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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0. 17. 13:09

소주와 사이다 by 92004. 10. 17. 13:09

운전 등의 이유로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분들은 사이다를 마신다.
큰 맥주 컵에 따라 마시는 사이다는 반칙이다.

소주는 위를 소독하고, 사이다는 보호막을 친다.
사이다를 소주잔에 따라 소주처럼 마신다.

사이다 라는 이름은 술자리에서 사뭇 어색한 면이 있으니 칠성주라 부르기로 한다.

칠성주의 목넘김이 좋다고는 하지만, 소주를 마시듯 조금씩 아껴 먹어야 제맛이 난다.
소주 보다 잘 넘어 간다고 원샷! 하지 않아야 한다.

칠성주는 소주가 아니라고 따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따지는 이가 있거든 우선 화부터 버럭~ 낸다.
칠성주 따른 잔을 테이블에 땅~ 내려치면 거품이 올라오고, 거품이 사라지면 소주와 똑 같다.
그래도 안 똑 같다고 따지는 이 있거든
이것은 살아 숨쉬는 술이라고, 너는 그것도 몰랐냐고 은근히 비웃어준다.

칠성주 병이 한병 한병 쌓일때 마다, 누가 저렇게 사이다를 많이 마셨냐고 따지는 이가 있다.
- 아까 그 녀석 일거다 -
오늘은 일을 많이해서 눈이 좀 피곤했는데,
눈 앞이 녹색으로 채워지니 이제사 좀 피로가 가신다고 말해준다.

술자리에는 너는 몇잔 마셨고, 나는 몇잔 마셨다고 많이 마신 것을 자랑삼는 이들이 간혹 있다.
술은 많이 마셨다고 해서 자랑이 될 수 없고, 덜 마셨다고 해서 절약하는 것이 아니다.
술자리에서 누가 몇잔 마셨는지 따지는 것은 남세스럽다.

그러니 칠성주를 두병이나 마시고도 취하지 않는다고 해서 연거푸 원샷을 해대거나
큰 컵으로 벌컥벌컥 들이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칠성주 마시고 많이 마셨다고 자랑해서는 안된다.

칠성주는 조금씩 취해가는 사람들 틈에서 맨숭맨숭 앉아있지 말라고 마시는 것이니,
그들과 함께 템포를 맞춰 취해가지 않으면 칠성주를 마셔도 그것은 술을 마신 것이 아니다.
칠성주를 마시든 소주를 마시든 술자리에 어울려 즐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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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