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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6. 23. 03:02

노래방 by 92005. 6. 23. 03:02

내가 적응해야할 문화일 것이다.

술 못하는 사람에게 권하는 술이 부담일 수 있듯
노래방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순서대로 한명씩 다 부르게 시키는 거 또한 부담이다.
반대입장에서 보면,
술자리에서 술 마실줄 모른다고 내 빼는 놈이 보기 싫듯이
노래하기 싫다고 밍기적 거리는 놈도 꼴볼견일 것이다.

평소에 노래 연습장에 출입을 하건 말건, 가사를 외우건 말건, 노래 연습을 하건 말건
분위기 맞춰 부를 수 있는 노래 한두개는 있어야겠다.
그냥, 사람들의 흥겨움을 깨뜨리지 않기 위한 예의라고 생각하는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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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5. 4. 25. 11:19

만족도는 90%, 어려움은 110% by 92005. 4. 25. 11:19

뻔히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나도 못하면서 남들한테 하는 이야기, 그런 종류의 이야기다.
이건 나한테 하는 얘기가 아니다... 하고 들어라.

만약에, 무엇이든 실천한 일의 90%만 성취도를 느낄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면...

웃기는 얘긴 줄 알고 얘기했는데 그다지 웃기지 않다거나
상대편을 위해 뭔가를 해줬는데 상대편이 그다지 고마워 하지 않는다거나
늘 늦다가 집에 일찍 들어왔는데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라거나 등등 그런 거.
많이 느껴봤겠지.

뭔가 바뀌지 않으면 이런 상황은 자꾸 반복되고, 자꾸 축소되기 마련이다.
웃기는 얘기를 더이상 웃기게 말하지 못한다거나
상대편을 위해주는 일을 점점 덜한다거나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것에 대해 "꼭 그래야만 하나?" 하는 생각을 하거나 등등
"좋은 뜻으로" 했던 일들을 점점 안하게 된다.
왜냐고? "해봤자 소용없다"고 느끼니까 그렇지.

10% 부족한 뭔가가 있다.
"해봤자 돌아오는 반응이 이런데... 차라리 하지 말자" 하는거다.
나중에 상대편이 말을 꺼내면 "그렇게 해도 뭐, 안 좋아하데~" 라고 말할 수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내가 해줄때 안좋아했잖아~" 라고 말하려고 일부러 더 안해주는 티를 낸다.
(습관처럼 자기도 모르게 그러는 사람들이 있다)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온다고, 내가 준만큼 돌아온다고 약속 받은적이 있나? 없을텐데.
"최선을 다했다" 라고 말하는 것은, "성실하게 임했다" 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을 줄였다는 것이거나, 성공할 확률을 높였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반드시 성공한다"는 아니다.

내가 조금(혹은 많이) 잘해줬다고 해서 상대편이 "반드시" 고마워하지는 않는다.
봉사와 선물은 상대편이 받아주는 것 자체가 고마운 것이지 답례를 받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뭔가를 주고, 준만큼(혹은 그 이상의) 그 댓가를 받는 것을 "거래" 라고 한다.

봉사와 선물은 뭔가를 주고 그 댓가를 바라지 않아야 의미가 있다.
혹시라도 상대편이 답례를 하고 싶어한다면 그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고마워 해야 할 일이다.
상대편이 주면 고마운 일이지, 받아내야 하는건 아니란거다.
조금 주고 준것 이상으로 바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다. 그럴거면 차라리 팔아라.
거래는 받으려는 욕망을 인정하고 시작하니 적어도 위선적이지는 않다.

농부가 열심히 피땀 흘려 농사를 지으면 늘 풍년인가?
늘 내가 노력한 것 보다, 내가 실천한 것 보다, 내가 마음 쓴 것 보다 덜한 결과가 나타난다.
어차피 안 될거니까 하고 행동을 줄이지 말고, 오히려 행동을 키우라.
작은 것의 1/2 보다 큰 것의 1/3 이 더 클 수 있다. 흔한 얘기로 파이를 키우라는 얘기다.
내가 한 만큼 다 되는건 아니라는거, 반드시 답례가 돌아오지는 않는다는거 그거 인정하면 쉽다.

반대로 어려움은... 늘 내가 할 수 있는 능력보다 10% 정도 더한 무게로 온다.
내 능력에 조금 못 미치는 일이 오면 어려움이라 느끼지 못하거나, 혹은 나를 갖고 노나? 하는 건방진 생각도 한다.
그러면서 10% 정도, 그 어려움에 엄살을 떤다.
할 수 있는 일 같으면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하려고 애쓴다.
이런 방법은 두가지 효과가 있다.
일을 성공했을때, 어려운 일을 끝냈다는 만족감을 배가 시키고
실패했을때는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내가 아니더라도 실패했을거라는, 나 정도 되니 이만큼은 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다.
꼭 그대의 얘기는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이런 사람 참 많다.

어쩌면 진짜로 어려운 일일 수도 있고, 특히 그대에게는 진짜 어려운 일일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도움을 청해라.
주변 사람들 활용하고 도와줄 기회도 주지 않으면서
이건 힘든 일이고, 늬들이 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어렵고 중요한 일이어서 너희들에게는 맡기지도 못하는 일이라고 엄살 부리지 말란 얘기다.

어려워서 못하겠거든 못하겠다고 얘기하고 그 일이 되도록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넘기든가,
어려워도 할만하거든 묵묵하게 하든가,
어렵지만 도움을 받으면 할만하거든 도움을 청하란 말이다.
그도저도 아니면 그냥 묵묵히 일하셔.

