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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 1. 02:40

당직 근무로 새해를 맞이함 사소한 일상2006. 1. 1. 02:40

해를 넘기는 마지막 밤, 숙직근무에 당첨!되었다. 지난번 숙직근무를 해보니, 밤 시간에 주어진 시간이 꽤 길었었다. 그 시간에 노트북에 저장해둔 영화 두편을 보겠다고 작정하고 있었지만, 신년음악회를 비롯한 행사들이 많아서 그다지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다. 30~40분 정도면 끝날 순찰근무도 외부에 공연 나갔다가 들어오는 팀이 있어서 3번이나 해야했다.

3번째 순찰을 마치고, 전화로 보쌈을 주문했다. 여전히 술은 마시지 않는 송아저씨와 안주는 술을 마실때 필요한 건더기일 뿐, 안주 그 자체로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반장님과 함께였다. 지난번 당직과 이번 당직 모두 이 두분과 함께하는거다. 깜빡이 아저씨도 술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내가 그 분과 함께 당직근무에 순서가 되지는 않았다. 깜빡이 아저씨는 건망증이 있어서 "아~ 깜빡했다~" 라고 자주 말씀하신다. 당직 근무자에게 술을 사라고 권유하는 방법이 다양하기로 유명하다.

당직반장님은 연세에 비해 키가 무척 큰 편이다(175라고 하셨는데, 느낌으로는 180이 넘어 보인다). 송아저씨는 돼지고기를 먹으면 배가 나온다며 한점 이상은 드시지 않는다고 반장님이 말씀해주셨다. 송아저씨는 소싯적 버릇이 나온다며 술도 드시지 않고, 배나오는 것이 싫다고 고기도 한점만 드신다. 대단한 자제력이시다라고 놀라니 "자제력"이라는 단어로 많은 이야기를 꺼내주신다.

반장님과 보쌈에 딸려온 소주 1병을 나눠 마시고 나니 인포메이션 데스크 어딘가에서 백세주 한병을 가지고 오셨다. 얼마전 공연을 마치고 분장실에 있었던 술병이라나. 그저께쯤 국악공연이 있었는데, 그때 어른이 많으셨다. 아마 그때 분장실로 들어온 술이었나보다.

숙직실 방 바닥은 뜨끈뜨끈해서 만성 피로를 풀어 줄 것 같았지만 너무 건조한 공기 때문인지 코가 막히고 답답했다. 가습기는 그 크기가 작아서인지 숙직실 내부를 적셔줄 기미가 없었다. 목이 자주 말랐다. 물을 마시기 위해 자주 잠이 깼다. 로비에 있는 정수기의 냉수는 숙직실 보일러에 달궈진 뜨뜻한 몸을 차갑게 식혀주었다. 싸늘한 새벽 공기와 냉수는 새벽의 기분 좋은 느낌을 온몸에 전달했다.

물 마시러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새해 첫 날이 밝아왔다. 어스름한 하늘이, 차가운 새벽 기운을 느끼며 정적이 감도는 공연장 로비에 서 있었다. 광장을 향해 나있는 커다란 유리창 앞에서서 새벽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밑도 끝도 없이 근원을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무엇에 대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새해 첫 날, 기분 좋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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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