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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7. 24. 18:25

살인자의 기억법 읽고보고듣고2013. 7. 24. 18:25

041 살인자의 기억법 

무서웠다


살인, 잔인함 이런 것 때문에 무서운 것은 아니다. “술만 마시면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다 잊어버리는 동네 사람이 있었다. 죽음이라는 건 삶이라는 시시한 술자리를 잊어버리기 위해 들이키는 한 잔의 독주일지도.” 라는 문장 처럼 기억에 관한 부분에서 나는 무서웠다. 술만 마시면 다 잊어버리는 그 동네 사람이 나 같아서 무섭기도 했고, 주인공 처럼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기억이 조금씩 사그라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소설을 통해 내 기억이 사라져 당황했던 날들의 느낌이 생생하게 떠 올랐다. 기억이 조금씩 무너지는 경험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쉽게 읽혔다


마침 읽고 있는 책이 있어서 이 책을 시작하기가 망설여졌다. 앞 부분 잠깐 보려다 쭉~ 끝까지 읽게 되었다. 너무 흥미진진해서, 다음 장면이 궁금해서 미칠 것만 같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차곡차곡 페이지가 넘어갔고 끝이 났다. 단문으로 되어 있는 문장과 짧은 단락으로 구성된 문단이 읽기 편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치매에 걸린 노인의 기억이 사그라드는 것 처럼 문단이 짧고 단편적인 정보를 빠르게 보여 주었다.



기억에 관한 두려움, 인간에 대한 생각


p.143    문득, 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무엇에 진 걸까. 그걸 모르겠다.

p.53      아무리 치매 환자라도 감정은 남아 있대


이런식으로 뭔가 앞에서 나온 것이 뒤에 나오는 무엇인가와 매칭이 된다. 그런데 치매 환자의 감정이 나의 감정처럼 느껴진다. 느끼지 못했던 어떤 연관된 기억들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생활은 소설 같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그냥 밋밋한 인생이거나 기억을 못하거나.



스크랩 한 문장들


p.12 인생에는 남에게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몇가지 있지요.


p.23 우연은 불운의 시작일 때가 많지


p.42 세상의 모든 전문가는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 말할 때까지만 전문가로 보인다.


p.43 제아무리 미물이라도 다 살아남는 수가 있지요.


p.44 죄책감은 본질적으로 약한 감정이다. 공포나 분노, 질투 같은게 강한 감정이다. 공포와 분노 속에서는 잠이 안 온다. 죄책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나는 웃는다. 인생도 모르는 작자들이 어디서 약을 팔고 있나.


p.48 은희는 마치 세상의 모든 일이 자기에게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는 듯이 말하고 행동한다. 네, 제가 거기에 있기는 하지요. 그리고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날마다 어떤 일들이 일어나지요. 하지만 그것들은 저하고는 아무 상관 없고 저에게 별 영향을 주지 못해요, 라고 말하는 것 같다.


p.51 인간을 틀 몇 개로 재단하면서 평생을 사는 바보들이 있다.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좀 위험하다. 자신들의 그 앙상한 틀에 들어가지 않는 나 같은 인간은 가늠조차 못 할 테니까.


p.52 술만 마시면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다 잊어버리는 동네 사람이 있었다. 죽음이라는 건 삶이라는 시시한 술자리를 잊어버리기 위해 들이키는 한 잔의 독주일지도.


p.57 당신의 영혼이 당신의 육체보다 더 빨리 죽을 것이다. 그러니 더이상 두려워하지 마라.


p.63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쓰는 '우연히'라는 말을 믿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p.68 언어는 늘 행동보다 느리고 불확실하며 애매모호하다. 지금은 행동이 필요한 시간.


p.87 사람들마다 구원의 이미지가 있을 수 있다.


p.92 웃는다는 것은 약하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자기를 무방비로 내준다는 뜻이다. 자신을 먹이로 내주겠다는 신호다.


p.93 술 취한 사람들도 자기들끼리는 즐거워하잖아요. 대화를 즐기는 데 꼭 지력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요.


p.93 과거 기억을 상실하면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게 되고 미래 기억을 못 하면 나는 영원히 현재에만 머무르게 된다.


p.105 수치심과 죄책감 : 수치는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것이다. 죄책감은 기준이 타인에게, 자기 바깥에 있다. 남부끄럽다는 것. 죄책감은 있으나 수치는 없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타인의 처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p.114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자긍심을 가지고 무덤으로 가는 것일까.


p.115 예술가의 내면에 마련된 옹색한 사무원의 자리.


p.117 현재에만 머무른다는 것은 짐승의 삶으로 추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억을 모두 잃는다면 더는 인간이랄 수가 없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가상의 접점일 뿐,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미래를 기억함으로써, 과거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p.126 그는 현재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그 어떤 곳, '적절치 못한 곳'에서 헤맨다. 아무도 그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외로움과 공포가 점증해가는 가운데 그는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아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변해간다.


p.143 문득, 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무엇에 진 걸까. 그걸 모르겠다. 졌다는 느낌만 있다. (p.53 "아무리 치매 환자라도 감정은 남아 있대" 와 연관)


p.145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 201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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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3. 6. 30. 23:55

길 끝에서 만난 이야기 읽고보고듣고2013. 6. 30. 23:55

36 길 끝에서 만난 이야기 

루이스 세풀베다 산문집 /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2013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난 책이다. 루이스 세풀베다는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이라는 소설의 작가이자 칠레의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행동가이다. 도서전에서 열린책들 부스를 구경하다 우연히 보게된 책인데,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의 작가라는 말에 확 끌렸다. 내 북 카트에 늘 담겨 있었지만 구입은 하지 않았던 그 책의 작가다.


이 책은 작가가 여행을 다니며, 혹은 망명을 다니는 도중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산문집이다. 긴 이야기도 있고 짧은 이야기도 있는데 무거운 경험에 비해 가볍게 읽힌다. 물론, 가볍게 읽히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거운 이야기가 무겁게만 흐른다면 너무나 부담스러울테니까.


희망을 발견하는 시선,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런 것들이 좋게 와 닿았다. 이념이나 사상 뭐 그런 것을 굳이 떠 올리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산문집의 좋은 예로써, 여행기 혹은 여행 도중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본보기 같다.



:: 2013 - 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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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3. 5. 25. 16:19

제이 개츠비와 홀든 콜필드 읽고보고듣고2013. 5. 25. 16:19

개츠비와 홀든 콘필드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두 책의 스토리를 섞어 놓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기억 속에 가지고 있었다.

이틀 연속으로, 아니지 사흘 동안 두 권을 연속으로 읽고 나니

그동안 어떻게 헷갈릴 수 있었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말끔히 정리가 되었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인데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지금까지 이 두 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올 해 초에 개츠비를 읽었는데도 그렇다. -_-;


지금은 미뤄 두었던 묵은 숙제를 마친 기분이 든다.

동양의 고전과 서양의 고전은 참 다른 느낌이라는 것, 고전은 과연 고전이구나 하는 생각이다. 