대체로, 엄살뗠며 말하는 "어려운 일"이란 어려워도 못할 정도는 아니고,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도 아닌데 쉽지는 않아서 실패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일 아닌가?
나중에 실패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는 말을 하려고 하지 마라고.
자신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일하는 내내 어렵다고, 벅차다고 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어려운 일을 "나 밖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면서 지구를 구하는 사람처럼 꼴깝떨지 말라고.
스스로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목에 보자기 두르고 두 팔을 뻗쳐 든 꼬마 슈퍼맨 같아 보이니깐.
(꼬마들은 귀엽기라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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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3. 15. 23:00

서울 13주년 by 92005. 3. 15. 23:00

서울에 와서 방정리하고, 전화기 놓고, 전입신고 마치고 주민등록상 서울 주민이 된 날짜로 부터 13년이 지났다.
13년전 오늘, 서류상 서울 사람이 되면서 "세대주"가 되었다.
- 지금은 서류상 경기도 사람이다 -


서울와서 준비 다하고, 나름대로 이제 "세대주" 라고 뿌듯해하며 부산으로 인사 갔을때
- 이제 서울에서 살 준비 하고 왔습니다~ 정도의 안부인사? -
부모님은 내 신발이 깨끗하지 못한걸 보고 마음이 안 좋으셨나보다.
아버지는 그날 저녁 술을 많이 드시고 오셨다.
내가 서울에서 고생 많이 하는 줄 알고 뭘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것에 대해 속상해 하셨다.


나는 나름대로 뿌듯해서, 이제 잘 살거라고 말하러 온건데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안 보고 딴 걸 보고 속상해 하시니 나도 속상했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데, 나 혼자서도 잘 할수 있는데,
그걸 인정 해 주지않는 것 같아서 속상했나? 하여튼 그랬다.
그날 아버지도 울고, 나도 울고, 어머니도 울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13년이 지났다.
나는 그동안 살이 많이 쪘고, 흰머리도 많아졌다.
그리고 아직도 부모님이 속상해 할 구두를 신고 있는 듯하다.
만성이 되서 그런지 구두를 보고 서로 눈물을 짓지 않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이 흔들리는건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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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3. 13. 16:02

고양이, 그리 나쁘지 않은 관계 by 92005. 3. 13. 16:02



고양이...

네가 뭘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너는 때때로, 나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그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나의 즐거움은 너에게 상관없고, 너의 즐거움도 나에겐 흥미가 되지 못한다.

고양이... 함께 살아도 서로 상관하지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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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1. 1. 03:35

공중전화 by 92004. 11. 1. 03:35


저녁이면 마땅히 외출할 이유도 없는데 괜히 집을 나서곤 했었다. 부모님은 갑작스런 외출에 당연하게도 어디 가냐고 물어 보았을 것이고 나는 침착한척 대답하며 무슨 말이든 둘러댔었겠지만, 어색하고 서투른 연기가 우스워 보였을 것이다.

동네 슈퍼 옆 공중전화에는 꼭 누군가가 전화통을 붙들고 있었고, 동네 한바퀴를 돌면서 결국 찾아낸 공중 전화부스에서 나는 딱히 할 말도 없으면서 더 긴 통화를 하려고 애를 썼다.

20원이었나? 하여튼, 공중전화가 아니면 통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골목에서 찬바람을 쐬면서, 팔짱을 끼고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면서 기다린 끝에 겨우 연결된 여자친구와의 통화. 나의 얼굴에는 베시시~ 바보같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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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4. 10. 17. 13:09

소주와 사이다 by 92004. 10. 17. 13:09

운전 등의 이유로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분들은 사이다를 마신다.
큰 맥주 컵에 따라 마시는 사이다는 반칙이다.

소주는 위를 소독하고, 사이다는 보호막을 친다.
사이다를 소주잔에 따라 소주처럼 마신다.

사이다 라는 이름은 술자리에서 사뭇 어색한 면이 있으니 칠성주라 부르기로 한다.

칠성주의 목넘김이 좋다고는 하지만, 소주를 마시듯 조금씩 아껴 먹어야 제맛이 난다.
소주 보다 잘 넘어 간다고 원샷! 하지 않아야 한다.

칠성주는 소주가 아니라고 따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따지는 이가 있거든 우선 화부터 버럭~ 낸다.
칠성주 따른 잔을 테이블에 땅~ 내려치면 거품이 올라오고, 거품이 사라지면 소주와 똑 같다.
그래도 안 똑 같다고 따지는 이 있거든
이것은 살아 숨쉬는 술이라고, 너는 그것도 몰랐냐고 은근히 비웃어준다.

칠성주 병이 한병 한병 쌓일때 마다, 누가 저렇게 사이다를 많이 마셨냐고 따지는 이가 있다.
- 아까 그 녀석 일거다 -
오늘은 일을 많이해서 눈이 좀 피곤했는데,
눈 앞이 녹색으로 채워지니 이제사 좀 피로가 가신다고 말해준다.

술자리에는 너는 몇잔 마셨고, 나는 몇잔 마셨다고 많이 마신 것을 자랑삼는 이들이 간혹 있다.
술은 많이 마셨다고 해서 자랑이 될 수 없고, 덜 마셨다고 해서 절약하는 것이 아니다.
술자리에서 누가 몇잔 마셨는지 따지는 것은 남세스럽다.

그러니 칠성주를 두병이나 마시고도 취하지 않는다고 해서 연거푸 원샷을 해대거나
큰 컵으로 벌컥벌컥 들이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칠성주 마시고 많이 마셨다고 자랑해서는 안된다.

