진심으로 대하자.


:
Posted by 9름
2011. 8. 22. 17:51

백두산 천지 종주 여행 나다니다2011. 8. 22. 17:51

여름 휴가때, 백두산에 다녀왔다.
산악회 사람들 해외원정 갈때 우리도 끼어서 갔이 갔다.
산악회 특유의 코스가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여행사 코스였다. -_-;
일반 관광코스가 있고, 종주코스가 있는데 종주코스에 여러 산악회를 여행사에서 끌어모아 출발하는 그런 일정.
- 종주코스는 모든 여행사가 같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중국에서 열어주는 종주코스가 하나 뿐이기 때문~

배타고 하루(16시간), 버스로 하루(12시간) 이동해 백두산에 도착했다.
하루 꼬박 10시간 가까이 백두산 천지를 종주했다.
종주한 날도 버스로 또 4~5시간을 이동했다.
다음 날 다시 또 버스로 이동하는데 하루, 배타고 이동하는데 하루 소비해서 총 5박 6일 동안의 일정이었다.
잘 보고 잘 갔다왔는데, 돌아 오는 날 물갈이를 하는지 설사가 시작됐다.
3일동안 설사하느라 탈진, 병원에 이틀 다니면서 링거를 맞고 회복됐다.


전체 일정을 표시한 것인데, 파란색이 처음 버스로 이동한 하루.
분홍색(마젠타)이 종주 당일 이동한 코스.
빨간색이 그 다음날 버스로 이동한 경로를 표시한 것이다.
마지막 날 배타기 전까지 이동한 경로는 작게 표시되는 노란색, 저 거리도 만만치 않았다.

지도상의 표시는 고속버스로 이동 하는 중에 잠깐 내려 쉬었던 주유소, 화장실, 식당 등을 직선으로 연결한 선이다.
실제로는 훨씬 길고 꼬불꼬불하다.
55인승 버스에 50명이 탔고, 한번 제껴진 의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앞사람 의자는 내 코 앞까지 제껴져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하루 12시간 정도 버스 탑승이라 버스타기가 두려울 정도로... 좋지 않았다.


백두산 천지 종주코스를 GPS로 기록해왔다.
그림에서 보이는 오른쪽에서 시작해 왼쪽으로 내려온다.
연두색 선이 이동했던 경로인데, 연두색 선 시작하는 지점까지 셔틀버스로 이동한다.
거의 직선으로 보이는 오르막이 1천3백개 정도 되는 계단으로 되어있는 관광코스 구간이다.
계단의 끝 지점에 천지가 보이는 장소가 나타난다. 거기까지가 관광코스다.

많은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이 천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질서도 없고 양보도 없다.
치열하게 각자 인증샷들을 찍는다.... -_-;

종주코스는 관광객들을 뒤로하고 중국 가이드들의 감시(?)를 받으며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출발했던 인원 수 대로 마지막 코스에서 확인되지 않으면 아무도 못 나간다!!


종주코스를 북한쪽 각도에서 바라본 모습.
연두색선으로 보자면 왼쪽에서 출발해 오른쪽으로 내려온다.
1박2일이 다녀간 코스는 오른쪽, 우리가 내려온 마지막 급경사길 옆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천지까지 이어지는 선이다.
그쪽에도 천개가 넘는 계단이 있어서(방송에 나왔던) 쉽지 않은 코스지만, 전체 종주코스에 비하면 뭐, 고만고만하다 하겠다. ^^;
그 아래 보이는 꼬불꼬불한 구간은 4륜구동 자동차로 꼭데기까지 가는 관광 코스.

종주구간은 지대가 높아 키큰 나무가 전혀 없었다.
한 참 아래에 펼쳐진 광대한 평야가 나무들이 있는 산이었다.
바닥에 납작하게 붙어있는 듯 보이는 풀들과 1m쯤 되는 높이의 잡풀들 말고는 모두 돌과 바위뿐인 구간.
다행히 날씨가 좋아 천지는 원없이 보고 왔다.
구름 하나 없이 맑은 날씨.

해가 따가워서 손등이 탔다.
다른 부위는 옷으로 모자로 다 가렸는데 손등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손등은 화상을 입은듯 잘 익어서 또렷이 색깔 구분이 된다.

남한에는 없는 2천 미터가 넘는 산이라 그 새로운 풍경, 거대한 자태에 놀라고 압도당했다.
이런게 큰 산이로구나!!
그 높이에서 그저 주위를 둘러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멋진 풍경 구경하고 좋은 기운을 받고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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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1. 8. 3. 14:30

밥 메카시 워크샵 후기 사소한 일상2011. 8. 3. 14:30

밥메카시 음향워크샵에 다녀왔다. 25년동안 음향측정과 튜닝 분야에서 일을 해온 전문가 답게 말투나 강의진행에서 공력을 느낄 수 있었다. 거리를 ms 단위로 말하는 것이라든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핵심을 찔러주는 답변들이 그렇다. 가끔 나선형 구조의 답변으로 질문 자체가 무엇이었는지를 잊어버리는 상황도 있었지만 뭐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고 생각해두자. 여러가지 이야기 중에서도 25년 동안의 음향 측정을 5분만에 설명해주는 답변이 명쾌했다.

이번 워크샵에서 배운 큰 덩어리는 2개다. 하나는, 스피커 정면에서 0dB일때, 같은 거리의 측면이 0dB가 아니라 -6dB가 되는 것. 그래서 스피커 2대를 함께 사용할 때는 가운데 지역에 -6dB 2개가 합쳐져 0dB가 되도록 각도를 조절해 커다란 하나의 스피커로 인식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또 하나는 전체 시스템을 세팅할 때, 측정마이크를 놓는 위치와 측정값을 가지고 어떤 점을 수정하는지, 어떤 것을 수정하는지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측정툴들을 사용해 측정하는 과정이 막연하고 뿌연 안개속 같았다가 이제는 조금 앞이 보이는 느낌이다. 측정이나 튜닝이 목적하는 바를 이해하니 뭘 해야할지 알게 된 것이다. 전에는 그것들이 불분명 했었고, 그래서 해야할 것도 명확하지 않았다. 이제는 할수 있겠다 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은 느낌이다.

