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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25. 14:19

블로그 이전 합니다. 카테고리 없음2013. 12. 25. 14:19




제가 쓰기에는 워드프레스가 더 편리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새 둥지로 이동합니다.



혹시라도 방문하신 분들은 여기를 눌러 새로운 블로그로 놀러와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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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3. 10. 14. 11:40

LA : Ford Theatre 나다니다2013. 10. 14. 11:40


이번에는 LA의 Ford Theatre 극장에서의 후기.

정식 명칭은 "The John Anson Ford Amphitheatre" 입니다.

LA 카운티가 소유하고 운영한다... 라니까 LA 시립(주립?)극장이랄 수 있겠습니다.

앰피씨어터는 옛날 로마 원형 극장 처럼, 무대는 낮고 객석은 뒤로 갈 수록 높아지는 경사면 형태를 뜻한다고 합니다.


la-01

포드 씨어터는 1,200석 규모의 노천극장인데, 무대 뒤쪽이 산으로 되어 있는 독특한 구조입니다.

극장을 세운 사람이 극작가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세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이 연상되는 극장입니다.

1920년도에 세워진 극장이라니 역사도 상당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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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편 언덕에서 본 극장 모습

연극적으로 활용할 만한 여지가 많은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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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하수쪽에 있는 장치 반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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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쪽에서 본 무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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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스테이지에서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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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쪽에서 본 무대 모습. 무대가 계단으로 분리되어 있고, 아래쪽 무대는 살짝 경사져 있습니다.

아래쪽에 보이는 4각형은 피아노 리프트로, 상승하강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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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실에서 본 객석과 무대.

객석 각 열 끝에는 아래쪽을 향하는 조명이 있어서 통로가 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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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뒤편 2층에 있는 조명실 모습

이 극장은 음향과 조명 콘솔 오퍼레이팅 자리를 개방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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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뜨거운 햇살 탓에, 낮에는 그늘막을 설치해주더군요. 낙하산 천이라고 합니다.

오전에 설치했던 가림막을 오후에는 또 다른 각도로 이동해서 설치하고, 무대에 그늘이 생기기 시작할 때 철거합니다.

매일 그렇게 작업 하는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속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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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 부스. 항상 이 자리에 콘솔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메인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군요. 왜냐하면 잘 들리니까!

메인스피커를 쓰지 않고도, 직접 들리는 악기 소리와 악기용 스피커들이 내는 소리만으로도 충분한 공연도 있습니다.

음향감독을 믿지 못하는, 관념에 사로잡힌 출연자들만 아니면 시도해 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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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매너있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준 음향 감독 제이슨(Jason Shapiro)입니다.

잘난체 하거나 아는체 하지 않으면서 은근 슬쩍 더 좋은 시스템을 소개해 주는 방법을 아는 엔지니어입니다.


내가 뭘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자기가 가진 것 중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슬쩍 보여줍니다.

비교할 수 있도록 티 안나게 작업한 다음에 "어때?" 하고 물어 봅니다. 그러면서 "선택은 네 몫이야~" 라고 말하죠.

좋은데 왜 마다하겠습니까. 써야죠. ^^


좋은 장비 감춰두고, 달라고 안하니 안 준다며 뒤에서 낄낄거리기나 하는 감독들은 상상도 못 할 일이죠.


야외극장이라 조명작업은 밤에만 가능하고, 그래서 늘 밤샘 작업이 많은 극장입니다.

전투 경험이 많은 특공대처럼 이 공연장의 스탭들은 단결이 잘 되고 일하는 짜임새에 허술함이 없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어느 지방에 있는 공연장에 간것 처럼, 친분이 있는 공연장에 간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지요.


준비를 마치고, 프리셋 상태에서 해가 늬웃늬웃 질 시간이 되니 이 극장의 진가가 나타납니다.

해지는 석양과 하늘 색깔이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무대, 아름다운 배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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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뉴욕 링컨센터의 에브리 피셔 홀 공연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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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는 링컨센터(The Lincoln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에서 공연했습니다.

링컨센터의 여러 공연장들은 건물마다 후원자의 이름을 딴 명칭을 사용하고 있네요.

오른쪽에 있는 건물이 이번에 공연한 Avery Fisher Hall 입니다.

왼쪽 건물은 David H. Koch Theater, 가운데 건물이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입니다.

그리고 오른쪽 건물 너머에는 쥴리어드가 있습니다.


AHF-02

Avery Fisher Hall은 Avery Fisher라는 분이 후원한 극장입니다.

"Home of the NY Phill." 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AHF-03

줄리어드와 접한 길에서 가까운 AFH의 출연자/스탭 출입구이자 반입구입니다.

극장 자체가 음악회를 위한 공간이라 외부 세트 반입할 일이 없어서 크게 만들지 않았나 봅니다.


AHF-04

미리 제출한 명단에 이름이 있어야 통과할 수 있습니다.


AHF-05

AFH의 내부 전경

음악회 전문 극장인데다 홀 어쿠스틱이 좋아 평소에는 스피커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반사판이 설치된 상태 그대로가 극장 상태입니다. 조명기는 상부 반사판 사이에 돌출되어 있고,

추가로 설치할 경우 리깅 케이블을 내려서 설치합니다. 반사판 자체가 움직이는 일은 없네요.


AHF-06

좌우 벽면에 돌출된 컵 모양 판에 올록볼록한 4천개 정도의 돌기가 잔향을 위해 고안된 장치라고 합니다.

댄스플로어 설치, 스피커와 조명기 리깅, 마이크 전환, 의자와 보면대 전환은 모두 유니온에 속한 크루들만 할 수 있습니다.

댄스플로어는 외부에서 렌탈했습니다. 렌탈 팀은 극장까지 가져다 놓기만 하고, 극장 크루들이 설치합니다.


디자이너는 그들에게 무엇을 할 것인지 요청만 합니다. 크루들은 그 요청을 다 해결해 줍니다.

단, 요청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는 것은 디자이너 책임이고, 시간을 오버하면 프로덕션에서는 초과분을 지불해야 합니다.


디자인한 도면과 일정을 먼저 보내면 유니온에서 크루 수를 결정합니다.

디자이너가 크루 수를 결정 할 수 없습니다. 유니온에서 결정한 대로 크루가 들어와야 일정에 맞게 끝낼 수 있다~ 이런 거죠.

계획대로 실천 하지 못하는 건 유니온 책임, 계획이 수정되서 일을 못하게 되는건 디자이너 책임입니다.


철저하게 책임소재가 가려지도록 까다로운 시스템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임 범위를 벗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판단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습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지정하고 계획해서 표시해야 하니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AHF-07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스피커와 조명 장치를 달기 위해 작업 중입니다.

조명기는 트러스에 조명기가 달린 채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통째로 메달아 올립니다. 물론 각도는 조절할 수 있죠.

스피커는 튜닝까지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고, 미리 세팅된 프리셋이 있어서 그대로 메달아 올리면 세팅 끝


AHF-08

메인 스피커 위치가 높아 생기는 이미지의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론트 필 스피커도 설치됩니다.

미리 프리셋 되어 있어서 레벨 체크 하느라 시간 보내지 않아도 됩니다. 잘 세팅된 값이 있었습니다.

프론트필 쓸까 말까 하는 정도의 선택이 있을 뿐.


AHF-09

설치가 끝나고 공연 준비를 마친 상태.


AHF-10

객석 한쪽을 떼어내고 차린 음향 부스. 조촐 합니다.

리버브 프로세서를 사용한다고 요청했는데, 극장 감독님이 이 홀에서 리버브 필요 없을거라시더군요.

막상 소리를 내니 그 말이 맞습니다. 아주 자연스런 리버브가 건축으로 이미 세팅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


극장 규모에 비하면 소형 콘솔이지만, 이렇게 음향 시스템을 설치하는 공연이 거의 없다고 하니...

말 그대로 음악회 전용 극장입니다. 그것도 서양음악.


AHF-11

이 각도에서의 풍경은 일반 관객들이 보기 힘든 각도지요.

무대에서 본 하우스 풍경입니다. 2천 7백석 규모.

2천 7백석이라고는 해도 의자 크기가 작아 우리나라의 2천석 규모보다 작은 느낌입니다.


AHF-12

하수쪽 무대 출입구

무대 감독을 위한 인터컴 시스템과 안내방송용 시스템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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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에 있는 무대 출입구 바로 오른쪽에 있는 조종실

조명 콘솔이 여기에 있습니다. 객석에는 음향, 조명실이 따로 없습니다.

오른쪽 벽에 보이는 컨트롤 판넬이 기계 장치 콘솔입니다.

리깅 케이블을 올리고 내리고 하는 기계만 있는 듯.


AHF-14

기계 컨트롤 오른쪽 벽에 설치된 것이 조명 패치입니다. 아래쪽이 조명 딤머입니다.

근래에 보기 어려운 옛날 패치와 딤머죠. 조명 크루가 패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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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패치를 마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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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는 수납 장치에서 바로 리깅 툴에 걸 수 있도록 각도가 미리 세팅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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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에 있는 음향 창고 왼쪽 모습, 파이프를 사용한 마이크 스탠드 수납이 인상적입니다.


AHF-19

음향 창고 오른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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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쪽에 있는 장치 반입구 모습.

오른쪽에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세트 반입을 할 수 있습니다.

댄스 플로어, 스피커, 보면대와 의자 등이 이 길을 통해 들어오고 나갔습니다.

가운데 흰머리 아저씨가 극장 음향 감독님 마일즈~


극장 극장의 분위기 만큼이나 극장 스탭들의 연세가 많습니다.

유니온에서 온 크루들의 나이도 많은데,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무대전환수 한 명을 제외하면 최소 50대 이상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거들먹거리지 않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마킹하고 테이핑하고 메모합니다.

속도 보다는 정확하게 일한다는 스타일입니다.


조명이나 음향, 기계 장비를 보면 상당히 낙후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지만,

극장의 성격상 굳이 바꿔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는 음악회를 하는 곳이다! 라는 것이죠.