아, 그리고 홀든 콘필드...

재미있고 매력적인 이야기이긴 했지만, 이 방황하는 청소년에 대해선 공감 하지 못하고 혀를 끌끌 차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세상 고민 혼자 안고 사는 그런 건방진 청소년을 떠올렸는데...

물리적인 나이야 당연히 아저씨지만, 이제는 생각도 학부모가 되어버린 것이다.



:: 2013-027, 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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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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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파크 읽고보고듣고2013. 5. 10. 16:21

2013-024 선셋파크

폴 오스터. 호기심을 일으키는 첫 문장을 쓰는 작가로 유명한 소설가, 그 이름만으로도 책이 팔린다는 작가다.

책꽂이에 꽂힌 책 중에서 한 작가의 책으로는 폴 오스터의 책이 가장 많다. 일부러 모은 것은 아니었는데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선셋 파크>는 오랫만에 만나는 폴 오스터의 작품이다. 지적이고 배려심 많지만 고집이 세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개성이 강한 등장인물들을 표현하면서 우리나라 드라마처럼 주인공을 너무 극단적으로 몰고가는 현상이 벌어지지 않아서 좋았다.

멋진 번역 덕분에 잘 읽긴 했지만, 영어 특유의 복잡한 문장이 번역에서도 그대로 살아있어서 불편한 점도 있었다. 원작의 표현을 그대로 살리려고 하는 번역자의 노력이겠지만 어떤 부분은 구글번역기를 통해 읽는 것 처럼 문장이 어색했다. 뭐, 이해력이 부족한 나의 문제일 수도 있고. ^^



:: 2013-025


:
Posted by 9름
2013. 5. 7. 01:22

옥수동 타이거스 읽고보고듣고2013. 5. 7. 01:22

제목 없음


프레시안의 기사(그 꽃미남 스타, 알고보니 옥수동 일진?)를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된 소설이다.


최민석의 소설 <빨간책>과 이웃하는 소설이자 영화 <품행제로>, <써니>의 맥을 잇는다.


담담하게 2008년도 옥수동의 재개발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그린다. "청년신춘문예 당선작"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뻔해 보이는 청소년기의 성장통을 이야기 한다고 오해해선 안 된다.


나는 이 소설이 사건이나 감정을 일부러 슬프게 연출하지도 않는다는 점이 좋다. 하지만 너무 담담하게 그리고 있어서 "그래서 뭘?" 이라는 의문도 생기게 하는 구조는 별로다.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조금은 만족스럽지 못한 느낌이다.



:: 2013-024

:
Posted by 9름
2013. 4. 3. 16:22

여울물 소리 - 황석영 읽고보고듣고2013. 4. 3. 16:22

여울물소리 - 황석영


"내 마음 정한 곳은 당신뿐이니, 세상 끝에 가더라도 돌아올 거요."


<여울물 소리>는 이런 멋진 말을 남길 줄 아는 남자를 기다리는 여인이 남긴 기록이다.


작가는 그냥 허황한 민담조의 서사를 쓰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19세기 현실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는지 스케일이 커져버린 느낌이다. 임꺽정을 읽는 느낌과도 비슷했다. 우리나라의 어른들은 이렇게 살았구나 싶기도 했고, 참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이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민담조의 서사라는 것이 참 친숙하다.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우리의 전통적인 이야기 방식이 이런것일까. 마치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구전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훈민정음이나 홍길동전 같은 고서적을 읽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다.


시대적 배경은 동학혁명을 전후에 두고 있지만, 동학혁명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는 않다. 동학혁명이라는 큰 사건에 얽혀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동학혁명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사건의 스케일이나 개개인의 역사가 드러나는 것이 레미제라블과도 비슷하다. 개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큰 사건이 얽혀 보이게 되고, 큰 사건의 전후에 얽힌 관계가 개인의 이야기를 이해하게 되는 단서가 되니까 그렇다. 왕가의 순서로 역사를 보는 입장이 거시사 라면 이런 이야기를 미시사라고 하는 것 같다. 민초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의 역사를 보여주는 이야기고, 분명한 픽션이지만 실제 있었던 일 처럼 생생해 영화를 보는 듯 하다.


등장 인물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힘든 시기에 살았고, 그래서 그 절박한 이야기의 한 줄기가 된다. 담담하게, 아쉬워 하지 않고 갑작스레 만나는 역사의 흐름을 맞이하고 이겨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을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이야기다. 주변 탓, 남 탓 하며 허송세월 보내는 쪼잔한 인물이 한 둘 나오는 것 같으나 그닥 눈에 띄지 않는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든다면 주요 인물이 될지 모르겠지만, 책에서는 그런 쪼잔한 인물들을 보여줄 지면이 부족하다.


우리 이야기 스타일의 멋스러움이 느껴져서 좋다. 대작가의 이름이 허투루 생겨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으니 과연 명불허전이다.



:: 2013-014


:
Posted by 9름

-- 경제 --

물품화폐에는 인간이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선물본능'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지. 돈이 교환의 유일한 척도가 되는 순간, 그 본능은 흔적도 없이 증발되어 버린다. 바야흐로 이 원초적 본능을 되살릴 수 있는 경제적 노하우가 절실하게 요청된다. 물품들간의 활발한 순환에 접속하거나 아니면 돈을 선물로 변환하여 거대한 순환을 이루거나. 현대인들은 모두 그렇지만, 특히 우리 시대의 마이너, 청년 백수들에겐 그야말로 꼭 필요한 삶의 지혜가 아닐런지.


-- 공부 --

공부복과 학벌은 전혀 다른 범주다. 학벌은 공부복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노동에 해당한다. 그래서 공부가 그토록 고달픈 거다.


뭘 배운다고 직업이 생길리 만무하고 신기록을 세운다고 메달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아무 이유 없다! 굳이 찾는다면, 시간이 남아돈다고나 할까. 노느니 장독 깬다는 말이 있듯이, 그냥! 배운다. 놀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논다. 그리고 그게 일상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기적이 일어난다. 천민 백수들이 각 방면의 최고 고수이자 달인으로 재탄생하는 기적이.


달인이 되려면 이것저것 대충 해선 안 되고 관문 하나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분야가 뭐건 다 마찬가지다. 요즘 선수들은 금메달, 그 뒤에 오는 영광(주로 돈!)에 대한 유혹이 엄청나기 때문에 그 힘든 코스를 다 견뎌낸다. 이런 게 전혀 없다면? 아마 아무도 안 할 것이다. 만약 그런데도 할 수 있다면, 그 재주는 단지 기예가 아니라,인생역전의 비전이 된다. 무용함의 유용함, 목표 없음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다. 금메달을 따고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도 부와 인기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우리 시대 선수들을 보라! 목표가 뚜렸하다는 게 얼마나 초라한 것인지.


일상적 공부를 통해 그들은 달인이 되었다. 놀이가 공부고 공부가 곧 일상이 되면 누구나 한 방면의 달인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심심풀이 장난으로 시작한 것인데 물건을 노리구 던지면 맞는 데 재미가 날뿐더러 그것도 혹시 재주루 쓸데가 있을까 하구 일심 정력을 들여서 익혔습니다.


