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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7. 19. 02:12

집으로 가는 길 사소한 일상2006. 7. 19. 02:12

모두 퇴근 해버린 공연장은 괴담에나 나올듯 으시시한 분위기가 있다.
불꺼진 로비를 지나 객석 출입구로 보이는 빈 객석 어딘가에 누군가 앉아 있을 것만 같다.
퇴근 기록을 남기고 경비 아저씨의 배웅을 받으며 나온 관리동 앞에 후두둑 비가 내린다.

피곤한 몸과 물이 고인 바닥을 지나면 물기가 스며들 바지 자락,
한적한 기분 때문이었을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기분이다.
술 마신 날 딱 이런 기분이니, 술도 안 마시고 취한건가.
비어있을 것 같은 주차장에는 아직 차들이 많이 남았다.

쓸쓸한 기분이 들더라도 누군갈 찾기 보다 혼자 그러려니 하는 날들이 많아지겠지.
혼자 살아간다면 앞으로 이런 기분이 자주 들겠지.
술을 마셨다면 누구에게 전화 했을까.

울퉁불퉁한 인도에는 곳곳에 물이 고여 바지 자락이 젖는다.
비스듬히 내리는 비가 우산을 지나 옷 위에 떨어진다.
거리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차 들만 쌩쌩다닌다.

횡단 보도를 건너는 발걸음이 무겁다.
오피스텔 앞에 멈춘 택시에선 술 취해 비틀거리는 여자와 부축하는 남자가 내린다.
편의점 창가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나와 닮은 호기심을 가졌다.

여전히 남의 이름으로 배달된 우편물을 우편함에서 꺼내 반송함에 집어 넣고 방문을 열면 후끈,
낮 동안 모여 있던 뜨듯한 열기가 묘한 냄새로 다가 온다.

오늘은 쓰레기 봉투도 좀 버리고 발 디딜 자리는 좀 만들어야겠구나...
매일 반복하던 결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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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