우리나라 처럼 "종합·다목적" 공연장을 추구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가 여기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음악회를 하기에는 이대로 충분하다. 이 곳에 장비가 없어 불편하다면 가져오고, 제공 하는 것이 맘에 안 들면 딴데로 가라~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그런 분위기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곳은 음악회 전용 극장이니까, 뉴욕필이 이 곳에서 문제 없이 했으니까!

종합 공연장을 추구하면 이런 말은 못하는거죠.


종합 공연장에 일하는 사람에게 "뉴욕은 디지털 콘솔 없이도 잘만 하더라~" 라고 말하면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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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3. 10. 12. 11:36

워싱턴 DC, Kennedy Center Concert Hall 나다니다2013. 10. 12. 11:36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콘서트 공연을 다녀왔습니다.

워싱턴, 뉴욕, LA 이렇게 3군데 다녀왔는데, 경험을 기록하는 차원에서 후기를 남깁니다.


dc-01

워싱턴 DC에 있는 Kennedy Center. 미국의 국립극장입니다.

"The John F. Kennedy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가 정식 명칭이네요.

하이젠하워 씨어터, 오페라 하우스, 콘서트 홀, 이렇게 크게 3개 극장이 있습니다.

공연장 로비 끝에 작은 무대로 만들어진 공연장이 또 있습니다. (그래도 밴드가 공연할 수 있는 크기)

9개 정도 공연장소가 있다는데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미처 다 못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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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홀과 오페라 극장 사이 출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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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으로 된 긴 복도에 각 나라의 국기들이 걸려있습니다. Hall Of Nations 라는 이름의 복도입니다.

국립극장의 위용을 과시하면서, 국제적인 공연장이다~ 뭐 이런 것도 표현하면서,

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반사 울림을 제거하는 음향적인 효과도 있어보입니다.

디자인과 기능, 실용적인 면에서 훌륭한 방법입니다.


dc-18

오페라 하우스 로비. 이 공간의 이름은 JFK Bust 네요.

아이젠하워 씨어터, 오페라 하우스, 콘서트 홀 로비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소극장이 분리되어 각각인 형태에 익숙해 있던 터라, 이런 식으로 극장 전체가 로비를 공유하는 구조는 낯설어 보입니다.

공연장과 공연장 사이에 사무동이 있지만, 눈에 띄지 않게 감추어져 있습니다.

관리동 1층에는 각 공연장의 티켓박스가 있고, 지하에는 주차장, 기념품 코너, 식당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큰 건물 안에 있는거죠.

길다란 직 사각형 건물 안에 구역이 나눠져 극장 3개와 여러 공연 장소가 배치되어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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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FK Bust 구역의 핵심인 케네디 두상.

로비를 둘러보는 도중에 몇 번 단체 관광객들과 마주쳤는데 워싱턴 관광을 오면 둘러보는 코스 중 한 곳인가 봅니다.

극장 로비를 비롯한 여기저기를 둘러보네요. (백스테이지 투어 같은 것은 아니고, 그냥 유명 명소를 둘러 보는 그런 관광)

미국으로 관광 온 외국인용 투어가 아니라,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박물관 안내 같은 코스 같습니다. (짐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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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홀 로비. 오른쪽에 밀레니엄 스테이지가 보입니다.

최근 팜플렛을 보니 재즈 밴드 공연이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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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스테이지의 컨트롤 부스. DiGiCo SD7 콘솔과 ETC 조명 콘솔이 있습니다.


dc-02

콘서트홀 실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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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 때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NSO)와 써커스가 함께 하는 공연(Cirque de la Symphonie)이 세팅된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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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바라 본 객석 전경, 써커스 때문에 앞 무대를 확장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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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서 본 무대 풍경. 메인 스피커 위치가 다소 높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라인어레이 가장 아래쪽 스피커가 객석 첫 줄을 향하고 있습니다.

객석 중간쯤에서 들어도 소리의 이미지가 무대 보다 위쪽에 형성됩니다. CD를 틀었을 때 그런 이미지가 생기는데,

무대에서 라이브로 연주를 하는 중에 살짝 보강하는 정도의 확성이라면 이미지가 크게 어긋나 보이지는 않을 듯 싶습니다.


dc-05

발코니석에서 무대를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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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 석에는 음의 사각을 없애기 위해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메인 소리에 살짝 얹혀 일부러 의식하지 않으면 스피커에서 나오는지 모를 정도로 살짝~ 튜닝이 잘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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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반사판 사이 사이에 설치된 모니터와 무선 마이크 안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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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 부스 모습.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장비를 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메인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도, 무대 소리가 객석 마지막 자리까지 잘~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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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에 비해 초라한 부스.

무대 상수쪽에 설치된 이 부스에서는 인터컴만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연출 파트 등에서 사용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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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콘솔이 있는 것으로 봐선 조명 부스인데... 설마 이게 다는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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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상수에 있던 음향 패치보드. 멀티콘에 접촉 불량 문제가 생겨 아예 새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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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단자마다 그라운드 리프트 스위치가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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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캐비넷

장비 목록에 있는 마이크 보다 더 많은 종류와 수량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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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 한 컷~
카메라 소리 안 들리게, 제일 시끄러운 장면에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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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또 한 장.

예의로 치는 박수건 아니건 하여튼 기립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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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엔지니어인 DC 발렌타인과 기념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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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마이크 전환을 담당한 OOO (이름을 못 물어봤네요.. Sorry~)



* 워낙 홀 음향이 좋아서 기본으로 좋은 소리가 나는 공연장입니다.

* 건축음향이 훌륭한 것인지, 전기 음향이 훌륭한 것인지, 좋은 건축에 좋은 음향 시스템이 잘 튜닝된 것인지...

* 콘솔은 Soundcraft Vi6, 메인 시스템은 JBL Vertec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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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3. 7. 24. 18:25

살인자의 기억법 읽고보고듣고2013. 7. 24. 18:25

041 살인자의 기억법 

무서웠다


살인, 잔인함 이런 것 때문에 무서운 것은 아니다. “술만 마시면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다 잊어버리는 동네 사람이 있었다. 죽음이라는 건 삶이라는 시시한 술자리를 잊어버리기 위해 들이키는 한 잔의 독주일지도.” 라는 문장 처럼 기억에 관한 부분에서 나는 무서웠다. 술만 마시면 다 잊어버리는 그 동네 사람이 나 같아서 무섭기도 했고, 주인공 처럼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기억이 조금씩 사그라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소설을 통해 내 기억이 사라져 당황했던 날들의 느낌이 생생하게 떠 올랐다. 기억이 조금씩 무너지는 경험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쉽게 읽혔다


마침 읽고 있는 책이 있어서 이 책을 시작하기가 망설여졌다. 앞 부분 잠깐 보려다 쭉~ 끝까지 읽게 되었다. 너무 흥미진진해서, 다음 장면이 궁금해서 미칠 것만 같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차곡차곡 페이지가 넘어갔고 끝이 났다. 단문으로 되어 있는 문장과 짧은 단락으로 구성된 문단이 읽기 편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치매에 걸린 노인의 기억이 사그라드는 것 처럼 문단이 짧고 단편적인 정보를 빠르게 보여 주었다.



기억에 관한 두려움, 인간에 대한 생각


p.143    문득, 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무엇에 진 걸까. 그걸 모르겠다.

p.53      아무리 치매 환자라도 감정은 남아 있대


이런식으로 뭔가 앞에서 나온 것이 뒤에 나오는 무엇인가와 매칭이 된다. 그런데 치매 환자의 감정이 나의 감정처럼 느껴진다. 느끼지 못했던 어떤 연관된 기억들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생활은 소설 같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그냥 밋밋한 인생이거나 기억을 못하거나.



스크랩 한 문장들


p.12 인생에는 남에게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몇가지 있지요.


p.23 우연은 불운의 시작일 때가 많지


p.42 세상의 모든 전문가는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 말할 때까지만 전문가로 보인다.


p.43 제아무리 미물이라도 다 살아남는 수가 있지요.


p.44 죄책감은 본질적으로 약한 감정이다. 공포나 분노, 질투 같은게 강한 감정이다. 공포와 분노 속에서는 잠이 안 온다. 죄책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나는 웃는다. 인생도 모르는 작자들이 어디서 약을 팔고 있나.


p.48 은희는 마치 세상의 모든 일이 자기에게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는 듯이 말하고 행동한다. 네, 제가 거기에 있기는 하지요. 그리고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날마다 어떤 일들이 일어나지요. 하지만 그것들은 저하고는 아무 상관 없고 저에게 별 영향을 주지 못해요, 라고 말하는 것 같다.


p.51 인간을 틀 몇 개로 재단하면서 평생을 사는 바보들이 있다.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좀 위험하다. 자신들의 그 앙상한 틀에 들어가지 않는 나 같은 인간은 가늠조차 못 할 테니까.


p.52 술만 마시면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다 잊어버리는 동네 사람이 있었다. 죽음이라는 건 삶이라는 시시한 술자리를 잊어버리기 위해 들이키는 한 잔의 독주일지도.


p.57 당신의 영혼이 당신의 육체보다 더 빨리 죽을 것이다. 그러니 더이상 두려워하지 마라.


p.63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쓰는 '우연히'라는 말을 믿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p.68 언어는 늘 행동보다 느리고 불확실하며 애매모호하다. 지금은 행동이 필요한 시간.


p.87 사람들마다 구원의 이미지가 있을 수 있다.


p.92 웃는다는 것은 약하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자기를 무방비로 내준다는 뜻이다. 자신을 먹이로 내주겠다는 신호다.


p.93 술 취한 사람들도 자기들끼리는 즐거워하잖아요. 대화를 즐기는 데 꼭 지력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요.


p.93 과거 기억을 상실하면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게 되고 미래 기억을 못 하면 나는 영원히 현재에만 머무르게 된다.


p.105 수치심과 죄책감 : 수치는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것이다. 죄책감은 기준이 타인에게, 자기 바깥에 있다. 남부끄럽다는 것. 죄책감은 있으나 수치는 없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타인의 처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p.114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자긍심을 가지고 무덤으로 가는 것일까.


p.115 예술가의 내면에 마련된 옹색한 사무원의 자리.


p.117 현재에만 머무른다는 것은 짐승의 삶으로 추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억을 모두 잃는다면 더는 인간이랄 수가 없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가상의 접점일 뿐,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미래를 기억함으로써, 과거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p.126 그는 현재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그 어떤 곳, '적절치 못한 곳'에서 헤맨다. 아무도 그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외로움과 공포가 점증해가는 가운데 그는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아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변해간다.


p.143 문득, 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무엇에 진 걸까. 그걸 모르겠다. 졌다는 느낌만 있다. (p.53 "아무리 치매 환자라도 감정은 남아 있대" 와 연관)


p.145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 201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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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3. 6. 30. 23:55

길 끝에서 만난 이야기 읽고보고듣고2013. 6. 30. 23:55

36 길 끝에서 만난 이야기 

루이스 세풀베다 산문집 /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2013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난 책이다. 루이스 세풀베다는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이라는 소설의 작가이자 칠레의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행동가이다. 도서전에서 열린책들 부스를 구경하다 우연히 보게된 책인데,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의 작가라는 말에 확 끌렸다. 내 북 카트에 늘 담겨 있었지만 구입은 하지 않았던 그 책의 작가다.