근대 이전은 구술문화의 시대다. 모든 것이 구술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에 반에 우리 시대는 서사가 사라졌다. 자신의 일상, 자신의 인생, 자산의 배움이 모두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까먹은 것이다. 동시에 청각도 잃어버렸다. 자신의 속내와 인생역전을 멋들어지게 이야기할 줄도 모르지만, 남의 사연을 허심탄회하게 들을 줄도 모른다.


스승은 뭔가를 가르쳐주는 이라기보다 뭔가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최대한 끌어내는 존재일 뿐이다.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스승을 부르는 것이지, 좋은 스승이 있어서 잘 배우게 되는 건 절대 아니다.


아무리 스승이 위대하다 해도 최종심급은 결국 제자 자신의 국량인 것이다.


일신, 이기, 삼태, 사술 ... 술은 배울 수가 있고, 태는 지을 수가 있고, 기는 기를 수가 있고, 신은 배우거나 짓거나 길러서 될 수 없는 만큼 천생이 있지마는 많이 배우고 오래 짓고 힘써 기르면 나중에 절로 생긴답니다.


도를 향해 나아가는 길에 친절은 금물이다. 그래서 아무나 다, 그리고 공평하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문턱을 넘어오는 만큼만 가르쳐준다. 자신을 구원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일 뿐이니까.


모든 공부와 수행의 기초, 그건 바로 청소다. 스승들이 원하는 건 대단한 재능이나 선물이 아니라, 지극히 단순소박한 실천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보상이 필요없다. 사랑하는 순간 이미 천국을 경험하게 되니까. 그렇다면 공부에도 목적이나 이유, 대가 따위가 필요하지 않다. 공부하는 순간, 이미 삶은 축제가 되니까. 그리고 그 축제의 절정이 바로 평상심이다.


즐겁지 않으면 배움이 아니고, 배우지 않으면 즐거움도 없다. 즐거운 연후에나 배운 것이고, 배운 연후에나 즐겁다. 고로, 즐거움이 배움이고 배움이 곧 즐거움이다.


-- 우정편 --

'양반이되 양반티를 내지 않고, 고리삭은 글 이야기를 하지 않고 힘깨나 쓰고 꺽정이 나이가 배가 어린데도 동무처럼 상종하게 되었다.' 그렇다! 친구가 된다는 건 신분이나 나이, 지식 등과 같은 사회적 경계를 넘어 설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한의학적으로 간신(肝腎, 간장과 신장)은 결단과 용기를, 비위(脾胃, 비장과 위장)는 생각을 주관한다. 건강한 신체란 이 둘 사이의 간극이 없음을 의미한다. 요컨데 생각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생각은 많은데 행동이 따라주지 못하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 그만큼의 잉여가 몸에 쌓이게 된다. 그 잉여가 바로 번뇌와 질병을 낳는다. 지행합일 혹은 언행일치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몸과 몸의 어울림과 맞섬에도 수 많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머리로, 입으로 재지 말고 몸으로 부대껴보라는 것.


이들은 절대 착하고 좋은 '놈'들이 아니다. 그렇지만 서로 '좋은 친구들'이 되었다. 왜?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좋은 사람들이라 서로 친구가 된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감추지 않았기에 '좋은 친구들'이 되었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


스승이면서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다. 친구이면서 스승이 될 수 없다면, 그 또한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우정은 철두철미 연대의 윤리다. 이 연대의 정서가 무너지면 또다른 권위와 위계가 생겨나고 그러면 또다시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형성되고 만다.


-- 사랑과 성 --

배짱이란 다른게 아니라, 사회적 통념이나 권위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실존적 결단력이다.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군더더기가 붙고 폼을 잡는 순간, 사랑은 졸지에 '망상의 늪'으로 떨어진다.


-- 여성 --

배울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


장모들의 파워가 막강했던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생활의 전 영역에 밀착해 있었기 때문이다. 생활과 존재 사이에 간극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되면 일단 힘과 기운이 엄청 좋아진다. 쓸데없는 망상 따위가 개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恨)은 가슴에 쌓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외부로 털어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복수가 끝난 후, 전혀 다른 삶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 속의 모든 여성들이 그토록 위풍당당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공공연한 네트워크 덕분이다. 그러므로 사랑과 결혼의 과정에서 둘만의 사적인 관계를 고수하는 건 서로에게 아주 불리하다. 특히 여성에겐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성욕의 쾌감이 끝나는 순간, 모든 관계가 스탑되기 때문이다. 고로, 아주 역설적인 말이지만 둘이 깊이, 오래 사랑하기 위해선 반드시 드넓은 배경이 있어야 한다. 사랑을 빛나게 해주는 우정과 의리라는 배경이.


-- 사상 --

소인배들 역시 사대부요 성리학의 문도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있어 학문이란 오직 부귀공명을 위한 발판일 뿐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글자 배운 보람”이라곤 단 한 가지도 없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죽음이 저토록 초라한 것은 그야말로 필연적 귀결이다. 또 죽음이 저렇게 초라할진대, 그 삶 또한 오죽했으랴. 부귀를 맘껏 누리지 않았느냐고? 맞다. 허나 부귀가 줄 수 있는 건 쾌락과 방탕 이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또 쾌락과 방탕이란 결국 욕망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살아서는 욕망의 노예로, 죽음 앞에선 비루먹은 개로. 이게 성공한 소인배들이 밟아가는 괘적이다.


군자와 소인의 차이란 부귀도 공명도 아니고, 요절도 장수도 아닌, 삶과 죽음 사이에서 누가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는가에 있을 뿐이라고. 물론 이 자유의 공간은 배움의 능력과 정확히 비례한다.


감정을 다스리고, 섹스를 절제하며, 담백한 음식을 먹고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지 말 것 등이다. 핵심은 욕망의 금기가 아니라, 불필요한 거품을 제거하는 것이다. 왜? 그 거품이 곧 번뇌와 질병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결국 탐욕에 눈이 어두우면자기가 듣고 싶은 내용만 듣게 되는 법이다.


-- 조직 --

갖바치는 도가 깊어질 수록 자신의 존재 기반을 벗어날 수 있지만, 꺽정이는 적대감이 커질 수록, 청석골의 전투력이 강화될수록 자기가 증오해마지 않는 세력들과 맞물리게 되어 있다. 미움과 증오는 그것이 생겨난 인연처를 결코 떠나지 못한다. 그래서 분노가 강해질수록 그 대상과 오버랩되어 버린다. 하여 니체가 그랬다던가. 괴물과 싸울 땐 괴물을 닮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형식적 체계는 느슨하기 이를 데 없지만, 구체적인 활동성은 엄청 센 조직이라고 보면 된다. 그게 가능한 건 이들이 다 한가닥하는 달인들이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명령의 전달자가 아니라 실행자들이다.