대가의 포스랄까… 지난번 스캇 레러 선생님도 그렇고 이번 밥 메카시 선생님도 그렇고 여유와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긴 시간 동안 본인이 힘들어서 쉬자고 하는 일은 없었다. 많이 받는 만큼 시간에 충실한 것인지, 시간에 충실하니까 많이 받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자리에 오른 사람이 성실하지 않은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주변에서 보자면… 많이 올랐다고 보기 힘든 자리에 계신 분들이 성실하지 않은 것 같다. 남들이 인정해주는 것 보다 본인이 더 높게 자신을 인정하는 경우가 그렇다. 늦게 나타나고, 거들먹 거리고,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남들 타박하고, 많이 쉬고, 쉬는 동안 불평하고, 남들이 자신을 못 알아 봐줄까봐 오버하고. 선생님들은 강의에 집중했고 질문에 함께 빠져들었다. 자신의 일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에게 하나라도 더 말을 하고 싶어했다. 가끔은 더 말을 하고 싶어하는 부분 때문에 주제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본인 자랑을 하다가 그렇게 된 것 보다 다양한 경우를 말해주려고 애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뭐, 좋게 보겠다는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내 느낌은 그랬다. 자기자랑을 위한 복선이나 자신의 이론에 자신이 없어 예외 경우를 설명하기 바쁜 주변의 많은 전문가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느낌이었으니까.

워크샵이니 만큼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따라 할 수 있도록 간편한 실습조건을 알려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워낙 많은 분야니까 실습해보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을 잘 조절하는게 강사의 능력이 아닌가. 많은 내용을 말한다고 많이 받아 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달 받을 수 있는 만큼을 가늠하고 그 내용을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능력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값 보다는 전반적인 흐름을 알수 있도록 하는 것, 각 단계에서 어떤 점에 집중해야 하는가를 이해시키는 것, 목적을 향해 어떤 것에 주의를 하고 수정해야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면 좋겠다는거다. 정확한 값이 필요하다면 그 값이 상수가 아닌 이상 어째서 그런 값이 나오는지에 대해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번 워크샵에서의 실습은 간단한 것이었지만 가끔씩 디테일에 빠져서 벗어나질 못했다. 흐름을 잃고 값을 재설정하는 동안 사람들의 관심이 흐트러졌다. 측정하는 방법과 측정값을 분석하는 일이 실제 업무에서는 따로 떼어낼 수 없는 일이겠지만, 실습에서는 그것을 분리해서 한단계 한단계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두 가지를 동시에 하니 측정도 제대로 모르고 분석도 모르게되어 버렸다.

4일간의 워크샵은, 뭔가 완료했다는 느낌을 갖지 못한채 끝이났다. 대관 장소의 시간제약이 가장 가까운 이유였지만 시간 분배를 제대로 못한건 선생님 책임이다. ^^; 뭔가 아쉬워할 틈도 없이 후원업체 사장님의 인사말과 사진촬영으로 후다닥 끝이났다. 내용도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았는데 뭐 어쩔 수 있나. 끝난건 끝난거지.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참가하고 싶다. 뭔지 모르겠지만 뭔가 더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으니까. 내게 남은 것은 “뭘 알아 들었다”라기 보다는 “한번 해 보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막연하던 것이 좀 구체적으로 바뀌었고,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던 것이 이렇게 하면 되나? 하는 정도가 되었다. 막힌 도로가 풀린 것 처럼 이제 가면 된다. 도로가 풀렸다고 도착한 것은 아니니까. 열정적인 강의에 감사하고, 많은 유머에도 적절한 리엑션을 보여주지 못한 이 소심함이 죄송하다. 함께 사진을 찍는 친근함도 보이지 못했다. 그저 마음으로만... 감사드린다.
영어로는 뭐... Thank You Bob. ㅎㅎ

대가를 만난 후에 느끼는 이 긍정의 에너지가 참 좋다. 배우고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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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1. 7. 11. 23:30

스테인레스 후라이팬을 샀다 사소한 일상2011. 7. 11. 23:30

이거 뭐, 아마츄어 요리연구가의 로망이랄까... 스테인레스 후라이팬을 샀다.

카모메식당에서였나? 주방기구들을 보면 장식이 요란하지 않은게, 전문가의 것 처럼 자연스런 멋이 있었다. 알아보니 스테인레스 주방기구라는데, 사용하기가 까다롭단다. 불편한데 왜 쓸까... 싶은데 열 전도가 좋아 더 맛있게 요리할 수 있다나. 전문 요리사들이 사용하는 장비라 자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쓰기에는 불편하기만 한 도구라고.

나는 그저 이렇게 생긴 녀석이 좋다. 로고 따위가 강조되지 않고, 요란한 장식이 없는, 이름 그대로의 기능에 충실한 도구 말이다. 마트의 주방 코너에서 가끔씩 보던 스테인레스들은 대단한 가격으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마침, 2만4천원 정도 가격에 나왔다. 그래서 냉큼 집어들었지. 이마트에서 구입한 테팔 이지그립 스테인레스 후라이팬이다.