이 책은 작가가 여행을 다니며, 혹은 망명을 다니는 도중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산문집이다. 긴 이야기도 있고 짧은 이야기도 있는데 무거운 경험에 비해 가볍게 읽힌다. 물론, 가볍게 읽히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거운 이야기가 무겁게만 흐른다면 너무나 부담스러울테니까.


희망을 발견하는 시선,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런 것들이 좋게 와 닿았다. 이념이나 사상 뭐 그런 것을 굳이 떠 올리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산문집의 좋은 예로써, 여행기 혹은 여행 도중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본보기 같다.



:: 2013 - 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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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3. 5. 25. 16:19

제이 개츠비와 홀든 콜필드 읽고보고듣고2013. 5. 25. 16:19

개츠비와 홀든 콘필드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두 책의 스토리를 섞어 놓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기억 속에 가지고 있었다.

이틀 연속으로, 아니지 사흘 동안 두 권을 연속으로 읽고 나니

그동안 어떻게 헷갈릴 수 있었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말끔히 정리가 되었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인데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지금까지 이 두 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올 해 초에 개츠비를 읽었는데도 그렇다. -_-;


지금은 미뤄 두었던 묵은 숙제를 마친 기분이 든다.

동양의 고전과 서양의 고전은 참 다른 느낌이라는 것, 고전은 과연 고전이구나 하는 생각이다. 


아, 그리고 홀든 콘필드...

재미있고 매력적인 이야기이긴 했지만, 이 방황하는 청소년에 대해선 공감 하지 못하고 혀를 끌끌 차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세상 고민 혼자 안고 사는 그런 건방진 청소년을 떠올렸는데...

물리적인 나이야 당연히 아저씨지만, 이제는 생각도 학부모가 되어버린 것이다.



:: 2013-027, 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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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3. 5. 10. 16:21

선셋파크 읽고보고듣고2013. 5. 10. 16:21

2013-024 선셋파크

폴 오스터. 호기심을 일으키는 첫 문장을 쓰는 작가로 유명한 소설가, 그 이름만으로도 책이 팔린다는 작가다.

책꽂이에 꽂힌 책 중에서 한 작가의 책으로는 폴 오스터의 책이 가장 많다. 일부러 모은 것은 아니었는데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선셋 파크>는 오랫만에 만나는 폴 오스터의 작품이다. 지적이고 배려심 많지만 고집이 세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개성이 강한 등장인물들을 표현하면서 우리나라 드라마처럼 주인공을 너무 극단적으로 몰고가는 현상이 벌어지지 않아서 좋았다.

멋진 번역 덕분에 잘 읽긴 했지만, 영어 특유의 복잡한 문장이 번역에서도 그대로 살아있어서 불편한 점도 있었다. 원작의 표현을 그대로 살리려고 하는 번역자의 노력이겠지만 어떤 부분은 구글번역기를 통해 읽는 것 처럼 문장이 어색했다. 뭐, 이해력이 부족한 나의 문제일 수도 있고. ^^



:: 201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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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3. 5. 7. 01:22

옥수동 타이거스 읽고보고듣고2013. 5. 7. 01:22

제목 없음


프레시안의 기사(그 꽃미남 스타, 알고보니 옥수동 일진?)를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된 소설이다.


최민석의 소설 <빨간책>과 이웃하는 소설이자 영화 <품행제로>, <써니>의 맥을 잇는다.


담담하게 2008년도 옥수동의 재개발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그린다. "청년신춘문예 당선작"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뻔해 보이는 청소년기의 성장통을 이야기 한다고 오해해선 안 된다.


나는 이 소설이 사건이나 감정을 일부러 슬프게 연출하지도 않는다는 점이 좋다. 하지만 너무 담담하게 그리고 있어서 "그래서 뭘?" 이라는 의문도 생기게 하는 구조는 별로다.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조금은 만족스럽지 못한 느낌이다.



:: 201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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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jumun 


지기금지(至氣今至) 원위대강(願爲大降) 시천주(侍天主) 조화정(造化定) 영세불망(永世不忘) 만사지(萬事知)


지극한 기운이 이제 이르렀으니라는 말은, 지극한 허령이 창창하여 일에 간섭하지 않음이 없고 일에 명령하지 않음이 없으며, 모양이 있는 것 같으나 형상하기 어렵고, 들리는 것 같지만 보기는 어려우니 이것은 또한 혼원한 기운이로다. 하늘의 지극한 기운이 내가 되었다는 뜻이로다.


원위는 청하여 비는 것이요 대강은 그 기운에 교화됨을 원하는 것이다.


지기금지 원위대강이란, 하늘의 지극한 기운이 지금의 나에 이르렀으니 그에 동화되기를 원한다는 뜻이니라.


시천주 조화정은, 하늘님을 내 마음과 몸에 모신 나는 창조와 진화를 스스로 정했다는 뜻이며, 영세불망 만사지의 영세는 사람의 한평생이요 불망은 생각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며 만사지는 자신의 모든 일을 하늘의 도에 맞게 행하는 것이니라.


하늘의 지극한 기운이 내게 이르렀으니, 하늘님을 모신 나는 스스로 조화를 정하여 평생 잊지 아니하고 하늘의 도에 맞도록 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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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3. 4. 3. 16:22

여울물 소리 - 황석영 읽고보고듣고2013. 4. 3. 16:22

여울물소리 - 황석영


"내 마음 정한 곳은 당신뿐이니, 세상 끝에 가더라도 돌아올 거요."


<여울물 소리>는 이런 멋진 말을 남길 줄 아는 남자를 기다리는 여인이 남긴 기록이다.


작가는 그냥 허황한 민담조의 서사를 쓰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19세기 현실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는지 스케일이 커져버린 느낌이다. 임꺽정을 읽는 느낌과도 비슷했다. 우리나라의 어른들은 이렇게 살았구나 싶기도 했고, 참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이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민담조의 서사라는 것이 참 친숙하다.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우리의 전통적인 이야기 방식이 이런것일까. 마치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구전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훈민정음이나 홍길동전 같은 고서적을 읽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다.


시대적 배경은 동학혁명을 전후에 두고 있지만, 동학혁명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는 않다. 동학혁명이라는 큰 사건에 얽혀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동학혁명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사건의 스케일이나 개개인의 역사가 드러나는 것이 레미제라블과도 비슷하다. 개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큰 사건이 얽혀 보이게 되고, 큰 사건의 전후에 얽힌 관계가 개인의 이야기를 이해하게 되는 단서가 되니까 그렇다. 왕가의 순서로 역사를 보는 입장이 거시사 라면 이런 이야기를 미시사라고 하는 것 같다. 민초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의 역사를 보여주는 이야기고, 분명한 픽션이지만 실제 있었던 일 처럼 생생해 영화를 보는 듯 하다.


등장 인물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힘든 시기에 살았고, 그래서 그 절박한 이야기의 한 줄기가 된다. 담담하게, 아쉬워 하지 않고 갑작스레 만나는 역사의 흐름을 맞이하고 이겨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을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이야기다. 주변 탓, 남 탓 하며 허송세월 보내는 쪼잔한 인물이 한 둘 나오는 것 같으나 그닥 눈에 띄지 않는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든다면 주요 인물이 될지 모르겠지만, 책에서는 그런 쪼잔한 인물들을 보여줄 지면이 부족하다.


우리 이야기 스타일의 멋스러움이 느껴져서 좋다. 대작가의 이름이 허투루 생겨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으니 과연 명불허전이다.



:: 201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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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 경제 --

물품화폐에는 인간이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선물본능'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지. 돈이 교환의 유일한 척도가 되는 순간, 그 본능은 흔적도 없이 증발되어 버린다. 바야흐로 이 원초적 본능을 되살릴 수 있는 경제적 노하우가 절실하게 요청된다. 물품들간의 활발한 순환에 접속하거나 아니면 돈을 선물로 변환하여 거대한 순환을 이루거나. 현대인들은 모두 그렇지만, 특히 우리 시대의 마이너, 청년 백수들에겐 그야말로 꼭 필요한 삶의 지혜가 아닐런지.


-- 공부 --

공부복과 학벌은 전혀 다른 범주다. 학벌은 공부복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노동에 해당한다. 그래서 공부가 그토록 고달픈 거다.


뭘 배운다고 직업이 생길리 만무하고 신기록을 세운다고 메달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아무 이유 없다! 굳이 찾는다면, 시간이 남아돈다고나 할까. 노느니 장독 깬다는 말이 있듯이, 그냥! 배운다. 놀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논다. 그리고 그게 일상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기적이 일어난다. 천민 백수들이 각 방면의 최고 고수이자 달인으로 재탄생하는 기적이.


달인이 되려면 이것저것 대충 해선 안 되고 관문 하나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분야가 뭐건 다 마찬가지다. 요즘 선수들은 금메달, 그 뒤에 오는 영광(주로 돈!)에 대한 유혹이 엄청나기 때문에 그 힘든 코스를 다 견뎌낸다. 이런 게 전혀 없다면? 아마 아무도 안 할 것이다. 만약 그런데도 할 수 있다면, 그 재주는 단지 기예가 아니라,인생역전의 비전이 된다. 무용함의 유용함, 목표 없음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다. 금메달을 따고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도 부와 인기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우리 시대 선수들을 보라! 목표가 뚜렸하다는 게 얼마나 초라한 것인지.