어떤 체제가 파쇼적이 되지 않으려면 강령이나 조직표가 아니라, 무엇보다 축제와 유머, 그리고 서사가 필요하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규모가 아니라, 외부와 접속할 수 있는 유연성 혹은 탄력성이다. 외부 상황의 변화에 따라 계속 새로운 배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최소한의 규모로도 천하를 움직일 수 있는 법이니.


자유인이 되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철학적 비전, 또 하나는 신체적 능력. 물론 둘은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책을 읽고 사유하고 토론하는 것.

자유시간은 신체적 능력을 확장하는 정밀한 훈련에 쓰여야 한다.


달인의 능력은 화폐로 교환되는 게 아니라, 세상에 대한 선물로 순환되어야 한다.


운명은 길섶마다 행운을 숨겨두었다(니체). 그러니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 행운들과 기꺼이 대면할 수 있는 배짱과 호기, 다만 그것뿐!



:: 201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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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2. 12. 11. 23:46

BOOK: 능력자, 최민석 장편소설 읽고보고듣고2012. 12. 11. 23:46

능력자


역시, 빨간책은 재미있다.

마치 술자리에서 말빨 좋은 선배의 17대 1 싸움 같은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묘하게 슬프고 묘하게 재미있다. 어느새 빠져들어 버렸다.



1. 허풍

이 책의 말투는 허풍이다. 허풍스런 말투가 주는 이 책의 재미에 푹 빠졌다. 외워서 써 먹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말투는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어설프게 따라할 차원이 아니다.


망치 네놈이 코 흘리던 시절 나한테 얻어 먹은 밥이면 대한민국 김밥천국 전 체인점이 동시에 김밥을 말고도 남을 것이고, 그 남은 밥을 냉동시켜 바닥에 깔아 놓으면 설 땅을 잃은 북극곰들이 평생 굴러 다녀도 끝에 이르지 못할 것이며, 얻어 마신 술이면 에버랜드 워터파크를 채우고도 남을 것이며, 그 남은 물을 얼려 바다 위에 띄워 놓으면 아까 그 북극곰이 북극에서 부동산 투기를 하고도 남을 정도라고 옛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2. 왜 빨간책인가

이 책의 작가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빨간책”은 음란물이었거나 불온서적이었다. 허가 받지 않은 책,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따라 배포되지 않는 책이다. 이 책의 느낌도 딱 그렇다. 교실에서 손에서 손으로 건네와 순서를 기다리며 읽는 야설 처럼 진지하지 않게 막 써내려간 느낌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말 말로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게다가 주인공의 직업 중 하나가 야설 작가다.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은근하고, 친근하고, 측은하고,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인듯 느껴지면서 고상하게는 느껴지지 않는 딱 그 느낌이 빨간책 이미지와 잘 맞다.



3. 자전적 소설

진짜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지, 자신의 이야기처럼 보이게 만든 소설인지, 그 두 가지가 복합적인 것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 어느 쪽이든 상관 없긴한데,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책 표지에 소개된 작가의 프로필과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작가가 잘 겹친다. 그래서 현실성 없는 이야기가 상당히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마치 옆 반에 있는 누군가가 겪은 이야기 같은 느낌이다.



4. 공감하면서 멈칫하게 했던 부분..

부분만 발췌하니 전체를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긴 하다. 전체 속에 포함된 이 문장들 느낌이 좋다.


“삶에 있어서 때론 자신의 능력 밖의 것은 그저 낙관으로 일관하고 나머지 결과는 삶의 흐름에 던져 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공간의 범위는 물리적 개념이 아니라 심리적 개념이며, 그 넓이 역시 신체가 움직이며 규정짓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떠다니며 규정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광장에서 바람에 의해 크는 사람이 있다면, 작은 방 한편에서 몸을 웅크린 채 수치(부끄러움)에 의해 크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언젠가는 질 수 밖에 없는 게임이야. 어떻게 지느냐? 그래, 중요해. 사람들은 어쩌면 그걸 내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모습이 근사하지 않더라도, 초라하더라도, 보잘것 없더라도 상관없어. 헐렁한 트렁크스, 조명, 땀 냄새, 훈련, 실패로 터득한 내 스텝, 그걸 기다리는 링. 그것만으로 충분해. 이 위에 있을 때, 나는 필요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지거든.”


“너절해져도 찢어지진 않는다.”



그리고 작가의 말 중에서


“당신이 만약 비극을 겪고 있다면, 그 비극이 진심으로 희극이 되길 바란다. 생이란 그래야 한다고 애타게 믿고 있다.”



5. 그래서 나는...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랄까, 내가 하는 일이 다 고만고만해서 “하면 뭐하나~” 라는 병에 걸렸을 때 이 책이 병을 고쳐줄 것 같다. 절실함, 삶에 대한 투지가 다시 타오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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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변화와 혁신, 고집과 주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했던 책이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런 류의 책이 잘 안 읽힌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 관한 <아이콘>이라는 책도 그랬고, 구글에 대한 이야기인 이 책도 그렇고 뭔가... 이야기의 맥을 파악하지 못하겠다. 누가 어떤 말을 했고 누가 어떤 말을 했다... 그런 이야기가 쭈욱~~ 나오는데, 나는 “그래서 뭐라는건데~” 라는 생각이 드는거다. 작가가 주장하는 혹은 말하려고 하는 점이 무엇인지 잘 파악이 안된다. 글쓴이는 경험이 많은 유명한 칼럼니스트이고 13주에 걸쳐 구글 내 외부의 주요 인사들과 인터뷰를 하며 만든 책이라고 하니 뭔가 중요한 말을 했을거라고 생각은 한다. 단지, 내가 그 말을 잘 못 알아 듣겠다는거다. -_-;


하지만, 그러나, 책 내용을 잘 못 알아 듣겠는데도 이 책은 나쁘지 않다.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를 온갖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결론을 얻기는 어렵지만(내가 못 알아 들은), 변화를 인식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은 갖게된다. 변화 혹은 혁신은 누구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지, 변화의 주체는 어때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물론 이런 내용은 동양의 고전에서도 많이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오히려 동양고전들이 하는 이야기가 더 알기 쉽고 친숙하다.이 책은 그런 내용을 실제 회사들의 이야기로 풀어준다. 풀어주면서 고전의 예 처럼 딱 부러지게 “이렇게 하라”는 식으로는 말하지 않는다. 누가 그 시점에서 이렇게 했고, 이렇게 됐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런 방식의 이야기가 나에게는 좀 불편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편하게 읽히는 방식일 수도 있다.


이 책은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잘 되던 기존 방식을 굳이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분들에게 이 책은 세상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예언서가 될 것이고, 혁신과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가이드라인이 되어 줄 것 같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변화인지 잊지 않도록 하는.


