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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0. 27. 17:42

고개숙인 남자 사소한 일상2006. 10. 27. 17:42

내가 앉은 자리 맞은 편 두 세 자리 건너에 어르신 두분이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있다.
주문을 마치고 밥을 기다리는 동안 두 분은 더 마시자 그만 마시자를 얘기 하신다.
술은 남았는데 안주가 없다고 뭣 좀 내오라는 목소리.
이제 그만 드시라는 주인 아줌마 목소리.
같이 앉아 계신 어르신은 다음에 오면 남은 것 주실거죠? 라며 더 마시자는 친구에게 일어날 것을 권하고,
아주머니는 장단을 맞춰 꼭 챙겨 놓겠다고 약속한다.
더 마시길 바라는 어르신은 아직 말씀이 남았는지 남은 술을 물컵에 따라 마시며 못 들은채 한다.

밥이 나오고 부지런히 먹는 중에도 어르신 말씀은 이어진다.

밥을 다 먹었을 때쯤 어르신 테이블을 보니 더 마시자던 어르신은 고개를 숙인채 말씀 중이다.
열정적인 손짓에 목소리는 웅변가 같지만 술기운에 고개가 들리지 않는다.
무슨 말씀을 하고 있는지 알아 들을 수도 없다.
가끔 고개를 들고 말씀하시지만 눈동자가 앞에 있는 사람을 볼 기운도 없어 흰자위가 더 많다.

술 마신 다음 날, 반만 기억나는 경우가 있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알겠는데 그 사람이 무슨 대답을 했는지, 무슨 표정이었는지,
혹은 그런 말을 듣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 그런.

출장지 낯선 식당에서 내 기억의 몇 부분과 어르신의 모습이 매치되어 실실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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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