일상적 공부를 통해 그들은 달인이 되었다. 놀이가 공부고 공부가 곧 일상이 되면 누구나 한 방면의 달인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심심풀이 장난으로 시작한 것인데 물건을 노리구 던지면 맞는 데 재미가 날뿐더러 그것도 혹시 재주루 쓸데가 있을까 하구 일심 정력을 들여서 익혔습니다.


근대 이전은 구술문화의 시대다. 모든 것이 구술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에 반에 우리 시대는 서사가 사라졌다. 자신의 일상, 자신의 인생, 자산의 배움이 모두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까먹은 것이다. 동시에 청각도 잃어버렸다. 자신의 속내와 인생역전을 멋들어지게 이야기할 줄도 모르지만, 남의 사연을 허심탄회하게 들을 줄도 모른다.


스승은 뭔가를 가르쳐주는 이라기보다 뭔가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최대한 끌어내는 존재일 뿐이다.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스승을 부르는 것이지, 좋은 스승이 있어서 잘 배우게 되는 건 절대 아니다.


아무리 스승이 위대하다 해도 최종심급은 결국 제자 자신의 국량인 것이다.


일신, 이기, 삼태, 사술 ... 술은 배울 수가 있고, 태는 지을 수가 있고, 기는 기를 수가 있고, 신은 배우거나 짓거나 길러서 될 수 없는 만큼 천생이 있지마는 많이 배우고 오래 짓고 힘써 기르면 나중에 절로 생긴답니다.


도를 향해 나아가는 길에 친절은 금물이다. 그래서 아무나 다, 그리고 공평하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문턱을 넘어오는 만큼만 가르쳐준다. 자신을 구원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일 뿐이니까.


모든 공부와 수행의 기초, 그건 바로 청소다. 스승들이 원하는 건 대단한 재능이나 선물이 아니라, 지극히 단순소박한 실천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보상이 필요없다. 사랑하는 순간 이미 천국을 경험하게 되니까. 그렇다면 공부에도 목적이나 이유, 대가 따위가 필요하지 않다. 공부하는 순간, 이미 삶은 축제가 되니까. 그리고 그 축제의 절정이 바로 평상심이다.


즐겁지 않으면 배움이 아니고, 배우지 않으면 즐거움도 없다. 즐거운 연후에나 배운 것이고, 배운 연후에나 즐겁다. 고로, 즐거움이 배움이고 배움이 곧 즐거움이다.


-- 우정편 --

'양반이되 양반티를 내지 않고, 고리삭은 글 이야기를 하지 않고 힘깨나 쓰고 꺽정이 나이가 배가 어린데도 동무처럼 상종하게 되었다.' 그렇다! 친구가 된다는 건 신분이나 나이, 지식 등과 같은 사회적 경계를 넘어 설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한의학적으로 간신(肝腎, 간장과 신장)은 결단과 용기를, 비위(脾胃, 비장과 위장)는 생각을 주관한다. 건강한 신체란 이 둘 사이의 간극이 없음을 의미한다. 요컨데 생각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생각은 많은데 행동이 따라주지 못하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 그만큼의 잉여가 몸에 쌓이게 된다. 그 잉여가 바로 번뇌와 질병을 낳는다. 지행합일 혹은 언행일치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몸과 몸의 어울림과 맞섬에도 수 많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머리로, 입으로 재지 말고 몸으로 부대껴보라는 것.


이들은 절대 착하고 좋은 '놈'들이 아니다. 그렇지만 서로 '좋은 친구들'이 되었다. 왜?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좋은 사람들이라 서로 친구가 된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감추지 않았기에 '좋은 친구들'이 되었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


스승이면서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다. 친구이면서 스승이 될 수 없다면, 그 또한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우정은 철두철미 연대의 윤리다. 이 연대의 정서가 무너지면 또다른 권위와 위계가 생겨나고 그러면 또다시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형성되고 만다.


-- 사랑과 성 --

배짱이란 다른게 아니라, 사회적 통념이나 권위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실존적 결단력이다.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군더더기가 붙고 폼을 잡는 순간, 사랑은 졸지에 '망상의 늪'으로 떨어진다.


-- 여성 --

배울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


장모들의 파워가 막강했던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생활의 전 영역에 밀착해 있었기 때문이다. 생활과 존재 사이에 간극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되면 일단 힘과 기운이 엄청 좋아진다. 쓸데없는 망상 따위가 개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恨)은 가슴에 쌓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외부로 털어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복수가 끝난 후, 전혀 다른 삶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 속의 모든 여성들이 그토록 위풍당당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공공연한 네트워크 덕분이다. 그러므로 사랑과 결혼의 과정에서 둘만의 사적인 관계를 고수하는 건 서로에게 아주 불리하다. 특히 여성에겐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성욕의 쾌감이 끝나는 순간, 모든 관계가 스탑되기 때문이다. 고로, 아주 역설적인 말이지만 둘이 깊이, 오래 사랑하기 위해선 반드시 드넓은 배경이 있어야 한다. 사랑을 빛나게 해주는 우정과 의리라는 배경이.


-- 사상 --

소인배들 역시 사대부요 성리학의 문도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있어 학문이란 오직 부귀공명을 위한 발판일 뿐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글자 배운 보람”이라곤 단 한 가지도 없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죽음이 저토록 초라한 것은 그야말로 필연적 귀결이다. 또 죽음이 저렇게 초라할진대, 그 삶 또한 오죽했으랴. 부귀를 맘껏 누리지 않았느냐고? 맞다. 허나 부귀가 줄 수 있는 건 쾌락과 방탕 이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또 쾌락과 방탕이란 결국 욕망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살아서는 욕망의 노예로, 죽음 앞에선 비루먹은 개로. 이게 성공한 소인배들이 밟아가는 괘적이다.


군자와 소인의 차이란 부귀도 공명도 아니고, 요절도 장수도 아닌, 삶과 죽음 사이에서 누가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는가에 있을 뿐이라고. 물론 이 자유의 공간은 배움의 능력과 정확히 비례한다.


감정을 다스리고, 섹스를 절제하며, 담백한 음식을 먹고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지 말 것 등이다. 핵심은 욕망의 금기가 아니라, 불필요한 거품을 제거하는 것이다. 왜? 그 거품이 곧 번뇌와 질병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결국 탐욕에 눈이 어두우면자기가 듣고 싶은 내용만 듣게 되는 법이다.


-- 조직 --

갖바치는 도가 깊어질 수록 자신의 존재 기반을 벗어날 수 있지만, 꺽정이는 적대감이 커질 수록, 청석골의 전투력이 강화될수록 자기가 증오해마지 않는 세력들과 맞물리게 되어 있다. 미움과 증오는 그것이 생겨난 인연처를 결코 떠나지 못한다. 그래서 분노가 강해질수록 그 대상과 오버랩되어 버린다. 하여 니체가 그랬다던가. 괴물과 싸울 땐 괴물을 닮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형식적 체계는 느슨하기 이를 데 없지만, 구체적인 활동성은 엄청 센 조직이라고 보면 된다. 그게 가능한 건 이들이 다 한가닥하는 달인들이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명령의 전달자가 아니라 실행자들이다.


어떤 체제가 파쇼적이 되지 않으려면 강령이나 조직표가 아니라, 무엇보다 축제와 유머, 그리고 서사가 필요하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규모가 아니라, 외부와 접속할 수 있는 유연성 혹은 탄력성이다. 외부 상황의 변화에 따라 계속 새로운 배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최소한의 규모로도 천하를 움직일 수 있는 법이니.


자유인이 되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철학적 비전, 또 하나는 신체적 능력. 물론 둘은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책을 읽고 사유하고 토론하는 것.

자유시간은 신체적 능력을 확장하는 정밀한 훈련에 쓰여야 한다.


달인의 능력은 화폐로 교환되는 게 아니라, 세상에 대한 선물로 순환되어야 한다.


운명은 길섶마다 행운을 숨겨두었다(니체). 그러니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 행운들과 기꺼이 대면할 수 있는 배짱과 호기, 다만 그것뿐!



:: 201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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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2. 12. 11. 23:46

BOOK: 능력자, 최민석 장편소설 읽고보고듣고2012. 12. 11. 23:46

능력자


역시, 빨간책은 재미있다.

마치 술자리에서 말빨 좋은 선배의 17대 1 싸움 같은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묘하게 슬프고 묘하게 재미있다. 어느새 빠져들어 버렸다.



1. 허풍

이 책의 말투는 허풍이다. 허풍스런 말투가 주는 이 책의 재미에 푹 빠졌다. 외워서 써 먹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말투는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어설프게 따라할 차원이 아니다.


망치 네놈이 코 흘리던 시절 나한테 얻어 먹은 밥이면 대한민국 김밥천국 전 체인점이 동시에 김밥을 말고도 남을 것이고, 그 남은 밥을 냉동시켜 바닥에 깔아 놓으면 설 땅을 잃은 북극곰들이 평생 굴러 다녀도 끝에 이르지 못할 것이며, 얻어 마신 술이면 에버랜드 워터파크를 채우고도 남을 것이며, 그 남은 물을 얼려 바다 위에 띄워 놓으면 아까 그 북극곰이 북극에서 부동산 투기를 하고도 남을 정도라고 옛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2. 왜 빨간책인가

이 책의 작가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빨간책”은 음란물이었거나 불온서적이었다. 허가 받지 않은 책,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따라 배포되지 않는 책이다. 이 책의 느낌도 딱 그렇다. 교실에서 손에서 손으로 건네와 순서를 기다리며 읽는 야설 처럼 진지하지 않게 막 써내려간 느낌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말 말로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게다가 주인공의 직업 중 하나가 야설 작가다.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은근하고, 친근하고, 측은하고,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인듯 느껴지면서 고상하게는 느껴지지 않는 딱 그 느낌이 빨간책 이미지와 잘 맞다.