요렇게 생긴 놈이다. 기냥 이렇게 깔끔하게 생겼다. 손잡이가 플라스틱이란게 좀 맘에 안 들지만 그나마 생각했던 이미지에 가깝다. 더 유명한 무슨... F 메이커에서(상표를 가리는게 아니라 이름을 기억 못하는거다) 더 좋은 제품도 보였지만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판매대의 점원이 내가 고른 것 보다는  F 메이커의 제품이 더 좋다고, 정말 진심어린 충고를 해 주셨다. 내가 보기에도 좋아보였지만 너무 무겁고 나에게는 과분했다.

바닥이 두꺼워야 충분히 열이 유지된다는 등, 나 같은 사람이 쓰기에는 두꺼운게 좋다, 지금 고른 것으로 가져가면 한 달도 안 되어서 결국 이걸로 바꾸게 될거다...

고마운 충고였지만 지금 나에게는 이 정도가 딱 좋다. 나중에 또 바꿀지라도 이걸 쓰겠다~ 라는 생각을 설명을 들을 수록 하게되었다. 그래, 내가 음식을 태울 수 있겠지, 스테인레스 후라이팬을 잘 다루지 못해 눌러 붙기도 하겠지, 까맣게 태워서 닦아 내지도 못하겠지, 그리고 또 기타등등 온갖 사건들이 일어나겠지. 어쩌면 다시는 후라이팬을 쳐다 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것들도 겪어 보고 싶고, 대체로 맛 보다는 요리 과정을 즐기고 있으므로 그런 걱정은 패스~


설명을 들은대로 낮은 불에서 충분히 가열한 다음 올리브오일로 팬을 휘휘~ 둘렀다. 그리고 썰어놓은 야채를 볶기 시작했다. 걱정했던 것 보단 괜찮네. 까만색으로 된 코팅 후라이팬 보다 야채들이 슥슥~ 미끄러져 다니는게 보기도 좋고 뭔가 요리가 되어가는 과정이 그럴듯해 보여서 뿌듯했다. 불 온도가 손가락에 전해져왔다. 손잡이를 통해 온도가 전해온 것이 아니라 손가락이 불 가까이로 다가가서 그렇다. 손잡이가 짧은거다. 후라이팬을 흔들며 야채를 볶는데 전에 쓰던 것 보다는 크기가 작아서인지 마늘과 피망 몇 조각이 나가 떨어진다. 어차피 내가 먹을거라 주워 담고 섞었다. ^^;
 


볶는 손 맛을 느껴 보려고 이것저것 보이는 대로 다 넣어서 그런지 덩어리가 많다. 바질도 듬쁙, 후추도 듬쁙, 치즈도 듬쁙 뿌려서 완성한 오일베이스 파스타다. 야채가 눌러 붙지 않는데 성공했고, 후라이팬을 태워먹지 않는 것에도 성공했다. 그렇지만...

맛이 없다.

무슨 맛인지 느낄 수 없다. 아무런 맛도 안난다. 피망은 아삭하니 잘 볶아진 것 같고 마늘도 타지 않았다. 첨 시작할 때는 마늘 향이 살짝 나면서 잘 되어가는것 같았는데... 이게 무슨 조화인지. 짜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고 그냥, 먹을 수 있는 '어떤 것'이 되어 버렸다.

그냥 버리기는 아까워서, 음식을 잘 못 만든 벌로 꾸역꾸역 다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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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1. 6. 21. 18:22

워크샵 참가, 좋은 공부 했다. 사소한 일상2011. 6. 21. 18:22

최근 참여한 워크샵에서 멋진 엔지니어를 만났다. 나이가 많지만 여전히 활동하고 있고 여전히 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나눠주는 것에 대해 아까워하거나 망설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귀찮아하지 않았다. 치밀한 계획과 그것이 표현된 서류, 자신감을 가지고 시행하는 시스템 얼라인먼트, 사람들과의 협동작업을 조율하는 능력, 자신의 귀로 판단하고 포기하지 않는 세팅, 편리한 공연을 위해 여러 가지 장비들을 세팅하는 기능과 그것들을 대수롭다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경험. 따지듯 혹은 심사하듯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여유있고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는 여유도 보기 좋았다. 하루 8시간 가까이를 대답도 없는 사람들 앞에서 강의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지칠만 했고 지쳤다는 내색을 해도 무리가 없을 스케쥴이었다. 대충 넘어갈 수 있는 타이밍도 많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돈 받고 하는 만큼 값을 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으로 보자면 그런 집중이 당연하겠지만 그러기에는 모두가 느낄 수 있도록 드러나는 열정이 좋았다. 마지막까지 웃으면서 최선의 시간을 제공하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워크샵 내용도 좋았지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또 좋았다.

내게 주어지는 일에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체크 포인트랄까. 내게 맞춘 항목들을 만들어 보았다. 화를 내지 않는다. 즐겁게 일한다.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케이스도 가능성을 찾아 본다. 항상 협동 작업이란 것을 생각한다. 예산을 넘어서는 일, 무리한 요구에 짜증내지 않는다. 상대를 협박하듯 “그럼 이렇게 하실래요?” 하고 묻지 않고 추가적인 예산이 필요하니 제작자와 상의하겠다는 차분한 표현을 사용한다. 내 결정에 반하는 의견들을 수용한다. 안 되는 점을 찾지 말고 가능한 점을 찾아 반영한다. 세밀하게 계획하고 수정할 일이 생겼을 때 망설이지 않는다. 내 계획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실행전에 최대한 계획하고, 계획대로 실천한다.