칠성주는 조금씩 취해가는 사람들 틈에서 맨숭맨숭 앉아있지 말라고 마시는 것이니,
그들과 함께 템포를 맞춰 취해가지 않으면 칠성주를 마셔도 그것은 술을 마신 것이 아니다.
칠성주를 마시든 소주를 마시든 술자리에 어울려 즐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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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9. 18. 23:14

대화 by 92004. 9. 18. 23:14

사람들은 때때로,
대화에서 상대의 뜻을 발견하는 것 보다 거짓을 찾아내는데 더 많은 노력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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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kStory: 그녀는 이뻤다 by 92004. 8. 31. 20:32

후덥지근한 열기에 눈을 떴다. 학교 운동장이 보이는 공터였다. 학교 건물의 뒤편 주차장. 그녀는 아직 잠들어 있다. 아침햇살에 차 안은 끈끈하고 더웠다.

그녀와 나는 집 방향이 같았다. 집으로 가는 길에 내려주겠다는 그녀의 차를 탔다. 이미 날이 밝아온 시간이라 대리운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술도 깨야 했지만 졸음 때문에 그녀는 운전을 할 수 없었다.

영화에 관한 이야기 였을거다. 잠들기 전, 그녀와 나는 술자리에서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영화 이야기에서 연기에 대한 이야기로, 그리고 연애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갔다. 아마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남자와 여자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을 거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질투에 관한 이야기나 그 해석에 관한 것들을 이야기 했던것 같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풀이 술자리였다. 1차에서, 2차에서 그녀와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다. 1차에서는 그녀가 어디에 있었는지도 몰랐다. 2차 술자리가 마칠때쯤 잠깐 이야기를 했었나, 그것도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 3차에서는 사람이 많이 줄었고, 음악이 크고 어두운 곳이라 술자리는 무척 시끄럽게 느껴졌다. 그녀와 나는 키스를 하듯 얼굴을 가까이 대고 귓속말을 했다. 무슨 이야기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녀에게는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야기였을거다. 다음날 오후에 만나 계속 얘기 듣고 싶다고 그녀는 말했고, 나는 그러겠다고 약속 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생긴 공감 때문이었는지, 술기운이었는지 술자리를 마칠 때 쯤, 그녀와 나는 친해져 있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 이야기를 한다. 눈이 마주친다. 그때마다 나는 그녀가 참 이쁘다는 생각을 했다. 눈이 크고, 속눈썹이 길었다. 오똑한 코나 코 끝의 각도도 보기에 좋았다. 턱에서 목으로 이어지는 매끄러운 선 위에는 하얀 솜털이 있었다.

그녀의 목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피부에 대해, 머리스타일에 대해, 화장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것 같다. 언제부턴가 내 손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고 그녀는 옆으로 누워 나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눈을 감았고 나는 머리 쓰다듬기를 멈추었다. 키스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론, 정해진 코스를 밟듯 습관적인 행동을 하는 내 모습이 우습기도 했다.

"편하게 누워 좀 자요. 있다가 깨워 줄께요."

나는 다짐하듯 '방향이 같은 일행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일 뿐이다' 라고 생각했다. 엉뚱한 생각하지 말자. 말자. 말자... 창문을 활짝 열고 그녀를 쳐다보니 벌써 잠이든 것 같다. 그녀의 입술이 클로즈업 되어 다가오는 것 처럼 느껴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며칠 전, 그녀를 보면서 '내가 그녀의 남자친구라면...' 이라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내가 그녀의 남자친구라면 이런 이런 점을 말해 줄 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믿는 사람의 말이 아니라면, 누구도 그녀에게 그녀에 관한 조언을 한다거나 충고를 하기가 쉽지 않아보였다. 그녀는 열정적이고 적극적이고 활달하고 전투적이기 까지 했는데 남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고, 그녀의 남자친구가 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남자친구가 되길 바랬던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삶에 잔소리를 하고 싶었던거다.

나는 그녀가 에너지 과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열정은 내게 오기로 보일 때가 많았고, 성실함은 내게 미련함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녀가 가진 밝고 활기찬 모습은 자신을 드러내는 과도한 행동으로 보였다. 내 눈에 그녀는 한마디로 우아하지 않았다. 내게 그녀는 단지 예쁜 여자일 뿐이었다. - 그렇지만, 그녀가 가진 다른 모든 단점을 잊어버리고 싶을 만큼 이뻐 보이기는 했다.

물론, 그녀에게 나는 그저 나이 많고, 소심한 한 아저씨로 보였을 것이다. 나이많고 소심하고, 배 불뚝이에(그녀는 나에게 "곰돌이 푸우 같아요~"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인사도 잘 받아주지 않는 아저씨로 보였다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나 역시 그녀에게 그다지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푸르스름 하던 하늘 색깔은 완전히 밝아져 있었다. 출근 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차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지나갔다.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폈다. 더위 때문인지 머리에 땀이 날듯 열이 있었다. 마시다 남은 음료수를 마셨다. 포도향이 달콤하게 입술을 적셨다. 흰색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전형적인 모습의 회사원 두명이 차 옆을 지나갔다.

그녀를 깨웠다. 그녀는 금방 눈을 떴지만 잠이 완전히 깨지는 않았는지 다시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며 머리를 의자에 기댔다. 나는 잠을 깨라고 머리 카락을 당겨주기도 하고 머리를 흔들어 주기도 했다. 그녀는 웃었다. 그녀의 웃는 모습이 이쁘다고 생각했다. 자다 깬 모습도 이뻤고, 잠든 모습도 이뻤다. 2~3일은 머리 감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다 일어난 머리는 기름기 없이 찰랑거렸다.