내가 읽기 힘들었다고 해서 남들에게도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또, 내가 읽기 어렵다고 해서 번역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단지, 이런식의 이야기 방식이 어려운 거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아직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은, 외국의 큰 흐름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흐름을 알아채는 계기가 될지도. 나에게는 힘들었지만 남들에게는 일독을 추천하는 책. ^^;




구글드: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저자
켄 올레타 지음
출판사
타임비즈 | 2010-02-1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세계경제의 판도를 뒤집는 구글(Google)의 모든 것!뉴요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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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2. 5. 29. 19:30

BOOK: 하버드 글쓰기 강의 읽고보고듣고2012. 5. 29. 19:30


<하버드 글쓰기 강의, how to be a WRITER>

building your creative skills through practice and play


글쓰기 책이다. 글쓰기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된 글쓰기 책. 글쓰기 책들은 보면 볼 수록 글쓰기가 어려워진다는 특징이 있다. 이 책도 그런 책 들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책은 읽을 수록 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글쓰기는 타고나는게 아니라, 훈련이다라는 가르침도 그렇고 뭐 여러가지로 글쓰기에 대한 입장을 조금 편하게 해준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잘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잘 쓰고 싶다는 생각과 맞게 쓰려고 노력하는 것 사이의 거리. 그것을 분간하지 못 할 때 글쓰기는 어려워진다.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맞게 쓰는 것인데 맞는지 틀리는지를 남들의 판단에 맡기려 든다거나, 내 생각이 맞는지 틀리는지 검증받고 싶어하는 소심증도 생긴다.


이 책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글을 쓰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심지어 자신도 보지 않을 글쓰기로 시작한다. 그래서 글쓰기가 단지 습관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되기를 추구한다. 스스로 비평하지 않고, 제대로 쓰고 있는지 걱정하지 않고, 쓰고 있는 내용이 쓸모 있는 것인지 걱정하지 않고 그저 쓰기만 하는 훈련으로 시작한다.


눈으로만 읽다가 시키는대로 따라 해 보니 효과가 좋다. 사람들을 기다리다가, 공연을 기다리다가, 무작정 기다림의 시간이 주어지는 때에 그냥 노트를 펼쳤다. 노트에 뭔가 끄적이고 있으면 뭘 쓰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는 핸드폰에 타이핑했다. 사람들은 문자라도 보내는 줄 알고 궁금해 하지 않아 어색하지 않게 글쓰기에 집중 할 수 있었다. 10분 정도, 그런 집중의 시간을 가졌는데 의외로 글쓰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쓴 글들이 다시 읽어 볼만한 내용은 아니어서, 이렇게 편하게 써지기도 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경험하는 것에 만족했다.


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 처럼 글 쓰기도 훈련이 필요하다. 영화에서 처럼 영감이 떠 오르길 기다리거나 자다 깨어나서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그런 과정이 아니다. 새로운 운동 종목을 배우는 것 처럼 몸이 근육이 이해하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글쓰기 훈련은 그런 경험을 쌓는 것이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었구나 싶은 생각도 했다. 안 써진다고 생각하면서 써 보겠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할 수 있는 훈련이 내 주변에 널려 있었는데도 하지 않고 있었던거다.


하버드 라는 말이 좀 낯 간지럽긴해도, 글쓰기에 관한 지침서 중에서 나에게 잘 맞는 책이었다. 끝까지 다 읽기가 좀 힘들었다. 앞의 내용이 반복되는 것 같기도 했고 지루하기도 했다. 그래도 끝까지 읽으면서 군데군데 깨알같은 깨달음도 얻는다. 딱히 어디쯤에서 어떤 가르침을 받았는지 대충 떠오르는 것도 없긴 하지만, 뭔가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이 많았던 것 같다. 요즘들어 블로그에 쓴 책 후기 중에 이렇게 길게 쓴 후기도 없지 않았나. 이정도면 이 책 덕분에 내용은 몰라도 분량 만큼은 뽑아 낼 정도는 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건가? ^^;




하버드 글쓰기 강의

저자
바버라 베이그 지음
출판사
에쎄 | 2011-06-0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이 책은 30년 가까이 글쓰기 교사로 일해온 바버라 베이그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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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2. 5. 27. 20:13

BOOK: 행복한 프랑스 책방 읽고보고듣고2012. 5. 27. 20:13


소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와 함께 우리집으로 들어온 책.

작가 마르크 레비는 영화 <천국같은, Just Like Heaven>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 소설 <행복한 프랑스 책방>도 영화로 제작되었다.

영화로는 <Mes Amis Mes Amours> 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영국에 사는 프랑스인 이야기다. 영국 마을 사람들의 은근한 매력도 느낄 수 있었고, 중년 남자들의 가정에 대한 생각, 불안감 뭐 그런 것들도 공감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새롭게 느끼는 사랑, 가족 같은 사람들과의 우정, 새로운 출발에 대한 부담감 그런 것들이 아기자기한 이야기 속에 스며들었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꼼꼼하게 규칙을 정하고 잘 지켜내는 스타일의 친구가 있고, 대충대충 하면서도 재치있는 사람도 있고 서로가 서로의 단점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또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긴도 한다. 어른들을 다루는 아이들의 모습도 귀엽고 멋진 노후를 보여주는 중후하면서도 티나지 않는 인물들도 나온다.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읽게되는, 행복해지는 책이다.


온갖 핑계로 해야할 선택을 미루는 이들에게, 달달한 로맨스가 고픈 이들에게, 어른인척 하지 말고 어른답게 살아야 할 이들에게 추천함.



행복한 프랑스 책방

저자
마르크 레비 지음
출판사
노블마인 | 2008-08-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 지붕 아래 두 친구의 좌충우돌 동거 이야기! 프랑스의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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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2. 5. 11. 11:50

BOOK: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읽고보고듣고2012. 5. 11. 11:50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저자
전민식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2-03-2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출구 없는 인생 속에서 만들어내는 치유의 풍경!2012년 제8회...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마트에 내비게이션 수리하러 갔다가 만난 책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소개글 중에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끊임없이 패배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라는 부분이 눈에 들어와 잠깐 집어 든 책이었는데 결국 우리집까지 함께왔다. 작가 프로필이나 수상후기 글도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사는 사람의 작품이자 2012년 세계문학상 수장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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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2. 2. 8. 19:24

Book: 무진기행 / 김승옥 소설 읽고보고듣고2012. 2. 8. 19:24

무진기행
너무나도 유명한 소설 <무진기행>을 드디어 읽었다. 제목은 많이 들어 본, 잘 모르지만 유명하다는 말은 들어 본적이 있는 그런 소설이었다. 신경숙 작가가 노트에 따라 쓰면서 공부한 소설이라고도 들었던가... 그래, 아마 그런 소식을 접하고 이 소설이 어떤 소설인지 궁금했던 것 같다.

정태춘의 <무진 새노래> 라는 음반에 대한 기억이 강해서 소설 <무진기행>도 무진년(戊辰年)과 관련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읽고 보니 소설 무진기행은 무진이라는 지역 이름이었다. ^^;

정태춘의 무진 새노래는 1988년에 발표된, 음악을 많이 듣던 시기에 들었던 인상이 깊은 음악이고, 소설 무진기행은 막연하게 어디선가 이름만 들었던 그런 이름이었으니 내게는 무진 새노래가 더 유명한 셈이다.