이런 것들을 말대로 할 수 있냐고? 물론 어렵다. 말도 안되는 상황도 많을거고 하면 할 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상황을 만날거다. 그래서 또 지쳐하며 한숨도 쉬겠지. 점점 지치고 짜증니 나서 더 이상 이런 생각들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했다. 생각만으로 되는게 아니고, 그렇게 한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고마워 하지도 않고, 오히려 이용하려 드는 사람만 생긴다고. 그렇다. 한 두번 시도해 본 것이 아니니까. 그런데 이번에 만난 선생님은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같아 보였다. 할 수도 있구나. 잘못된 생각이 아니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 더 멋있어 보였다. 아, 나도 저런 여유를 갖고 싶다... 어쩌면 내 생각과 추구하는 것과 상관없이 그냥 일이니까 그렇게 했고, 그것이 내게만 좋게 보였을 수도 있다. 뭐, 어떻든간에, 내가 좋게 받아들이는게 중요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 일에 집중해서 좀 더 치열하게 일 하려고 한다. 억지로 일하는게 아니니까 말이다.




:: 워크샵 다니는 차에서 음향 이야기 하다가, 카페에서 함께 보게 글로 좀 쓰라는 얘기를 했다.
:: 그러다 나도 뭔가를 써야하는 상황이 됐다.
:: 아, 제길... 쉽지 않구나. 낯 간지러운 느낌이구나. 오글거리는구나 싶었다.
:: 그래도 희준아, 나는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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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삼성동 올림푸스홀에서, 비제이 아이어라는 재즈피아니스트의 공연을 우연히 보게되었다.
내게는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이 분야에서는 잘 알려진 분인가보다.

연주 중 일때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가 연주가 끝나면 세상으로 잠깐 고개를 내미는 것 처럼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짧은 만남의 순간이 어색한듯 금방 자신만의 세계로 돌아가 피아노를 연주했다. 그런 느낌 때문이었을까, 강하고 역동적인 부분도 감수성 풍부한 사춘기 아이의 순간적인 도발 같은 느낌이었다. 곡은 길고 난해했지만 잠들기 전에는 반드시 끝났다. ^^;

한국 방문이 처음이었다고 했나? 막걸리가 좋았다는 말은 알아들었다. 영어로 말을 했지만 통역이 없어서 들리는 단어와 분위기로 짐작만 했다. 사람들은 잘 알아듣는지 웃고 환호했지만 난 그저 흐흐흐~ 할 밖에. -_-;
 
올림푸스홀은 카메라를 만드는 그 올림푸스 회사 사옥의 지하에 있는 소공연장이다. 음악 전문홀이라는 이름 답게 음악을 위한 좋은 환경을 갖추었다. 어설픈 시설을 갖추고 종합공연장이라고 부르는  곳 보다 훨씬 낫다. 그래도 우려되는 점은 작은 공연장이고 음악 전문홀이라 스탭부분에서 한 명이 여러 분야의 일을 하는 그런 곳이 아니길. 이상하게도 많은 것들은 최고를 추구하면서도 스탭 인력에서 만큼은 최소한으로 하려는 곳이 많으니 말이다.

삼성동이라는 번화가에 위치한데다 주차장이 넓지 않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가까운 전철역은 아직 공사중이고, 공사중이라 건물 앞은 더 복잡하고, 가까운 전철역에서 도보로 15분~20분은 된다. 마을버스를 타면 금방 도착한다. 선릉역에서 2정거장 거리. 초행길인 사람들에겐 좀 더 친절하고 자세한 안내가 있으면 좋겠다. 홈페이지의 안내가 자세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닥 친절한 안내라고는 할 수 없다.

긴 시간 연주하고 집중하느라 많이 힘들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니 2번 앵콜이 미안했다. 좋아하는 팬들 입장에서야 한 곡이라도 더 듣고 싶을테지만. 그래서 그런가 나오는 길에 준비된 싸인회 자리는 더 힘들게 보였다. 어쩌면 자신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과 만나는 자리니까 오히려 힘이 났을것도 같고.

세련되고 조심스러운 연주자의 아름답고 섬세한 연주를 잘 보고 잘 듣고 돌아왔다.

12월에는 지오바니 미라바시의 공연이 있다. 이 분의 음악은 내 아이튠에도 들어있으니 공연에서 만난다면 더 반가울 것 같다. 객석 어딘가에서 들려왔던, 잘 생겨서 제일 기대된다는 소근거림. 지오바니 미라바시의 음악을 소개해준 분의 말씀에 의하면 사진에서 보는 이미지와는 달리 피아노를 하도 쳐서 등이 좀 굽었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피아노에 몰두하면 신체 변형이 올 정도가 되나. 공연장에서 실제로 만나는 그의 음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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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1. 6. 11. 17:10

RC 헬기를 날린다 사소한 일상2011. 6. 11. 17:10

RC 헬기 사진

RC 헬기 Nine Eagles Solo Pro V1


우연히 RC 헬기를 접하고 나서 나도 날려보고 싶었다.
이래저래 알아보다가 동네에 RC 전문점이 있어서 방문하고, 불친절한 상담에도 가깝다는 이유로 구매했다.
어차피 부품을 구하려면 자주 올 수 밖에 없을테니까.

2.4GHz 무선통신을 사용하는 소형 헬기다. 충전 배터리로 동작한다. 비행시간은 5분여 남짓.
가게 사장님 말씀으로는 집중 시간도 그 시간을 넘기기 어려울거라고. 예비용 배터리까지 2개 준비했다.
배터리 2개 쓸 시간이면 충분한 비행시간이 된다.

