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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4. 2. 20:52

새가 죽었다 사소한 일상2008. 4. 2. 20:52

장치 걸이대 사이로,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새가 날고 있었다.
푸드득 거리는 소리와 이상한 움직임으로 정체를 드러낸 그것은 날개 끝이 하얀 까치였다.
장치 반입구가 열려 있었으니 그 쪽으로 새가 날아 들었을까.

전동 모터와 와이어 로프들이 촘촘하게 배열된 무대 천정에는
세트 걸이대를 비롯한 많은 장치들이 메달려 있어 새가 날기에는 좁고 위험해 보였다.
새는 자신이 들어온 길을 잊어버렸는지, 출구를 찾기 위해 높은 곳에서만 날아 다녔다.

석면으로 마감된 천정쪽은 어떤 생명에게도 좋은 환경일 수 없다.
무거운 것들을 메달아 지탱하는 와이어 로프는 붙들고 서 있기에 너무 흔들리고 또 날카로웠다.
물도 벌레도 없고 앉아서 쉴만한 공간도 없는 그곳에서 새는 며칠을 버티는 것 같았다.
그 존재가 잊혀져 갈때 쯤, 새가 드디어 무대로 떨어졌다.

추락한 새는 잠깐 동안 꿈틀거리긴 했지만 금새 잠잠해졌다.
죽어가는 동안 자신이 들어왔을 장치 반입구를 보았을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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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