무진기행은 1964년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오래 됐다. 내가 읽은 것은 문학동네의 무진기행으로 1995년 초판 발행, 2011년 2판 15쇄 버전이다. 내용이 바뀌지는 않았겠지만, 발표된 시기와 읽은 시기의 간격이 크다.

책에 실린 소설은 대부분 60년대 것으로 지금보다 40~50년 전에 발표된 소설이다. 그리고 소설 속 내용은 발표된 시기보다 더 옛날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세월의 격차는 더 크다. 그러다 보니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의 고민이 썩 와 닿지는 않는다. 가난한 인텔리, 패배주의, 담배, 창녀, 희생적인 어머니, 누나 그런 것들이 틀에 박힌듯 전형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물론, 소설이 발표된 시기에 통용되는 것들이 지금도 통해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런 것들이 지금 읽기에는 좀 부대끼는 느낌이 들었다는 정도다. 15개 단편 소설 중 5~6개 정도는 그런 느낌이 강했다.

전체적으로 내가 느낀 점은, TV에서 했던 베스트셀러 극장 느낌이랄까, 고래사냥 분위기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낭만"이란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신경숙 작가가 느꼈던 충격만큼은 아니었지만 명작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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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와우~ 이렇게 멋진 이야기가!!

작가 최규석은 만화가다. 꽁지 머리를 묶은 잘 생긴 만화가. 이 책은 만화인데 지금까지 보던 말풍선이 있는 만화는 아니고, 동화 같은 만화다.

모습은 동화지만 내용은 동화처럼 아름다운 결말로 이어지지 않는다. 잔혹동화나 어른을 위한 동화... 이런 분위기도 아니다. 착하게 혹은 시키는대로 살지말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어느 이름없는 우화처럼 이 책의 이야기들도 알음알음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고 한다. 나도 이런 내용이 꾸준하게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

내가 감명깊게 느낀 우화는... 뭐 대부분이랄 수 있겠지만, 그 중 몇을 꼽자면 뜨거운 물에 들어있는 개구리와 흰양 검은양 이야기, 흰쥐 검은쥐 이야기다. 아, 가위바위보 이야기도. 이런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린 참 많이도 이용당하고 있구나, 이용당하면서도 스스로 합리화 하는구나, 우리를 누르는 세력보다 더 무서운게 우리 스스로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딴지 놓고 반대 의견을 말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런 의견을 내는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 볼 줄도 알아야겠다.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해 꺽을 생각부터 하고 있는 지금과는 달리 말이다.

좋은 그림과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이야기가 함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고, 또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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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귀를기울이면 / 김남주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소설들이 꽤 있었다. 주사위 게임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미스터 모노레일, 김중혁)도 있었고, 한단설 (한페이지 단편소설, http://1pagestory.com )의 이야기들도 대체로 그런 분위기이고 보면 그게 요즘 추세인가 싶다.

이 소설은 야바위라는 게임을 바탕으로 상상력의 나래를 펼친다. 게임은 전체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요 소재다. 시장의 부흥을 꿈꾸는 상인회 총무와 방송 프로덕션을 살리고 싶은 프로듀서와 큰 돈을 벌고 싶은 부부와 청각이 예민한 소년이 등장한다. 각자의 욕구가 잘 버무러져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읽으면서 우리동네 시장을 생각했고, 내가 알던 연출가 선생님이 떠 올랐고, 극단 대표님과 무슨 무슨 청소년 연구소도 과거의 기억에서 살아났다.

나는 이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설정이 좀... 상상력이 과하다 싶다. 이 책은 그래 허구인 것은 알겠는데 좀 많다... 싶은 느낌이다. 패스트푸드 처럼, 먹긴 먹었는데 식사를 했다는 느낌은 안 드는 그런.

공상과학소설 같은 소설은 또 그런대로 그런 류의 소설이니까 하고 처음부터 달리 생각되기도 한다. 헤리포터를 읽을 때 상상이 과한데~ 라고 느끼지는 않는다. 그때 그때 막 지어 내도 이야기가 되는구나 싶은 느낌은 든 적이 있지만. <워킹데드>라는 미드를 보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아~ 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에 땀을 쥐며 긴장했다. 그런데 이 소설은 현실감이 없다고 느낀다. 워킹데드 보다야 훨씬 현실적이고 살아있는 이야긴데도. 내 주변사람들이 등장한 것 처럼 디테일이 생생했는데도.

희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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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최근들어 글쓰기 책을 꽤 많이 보고 있다. 글쓰기 책은 보면 볼 수록 글쓰기가 어려워진다는데 정말 그렇다. 잡지사에서 글을 청탁 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기분이다. 반대편에 서 있는 느낌. 그 때는 왜 쓰기 어려울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왜 쓰기 쉽다는 생각을 했을까? 한다. 변했다. 좋게 변한게 아니라 겁쟁이로 변했다.

이 책은 여행작가를 꿈꾸는, 여행작가가 들려주는 여행작가용 실전 메뉴얼이다.

“여행작가는 어떤 사람들인가?” 로 시작하는 1부에서는 여행 작가에 대한 로망을 부풀린다. 아, 이런 직업이 있지. 같은 돈으로 여행을 다녀도 이렇게 돈도 벌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에서 보는 것 같은 전문 작가의 모습도 떠 올릴 수 있다. 현실과는 좀 거리감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잡지를 생각하면 현실적이지 않다. 그냥 <섹스앤더시티>나 <프랜즈>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는 한 캐릭터를 보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공감하는 것은, 떠난다는 것인데 그것도 쓰려고 떠난다는거다. 떠나니 쓴다~ 일 수도 있고, 떠나고 쓴다~ 일 수도 있고, 떠났으니 쓴다~ 일 수도 있는데 아무려면 뭐 어떤가. 어쨓든 쓴다~ 라는거다.

2부는 본격적으로 “쓴다”에 촛점이 맞춰져있다. 글쓰기 책에서 많이 보는 내용들이 들어있다. 특별해 보이는 내용도 없지만, 그래도 여행작가라는 테마가 있으니 다른 글쓰기 책과 구분되는 인터뷰 하는 방법이나 사진 활용법 등이 소개된다. 딱히 여행기를 위한 것은 아니고, 취재를 바탕으로 하는 글쓰기라면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다만 내용이 좀 식상하다는게 흠이다.

3부는 잡지사와 관계를 다룬다. 프리랜서 작가들이, 자유기고가들이 잡지사 혹은 출판사를 상대로 어떻게 글을 판매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것도 우리의 현실과는 좀 거리감이 있지만, 아주 다른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배울점이 많다. 막연하게 여행기를 써 보겠다는 생각을 현실감을 갖는 생각으로 튜닝하는 느낌이다. 출판사와 잡지사를 상대해야 하는 자유기고가, 프리랜서 작가에게 도움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여행기 뿐만 아니라 출판물에 글을 쓰는 어떤 분야의 작가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출판사 혹은 잡지사에서 편집부 담당자 혹은 선배 작가가 신입 작가들에게 들려주는 오리엔테이션 느낌.