그녀의 머리가 내 어깨로 숙여졌다. 그녀의 이마가 내 목과 어깨 사이에 와 있었다. 잠깐 놀라기도 했지만, 나의 오른팔은 놀랍게도 그녀의 목을,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의 오른팔은 여자를 대할때면 마치 남의 팔처럼 내 마음과 다르게 앞서 나가는 경향이 있다).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팔이 내 허리를 잡았는지, 어깨를 잡았는지 정확하지 않다. 몇번의 키스를 하는 동안 몇번은 눈이 마주쳤고, 우리는 어색하게 웃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웃는 그녀가 이뻤다. 정장을 입은 사람들과 학생들이 지나갔다.

그녀는 이뻤고, 키스는 즐거웠지만 어색한 뭔가가 있었다. 침묵의 시간이 잠시 흘렀다. 나는 그녀가 가진 욕심을 내게 유리하도록 이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의 성적인 욕구를 따르자면 그녀는 매우 매력적인 사람이 분명하다. 그러나, 내 몸이 그녀를 요구한다고 해서, 또 가능성이 보인다고 해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척 연기하는 것은 옳지않다. 지금은 성적인 욕구에 이끌려 다닐 나이가 아니다. 연애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황이 만들어낸 분위기였고 그 분위기에 휩쓸린 것 뿐이었을 거다.

내 생각과는 다르게 '그녀와 잘 될 수도 있을거다'라고 생각도 잠깐 했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았지만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 많았다는 것과 내 생각과 다른 그녀의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운전 하실 수 있겠어요?" 그녀는 피곤했는지 나에게 운전을 부탁했다.나는 운전면허증이 없으므로 운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피곤해 하는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30여분 정도, 의례적인 인사와 동네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다. 대화 중간중간에 어색한 침묵이 끼어들면서 우리는 말이 점점 줄어져갔다. 시간이 갈 수록 뭔가 잘못되어 가고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 있는 그녀의 입술을, 이마의 솜털을, 한 팔에 안기던 허리의 촉감을 떠나보내야 할 것이다.

"아, 저녁때 만나기로 한 곳이 어디죠?"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한 약속이 나는 부담스러웠다. 어색할 것 같았고, 어제보다 친한척 연기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키스 한번 했다고 갑자기 친한척 구는 것도 우스워 보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별 중요하지도 않은 생각을 하느라 잔머리 굴리고 있을 내 모습이 한심스럽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가서 시간이 흐를 수록 우리는 후회할 것이고, 결국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힘찬 에너지를 느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숙취가 남은 몸을 침대에 던져넣고 깊은 잠에 빠졌다.

잠에서 깨어 났을 때, 내 휴대폰에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

잘들어가셨어요?

제가갑자기급한일

이생겨서오늘못뵐

것같아요죄송해요

^^

----------------

그러고 보니, 그녀에게 잘 들어갔냐고 안부인사도 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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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8. 14. 02:08

여름 by 92004. 8. 14. 02:08

어느새 시선은 여름 거리를 배회한다.
하지 말라고 그렇게 타일러도 시선은 여자들을 향하고 있다.
안 보고 걸을 수도 없는데, 이 놈은 지 보고 싶은데를 흘깃흘깃 쳐다보고 있다.
당당하지도 못한 이 비굴함이 더 쪽팔린다.
여름 거리에서의 눈돌림 현상은 참으로 곤란한 몹쓸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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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4. 8. 7. 03:48

그렇더군... by 92004. 8. 7. 03:48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메모리 하지 않았다.
새롭게 입력하기도 귀찮고, 언제 또 잊어버릴지도 모르겠고, 잘 걸지도 않기 때문이다.
정말 필요하면 기억이 날 것이다.

여차저차해서, 그리그리하여 묘한 관계가 되어버린 그녀를 우연히 만났다.
잠깐 얼굴을 마주치고, 어색한 인사를 했다.
인사를 하기는 했지만 2초 이상 쳐다보며 말을 하지는 못했다.

그냥... 어색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말을 걸기도 애매한... 소개하는 것도 우스울거 같고...)
사람 사는게 참 묘한게, 어색하면 할 수록 그 시간이 연장된다는 거다.
그렇게 몇번 눈이 마주치는 동안 점점 더 어색해졌다.

음... -_-;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화가 몇 통왔다.
눈에 익긴 했지만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 전화번호.
그녀가 아닐까... 생각했다.
뭐라고 할까... 어색하지 않게 통화할 수 있을까...
어색함을 벗어나려다 바보처럼 멍청한 말을 하지는 않아야 할텐데...
그런 걱정을 했다. 그러나 받아보면 다른 사람이다. 하긴, 전화 할리가 없지...

나 같으면 전화 했을까? 걸었을까? 걸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모르겠다. 하여튼 만나서 반갑기는 했다.
- 전화번호를 떠올릴 수 없었으므로 그 상황에서 내가 전화할 수는 없었다.
- 전화번호가 어딘가에(아웃룩 같은데에) 기록되어 있기는 할것이다.

이런 일이 또 벌어질 것 같지는 않으므로,
앞으로도 계속 핸드폰에 전화번호 메모리 하지는 않을 것이다.

