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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3. 14:30

밥 메카시 워크샵 후기 사소한 일상2011. 8. 3. 14:30

밥메카시 음향워크샵에 다녀왔다. 25년동안 음향측정과 튜닝 분야에서 일을 해온 전문가 답게 말투나 강의진행에서 공력을 느낄 수 있었다. 거리를 ms 단위로 말하는 것이라든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핵심을 찔러주는 답변들이 그렇다. 가끔 나선형 구조의 답변으로 질문 자체가 무엇이었는지를 잊어버리는 상황도 있었지만 뭐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고 생각해두자. 여러가지 이야기 중에서도 25년 동안의 음향 측정을 5분만에 설명해주는 답변이 명쾌했다.

이번 워크샵에서 배운 큰 덩어리는 2개다. 하나는, 스피커 정면에서 0dB일때, 같은 거리의 측면이 0dB가 아니라 -6dB가 되는 것. 그래서 스피커 2대를 함께 사용할 때는 가운데 지역에 -6dB 2개가 합쳐져 0dB가 되도록 각도를 조절해 커다란 하나의 스피커로 인식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또 하나는 전체 시스템을 세팅할 때, 측정마이크를 놓는 위치와 측정값을 가지고 어떤 점을 수정하는지, 어떤 것을 수정하는지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측정툴들을 사용해 측정하는 과정이 막연하고 뿌연 안개속 같았다가 이제는 조금 앞이 보이는 느낌이다. 측정이나 튜닝이 목적하는 바를 이해하니 뭘 해야할지 알게 된 것이다. 전에는 그것들이 불분명 했었고, 그래서 해야할 것도 명확하지 않았다. 이제는 할수 있겠다 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은 느낌이다.

대가의 포스랄까… 지난번 스캇 레러 선생님도 그렇고 이번 밥 메카시 선생님도 그렇고 여유와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긴 시간 동안 본인이 힘들어서 쉬자고 하는 일은 없었다. 많이 받는 만큼 시간에 충실한 것인지, 시간에 충실하니까 많이 받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자리에 오른 사람이 성실하지 않은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주변에서 보자면… 많이 올랐다고 보기 힘든 자리에 계신 분들이 성실하지 않은 것 같다. 남들이 인정해주는 것 보다 본인이 더 높게 자신을 인정하는 경우가 그렇다. 늦게 나타나고, 거들먹 거리고,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남들 타박하고, 많이 쉬고, 쉬는 동안 불평하고, 남들이 자신을 못 알아 봐줄까봐 오버하고. 선생님들은 강의에 집중했고 질문에 함께 빠져들었다. 자신의 일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에게 하나라도 더 말을 하고 싶어했다. 가끔은 더 말을 하고 싶어하는 부분 때문에 주제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본인 자랑을 하다가 그렇게 된 것 보다 다양한 경우를 말해주려고 애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뭐, 좋게 보겠다는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내 느낌은 그랬다. 자기자랑을 위한 복선이나 자신의 이론에 자신이 없어 예외 경우를 설명하기 바쁜 주변의 많은 전문가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느낌이었으니까.

워크샵이니 만큼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따라 할 수 있도록 간편한 실습조건을 알려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워낙 많은 분야니까 실습해보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을 잘 조절하는게 강사의 능력이 아닌가. 많은 내용을 말한다고 많이 받아 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달 받을 수 있는 만큼을 가늠하고 그 내용을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능력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값 보다는 전반적인 흐름을 알수 있도록 하는 것, 각 단계에서 어떤 점에 집중해야 하는가를 이해시키는 것, 목적을 향해 어떤 것에 주의를 하고 수정해야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면 좋겠다는거다. 정확한 값이 필요하다면 그 값이 상수가 아닌 이상 어째서 그런 값이 나오는지에 대해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번 워크샵에서의 실습은 간단한 것이었지만 가끔씩 디테일에 빠져서 벗어나질 못했다. 흐름을 잃고 값을 재설정하는 동안 사람들의 관심이 흐트러졌다. 측정하는 방법과 측정값을 분석하는 일이 실제 업무에서는 따로 떼어낼 수 없는 일이겠지만, 실습에서는 그것을 분리해서 한단계 한단계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두 가지를 동시에 하니 측정도 제대로 모르고 분석도 모르게되어 버렸다.

4일간의 워크샵은, 뭔가 완료했다는 느낌을 갖지 못한채 끝이났다. 대관 장소의 시간제약이 가장 가까운 이유였지만 시간 분배를 제대로 못한건 선생님 책임이다. ^^; 뭔가 아쉬워할 틈도 없이 후원업체 사장님의 인사말과 사진촬영으로 후다닥 끝이났다. 내용도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았는데 뭐 어쩔 수 있나. 끝난건 끝난거지.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참가하고 싶다. 뭔지 모르겠지만 뭔가 더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으니까. 내게 남은 것은 “뭘 알아 들었다”라기 보다는 “한번 해 보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막연하던 것이 좀 구체적으로 바뀌었고,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던 것이 이렇게 하면 되나? 하는 정도가 되었다. 막힌 도로가 풀린 것 처럼 이제 가면 된다. 도로가 풀렸다고 도착한 것은 아니니까. 열정적인 강의에 감사하고, 많은 유머에도 적절한 리엑션을 보여주지 못한 이 소심함이 죄송하다. 함께 사진을 찍는 친근함도 보이지 못했다. 그저 마음으로만... 감사드린다.
영어로는 뭐... Thank You Bob. ㅎㅎ

대가를 만난 후에 느끼는 이 긍정의 에너지가 참 좋다. 배우고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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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