어릴 때, 소년중앙 같은 잡지를 보다 보면 이 RC 비행기 광고가 있었다. 내 기억에, 서울 신촌역 주변에 이런 취급점들이 많았었던 것 같다. 그때도 통신판매가 있었는데, 서울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통신판매를 통해 이 RC 비행기를 갖고 싶었다. 그 시절의 우리집 형편으로는 완전 가망 없는 꿈이었지만 언젠가 서울에 간다면 꼭 가게에 들러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 꿈에라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서울에 와서, 서울에 살면서 특히 신촌·마포 일대에 살면서 신촌 기차역 주변을 돌아 다니면서도 RC 전문점은 보지 못했다. 못 찾은 것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 봤던 광고에서는 신촌에만 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던 가게들이 사실은 구석에 숨어있는 가게였을 수도 있고, 그 시절엔 정말 있었지만 어느새 내가 자라 서울에 올 때 쯤에는 형편이나 시세가 달라져 더 이상 신촌에 남아 있을 수 없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존재여부와는 달리 내 관심 자체가 바뀌었다는게 가게를 찾지 못한 더 큰 이유일 것이다.

뒤 늦게 나마, 신촌에 살던 시절로 부터 벌써 10년이 넘어버린 시점에서 갑자기 RC 헬기가 내 삶에 뛰어 들어왔다. 반가웠고 또 괜찮으려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아직도 내 형편에... 괜찮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하는거다. 가난의 흔적은 참 오래도록 남는다. 처음엔 띄우기도 어려웠던 헬기가 오늘에서야 좀 공중에서 머무르기 시작했다. 

어렸을때 꿈 꾸었던 엔진을 사용하는, 커다란 정규 모델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해보고 싶은 만큼 해볼 수는 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화려한 비행은 아니어도 자기만의 비행이라는 점에서 이 작은 RC 헬기가 지금의 내 생활과 닮았다. 꿀릴거 뭐 있나 재미있게 즐겁게 날아 다니면 좋은거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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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1. 6. 8. 10:15

며칠 전 꿈에 아버지를 만났다 by 92011. 6. 8. 10:15

꿈에 아버지와 만났다.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계셨다. 젊을 때 얼굴을 쓰고 있었는데, 석고같은 것으로 틀을 떠서 만든 마스크 같았다. 급하게 만든 것처럼 마감처리가 덜 되어 있었다. 아버지는 얼굴 상태가 좋지 않아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하셨다. 평소 아버지 말씀하시는 말투 그대로 조금은 차분하게 조금은 피곤한듯 조금은 친절하게, 상세한 설명을 하지만 중요한 부분에선 말해봐야 너만 피곤할테니 뺄껀 빼고 결과만 말하는 스타일이다.

마스크 안쪽이 궁금하지 않았고 굳이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 아직 집에 계시는구나, 가다가 다시 오셨구나, 오셨는데 굳이 말씀하시거나 하지 않으셨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친구분들과 여행가려고 집을 나섰다가 혼자 돌아와 일정보다 일찍 돌아온 것을 길게 설명하지 않으시는 그런 상황 같았다.

“으.. 응... 가다가 뭐가 잘 못 되어서 돌아왔다. 별 일 아니다. 걱정하지 마라... ”

정확한 말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분위기의 말이었던 것 같다. 모두 함께 돌아온 것인지, 혼자만 돌아온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더 이상 묻지 마라 하는 분위기였고 나도 상세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도 옆에서 내용을 미리 알고 계신듯 미리 말하지 못 한것을 미안해 하시는 듯 보였다. 나는 아버지가 계신 것이 불편하지 않았고 또 잘됐다 싶을 정도로 반가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돌아오셨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아버지만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나는 편하게 계시면 좋겠다. 돌아와서 미안해 하는 모습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편하게 계시는게 나로서는 좋다. 많이 누리지 못하셨으니까 마음 편하게 지내시면 좋겠다. 뭐 필요한게 있다면 해 드리고 싶은데, 내가 눈치가 없어서 뭐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뭔가 준비가 덜 되어서 가고 싶은데 못 가신건지, 그냥 가고 싶지 않아서 돌아오신건지 모르겠다. 아들에게 손 벌리는 것이 싫으셔서 말씀을 안 하시는건지, 나는 그런 배려가 오히려 불편하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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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네이버 블로그에 있던 글들을 옮겨왔다.
한꺼번에 옮기지는 못하고, 일부 글들을 먼저 가져왔다.

하나씩 하나씩 날짜와 시간을 확인해가며 옮긴다.

오래 걸린다.

사진이 있으면 더 오래 걸린다.
다운 받아서 새로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몇가지 툴 들을 살펴 봤는데, 그냥 하나씩 하는게 좋겠다.

하나씩 옮기다 보면 언젠가는 끝이 날거다.
무한 갯수로 있는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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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개발일기 내용을 따로 분리해 다른 블로그로 이동하고 있다.
http://audiocookie.tistory.com

사진이 이동했는지 확인도 안하고 지웠더니 아티클 하나는 사진이 완전히 없다. -_-;
작업 사진을 다시 찾아 봐야겠다.
사진이 포함된 블로그 글 이동은 쉽지 않다. 
하나씩 옮기고 사진을 다시 등록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네이버 블로그의 글들은 이곳으로 옮겨올 예정이다.
작업을 하면서, 과연 이런 작업이 필요한가... 지나간 글들을 한 곳에 모아 둘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했다.

잘 썼건 못 썼건 간에 하여튼 내가 쓴 글이니까 모아는 놓자.
미련을 갖지 말고 오늘 부터 쓰는 글에 신경쓰자.

그런 생각들이 마구 떠 올랐지만, 결론은 모아 놓자는 거다.
군 소리 말고 모아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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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1. 5. 24. 00:21

책: 완벽한 여행기의 즐거움 읽고보고듣고2011. 5. 24. 00:21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10점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여행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니!!

정말 즐겁게 읽은 이야기다. 유럽과 여행은 참 어울리는 말이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참 어렵다. 유럽 안내 서적을 아무리 많이 읽는다고 하더라도 실제 유럽에서 그런 내용들이 통할지 모르겠다. 유럽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친절하지 않다는 것도 고려해야겠지만, 여행기에서 들려주는 여행자들의 고생담과 적극성을 읽는 독자들이 그 이상으로 행동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여행기를 쓰는 사람 만큼도 경험하기 힘들 것이라는게 여행기를 대하는 내 생각이었다.