추억으로 있어야 할 사람이 휴대폰에 남아 있다면,
술 마신 늦은 밤, 고조된 감정을 조절 못하고 통화 버튼을 누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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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4. 7. 27. 14:44

집행자와 피집행자 by 92004. 7. 27. 14:44

전쟁중에 무수히 많은 사람을 몰살시킨 사람은,
나중에 그것을 평가 받는 시점에서
"나는 단지 내게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몰살당한 이유는 적국의 국민이었기 때문이다.

경찰들이 데모하는 군중들을 힘으로 제압하면서
"나는 단지 내게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들은 불법적인 데모를 했고 넘지 말라는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6학년 선도부 학생이 더 어린, 교칙위반 학생들에게 손찌검을 한다.
"얘들이 잘못했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한다.
맞는 아이들은 규칙을 위반했기 때문에 맞는다.

집행자들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또 반복한다" 라고 말한다.

피집행자들은 마음 한켠 억울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잘못한 것이 있으니 뭐라 대들지도 못하거나,
힘으로 상대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침묵한다.

잘못한 것이 있는데도 감히 억울한 마음을 갖는 것은 집행이 과도하기 때문이다.
피집행자가 집행에 항의할 수록 집행자가 피집행자에게 가하는 모욕은 필요이상이 되고 만다.
모욕의 바탕은 "명분"에 있다. 죄를 지은자와 처벌하는 자.

피집행자는 집행의 순간이 다가올 수록 죄의 반성여부와 상관없이
"파렴치한" 이 되어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게된다.
이 시점에서 집행자는 피집행자가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보호활동을 집행자가 용납하지 않으면,
피집행자는 구석에 몰린 생쥐꼴로 발악하게 되고, 집행자는 가학적 흥미를 일삼는 변태가 된다.

파렴치한 짓을 한 사람을 파렴치범이라고 한다.
집행자는 피집행자로 하여금 파렴치한 짓에 대한 댓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지,
파렴치범인 인간을 처단하는 역할을 부여 받은 것이 아니다.

집행자라는 것이 개인의 우월함이나 존귀함을 상징하지는 않는다.
집행자는 사회질서를 대신해는 역할일 뿐이다.이것을 망각할 때,
피집행자는 집행자의 행동에 반감을 품게된다.

피집행자의 침묵은 '인정'이나 '받아들임'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최후의 반항,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집행자가 오기로 말하는 "나는 잘못 없어. 네가 잘못했기 때문이야"는
폭력을 즐기고, 힘의 집행을 즐기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부끄러운 구호에 불과하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감동"으로 시작한다.
멍자국을 안겨주는 것으로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저 사람이 잘못한거니까"라는 마음으로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처단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지,
자신이 정의의 사자라도 된 듯한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주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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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4. 7. 15. 17:37

비온다 by 92004. 7. 15. 17:37


비온다 비가 내린다.
복도 끝 베란다에서 보니 사무실에서 보던 것 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파전 생각을 했다.
파전 보다 술 생각이었겠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
소주나 동동주 같은 구체화된 술이 아니라그냥 그렇게 앉아서 밖을 바라보기에 좋은 그런 분위기 말이다.

여름 한 낮, 평상 위에서 찬밥에 오이랑 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던 때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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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4. 7. 4. 12:45

고집이 실패늘 낳는다 by 92004. 7. 4. 12:45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

그로인한 실패의 책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 멍청한 행동에 대해 변명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너는, 조금도 억울해 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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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4. 6. 11. 01:24

오목거울과 볼록거울 by 92004. 6. 11. 01:24

내 손가락의 무딘 감각과 고만고만한 상상력으로는 내 모습을 그려낼 수 없다.
거울속의 내 모습을 나라고 믿는 것은
내 눈으로 보던 것을 거울을 통해 똑 같이 볼수 있다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 거울을 보았을 때의 생경함은 기억나지 않으나
어린 아이들과 강아지가 거울 앞에서 놀라는 모습을 보면
나 또한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나는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보는 거울과 당신이 보는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내가 보는 빨간색과 당신이 보는 빨간색이 다를 수 있고,
하나의 장미를 함께 보아도 인식하는 실체는 서로 다를 수 있다.
빨간색도 이름이고, 장미도 이름일 뿐이다.
우리는 같은 것을 가리키며 "이것은 빨간 장미다" 라고 말을 한다. 약속의 말이다.
그리고 나처럼 그것이 약속이었다는 것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선척적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색깔을 말하는 단어를 알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색깔과 내 눈에 보이는 색깔이 물리적으로 같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서로가 표현하는 색깔은 점점 같은 것이 된다.

각자의 머릿속에 서로 다른 색깔이 들어 있을지 몰라도 '인식하는 색깔'은 같다.
그것은 경험으로 보완이 되며 서로 비슷하게 맞춰지기 때문이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고, 함께 경험하는 것이 많을 수록 공감하는 것도 많아진다.
인식하는 색깔도 점점 같아지는 것이다.

사람들의 언어에 나타난 내 모습을 본다.
거울을 보듯, 그들의 표현에 나타난 내 모습도 내 모습이라고 믿는다.
물론, 어떤 표현으로도 내 모습을 담아낼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있다.
내가 생각하는 모습과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내 모습이 아니라고 말하지는 말자.
그들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내가 원하든 원치않든 상관하지 않아서 믿을만하니까.

