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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5. 22. 00:57

소름 끼치는 꽃 사소한 일상2006. 5. 22. 00:57

꽃을 보면서 소름끼치는 일이 어디 흔한 일인가.

베란다에 내다 놓은 감자에서,
빨래 걸이대에 올려 놓은 대파에서,
박스에 담아 놓은 양파에서 꽃이 피었다.
감히 먹어 볼 엄두는 못내고 쳐다 보는데 소름이 돋는다.

대파는 뿌리가 마르고 잎이 썩어 들어가는데도 민들레 처럼 생긴 꽃을 피워냈다.
방 안으로 꽃씨가 날아다닐까 걱정될 정도로 크고 화려하기까지 하다.

꽃을 피우려고 산 것이라면 그냥 말라 죽기만 했을것이다.
생활과 관련된 것들은 대체로 내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된다.

대파와 함께 샀던 당근은 파란색 비닐 봉지에서 꺼내 보지도 못했다.
물컹한게 느낌이 좋지 않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삶아도 딱딱해져 버릴 만큼 겉이 갈라진 고구마, 까맣게 되다 못해 녹아서 내리기까지 하는 바나나를 만난적도 있다. 언젠가 우리집에 방문했던 취객이 먹다말고 책꽂이에 올려놓은 바나나는 잘 닦이지도 않는 당분을 흘리며 까맣게 변해있었다.

야채와 채소를 사다 놓으면 어서 먹어 치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길 정도지만 끝까지 버티는 놈이 없다. 쉽게 포기하고 타협하는 나와 닮은 것도 같다. 좀 버텨 보기나 하지.

운 좋게 초반부터 냉동실에 들어갔던 대파들만 남았다.
냉동실에 보관할 수 있는 만큼만 사서 쓰면 좋겠는데, 시장에서 파는 채소들은 늘 양이 많다.
자주 먹는 수 밖에 없다.

야채 꽃을 볼 날이 오지 않는, 숙련된 주부 스킬이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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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