이 여행기는 뭐랄까... 정보성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정보성 보다는 이 작가 아저씨의 위트나 유머를 즐기기 위한 책이라고 봐야겠지. 여행기를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여행지에 대한 안내가 하나도 없이 쓸 수 있고 그것이 또 읽기에 즐겁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책의 소제목이나 광고 문구들에도 나오는 “발칙하고 의외로 훈훈한” 이 여행기가 참 흥겹다.

시니컬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러면서도 애정을 가지고 세상을 대하는 자세가 유럽이 아니라 세계 어디라도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여행을 다녀와서 많은 사진과 많은 사진 설명글로 작성하는 여행기가 아니라 여행을 다녀와 마음에 남아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여행기가 좋은 여행기라는 생각을 했다. 여행 안내서는 말 그대로 여행 안내서로 충분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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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영화 <달팽이 식당>으로 알게 된 작가 <오가와 이토>의 2번째 작품이다.
달팽이 식당은 영화를 통해 알게된 독특한 음식 이야기였다.
음식 이야기라기 보다... 음식을 통해 이야기를 보여주는... 음... 그런거다. ^^;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다 일본 소설 코너에서 발견한 <초초난난>은
달팽이식당의 작가가 쓴 책이라는 띠지 광고가 없었다면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인연이 있다면 궁극적으로 언젠가 만나기야 했겠지만.

두 작품 모두에서 주인공은 말이 참 없는 사람이다.
개인적인 관계에 충실하고, 감상이나 생각을 잘 표현하지 않는 그런 여자 주인공이 나온다.
그리고 제목처럼 정겹게 속삭이듯 조금씩 가까워지고, 어느새 벗어나지 못할 만큼 가까워 지고,
욕심을 내지 못하고, 혼자 아파하고, 혼자 치유하고, 혼자 정리하고, 그런대로 인정하고 만족해한다.

싸움거리도 없고 대단한 사건도 벌어지지 않지만 가슴이 따뜻해졌다가 뜨거워지기를 반복한다.
불륜 이야기지만 불륜이라서 어둡거나 음습하지도 않고 당사자간에 감정 싸움도 일어나지 않는다.
소소한 이야기로 이렇게 즐겁게 붙들고 있을 수 있구나 싶어 놀랍기도 하다.

소설들을 보다 가끔 그런 생각도 한다.
나는 이런 이야기 말고 그냥 잔잔한 이야기, 내가 겪어 볼만한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 다치거나 마음 상하는 사람이 없는 이야기,
행복한 순간에 누군가 불행해지는 이갸기가 아닌 이야기, 유치해서 간지러워 지기도 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바랬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뭔가 심심할 듯도 싶었고 그런 이야기를 만났다 싶었던 적도 별로 없었다. - 영화 <친니친니>가 있었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조건에 잘 맞는 이야기다. 내가 읽고 싶었던 이야기...
그리고 일본의 풍습과 요리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그 동네에 가서 한달 정도 살아보고 싶었다.
-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야 하겠냐만, 생긴다고 한들 느껴 볼 수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작고 예쁜 나만의 골목길을 발견한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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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1. 5. 10. 16:33

어제 일기를 써 보자 사소한 일상2011. 5. 10. 16:33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해서 메모가 없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재생할 수 없다.
분명, 하루 하루가 그냥 지나가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사진 한 장이라도, 짧은 문장 하나라도 반드시 남겨 놓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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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1. 4. 11. 11:04

0410 연천 고대산 나다니다2011. 4. 11. 11:04

연천 고대산에 다녀왔다.
고대산은 8백 미터급 산으로, 등산할 수 있는 산 중에서는 가장 북쪽에 있는 산이라고 한다.

높지만 굽이굽이 완만한 코스라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여러 블로거들의 글을 참고하여 2코스로 올라 3코스로 내려오는 루트를 선택했다.


연두색 선은 계획한 루트, 파란색 선은 실제 움직임을 기록한 트랙로그다.
고도 표시는 트랙로그를 기준으로 표시되었다.
구글어스에서는 정상의 높이가 798m로 표시된다. 


신탄리역은 가장 북쪽에 있는 기차역으로 경원선의 종점이다. (우리나라 최북단 역)
레일 위에 그물망이 씌어 있는 것은 처음 보았다. 종점이긴 종점이구나... 


기차를 타고 온다면, 동두천에서 1시간에 1대 있는 기차를 타고 올 수 있다.
기차 시간 맞추기가 애매해 차를 이용했다. 기차역에 딸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라간다.
지도에는 여기 주차장 뿐이었지만, 실제 도착해보니 2코스 입구에 새로 지은 주차장이 또 있었다. -_-;
훨씬 넓고 포장도 되어 있다.
2곳 모두 주차비는 무료였지만 언제 바뀔지 모른다. 


식당들이 즐비한 구간을 지나 고대산 입구에 도착했다.
깨끗한 화장실도 있었고, 작고 깨끗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블로거들에 의하면 입장료를 받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받지 않았다.
안내소에서 고대산 등산지도와 연천지역 산들의 안내지도를 받을 수 있다.


2코스 입구까지 시멘트 포장된 길로 오르막이다.
포장길에서 갑자기 흙길로 바뀌니 2코스 올라가는 곳이 웬지 비공식 경로 처럼 보였다.
여기까지만 걸어도 몸이 더워져서,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사람들이 자연스레 겉옷을 벗고 장비를 재정비한다.