60년 빼곡히 쌓인 사연도 사망진단서의 짧은 단어로 표현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망진단서 같은 그들의 표현이 못마땅 하더라도
딴 사람의 사망진단서를 보듯 그 뒤에 숨은,
내 기억과 다른, 그들이 말하는 나의 사연을 읽어 낼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어떤 모습을 보게 되더라도
서운해 하지 말고 고마워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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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4. 6. 6. 15:44

나에게: 그랬을거다... by 92004. 6. 6. 15:44


참 생각 없이 산다... 싶은 사람도
본인의 일에 있어서는 항상 최선을 다 하고 있을거다.
분명히 그럴거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 만족, 자신감... 그건 것을 느끼고 싶어 할거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자신이 선택한 일을 더 잘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하지만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까지 느낄 수 있을 만큼 표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지 나만 못 본 것일 수도 있고,
굳이 나한테까지 그런 열심히 살겠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미안하게도 나는 사람들을 향해 참 생각없이 산다.. 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그래, 그들도 나를 참 생각 없이 산다... 하고 봤을 것이다. 분명히 그랬을거다. 네 말이 맞다.

그들은 어렸을때 우연히 발견했음직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그 재능을 바탕으로한 직업을 선택해 살고 있다.
 
이것저것 다른 것을 선택하려는 시도는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항상 제자리로 돌아왔다.
다른 어떤 일도, 어렸을 때 누렸던 그 칭찬과 사람들의 인정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새로운 시도가 좌절되고 실패할 때 마다
"역시 이건 내 길이 아니었어~" 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늘 재능을 보이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던 곳으로 돌아왔다.
 
본인은 알고 있다. 그 재능이란게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를.
단지 아직 들키지 않았을 뿐이고, 아직 공공연한 사실이 되지 않았을 뿐이란 것도.
 
아직도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나의 특기인 것으로 알아 주길 바라고,
또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주기를 바라고, 그래서 그 신화를 깨고 싶지 않고,
지금은 거짓말이지만 나중에 진짜게 되게 만들면 되잖아~ 라는 말로 내 양심을 달래고,
웃고 떠들고 대충 넘겨버리려고 한다.
 
여기서는 저런 재능을,
저기서는 이런 재능을 내세우며 항상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느끼고 싶어한다.
하지만 알고 있다. 고만고만한 삼류 인생.
 
그런 재능이라도 여럿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뭔가 제대로 된 것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없는 것 보다는 낫지 않겠냐고... 그들의 항변은 한결같다.
 
당신의 머릿속에는 벌써 세계 일류기업이 여럿 생겼었다.
그런 기업들의 성공신화에는 항상 당신이 있었지.
다시 생각해보면 부실하지 짝이없는, 우연과 행운으로 점철된 스토리였지만
그런 스토리로 당신은 벌써 세계초일류우량기업을 많이도 만들었었다.
 
정의의 사자로서 거리에서는 또 얼마나 싸움을 잘했나.
모짜르트, 베토벤을 능가하는 악상도 떠올랐고,
쓰기만하면 베스트셀러인 책도 10권은 넘게 썼을 것이다.
길 가다가 우연히 도움을 주었던 할아버지는 재벌의 총수였고,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는 기막히게 멋진 미인이 당신의 말 몇마디에 반한다.
위기의 순간에 당신의 판단은 항상 옳았고, 사람들은 당신을 따르게 된다.
그런 생각을 어디 당신만 했을라구.
 
환상속에 그대가 있다.
지금의 모습은 그대가 아니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 머리에는 당신과 같은 참신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다.
단지 그것을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유치하고 또 때로는 하찮은 것이라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혹은 당신처럼 아껴두었다가 나중에 써먹어야지 하고 감춰두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각이 없어서 그러는게 아니란 말이다.
 
당신은 유치하더라도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맞다. 그것은 중요한 재능이고, 당신이 가진 장점이다.
누가 유치하다 말하든 말든 걱정하지 않고 말할 수 있으니까.
좋은 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의 그 재능은 아까 내가 말하던 바로 그런 거다.
"역시 이건 내 길이 아니었어~" 라며 되돌아 오는 그 곳.
안 먹혀들면 다시 돌아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또 떠나고, 새 아이디어는 또 안 먹히고...
늘 반복되던 그 일들 말이다.
단지 그 아이디어의 소재가 바뀔 뿐, 패턴은 똑 같지 않았나.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잘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지는거다.

정말 뭔가를 잘 해보고 싶은데,
뭘 좀 하다보면 자신이 잘한다는 것을 알리는데 더 에너지를 쏟고 있어서
주변 사람들이 볼때는 일을 잘 해보겠다는 생각이 없어 보인다.

"도대체 생각이 있는 애니 없는 애니~" 할때 대체로 그렇다.
분명히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라고 생각하게 되니까.
(또, 그럴 뜻이 아니었는데... 라는 말도 하게된지 않던가)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 노력만 많이 하는 사람.
성실한 사람, 성실하기만 한 사람.
큰 차이 없다. 다 고만고만하다.
 
이 말이 겨우 "실천하라" 라고 말하는 것 같은가.
하긴 이런말을 들으면 "실천이 중요하지~"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노력해야지..." 하고 생각한다.
"진짜로 생각만 할게 아니라 실천해야지..." 하고 또 생각하고 결심한다.
 
"꼭 실천해야지 !!!"
 
그런 그들의 결심은 항상 미래형이다.
 

생각없이 사는 듯 보여도, 늘 최선을 다 하고 있을 거다.
그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린 다들 그렇게 살고 있을거다.

그러니 나인, 사람 우습게 보는 건방을 떨지 말라구.
정 건방 떨고 싶으면, 그 사람에게 제대로 방향 잡아주는게 어때?