3. 자전적 소설

진짜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지, 자신의 이야기처럼 보이게 만든 소설인지, 그 두 가지가 복합적인 것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 어느 쪽이든 상관 없긴한데,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책 표지에 소개된 작가의 프로필과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작가가 잘 겹친다. 그래서 현실성 없는 이야기가 상당히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마치 옆 반에 있는 누군가가 겪은 이야기 같은 느낌이다.



4. 공감하면서 멈칫하게 했던 부분..

부분만 발췌하니 전체를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긴 하다. 전체 속에 포함된 이 문장들 느낌이 좋다.


“삶에 있어서 때론 자신의 능력 밖의 것은 그저 낙관으로 일관하고 나머지 결과는 삶의 흐름에 던져 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공간의 범위는 물리적 개념이 아니라 심리적 개념이며, 그 넓이 역시 신체가 움직이며 규정짓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떠다니며 규정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광장에서 바람에 의해 크는 사람이 있다면, 작은 방 한편에서 몸을 웅크린 채 수치(부끄러움)에 의해 크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언젠가는 질 수 밖에 없는 게임이야. 어떻게 지느냐? 그래, 중요해. 사람들은 어쩌면 그걸 내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모습이 근사하지 않더라도, 초라하더라도, 보잘것 없더라도 상관없어. 헐렁한 트렁크스, 조명, 땀 냄새, 훈련, 실패로 터득한 내 스텝, 그걸 기다리는 링. 그것만으로 충분해. 이 위에 있을 때, 나는 필요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지거든.”


“너절해져도 찢어지진 않는다.”



그리고 작가의 말 중에서


“당신이 만약 비극을 겪고 있다면, 그 비극이 진심으로 희극이 되길 바란다. 생이란 그래야 한다고 애타게 믿고 있다.”



5. 그래서 나는...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랄까, 내가 하는 일이 다 고만고만해서 “하면 뭐하나~” 라는 병에 걸렸을 때 이 책이 병을 고쳐줄 것 같다. 절실함, 삶에 대한 투지가 다시 타오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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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2. 11. 12. 21:11

칼럼: 태그, 꼬리표의 느슨함 by 92012. 11. 12. 21:11

태그, 꼬리표의 느슨함

컴퓨터가 바꾼 생각 체계를 인간의 방식으로



여행을 다녀 와 사진 파일을 정리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사진 한 장 한 장 마다 사진을 찍을 당시의 이야기가 떠 오르기 때문이다. 주어진 사진을 보고 감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여행 사진 중에서 내가 나온 사진만 골라내거나 풍경만 골라 내는 경우는 쉽지 않다. 때로는 여기에도 속하고 저기에도 속하는 사진을 어떻게 처리 할지 선택하기 어려운 때도 있다. 이럴 때 태그를 사용하면 고민을 덜 수 있다. 태그는 사진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형태의 방대한 데이터 중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조합하고, 구성하는데에 사용된다. 태그가 대단히 새로운 기술도 아니다. 가게에서 옷을 살 때 사이즈와 가격이 써있는 꼬리표가 바로 태그다. 옷 가게에서는 “택” 이라고 짧게 부르고 컴퓨터에서는 “태그”라고 풀어서 말하는 차이밖에 없다. 그 상품을 설명하는, 다른 상품과 구분하는 표시가 바로 태그다.



사진을 나누는 방식


함께 여행을 다녀 온 사람들에게 내가 찍은 사진을 보내 주려다 문득 이 많은 사진들이 모두에게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 취향으로 필요하지 않은 사진이야 각자 지우면 그만이지만, 용량이 너무 커서 전송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으로 사진을 전달할까, 어떻게 용량을 줄일까 고민하다 중고등학교 때 소풍 사진 생각이 났다.


동네 마다 사진관이 있었다. 소풍을 다녀와 사진을 맡기면 사진관 아저씨는 사람 수 대로 사진을 뽑거나 무조건 1장 뽑는 옵션을 물었다. 사람 수 대로 뽑는 옵션을 선택하면 5명이 찍힌 사진은 5장이 나왔다. 자신이 들어있는 사진을 다 받아 볼 수 있으니 나름 불만이 없는 선택이었지만 정작 사진에 찍힌 당사자가 사진을 원하지 않으면 사진을 뽑아 온 사람은 사진값 처리로 문제가 생겼다.


무조건 1장 옵션으로 일단 샘플을 뽑아 자신의 사진이 필요한 사람의 신청만 받아 다시 출력하기도 했다. 보통 수학여행이나 MT를 다녀와서 너무 많은 사람들의 사진이 겹치기 때문에 사용하는 방법이었지만 한번 출력에 하루 이틀이 걸리는 시절이라 손에 사진을 받아 볼 때까지 며칠 걸린다는게 단점이었다. 필름도 비싸고 사진 인화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필름 시대의 사진은 그렇게 우리 손에 들어왔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상대편이 나온 사진은 이메일로 보내주거나 USB 디스크로 복사해 전달한다. 보통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일이 꼬인다. 가령, 길동이는 풍경 사진 보다 자신이 나온 사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길동이에게 길동이가 나온 사진을 모아서 보내 주려면 할 때 그 사진들만 따로 모아 폴더를 만들고 파일을 복사해 넣고 압축해서 보낸다. 길동이 같은 사람이 10명이면 10개의 폴더에 사진이 쌓인다. 나중에 용량을 줄이려고 보면 같은 사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어느것을 지워야 할지 혼란스럽다.


신혼여행 같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여행을 다녀와서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보여줄 때 닭살 돋는 개인 사진들은 빼고 여행지의 풍경이나 음식 사진들만 보여주고자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모든 상황을 대비해 미리 사진을 분류 해 놓을 수도 없는 일이고 딱 한 군데 여행지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간 다닌 출장지의 음식 사진들을 보고 싶을 때에도 한 번에 목록을 만들어 내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그런 식으로 사진을 구분해 보는 일이 없다면 전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디어라면 어떨까. “사진” 이라는 단어 대신 “아이디어” 혹은 “메모”, “약속”, “레시피” 같은 것으로 생각해 보면 생활의 큰 변화가 생긴다. 태그를 사용하는 것은 단지 사진을 정리하는 기능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습관을, 행동 패턴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태그는 게으른 정리 방식이다


일기를 꾸준하게 써 온 사람이라도 언제 무슨 일을 했는지 바로 바로 대답 할 수는 없다.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기는 하겠지만 그 내용을 찾기 위해 일기장을 다 뒤져 보기도 힘들고, 뒤져서 찾아 낸다고 하더라도 혹시 또 누락된 내용이 있을 수 있다. 태그를 사용한다는 것, 그리고 컴퓨터를 사용해 기록한다는 것은 지난 날 생각했던 반짝이는 아이디어 혹은 추억들을 다시 끄집어내는데 효과적이다. 지금은 컴퓨터를 사용해 기록한다는 것이 새롭거나 어색하지 않은 시절이므로 현재 상태에서 태그를 사용한다는 것만 추가하면 된다. 


태그를 사용한다는 것은 정리를 좀 더 느슨하게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사진의 예를 들어 보자. 여행 사진이 100장 정도 있을 때 그 사진들을 풍경, 사물, 음식, 인물, 정보(간판이나 티켓등을 찍은 사진)으로 구분하기 위해 폴더를 만들고 따로 구분하여 넣어 놓는다. 인물 폴더에는 각각의 인물별로 폴더를 만들어 분류해 넣는다. 그런 폴더의 구조를 그려보면 마치 회사의 조직도 같은 그림이 된다.


이 분류 방법은 체계적이고 완벽해 보이지만 허술한 구석도 많다. 2명이 찍은 사진은 복사를 해서 각 개인의 이름이 쓰여있는 폴더에 넣어야 하고, 2명이 여행지 간판 앞에서 향토 음식을 들고 찍은 사진이라면 더 많은 복사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폴더를 감상할 때, “아, 이 사진 다음에 뭘 찍었는데..” 할 때 그 다음 사진을 보기가 어렵다. 시간 순서로 배치한 사진들을 보려면 전체 사진을 다시 배치해야하기 때문이다. 마치 회사의 의사결정 처럼 느리고, 융퉁성이 없고, 합리적인 것 처럼 보이지만 합리적이지 않고, 그리고 무엇 보다도 재미가 없다.


태그를 사용하는 방식은 이렇다. 100장의 사진을 한 폴더에 그대로 두고 각 사진에 태그를 단다. 풍경, 사물, 음식, 인물, 정보 같은 태그도 달고 사람 이름 태그도 단다. 사진 한 장에 달 수 있는 태그는 여러 개 일 수 있다. 태그는 파일명이 아니다. 파일명은 폴더 내에서 유일한 것이지만 태그는 같은 태그가 여러 곳에 사용될 수 있다. 사진 한 장에 100개의 태그가 달려도 무방하다. 꼬리표가 덕지덕지 붙은 사진일 수록 다양한 검색에 노출된다. 태그가 붙어 있는 사진은 각각의 태그를 검색할 때마다 태그에 해당하는 사진 목록이 나타날 것이다.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검색


빙글 빙글 돌다가 2명~ 하면 2명 모이고 5명 하면 5명이 뭉치는 게임처럼 태그를 사용하는 검색도 비슷하다. 풍경 사진 모여~ 하면 풍경 이란 태그가 붙은 사진들만 나타나고 길동이 사진 모여~ 하면 길동이 사진만 나타난다. 책상 위에 100장의 인화된 실제 사진이 널려있는 상황도 비슷하다. 빨간색은 풍경, 파란색은 음식, 노란색은 인물이라는 방식으로 스티커를 붙이 놓으면 스티커 색깔로 사진들을 분류하기가 편하다. 어떤 사진은 빨강, 파랑, 노랑 스티커가 다 붙어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빨간색끼리 모아서 한 폴더에 넣는게 아니라 한 폴더에 빨강 파랑 노랑 스티거 사진을 다 모아 놓고 그 때 그때 빨강만, 파랑만, 노랑만 추려서 보는 방식이 태그 방식이다.