지루한 오르막 구간과 숨찬 나무계단 구간을 지나고 나면 나타나는 칼 바위.
2백 미터 정도 구간 동안 바위 구간이다. 칼 바위 입구에 있는 전망대에 앉아 포도와 물을 마시고 다시 오른다.
칼 바위 구간이 아름답고, 구간이 끝나는 지점에서 보이는 주변 풍경이 장관이다.
멀리 보이는 산들이 겹겹이 층을 이루고 있어서 수묵화로 그린 산수화를 보는 듯 했다.
지루한 구간들의 심심함이 싹 가신다.
칼바위 부터 정상까지 주변 풍경이 멋지게 펼쳐진다.


첫번째 봉우리 대광봉.
아직 공사가 덜 끝나서 그런지 공사자재들이 놓여있고 공사 표시 깃발들이 있어서 어수선하다.


드디어 고대산 정상 고대봉.
여기도 공사중이다. 헬기 도착장 같은 뭔가.. 넓고 평평한 공간을 만드는 것 같다.
아무래도 군사분계선과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군 부대 활동 영역이 중요시 되는 듯 싶다.


하산 길. 아직 얼음이 녹지 않은 계곡도 있고...


이제 막 꽃이 피어나는 나무들도 있고...
겨울과 봄이 아직은 중첩되어 있다.


표범바위와 표범 폭포.
폭포는 아직 얼어 있어서 낙수를 보지 못했지만 얼어있는 그 자체로도 좋은 풍경이었다.
폭포보다 표범 바위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건 뭐... 바위라기 보다 봉우리 하나가 바위였다. 바위랄지 산이랄지...
엄청난 크기와 수직 경사, 표범 무늬 처럼 얼룩 무늬가 있는 절벽 면에 압도당했다.


그 이후로는 그냥 지루하고 울퉁불퉁한 내리막 길이 계속되었다.
크고 작은 돌들로 이루어진 길은 불편하고 위험했다.
지루한 내리막 길.
거의 다 내려온 지점에는 또 다시 공사장 표시 깃발과 공사 자재들로 어수선한 느낌을 준다.


고대산에서 가장 유명한 욕쟁이 할머니집.
욕쟁이라기 보다 시원 털털한 성격의 쿨~한 할머니 같다.


뒷 마당에서도 먹을 수 있다. 장작 더미가 인상적이다.


아침에 직접 만드셨다는 손두부.


사진 찍으려면 뚜껑을 열고 제대로 찍으라고 하신다. -_-;
넵!!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주문하고 기다린다.
막걸리 한병을 주문했는데 아직 안주가 안 되었으니 안주 나올 때 같이 주신다고 하신다.
할머니가 욕쟁이가 아니라 손님이 욕 들을 짓을 한다. -_-;


철판에서 계속 구워 주시는 동안 먼저 먹을 분량만 먼저 주셨다.
한꺼번에 나오면 나중에 식어서 맛이 없다. 조금씩 따뜻한 온도로 서빙해 주신다.
단풍 무침이라는 무침이 독특하다.


카드 보다 현금!!
옆 테이블 산악회 분들이 하는 행동을 보니 욕쟁이 할머니가 욕을 잘하는게 아니라 손님들이 욕들을 짓을 한다.
서로 소통이 안 되는데... 할머니가 욕쟁이라 그렇다고 단정해 버리는 듯 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고기를 먹다가 줏어 들은 얘기로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 그 기차가 이 곳에 있고 조만간 철거될 예정이라고 한다.
책에서만 보던 그 철마가 여기에 있구나... 싶어 철길을 따라 가 보았다.


사진으로 보던 그 기차는 없지만 철마 중단점은 볼 수 있었다.


이 곳 너머로는 공사장이었다. 무엇인가를 짓고 있는데... 뭔지는 모르겠다.
 


기찻길이 끝나는 지점이 이렇게 생겼구나..


통영 사량도에 다녀 오니 웬만한 경사, 웬만한 바위 등반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높이가 있어서 그런지 쉽지만은 않아서 몸이 지치긴 한다.

고대산은 고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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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1. 3. 28. 15:59

0327 파주 감악산, 적성 한우마을 나다니다2011. 3. 28. 15:59

봄을 맞이하여, 그동안 몇 차례 미뤄지기만 하던 감악산에 갔다.
경기 5대 악산이라는 명성과 600미터급(675미터)이라 체력에 부칠 수도 있겠다 싶은 감악산.
그렇지만 막상 올라보니 명성에 비해 힘들지 않은 산이었다.

바위를 탈만한 구간에는 어김없이 계단이 나타났고 오르막이 이어진다 싶으면 곧장 평지나 내리막 길이 나왔다.
임꺽정봉에서 장군봉 지나 법륜사로 내려오는 길이 작은 돌들로 울퉁불퉁하여 그나마 어려운 구간이라 하겠다.
대체로 산행을 즐기기에 힘들지 않고 무난한 느낌이었다.


구글어스로 들여다 본 등산 경로(GPS는 마젤란 eXplorist 400).
감악산 휴게소에서 출발하고 법륜사 휴게소로 산행을 마쳤다.
법륜사 휴게소에서 감악산 휴게소까지는 도로를 따라 도보로 이동.
길 가장자리가 좁아서 2명이 나란히 걷는 것은 위험했다.

터널 공사 구간이 있었는데, 산 위 포크레인쪽에서 아래쪽 식당으로 사람 몸뚱이 만한 바위가 굴러 떨어지는 광경도 목격했다.
식당 아주머니와 사장님이 산 아래쪽에 있었는데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다.
바위가 주차된 차 근처에 떨어졌는데 충격음이 들리지 않아서 사고는 없었을 것 같지만, 근처에 계신 분들은 많이 놀랐을 것 같다.