: 시작할때는 1개의 이야기였는데, 끝나고 보니 5개 정도는 되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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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4. 5. 20. 22:17

습관도 참 나쁘게 들었다... by 92004. 5. 20. 22:17

책을 읽으면서,
습관적으로 작가가 주장하는 말이 성립 되지 않는 경우를 생각한다.

"에이... 이건 아니지..." 라고 말이다.

책에서 작가가 하는 말, 분명 어느 상황에서는 맞고, 어느 상황에서는 맞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 말이 정말 맞다... 라고 공감하는, 작가를 위해 생각해 보는 시각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네 말은 뭔가 부족해..." 라는 거만함의 반영인가.
늘 경쟁하고 이기고 싶어하는 생활 태도의 반영인가...
쉽게 인정하고 납득해버리면 왠지 패배감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인가.
습관이 들어도 참... 드럽게 들었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라고 해서,
내가 알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해서 그것을 부정하지 말자.

어느 상황에서는 맞고, 어느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다면
굳이 맞지 않는 상황을 들추어 내어서 상대편을 공격하지 말것이고,
설명이나 상황이 부족하여도 그 설명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어떤 경우가 되면 적당할지
어느 상황에서는 맞는지를 알고 있는 내가 거들어주자. 절대 비꼬지 말고.
상황에 맞는 말이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도록 거들어 주자는 말이다.

내가 정말 잘 났다면, 상대편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생각을 해보자.
미흡한 부분을 지적하기 보다, 어떻게 하면 상대편의 말이 옳게 적용될 수 있는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지는지... 도와주자.
그래서 말하는 사람이 신나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 하도록 티나지 않게 도와 주자.

내가 못났다면, 뭐라 말하는지 제대로 듣고 배우자.
"나도 안다 뭐~" 하면서 피하지 말고,
"그런데 이런 것도 있잖아~" 하면서 나도 알고 있다는 척하지 말고,
그래서 나는 다른면도 볼 줄 안다는 듯 말하지 말고,
끝까지 제대로 듣고 배우잔 말이다.

잘난것도 없고, 못난것도 없다면???
...
...
정신차리라.
니는 아직도 말귀를 못 알아들었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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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4. 5. 10. 01:38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 by 92004. 5. 10. 01:38


오래전... (10년? 아니면... 8~9년 전? 암튼, 그 정도 시기)
내가 서울에서의 첫번째 뮤지컬 공연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 이야기다.

무대미술을 하는 선배의 도움으로 극단에 소개가 되고, 내가 음향을 담당하게 되었다.
새로운 단체에 합류해서 책임자로 일을 맡게 되는 것은 많이 조심스런 일이다.
첫번째 결과로 앞으로의 미래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공연(공연은 일주일인가 보름인가 계속되었다)에서의 나는 무척 조심스러웠다.
공연 리허설 단계에서 부터 많은 시간을 참여했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잘해내고 싶다는 욕심에 긴장감을 감출 수는 없었다.

공연이 치뤄지던 초반에 사람들은 나에게 제각각 다른 주문을 해왔다.

연출은 음악이 너무 커서 대사가 잘 안들리는 것 같다고 했고,
음악감독은 음악이 너무 작아서 느낌이 잘 살지 않는다고 했다.
공연 기획자는 기획자대로 이것 저것 주문을 했다.

이것저것 주문을 했다는 기억은 있는데, 그 주문이 뭐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_-;
연기 하시는 분들도 자기 목소리가 잘 안들린다는 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대표님과 했던 얘기.

"종회야, 힘들지 않니?"
"아, 아뇨... 재미있어요."
"음향은 잘 돼? 일하기 어렵지는 않고?"
"네, 그냥... 뭐... 장비가 많아서 재미도 있고... 저는 좋아요"

아마도 그런 얘기들을 했을거다.
당연한 얘기지만, 어떻게 그 당시의 대사를 기억할 수 있겠는가.

극단 대표님은 나보다 10살 많으신 여자분이다.
항상 웃는 표정을 하고 계시는... 아직 미혼이시고, 동화 작가이시고...
극작가이자 연출자이기도 하다. 평소에 말씀하시는 분위기가 "동화"다.

"어제, 형들 얘기 들어 보니까 음향이 좀 크다는 얘기가 있던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음... 저는요... 그다지 크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아, 어쩌면 뒷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거에요.
분위기가 업되는 타이밍이라... 좀 커지긴 하거든요"
"응, 그랬구나..."
"공연때 연출 선생님이 옆에 와 계시면, 공연 중에 음악이 크다고 하세요.
그래서 좀 줄이면 좀 있다가 음악 선생님이 오셔서 음악이 너무 작다고 하시구요.
공연을 잘 아시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라... 그대로 해드리고는 있는데...
의견이 통일이 안되어서 어디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러자 대표님은 잠깐 무대를 바라보다가 내 기억에 아주 오래 남을 이야기를 해주셨다.

"응... 종회야 있잖아, 나는...
자기 주관도 없이 남의 말에 이랬다 저랬다 하는 바보 같은 사람과는 일하기 싫거든.
너는 안 그렇지?"

동화 같은 표정을 하고, 동화 같은 말투로, 미소 지으면서... 그런 말씀을 하신거다.

내가 담당한 일에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는거다.
나보다 더 아는 사람이 얘기했다고 해서, 누군가 밀어부쳤다고 해서,
누군가 결정을 해 주었다고 해서 내 책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 이름 걸고 하는 일에는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내가 결정한 일이되는거다.
그래서 나에게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고.

그 일이 있은 뒤로,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 소신껏 공연을 치뤄냈고,
대표님과 연출선생님으로 부터 계속 같이 하자는 제의를 듣게 되었고,
그래서 극단에 충성을 다짐하며 한식구가 되었다.