태그는 폴더를 사용해 사진을 물리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한 폴더 내에 몇가지 구분 표시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 친구가 사진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막연한 말들로 친구의 사진을 찾게 된다. 지난 여름에, 춘천에서, 맛있게 먹었던... 뭐 그런 내용일 것이다. 그런 정도를 말하면 친구가 그게 뭐였지 하면서 그 당시 기억을 되살리며 어떤 사진들을 찾아내고 여러장을 보여준다. 나는 그 중에서 바로 이거야! 하고 한 장을 골라내거나 그 여러장을 모두 보내 달라고 요청한다.


태그를 사용하는 것은 바로 이런 방식과 비슷하다. 작년, 여름, 춘천, 음식, 맛집... 그런 검색어를 가지고 사진을 검색하면 친구가 찾아 주듯 해당 태그를 가지고 있는 사진 몇 장이 나타나고 그 중에 몇 장이 내가 원하는 사진일 것이다. 정확한 이름을 몰라도 사용할 수 있다. 대충 알고있는 몇 가지 혹은 정확하지 않은 몇가지 증거들을 제시하며 근사치를 얻는 방식이다. 그 근사치 목록에서 다시 내가 원하는 것을 골라내는, 실제 생활과 닮은 방식이다.


급하게 생각난 아이디어나, 갑작스레 하게 된 약속, 친구에게 배워 온 요리법 같은 것을 미리 정해진 분류 기준에 맞춰 구분해 넣으려고 하면 아이디어 그 자체보다 분류하는 일이 복잡해 분류작업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아이디어를 분류하지 않고 태그만 달아 한군데 모아 놓으면 아이디어 자체에 좀 더 집중 할 수 있다. 그것이 태그의 장점이다.



컴퓨터가 나에게 입력을 시키는가, 내가 컴퓨터를 사용하는가


컴퓨터의 역사를 말하는 것은 지루하겠지만, 처음 컴퓨터를 접하던 시절의 컴퓨터는 전문 공학자들이 사용하는 뭔가 전문적인 느낌이었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비싼 장비로, 학교에서 전공하는 사람들이 배우는 장비에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계가 되어갔다. 그러면서도 컴퓨터는 그것을 사용하가 위해 사람이 뭔가를 배워야 했다. 학원에 등록해 몇 개월을 공부해야 했고, 자격증을 갖춰야 하는 전문적인 분야에 속했다. 그래서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은 뭔가 뿌듯한 자부심이 있었고 컴퓨터는 어려운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많은 것을 저장하고 다시 찾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자료들에게 일일이 이름을 붙여주는 일도 내가 해야하고, 다시 찾기 위해 정확한 이름을 기억하는 것도 나의 몫이었다. 편하지고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점점 컴퓨터가 일하기 위해 내가 수고하는 형태가 되어갔고 그것이 당연해졌다. 더 편해지려고 할 수록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수고스러워야 하는 구조에서 불편함을 느끼기 보다 오히려 더 많이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상황이랄까. 그래서 내가 원하는 일을 컴퓨터가 하지 못해도 그것을 컴퓨터의 오류라고 생각하기 보다 나의 질문을 수정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이 컴퓨터에 태그를 사용하는 것 하나를 추가하면, 내가 정확한 이름을 지어줄 필요도 없고 정확한 분류 위치에 저장하지 않아도 된다. IMG_3579.JPG 라는 이름을 몰라도 사진을 찾을 수 있고 내가 그 사진이 실제로 어떤 복잡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알 필요도 없다. 아이디어를 저장하기 위해 파일 형식은 어때야 하는지, 그 파일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어떤 체계로 운영될 것인지도 결정할 필요가 없다. 기술적으로는 크게 바뀌는 것도 없는데 태그를 사용하는 것과 아닌것의 차이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주체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주인으로서, 덜 공부하고도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도구로써의 컴퓨터가 가능하게 된다.


태그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검색이 가능한 영역에 텍스트 몇 줄을 추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태그 덕분에 사람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더욱 분명해진다. 태그가 없을 땐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내가 맞춰야 했지만 태그가 있을 땐 내가 주인이 되어 컴퓨터가 바쁘게 움직이며 자료를 준비해 주는 것이다. 내가 정확한 이름을 몰라도 미안해 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컴퓨터를 주인으로서 다루는 그 변화의 시작이 태그다.




:: 월간 개벽신문 15호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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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2. 10. 21. 14:16

칼럼: 비효율의 가치, 앰프의 세계 by 92012. 10. 21. 14:16

비효율의 가치, 앰프의 세계


100원을 내고 100원 짜리 상품을 가져오는 것이 거래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에너지의 세계에서는 100의 재료를 가지고 100의 효용성을 느끼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100을 내고 70 정도만 되어도 고효율이라고 칭찬을 하는 것이 에너지 효율의 세계다. 그런데 70은 커녕 10도 되지 않는 결과를 칭찬하는 이상한 세계가 있다. 폭포수 처럼 쏟아지는 에너지 속에서 물 한 컵 정도의 결과를 내는 오디오 앰프가 그렇다. 고효율 저비용을 높은 가치로 인정하는 시대에 굳이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서 비효율을 추구하는 세계라니, 그 사연이 궁금하다.




앰프는 증폭을 한다.


앰프는 "앰플리파이어(Amplifier)"라는 장비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앰플리파이어는 앰플리튜드(amplitude)를 증가시키는 장비인데, 앰플리튜드는 진폭을 뜻한다. 그래서 앰프를 우리말로 하면, 진폭을 증가시키는 장비 즉, 증폭기라고 한다.


amplifier :

an electronic device for increasing the amplitude of electrical signals, used chiefly in sound reproduction.

- Oxford English Dic.


진폭은 진동의 폭을 말하는데, 진동의 폭은 물체가 진동하는 동안 움직인 거리와 비슷하다. 예를 들어 시계 추의 움직임을 생각해 보자. 시계추가 좌우로 흔들흔들 움직이는 것이 진동이고 시계 추가 움직이는 왼쪽 끝과 오른쪽 끝, 그 사이가 진폭이다. 다이어트 할 때 늘었다 줄었다 하는 몸무계 처럼 한 자리에 가만 있지 못하고 왔다갔다 움직이는 것이 진동이고 날씬 했을 때의 몸무게와 무거울 때의 몸무게 차이가 진폭이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하는 아이의 성적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점수가 진동이고 점수와 점수 사이의 차가 진폭이다. 앰프는 바로 이 진폭을 더 크게 만드는 장치다. 말하자면 요요현상을 더 심화시키고 성적의 부침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라던 바는 아니겠지만, 진폭을 증가 시킨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증폭이라 하면 10원으로 100원 정도는 만들어 내는 상상을 하고 있는데 요요현상이라니 실망감이 크다. 앰프 이론을 들여다 보면 상상한대로의 증폭을 못할 것도 없다. 앰프는 1mV (1/1000) 전기를 넣어 1V를 만들어 내니, 거기에 비하면 10원이 100원이 되는 것 쯤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증폭의 윈리



그림1. 시계 추와 진폭의 관계


그림에서 시계 추의 길이를 10cm, 추가 움직이는 각도를 30도라고 하자. A와 B 사이를 연결하는 선이 진폭이고 길이는 약 6cm 정도 된다. 이제 이 추의 길이를 20cm 로 연장해 똑 같은 각도로 움직일 때, 그 끝을 각각 C와 D라고 하고 C와 D 사이를 측정하면 약 13cm 정도가 된다. 같은 각도로 움직이는 추의 길이를 바꾸면 진폭이 달라지는 것이다.


추의 길이를 길게해서 진폭이 커지면 이것이 바로 앰프다. 진폭을 키우는 것이 앰프라고 했으니 추의 길이를 길게 만들어 진폭을 키우는 것도 앰프라고 할 수 있다. 단, 사전에 정의하고 있듯 앰프는 오디오 같은 전기 신호를 증가 시키는 전자 장치이니 추의 길이를 늘이는 것을 앰프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계 추는 진폭과 증폭을 설명하기 위한 예에 불과했으니 이해를 돕기 위해 전자 장치가 아닐지라도 증폭의 개념을 우리 생활에 까지 확장해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차피 전기 신호를 몇 배 증폭하는 계산보다 10원을 100원으로 만드는 기술이 더 흥미로워 보이니까.


추의 길이를 길게 하는 위의 예에서 진폭이 2배 증가했으니 이 앰프는 증폭율이 2배라고 말한다. 증폭률이 2인 앰프는 무엇이든 입력 값을 2배로 키워 출력으로 내 보낸다. 말하자면 “곱하기 2” 기계다. 1을 넣으면 2가 나오고 3을 넣으면 6이 나온다. 10을 넣으면 20이 나오고 100을 넣으면 200이 나온다. 뭔가를 넣어서 더 크게 되어 나오니 전기 신호만 증폭하는 앰프 말고 현실 세계에 사용할 수 있는 앰프가 있으면 좋겠다.




고약한 앰프의 성질, 빈익빈 부익부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좋은 것들이 대체로 그렇듯 앰프에게도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우선 무엇이든 크게 만든다는 점이다. 장점을 키워 더 큰 장점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좋지만 단점을 키워 더 큰 단점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점수 10점을 100점으로 만들거나 소고기 500g을 5kg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고맙지만 과체중 2kg을 4kg으로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 10원으로 100원을 만드는 증폭율 10배인 앰프에 100원을 빌리면 빚이 1000원이 된다. 사채보다 무서운 증폭이다. 하지만 이자가 더 붙기 전에 원금 100원을 갚으면 앰프가 1000원 갚은 셈으로 계산해주니 아주 꽉 막힌 놈은 아니다. 아까 시계 추를 그린 도표에 표시를 하면서 차근차근 따져보자.



그림 2. 도표에 눈금을 표시하고 증폭을 표시


추가 묶여있는 지점이 원의 중심점이고, A와 B를 연결하는 선분 AB와 C와 D를 연결하는 선분 CD를 그려보자. 원의 중심에서 추가 흔들거리지 않고 서 있는 지점을 연결하는 선을 그으면 중심선이 된다. 선분 AB의 길이가 약 6cm 이므로 중심점을 0이라고 하면 왼쪽으로 1cm 단위로 -3, -2, -1을 표시할 수 있고 오른쪽으로는 1, 2, 3cm 지점을 표시할 수 있다. 선분 CD는 길이가 약 13cm 이지만 편의상 12cm라고 하면 왼쪽부터 -6, -5, -4 ... 0, 1, 2 .... 6 까지 표시된다.