책 정보
작가 : 루이스 퍼윈 조벨 & 재클린 하먼 버틀러
번역 : 김혜영
출판사 : 푸른숲
초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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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언제부터인가 음식 이야기가 들어간 책을 보게 된다. <카모메 식당> 이나 <우동> 같은 영화의 영향도 적지 않을거다.
이 책도 그런 관심의 연장선에 있다.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은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4명이 NHK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유럽의 작은 마을을 다녀와 쓴 단편 소설집이다. 가쿠타 미츠요, 이노우에 아레노, 모리 에토, 에쿠니 가오리는 이탈리아, 포루투칼, 스페인, 프랑스의 작은 지방마을을 다녀와 그 지역의 토속 음식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를 썼다. 음식이 주된 소재이기는 하지만 음식을 소개하는 요리 프로그램 같은 소설은 아니다. 주로 부모와 자식, 부부, 연인 사이의 관계를 음식을 매개로 이야기 하고 있다.

사건 중심으로 보자면 뭐 뻔한 결말이 연상되고 또 진행되지만, 섬세하고 따뜻한, 때로는 코끝이 찡한 감정의 흐름이 좋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해서 그런지 유럽의 시골 마을을 이야기하지만 익숙하고 낯설지 않다. TV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좋겠다 싶을만큼 시각적이라 다른 이야기가 다음 주에 계속 나올 것 같다.

번역을 하신 임희선 님의 후기글에 나오는 설명이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을 표현하는데 적절하다.

“우리가 흔히 여행가는 유명한 도시가 아닌 다소 생소한 유럽 시골의 풍경, 그리고 음식과 그들의 이야기에 대한 섬세한 묘사는 읽는 이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더욱 활짝 펼칠 수 있도록 한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땅과 그 지방의 고유 음식에 대한 동경, 그리고 한번쯤은 직접 가서 먹어보고 싶다는 욕구... 어쩌면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유럽의 먼 시골을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가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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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1. 12. 23. 10:21

Book: 2011년에 만난 책들 읽고보고듣고2011. 12. 23. 10:21

나는 한 권을 진득하니 끝까지 읽지 못하고, 여러 권을 동시에 입맛대로 읽어대는 방식으로 책을 읽는다.
이래저래 관심이 분산된 성격 탓도 있고, 짧은 집중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1년이 넘도록 마무리 못한 책들이 많다.

올해도 만난 책 중에서 아직 마무리 못한 책들은... 읽는 중 8권, 아직 못 읽은 책 7권, 보다 만 책 2권이다.
2011년 이전부터 아직까지 못 끝낸 책도 있으니(주로 고전들이네) 숙제가 자꾸 밀린다.-_-;

목록을 만들어 정리하고 보니 이런 책을 읽었나 싶을 만큼 기억이 가물가물 한 책도 있고,
이건 정말 좋았는데 하는 반가운 책도 있고, 힘들었던, 베시시 웃음이 나오던, 눈물이 울컥 나올 뻔 했던,
아하~ 하면서 감탄했던 책들이 다시 보였다.
미처 명단에 오르지 못한 책들도 있을텐데, 책꽂이에 보이거나 기억에 났으면 기록했을 것이다.

책을 읽고 블로그에 짧은 소감이라도 남기려고 마음 먹었지만 실제로 포스팅까지 성공한 책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내년에는 좀 더 분발하여 구매희망목록에서 아직 빠져 나오지 못 한 책들을 꼭 만나기를 바라고,
후기 올리기까지 성공하면 좋겠다.


만화책
1 신의 물방울 25 아기 타다시
2 심야식당 : 부엌 이야기 아베 야로
3 심야식당 6 아베 야로
4 심야식당 7 아베 야로
5 심야식당 8 아베 야로
6 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 아베 야로
7 오늘 술 맛은 안녕하세요? (1) 최기홍, 최미르
8 죽도 사무라이 3 마츠모토 타이요
9 죽도 사무라이 4 마츠모토 타이요
10 죽도 사무라이 5 마츠모토 타이요
11 효게모노 1 요시히로 야마다
12 무사도 식스틴 1, 2, 3 구입은 못했지만, 좋았던 책


레퍼런스
1 Beginning XML 커트 카글, 크리스 딕스,
데이빗 헌트
2 Linux Server Admin Bible v1.5 박성수
3 Twitter API 개발자 레퍼런스 히로시 츠치무라
4 러닝 리눅스 매트 웰시
5 세대별 맞춤운세 토정비결 김동완
6 모바일 웹 개발 박종명
7 피지컬 컴퓨팅 Tom Ioge


소설
1 99 김탁환 아직 못 읽음
2 1973년의 핀볼 무라카미 하루키
3 공무도하 김훈
4 귀를 기울이면 조남주 아직 못 읽음
5 금단의 팬더 타쿠미 츠카사
6 낯 익은 세상 황석영
7 럼두들 등반기 W.E. 보우먼 읽는 중 분실
8 모래평원의 개미들 오송이
9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10 빅 픽쳐 더글라스 케네디
11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김유철
12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13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 황현진
14 초초난난 오가와 이토
15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 요시다 아쓰히로
16 49일의 레시피 이부키 유키
17 노서아 가비 김탁환
18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가쿠타 미츠요,
이노우에 아레노,
모리 에토, 에쿠니 가오리



비소설
1 J.D.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 김성곤 알라딘 전자책
소설인줄 알고 샀는데...
보다 말았음
2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 이기호 읽고 중고로 팔았음
3 꿈의 열쇠 예지몽 아르테미도로스 아직 못 읽음
4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피에르 쌍소
5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2
바람 부는 길에서
피에르 쌍소 보다 말았음
6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3
적은 것으로 살 줄 아는 사람들
피에르 쌍소
7 당신의 몸을 인터뷰하다 이삭 브레슬라프
8 독고다이 獨 GO DIE 이기호
9 막걸리, 넌 누구냐? 허시명 읽는 중
10 보르헤스 문학전기 아직 못 읽음
11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빌 브라이슨
12 선(禪)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13 쇼펜하우어 토론의 기술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14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15 왼손에는 명상록, 오른손에는 도덕경을 들어라 후웨이 홍
16 윌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17 이광연의 수학 이야기 이광연
18 일본 겨울 여행 박정배 읽는 중
19 일상생활 속에 숨어있는 수학 사쿠라이 스스무
20 잡문집 무라카미 하루키 읽는 중
21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알랭 드 보통


비소설-IT
1 Git, 분산 버전 관리 시스템 트라비스 스위스 굿
2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꿈꾸다 김익환
3 누워서 읽는 퍼즐북 - 뉴욕의 프로그래머 임백준의 퍼즐 이야기 임백준
4 소프트웨어 개발의 모든 것 김익환, 전규현
5 앨리스터 코오번의 유스케이스 앨리스터 코오번 읽는 중