우리는 많은 공연을 같이 했고, 많은 녹음을 했고... 많은 장비를 사들였고... 그랬다. ^^

아직도 극단 소속 단원이지만, 요즘은 떨어져 지낸지 꽤 되었다.
얼굴을 본지도 한참 된것 같다.

그때 대표님이 공연장에서 해주신 한마디가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한마디가 되지 않았나... 피식 피식 웃으며 그때를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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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지 마라 by 92004. 5. 9. 13:06


모르지 마라.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잠깐도 놓치지 말고 알고 있어라.

그리고,
제발이지 변명하지 마라.
언제까지 순발력으로 살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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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4. 4. 21. 02:08

고맙다... by 92004. 4. 21. 02:08

부산 집에 전화를 하면 아버지는
통화가 끝날 때 "그래 고맙다..." 라고 말씀을 하신다.
나는 전화를 끊으면서 뭐가 고마운 것일까... 라고 생각했다.
예전의 아버지는 그냥 "그래 그만 들어가그레이" 라고 하셨다.

생일을 지내면서 전화를 많이 받았다.
몇개월이 넘도록 전화 통화를 못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생일날이 되니 이래저래 통화를 하게 된다.

하긴, 최근들어 주변 사람들의 경조사가 많지 않았으니
결혼식이나 장례식, 백일, 돌잔치 등에서 만날 일이 없긴 했다.

모처럼 통화하는 사람도 그렇고, 비교적 자주 통화 하던 사람도 그렇고
일단 전화를 받고 보니 나 역시 "고맙다..."라는 말이 나온다.
나도 아버지 처럼 "그래 고맙다~" 라고 말을 한다.
예전의 나는 전화를 끊을 때 쯤이면 "그래 아라따~" 라고 했었다.

사람들이 나를 생각해 주어서 고맙고,
나를 기억해 주어서 고맙고,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해 주어서 또 고맙고,
그런 마음을 나에게 알려주어서 고맙고...

그런 저런 이유를 갖다 붙이지 않아도
그냥 고마운 마음이 불쑥불쑥 솟아 올랐다.

고맙다는 말에 나처럼 "전화 한통화가 뭐 대수라고..."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는 그들이... 나를 위해서 변신을 보여준 것도 고맙고,
같이 시간을 보내준 것에 대해서도,
전화를 비롯하여 물리적인 형태의 노력을 보여준 것에 대해서도 모두 고맙다.
진심으로.

그런 축하나 선물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어서
고마운 마음이 오히려 황송해 지기도 했었지만
고마운 것이 고맙지 않게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내게는, 아직까지 당신들이 있어서 참 고맙고
그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내가 미안타.

그리고 부산 집에 좀 더 자주 전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이, 잘 살아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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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4. 3. 22. 23:38

함부로 말 전하지 마라 by 92004. 3. 22. 23:38

함부로 말 전하지 마라.
너와 내가 나누었던 이야기를 다른 자리에서 함부로 퍼뜨리지 말아라.

꼭 하고 싶은 말이고, 네 생각과 같다면 네 이야기로 하지 남의 이름을 들먹이지 마라.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하면서 서로 오해 생기게 내 표현을 갖다 쓰지 말란 말이다.
그래도 쓰고 싶으면,

"아니, 내가 그랬다는게 아니라... OO가 그러더라구..."
"OO가 그러는데.. 그랬다 하데..."

라고 너는 다르다는 식으로 내빼지 마라.
그렇게 말한다고 네가 한 말이 없어지는거 아니다.

네가 한 그 말은 내 이름표를 달고, 내 뜻과 상관없이 어느새 과장되고 증폭되어 돌아 다니는구나.
듣는 사람은 제3자의 입으로 들어서 기분 나쁘고,
처음 말한 사람은 어디선가 오해 받는지도 모르다가 어느날 갑자기 뒤통수 맞아 기분 나쁘다.

너는 자칫 아무런 잘못도 없어 보인다.
처음 말을 한 놈이 나쁜 놈이지 그 말을 전한 놈이 나쁘겠냐.
또한, 네가 제대로 전한 말을 그딴 식으로 알아 들은 놈이 나쁘지 전한 놈이 나쁘겠냐.
너는 단지 있는 그대로를 전했을 뿐일 테니까.

나는 어쩌면 다시는 네 앞에서 진솔한 얘기를 하지 못할 것이다.
네 주변 사람들에게서 거짓된 행동과 말만 보고 싶다면 너는 계속 그러고 살아라.

나는 요즘 들어서 짜증나는 일이 많다. 별것도 아닌, 겨우 이런 일에도
태클 걸리게 되면 태클 거는 발을 아작 아작 밟아 버리고 싶어진다.

시간이 흐른 뒤에, 나 스스로 "겨우 그런 일로 화를 냈다"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똥 싼 놈이 방구뀐 놈 한테 화낸다는 식으로
네가 사람들한테 하고 다니는 "왜 내가 욕을 들어야해?" 하는 말은 더더욱 듣고 싶지 않다.

그래, 우리 좋은 사이를 계속 이어가자꾸나. 겨우 이런 일로 나빠질 관계는 아니잖니.
지금은 내가 화를 내고 있다만, 화를 낸다고 해서 내가 너를 미워하기야 하겠나.
기분 나쁜건 나쁜거고, 우리는 또 우리니까.

그러니 이 일 가지고 "그만하고 화 풀어라~" 따위, 건방진 말하지 마라.
내 화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너는 앞으로 말조심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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