정상을 100여 미터 앞둔 지점에 팔각정이 있었다.
평상과 의자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점심을 먹기에 좋았다.
오르는 도중에 평상과 의자들이 구비된 곳이 몇 차례 나타났다.
평상이 넓고 사람들도 많이 없어서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다.
 


깻잎으로 싼 주먹밥과 된장국, 쌈장과 고추 그리고 쑥떡.
산행에서 된장국은 호흡을 가다듬기에 좋다.
거친 숨 소리가 순간 차분해질 정도로 된장국 한 모금은 안정감을 준다.
 


깻잎향과 된장국에서 봄을 느낀다.


밥을 먹고 출발하자, 금방 정상이다.
정상에는 거대한 휴대폰 기지국 안테나와 군인들이 관리하는 큰 초소가 있다.
헬기 착륙장으로 쓰이는지 정상은 넓은 평지에 헬기장 표시가 되어 있다.
군부대나 안테나 쪽으로는 사진촬영을 하지 말라는 표시가 보인다.

정상에는 막걸리를 판매하는 아저씨도 있다.
한잔에 천원인가 하는데, 정상에서 마시는 시원한 한잔에 천원은 아깝지 않을 것 같다.

다른 산에 비해 정상이 넓은 편이라
정상 표시석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여유가 있다.
가족끼리 등산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서인지 아이들도 많고 강아지도 보인다.


감악산 정상이 높은 줄 알았는데, 옆에있는 임꺽정봉이 더 높다.
바위로 울퉁불퉁 있어서인지 오르는 재미가 좋다.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운악산 같은 등반 느낌은 없다.)
이제 장군봉을 지나 법륜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내려가는 길은 크고 작은 돌들이 울퉁불퉁 마구 배치되어 있다.
흔들거리는 것도 있고 무너져 내리는 것도 있어서 조심스레 발을 디딛어야 한다.

법륜사에 도착하고 부터는 포장도로를 걸어서 하산한다.
경사가 급해 겨울에는 차들이 올라오기 힘들겠다.

법륜사 휴게소에서 감악산 휴게소까지 도보로 이동.
도로가 좁다.
지나가는 차들이 쌩쌩~ 달려 걸어가면서 불안감을 느낀다.
휴게소는 말이 휴게소지 그냥 도롯가의 음식점들이다.
주차장이 준비되면 휴게소, 주차장이 좁으면 그냥 식당인듯.

적성 한우마을로 이동한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구이집에서 구워먹는 방식의 한우마을. 

어느집에서 고기를 사더라도 공급하는 곳이 같을테니 고기 구입은 가게들이 비슷할 것 같다.
 


가져간 와인을 꺼냈다.
술 파는 것이 주된 수입인 구이집에 술을 가져와서 드시면 되겠냐고... 나무라신다. -_-;
하여튼 1병은 먹을 수 있게... 협의되었다. ^^;

이게 채끝살.. (맞나?) 


적당히 구워 굵은 소금에 찍어 한 입~
 


주어진 야채와 양념들을 사용해 다양하게 먹어 보았으나 그냥 양념 없이 먹는 것이 더 고기 답다.
양념을 곁들이면 양념 맛에 먹는 것 같은...


이건 등심.
역시 고기는 등심이다.
 


된장국도 곁들이고... 후우~
배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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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백암 하면 순대다.

백암순대는 어느집이나 맛이 좋은 것 같은데, <중앙식당>하고 <제일식당>이 유명한가 보다.
<제일식당>은 너무 유명한 집이라 그런지 맛을 평준화 시켜서 그런가... 그냥 평이한... 특색이 없었다.
이번에는 백암의 3대 식당 중 하나라는 <풍성식당>에 갔다. 좀 꾸릿한 냄새가 난다는 전통의 맛이라는 평도 있고.


그렇지만, 풍성식당은 문을 닫았다. 아니, 닫은게 아니라 이전했다.
전화로 물어보니 1.5km 정도 떨어진 박곡리로 이사했단다.  (박곡리 689-3번지)
천천히 걸어서 이동했다.


3대째 전통백암순대..
새로 옮긴 곳은 큰 길가에 있어서 찾기가 쉽지만 백암면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백암까지 찾아와서 먹는 백암순대라는 느낌이라기 보다 그냥 동네 순대국집 같은 느낌이다.


모듬순대. 꾸릿한 냄새를 기대했는데 그렇지도 않다. 소문만 그런건지 자리를 옮기면서 맛이 바뀐건지...
그래도 맛은 좋다. 먹기도 편하고 이런 맛이라야 유명한 집이라 할 수 있지~ 할만큼 맛이 좋다. 명불허전.


순대국. 순대맛이 좋으니 순대국도 맛이 좋다.
구수한 육수와 쫄깃한 고기가 풍성하다.
고추를 삭혀 만든 양념을 풀어 넣으니 톡 쏘는 맛까지 더해져 속이 시원하게 풀린다.

백암에는 마침 장날이라 장터도 돌아보고, <백암 막걸리> 양조장에도 갔다.
- 양조장 옆에 있는 <형제식당> 순대국도 좋다. 백암순대국을 처음 맛 본 집. 양파를 삭힌 양념이 독특하다.


대부분 양조장들이 그런 것 처럼, 이 곳도 작고 허름하다.
그렇지만 남들이 모르는 곳을 나만 발견한 것 같은 묘한 느낌도 준다.
- 시장에서 가깝기 때문에 찾기 어려운 위치는 아니다 -


백암 막걸리를 만드시는 공장장님이 유명한 분이시라는데 이날은 양조장에 계시지 않았다.
(공장장님이 국내 1호 주조사 변태동씨인듯... 매경뉴스참조)
3가지 막걸리를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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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