비소설-글쓰기
1 기막힌 이야기 기막힌 글쓰기 최수목
2 나는 쓰는 대로 이루어진다 한명석
3 떠난다 쓴다 남긴다 루이스 퍼윈 조벨, 재클린 하먼 버틀러 읽는 중
4 살아있는 글쓰기 이호철
5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박현찬, 설흔 알라딘 전자책


비소설-고전, 동양철학
1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고미숙
2 사주명리학 완전정복 김동완 아직 못 읽음
3 사주명리학 초보탈출 김동완 읽는 중
4 신역 제자백가 안길환 (역) 읽는 중
5 음양오행으로 가는 길 전창선, 어윤형 읽는 중
6 음양이 뭐지? 전창선, 어윤형
7 주역, 인간의 법칙 이창일
8 일리아스 호메로스 아직 못 읽음
9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아직 못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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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1. 11. 3. 11:41

BOOK: 자기앞의 생 / 에밀 아자르 읽고보고듣고2011. 11. 3. 11:41

자기 앞의 생 - 8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문학동네

“작가 로멩가리의 가상 인물인 에밀 아자르가 쓴 책” 이라는 상황이 맘에 들었다. 프랑스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수상한 대 작가 로멩가리, 그가 만든 가상의 인물인 에밀 아자르도 공쿠르 상을 수상한다. 이미 유명한 작가가 일부러 상을 받으려고 그러지는 않았을텐데 무슨 사연인가 궁금했고, 어떤 소설인가도 궁금했다. 그것이 이 책을 선택한 이유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9~10살 정도 되는 아랍 소년과 아이를 맡아 키우는 유태인 할머니의 이야기다. 할머니는 창녀 출신으로, 유태인 수용소에 끌려 갔다온 적이 있어 외부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지금은 나이가 많아 창녀 일을 하지 못하고, 아이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창녀들의 아이들을 맡아 키우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소년은 그런 할머니에게 맡겨진 아이 중 하나로, 아이답지 않게 행동이나 말투가 어른스럽다. 나중에 나이가  많았다는게 밝혀지긴 해도, 그 나이에 하는 보통 아이들 보다 2배는 어른스럽다. 소년이 겪는 여러가지 이야기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이렇게 정리를 하니 뭔가 재미없는 책 처럼 느껴지지만 재미있는 책이다. -_-;

책 후미에 “에밀 아자르의 삶” 이라는 제목으로 한 챕터가 있었다. 별도의 책인데, 나처럼 로멩가리와 에밀아자르의 관계에 대해 궁금해 하는 독자를 위해 첨부해 엮었나보다. 로멩가리가 가상의 인물을 창조하게 된 이유와 들킬뻔한 사건들, 비밀을 알면서도 지켜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서처럼 써 놓았다.

“남들에 의해 정의되는 내 모습 ” 때문에 더 이상 내 글이 새롭게 읽히지 않고, 비평도 없다는게 새 인물을 창작하게 되는 이유였던 것 같다. 일부러 비평을 바란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 당시 프랑스 문학비평가들을 비웃는 내용도 있어 명성에 덧 씌워진 이미지 때문에 작품이 포장되는 것 자체가 싫었다고 볼 수 있겠다. 누군가의 명성에 기대서라도 눈에 띄기를 바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볼 때는 과한 사치일 수도 있겠지만, 본인이 그걸 원했고 또 해 냈으니 부러울 따름이다.

TV 드라마에 꼭 나오는 장면. “너 답지 않아!” 하는 대사에 꼭 “그럼 나 다운게 뭔데?” 하는 장면. 너무 식상하지만 여전히 통용되는 그 대화가 생각났다. 남들에 의해 정의되는 내 모습이 나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까. 나는 얼마나 그런 이미지에 영향을 받는가 하는 의문이다. 이 작가는 그런 이미지에 얼마나 부대꼈으면 새로운 인물을 창조했을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의문이었을거다.

때로는 남들이 생각하는 내 모습에서 미처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모습도, 내가 그런걸 원했었나 하는 솔직한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또 어떤 때는 추구하는 모습과 다른 이미지로 비쳐질때 오해를 받은 것처럼 불쾌하기도 했고, 나를 이해 못하는 것들이라고 한심해 하기도 했다.  내가 되고 싶어하는 모습과 내가 되어 있는 모습에는 당연히 차이가 있겠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라면서도 가급적이면 내 능력보다 좋은 모습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잘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길 바라니까. 내가 원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평가를 들을 때 그것을 인정하기 쉽지 않다. 그래봤자 니 생각이야~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마음 속에 남는 앙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명성이나 권위에 눌려 제대로 보지 못하고는 일이나, 쉽게 인정해 버리고 마는 풍습에 대한 조롱으로도 느껴진다. 나 역시 책 내용 보다 어떤 책인가에 더 흥미를 가지고 미리 인정하고 있었으니 조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럴 수도 있구나, 이렇게도 되는구나, 실력이 있는 사람은 이름이 어떻든 인정을 받는구나, 잘 하는 사람은 잘하는거구나, 그런거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잘난 사람의 잘난 이야기인것도 아닌데 말이다. 울컥하는 뭔가가 있지만 슬픈 것도 아니고, 기쁜 것도 아니다. 기쁘다 슬프다로 정의하지 못하는 뭔가 애매하지만 마음이 흔들리는 그런 감정을 만드는 책이다. 책 내용과 책 배경이 완전히 별개로, 책의 배경 만으로도 소설 한편을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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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1. 5. 24. 00:21

책: 완벽한 여행기의 즐거움 읽고보고듣고2011. 5. 24. 00:21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10점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여행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니!!

정말 즐겁게 읽은 이야기다. 유럽과 여행은 참 어울리는 말이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참 어렵다. 유럽 안내 서적을 아무리 많이 읽는다고 하더라도 실제 유럽에서 그런 내용들이 통할지 모르겠다. 유럽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친절하지 않다는 것도 고려해야겠지만, 여행기에서 들려주는 여행자들의 고생담과 적극성을 읽는 독자들이 그 이상으로 행동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여행기를 쓰는 사람 만큼도 경험하기 힘들 것이라는게 여행기를 대하는 내 생각이었다.

이 여행기는 뭐랄까... 정보성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정보성 보다는 이 작가 아저씨의 위트나 유머를 즐기기 위한 책이라고 봐야겠지. 여행기를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여행지에 대한 안내가 하나도 없이 쓸 수 있고 그것이 또 읽기에 즐겁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책의 소제목이나 광고 문구들에도 나오는 “발칙하고 의외로 훈훈한” 이 여행기가 참 흥겹다.

시니컬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러면서도 애정을 가지고 세상을 대하는 자세가 유럽이 아니라 세계 어디라도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여행을 다녀와서 많은 사진과 많은 사진 설명글로 작성하는 여행기가 아니라 여행을 다녀와 마음에 남아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여행기가 좋은 여행기라는 생각을 했다. 여행 안내서는 말 그대로 여행 안내서로 충분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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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