이제 중심점에서 선분 AB를 지나 CD에 이어지는 임의의 선을 그린다. 임의의 선이 지나는 선 AB 위의 한 지점이 입력 값이고 임의의 선이 지나는 선 CD 위의 한 지점이 출력 값이다. 예를 들어 중심점에서 선분 AB 위의 포인트 2 지점을 지나는 긴 선을 그리면 선분 CD 위에서는 4 지점 위를 지나게 된다. AB 위의 1은 CD 위의 2로, 2는 4로, 3은 6으로 나타난다. -1은 -2로, -3은 -6 지점에 나타나는 것도 볼 수 있다. (-2) x 2 = -4 라는 수학적인 계산 방법과도 맞아 떨어지는 그림이다.


전기적인 앰프도 원리가 같다. 앰프는 입력값이 기준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하는 차이를 증폭한다. 그림에서 기준점이 0이고 입력 값이 선 AB 위의 한 점일 때 출력값은 선CD 위의 한 점이 된다. 이 점은 중심점에서 입력값 위를 이은 직선의 연장선 상에 있다. 시계 추의 예에서와 같이 + 입력은 커지고 - 입력은 더 작아진다. (- 방향으로 더 커진다)




공짜는 없다


앰프의 또 다른 단점이라면 욕심이 많다는 것이다. 이유없이 제공되는 뇌물이 없듯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 세상을 구원할 것 같던 앰프도 결국 속내를 드러낸다. 10원을 100원으로 만들어 주는 비용으로 1천원을 내라고 말하는 식이다. 더구나 앰프로서는 당연한 요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10원을 100원으로 만드는 기술은 독자적인 기술이고, 사용자가 그토록 원하는 기술이니 1천원이 무엇이 아깝냐는 것이다. 웬지 가슴이 답답하고 이용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 그게 그리 쉬운 일인가 하고 보니 한편으론 타당한 주장 같기도 하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시계 추를 10cm 길게 하는 것은 처음 추를 움직이는 것 보다 5cm는 더 밀어야 하는 힘이 필요했다. 10원을 100원으로 만드는 1천원은 아깝지만 시계추를 10cm 더 길게하고 추를 5cm 더 미는 것은 아깝지 않았다. 내 지갑에 든 천원은 아깝지만 내 몸 움직이는 수고는 아깝지 않으니 내 몸 보다 천 원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 아, 뭔가 이상하단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앰프의 성질을 이용해 내가 증폭하기를 원하는 것과 앰프에게 제공하는 것을 분리하면 억울한 마음도 사라진다. 물레방아를 돌리는 시냇물 처럼 나에게 아깝지 않은 것을 제공하고 내가 원하는 결과를 받아 내는 원리다. 물 100리터와 콩 한 바가지를 주고 물레방아에 주면 콩가루 한 바가지만 돌려 받는다. 물 100 리터는 시냇물이었으니 아깝지 않았고 내가 원하는 콩가루를 얻었다. 물레방아는 그것이 콩이든 팥이든 상관 없었다. 그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는 물 100 리터면 충분했다. 서로 만족하고 아깝지 않은 거래가 성립된다.


오디오 앰프도 비슷한데, 집에서 사용하는 220V 교류를 공급해 30V 정도의 빵빵한 직류를 만든다. 앰프가 원하는 것은 이 직류다. 앰프에게 30V 직류를 꾸역꾸역 먹여 주면서 내가 사용할 오디오 신호를 함께 넣으면(약 1mV 정도의 교류) 직류는 앰프가 사용하고 출력으로 1~2V 교류를 뽑아낸다. 교류니 직류니 하는 말은 어렵지만 결과로만 보자면 220V 교류 시냇물로 30V 직류를 만들어 앰프를 가동한다. 이것은 220V 시냇물로 물레방아를 돌린 것이다. 앰프가 30V 직류를 사용하면서 무엇이든 증폭할 준비가 되었을 때 1~2mV 정도의 신호를 보내면 1~2V 정도의 신호로 증폭해준다. 물레방아에 콩을 넣고 콩가루를 받아 내는 것과 비슷하다. 1~2mV 콩으로 1~2V 콩가루를 얻었으니 나는 1천배 증폭을 얻었고 220V 교류를 앰프에 헌납했다. 앰프는 220V로 30V 전기를 만들어 마음껏 먹으며 1mV를 1V로 만드는 소소한 일을 한거다. 


증폭은 그런 거래의 결과다. 오디오 세계에서는 앰프가 사용할 30V의 직류를 만들어 내는데 많은 노력을 한다. 그래야 앰프가 좋은 결과를 내기 때문이다. 단지 1천배의 증폭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들어간 신호와 얼마나 똑 같이 생긴, 그러면서도 커진 신호가 나오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서 앰프가 일하기 좋도록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넣는다. 효율을 버리고 품질을 얻는 것이기에 비효율도 칭찬을 받는다.




나의 증폭률, 내 인생의 앰프


장작을 피워 물을 끓인다. 가스가 떨어져 비싼 장작으로 물을 끓인다. 비싼 장작이 타는 동안, 위에 무엇을 올려 놓아도 상관 없이 타고 있을 장작 위로 물을 끓이고 라면을 끓인다. 장작의 효율 보다 배고픔이 먼저다. 원하는 결과를 위해 반드시 어떤 것이 소비되거나 사용되어야 한다. 대부분은 얻는 것 보다 더 많이 소비된다.


나의 환경, 나의 능력 10원으로 100원의 결과를 내고자 한다면 천 원 정도의 노력이 소비되어야 한다. 비효율적이고 이익을 보는 것 같지 않은 거래처럼 보인다. 에너지 효율 10%인 사람이 50점을 얻기 위해선 500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앰프는 비효율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결과가 좋지 않을까봐 일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비효율이라도 일을 하는 것이 나으니까. 앰프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도 결과를 내고 있기에 당당하다. 난방기 처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기들은, 그것이 주는 장점에 비해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제공해야 할 가치라고 생각하면 부당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덜 주고 많이 받기 위한 노력은 할 수 있어도, 준 것 이상으로 받기를 바라는 것은 바램일 뿐이다. 적당한 운동으로 놀랄만한 다이어트를 바란다거나, 벼락치기 공부로 높은 성적을 바라는 것과 같다. 앰프로 내 인생을 증폭할 수 있도록 묵묵하게 에너지를 갖다 바칠 차례다.




:: 월간 개벽신문 14호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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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2. 9. 6. 10:19

수원 목포집, 자랭이 세꼬시 음식출장기2012. 9. 6. 10:19


자랭이 세꼬시


자랭이는 병어의 일종인데, 병어보다 크기가 작습니다.

처음부터 다른 물고기인지, 그냥 작은 병어를 자랭이라고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큰 것은 덕자라고 하네요.


왼쪽에 작은게 병어, 오른쪽 큰 것이 덕자. 자랭이는 병어의 1/4 정도 크기입니다.

회로 뜨기에는 너무 작아서 세꼬시로 나옵니다.


목포집의 자랭이 세꼬시 상차림



민어


사장님이 민어를 손질하기 전에 보여주십니다.

저렇게 큰 물고기를 실물로는 처음 봤습니다.

하지만 저 크기도 민어 중에서는 중간 정도 라고 합니다.


맛 보기로 주신 민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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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변화와 혁신, 고집과 주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했던 책이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런 류의 책이 잘 안 읽힌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 관한 <아이콘>이라는 책도 그랬고, 구글에 대한 이야기인 이 책도 그렇고 뭔가... 이야기의 맥을 파악하지 못하겠다. 누가 어떤 말을 했고 누가 어떤 말을 했다... 그런 이야기가 쭈욱~~ 나오는데, 나는 “그래서 뭐라는건데~” 라는 생각이 드는거다. 작가가 주장하는 혹은 말하려고 하는 점이 무엇인지 잘 파악이 안된다. 글쓴이는 경험이 많은 유명한 칼럼니스트이고 13주에 걸쳐 구글 내 외부의 주요 인사들과 인터뷰를 하며 만든 책이라고 하니 뭔가 중요한 말을 했을거라고 생각은 한다. 단지, 내가 그 말을 잘 못 알아 듣겠다는거다. -_-;


하지만, 그러나, 책 내용을 잘 못 알아 듣겠는데도 이 책은 나쁘지 않다.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를 온갖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결론을 얻기는 어렵지만(내가 못 알아 들은), 변화를 인식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은 갖게된다. 변화 혹은 혁신은 누구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지, 변화의 주체는 어때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물론 이런 내용은 동양의 고전에서도 많이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오히려 동양고전들이 하는 이야기가 더 알기 쉽고 친숙하다.이 책은 그런 내용을 실제 회사들의 이야기로 풀어준다. 풀어주면서 고전의 예 처럼 딱 부러지게 “이렇게 하라”는 식으로는 말하지 않는다. 누가 그 시점에서 이렇게 했고, 이렇게 됐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런 방식의 이야기가 나에게는 좀 불편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편하게 읽히는 방식일 수도 있다.


이 책은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잘 되던 기존 방식을 굳이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분들에게 이 책은 세상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예언서가 될 것이고, 혁신과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가이드라인이 되어 줄 것 같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변화인지 잊지 않도록 하는.


내가 읽기 힘들었다고 해서 남들에게도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또, 내가 읽기 어렵다고 해서 번역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단지, 이런식의 이야기 방식이 어려운 거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아직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은, 외국의 큰 흐름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흐름을 알아채는 계기가 될지도. 나에게는 힘들었지만 남들에게는 일독을 추천하는 책. ^^;




구글드: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저자
켄 올레타 지음
출판사
타임비즈 | 2010-02-1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세계경제의 판도를 뒤집는 구글(Google)의 모든 것!뉴요커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
Posted by 9름
2012. 7. 11. 15:30

칼럼: 펑션형 인간 by 92012. 7. 11. 15:30

펑션(Function)은 함수다. 함수는 어떤 한 지점에서 다른 한 지점으로 연결하는 규칙을 말한다. A에서 B로 이어지는, A가 B로 바뀌는 규칙, 마술 같은 이론이다. 말로는 거창하지만 사실은 별거 없다. 예를 들어 2에서 4로 바뀌는 마법은 “곱하기 2”라는 식이다. 너무 시시한 마법이라는 생각도 들겠지만 함수는 이렇게 쉬운 것에서 출발한다. 함수가 펑션이고, 펑션이 함수다.



함수는 수학 시간에 들어 본, 어렴풋이 생각나는 이름일 수 있다. 수학이라는 과목 때문에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지만 펑션은 우리 생활에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동전을 넣으면 커피가 나오는 커피 자판기도 펑션이라 할 수 있다. 커피 자판기 펑션. 동전에서 커피로 연결하는 규칙, 동전이 커피로 변하는 마법이다. 뭘 넣으면 뭐가 나온다 하는 해석이면 모두가 펑면일 수 있다. 전기를 넣으면 불이 켜진다. 램프의 펑션은 그렇게 해석 할 수 있다. 주고 받는 거래와도 비슷하다.


펑션은 입력과 출력, 그리고 그 사이의 변화규칙으로 이뤄진다. 변화규칙이 바로 그 펑션의 이름이자 기능이다. 커피자판기 펑션에서 입력은 동전, 출력은 커피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계 내부의 움직임이 변화규칙에 해당한다. 변화규칙에 대해선 자세히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그 과정을 통해 출력물인 커피가 나온다는 것이다.


펑션을 이용하면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문제를 단순화 시켜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커피 자판기 경우 처럼 어떻게 커피를 만드는지에 대한 의문은 미뤄두고, 주고 받는 것에만 집중해서 문제를 단순화 시킬 수 있다. 이해 가능하고 실천 가능한 문장으로 풀이 될 때까지 문제를 헤쳐나가다 보면 어느 부분이 꼬였는지 어느 부분이 오해의 소지를 만들고 있는지 찾아낼 수 있다.


샛길로 빠지기 쉬운 중간 단계의 복잡함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고 나면 큰 그림이 보인다. 문제를 해결하는 설계도를 그리기가 쉬워지는거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같은 문제 풀이다. 냉장고 문을 연다. 코끼리를 넣는다. 문을 닫는다. 어떻게 넣을까 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전체 흐름은 문을 열고 넣고 닫는다는 큰 그림을 그리는데 펑션이 사용된다.

각각의 펑션을 어떻게 만들지는 그 다음에 생각한다. 이미 만들어진 펑션을 사용할 수도 있고, 펑션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부탁할 수도 있다. 펑션을 사용하는 방법은 내가 필요로 하는 출력을 만들어줄 펑션을 고르는 것, 그 펑션이 원하는 입력을 넣어 주는 것 그렇게 2가지면 된다.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주문하면 햄버거가 나온다. 패티를 어떻게 굽는지, 빵을 뒤집어 굽는지 어떤지, 토마토를 몇 센티 두께로 자르는지 등은 펑션의 처리 부분에 해당된다. 내 맘에 드는 햄버거를 내어 줄 펑션을 고르는게 사용자의 할 일이다.


업무를 아랫사람에게 위임하지 못하는 상사라면 특히나 펑션의 기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펑션은 하향식 업무 처리 방식이다. 위계질서가 분명한 조직에서 사용하기 좋다. 펑션식 일처리는 문제를 분석하고 세분화 시켜 하위 단계로 문제를 배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위 단계는 자신이 담당한 문제만 해결하면 되기 때문에 전체 문제를 대하는 상태보다 부담이 덜하다. 또한 지시 받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세분화 시킬 수도 있다. 상위 단계에서 받은 것 처럼, 자신이 스스로 상위 단계가 되어 하위 단계를 만들 수 있다. 상위 단계에서 받은 문제를 더 쪼개 하위 단계로 문제를 내려 보낸다. 펑션의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복잡한 문제도 결국은 작고 단순한 문제로 세분화 될 수 있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집합으로 처리해 나갈 수 있다.


주의할 점은 결과를 낼 만한 펑션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곱하기 2 펑션을 사용하고서 곱하기 100의 결과를 바랄 수는 없다. 그래서 펑션식 일처리의 단점은 전체 그림을 잘 못 파악했을 때 발생한다. 펑션의 하위 클라스는 단순하고도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상위 클라스는 문제를 배분하고 결과를 보고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하위 클라스는 전체 그림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자신의 결과가 전체에 끼치는 영향을 알지 못한다. 전체 구성이 잘 못되면 결과도 잘 못 나오는데 각 단계에서 그것을 알 수 없다.

“저는 시키는 일만 했을 뿐입니다. 그게 그런 결과를 초래할 줄 몰랐습니다.” 라고 하위 단계의 펑션은 말할 수 있다. 정말이지 하위 단계의 펑션은 전체 그림을 볼 수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상위 단계의 펑션은 할 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내가 시킨 것은 그게 아니다”라고 억울해 할 수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태다. 펑션 자체의 문제인 것인지, 펑션 자체 보다는 펑션과 펑션 사이의 배치를 잘 못 해 발생한 에러인지를 구분해 낼 수 있어야 잘못의 책임을 따질 수 있다.


현실은 대체로 펑션 자체에 에러가 있다는 결론이 나곤 한다. 그렇지만 하위 펑션의 에러에 대한 책임이 상위 펑션에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 하위 펑션에 업무를 배분하는 것은 상위 펑션의 업무다. “아랫 사람이 잘 못 이해해 결과가 이렇게 되었다” 라며 변명 할 것이 아니라 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 function image from http://en.wikipedia.org/wiki/Function_(mathematics)

:: elephant image from http://uncyclopedia.wikia.com/wiki/HowTo:Fit_an_elephant_into_the_refrigerator



:: 월간 개벽신문 11호 [2012년 6월]

:: 오마이뉴스 블로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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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2. 6. 14. 13:11

별의 별 걱정... 사소한 일상2012. 6. 14. 13:11


種花(종화) - 이규보

꽃 심을 때 안 필까 걱정하고         種花愁未發 (종화수미발)

꽃 필 때 질까 또 맘 졸이네           花發又愁落 (화발우수락)

피고 짐이 다 시름겨우니               開落摠愁人 (개락총수인)

꽃 심는 즐거움 알 수 없어라         未識種花樂 (미식종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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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12. 5. 29. 19:30

BOOK: 하버드 글쓰기 강의 읽고보고듣고2012. 5. 29. 19:30


<하버드 글쓰기 강의, how to be a WRITER>

building your creative skills through practice and play


글쓰기 책이다. 글쓰기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된 글쓰기 책. 글쓰기 책들은 보면 볼 수록 글쓰기가 어려워진다는 특징이 있다. 이 책도 그런 책 들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책은 읽을 수록 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글쓰기는 타고나는게 아니라, 훈련이다라는 가르침도 그렇고 뭐 여러가지로 글쓰기에 대한 입장을 조금 편하게 해준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잘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잘 쓰고 싶다는 생각과 맞게 쓰려고 노력하는 것 사이의 거리. 그것을 분간하지 못 할 때 글쓰기는 어려워진다.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맞게 쓰는 것인데 맞는지 틀리는지를 남들의 판단에 맡기려 든다거나, 내 생각이 맞는지 틀리는지 검증받고 싶어하는 소심증도 생긴다.


이 책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글을 쓰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심지어 자신도 보지 않을 글쓰기로 시작한다. 그래서 글쓰기가 단지 습관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되기를 추구한다. 스스로 비평하지 않고, 제대로 쓰고 있는지 걱정하지 않고, 쓰고 있는 내용이 쓸모 있는 것인지 걱정하지 않고 그저 쓰기만 하는 훈련으로 시작한다.


눈으로만 읽다가 시키는대로 따라 해 보니 효과가 좋다. 사람들을 기다리다가, 공연을 기다리다가, 무작정 기다림의 시간이 주어지는 때에 그냥 노트를 펼쳤다. 노트에 뭔가 끄적이고 있으면 뭘 쓰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는 핸드폰에 타이핑했다. 사람들은 문자라도 보내는 줄 알고 궁금해 하지 않아 어색하지 않게 글쓰기에 집중 할 수 있었다. 10분 정도, 그런 집중의 시간을 가졌는데 의외로 글쓰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쓴 글들이 다시 읽어 볼만한 내용은 아니어서, 이렇게 편하게 써지기도 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경험하는 것에 만족했다.


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 처럼 글 쓰기도 훈련이 필요하다. 영화에서 처럼 영감이 떠 오르길 기다리거나 자다 깨어나서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그런 과정이 아니다. 새로운 운동 종목을 배우는 것 처럼 몸이 근육이 이해하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글쓰기 훈련은 그런 경험을 쌓는 것이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었구나 싶은 생각도 했다. 안 써진다고 생각하면서 써 보겠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할 수 있는 훈련이 내 주변에 널려 있었는데도 하지 않고 있었던거다.


하버드 라는 말이 좀 낯 간지럽긴해도, 글쓰기에 관한 지침서 중에서 나에게 잘 맞는 책이었다. 끝까지 다 읽기가 좀 힘들었다. 앞의 내용이 반복되는 것 같기도 했고 지루하기도 했다. 그래도 끝까지 읽으면서 군데군데 깨알같은 깨달음도 얻는다. 딱히 어디쯤에서 어떤 가르침을 받았는지 대충 떠오르는 것도 없긴 하지만, 뭔가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이 많았던 것 같다. 요즘들어 블로그에 쓴 책 후기 중에 이렇게 길게 쓴 후기도 없지 않았나. 이정도면 이 책 덕분에 내용은 몰라도 분량 만큼은 뽑아 낼 정도는 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건가? ^^;




하버드 글쓰기 강의

저자
바버라 베이그 지음
출판사
에쎄 | 2011-06-0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이 책은 30년 가까이 글쓰기 교사로 일해온 바버라 베이그가 하...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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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