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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2. 26. 03:50

고집 vs. 자존심 by 92004. 2. 26. 03:50

잡지사에 있을 때다.
매달 3가지 잡지가 나와서 그 당시의 디자이너들은 많이 힘들어 했다.
- 그 중 잡지 하나는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재빨리 없어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가끔 디자이너들이 고집을 피울 때가 있었고,
그런 때면 디자인 이사님께서 중재해주셨다.
- 내가 볼땐 고집인데 그들의 입장에선 자존심이었을 것이다.

일을 하다보면 때때로 상대편의 결과물이 맘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영 아니다 싶은데 상대편은 그것을 만드느라 고생을 한 눈치다.
내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그 책임이 나에게 있는 상태라면 수정을 요구한다.
바로 그런 상태에 관한 얘기다.
- 결과물에 대해서 내게 결정권이 없는 상태라면 일부러 힘든 말을 할 필요가 없다.
- 디자인에 관한 말 대신, 수고 많았다는 격려의 말을 하겠지.

만든 사람으로서는 최선을 다했고 만족스럽고 스타일을 고려해서 만든 작품일 것이다.
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바꾸라고 말을 해야 하니 만든 사람으로서는 불쾌하다.
만든 사람은 말한다.
"네 맘에 들지 않는다고해서 바꾸라고 말하지 마라!"
그래서 이건 이래서 이렇고, 저건 저래서 저렇고, 그래서 이러저러하니 바꾸시라고 말하면
"그렇게 생각할 사람은 당신 뿐이다" 라고 말을 하네.

여차저차해서 결국 고쳐보겠다는 대답을 하더니
기껏 고쳐 놓은게 글자체 몇가지,  색깔 약간, 기타 등등
대충 봐서는 바뀐거 하나도 없어 보이게 바꿔 놓았다.
- 디자이너는 전반적으로 자신의 디자인을 고수하면서도 요구사항을 수용했다는 말을 할 수 있다
그리고서는 더이상 못 바꿔 주겠다고 한다.
고집을 피워보겠다는 건데... 마음이 답답해진다.

자신의 작품을 지키는 것이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래 인정하겠다.
그렇다면 이 정도는 알아줬으면 좋겠다.
디자이너는 그저 마우스를 잘 다루는 숙련자가 아니라는 것을.
목적과 상관없이 자신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드는 것으로 "일을 했다"는 착각하지 않기를,
동료들의 시간을 낭비하도록 만든 것에 대해 미안해 할 줄 알기를 말이다.
그러므로 마우스를 다루는 일 외에도 말귀를 알아듣는 능력과
디자인과 결과물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볼 줄 아는 시각에 대해서도
공부를 좀 하기 바란다.
그래픽 소프트웨어 몇가지 다룰줄 아는 것으로 스스로 "디자이너"라고 부르지 않기를 당부한다.

심지어 이런 경우도 있었다.
"전에도 이렇게 했는데, 이번에 바꾸면 전체 스타일에서 너무 벗어나게 되어
디자인으로서는 말이 안되는 작업이다"고 말하는.
그렇게 말하는 "전에 했던 작업"을 할 때는,
"이번에는 급하니 대충 하고, 다음번에 제대로 만들어 보자"고 했다.
처음에는 급하니 대충하고, 다음번에는 지난번에 했던 대로 하고,
그 다음에는 그게 스타일이니 쭉 그렇게 하자는거다.

글자 하나, 폰트 하나를 살짝 바꾸어도 느낌이 확 달라질 수 있다.
색깔에 아주 약간의 변화를 주고도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것도 있다.
물론 그런 디자인이 있다.
정말 내가 바보 같아서 그런 것을 못 알아 본다면, 그렇다면 내게 보여주라.
설명을 듣지 않고도 알 수 있도록 보여 달라는 말이다.

문제의 페이지가 나올 때 마다 독자들에게
"이 페이지는 이런 의도로 디자인 되었으니 고래해서 보십시요~" 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수정이 필요한 작업이있고, 다시 해야 하는 작업이 분명히 있다.
그 두 가지 작업은 다른 일이어서 혼동하면 서로 실망하고 오해하게된다.
- 고쳐달라고 했는데 완전히 바꿔 버리는 것도 오바다.

그때 우리가 하는 일은 잡지를 만드는 일이었다.
매달 때맞춰 잡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좋은 잡지를 만들기 위해 좋은 디자인이 필요하지만,
좋은 디자인을 위해 잡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 그런 목적의, 디자인 잡지가 있기는 하다

무엇을 만드는 사람은
자신의 취향과, 고객의 취향과 프로젝트가 원하는 취향에 대해
서로 구별하고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 그리고 서로 기분 나쁘지 않게 의사전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
과장된 생각의 점프일지도 모르겠지만,
자동차 번호판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잡지사 때 생각이 났다.
어쩌면 그들(번호판 변경을 담당한 자)도 답답해 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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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4. 2. 23. 03:33

이런 글을 쓰고 싶다 by 92004. 2. 23. 03:33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고 느낄 만큼 매력 문장을 읽는다.

간결하고 명확하다.
눈앞에 그림이 그려진다.
느낌이 전해온다.
아름답다.
강하다.

김훈의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라는 책을 보고 있다.
칼의 노래에서 작가가 늘 얘기 했었던 '중언부언 하지 않는다'를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 듯 하다.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는 짧은 글로 구성되어 읽기 편하다.
한편 한편이 신문 사설 하나 분량과 비슷하다.

김훈의 글들은
카리스마 넘치던 동네 형들의 말 처럼 친근하고 강하고 매력적이다.
선생님의 말처럼 나는 그렇지만 늬들은 바로 살아라거나
누구나 알만한 교훈조의 말이 아니다.
옳은것을 옳다고 말하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데,
그것이 명확하고 간결해서 시원하다.
이순신은 중언부언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작가는 그의 작품에서 중언부언 하지 않는다.
언젠가, TV에서(YTN인지 교육방송인지 정확하지 않다) 그의 인터뷰를 보여주었다.
사회자와 김훈, 달랑 둘이 나오는 대담 프로 같은 것이었는데,
평소 생활도 작품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았다.

글과 사람이 참 매력적이다.



-------------------------------------------------
엮인글 중에 특히 <한 소방관의 죽음>을 읽어 보셔요~
이 엮인글들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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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3. 12. 28. 02:08

네가 완벽하게 해내면 내가 섭섭하지~ by 92003. 12. 28. 02:08


큰 일을 앞두고 '니가 할 수 있는 일이야. 걱정마.'라던 격려가 힘이 됐던 적이 있어요.
기억에 남는 격려나 칭찬의 말이 있으면 얘기해 주세요.

공연장에서의 일이었죠.
늘 음향 스탭으로 일을 하다 처음 무대감독 역할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무대감독은 할 일이 참 다양한 직업인데,
공연 중에는 조명과 음향스탭에게 큐사인을 보내는, 중대한 역할을 하지요.
무대 상황을 파악하고, 공연의 흐름을 관리하는...

선임자에게서 역할을 물려 받고,
내가 무대감독으로 첫 데뷰하던 날.
조명 큐를 몇개 놓치고 말았어요. 흠~
사람들에게 미안했고 스스로에게도 상당히 불만스러웠지요.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선임자에게도 죄송함을 표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선배님께서...

"야, 네가 첫날부터 완벽하게 해내면 내가 섭하지~
첫날은 실수도 하고 그러는거야... 오늘 일을 잊지 말고, 내일 부터는 잘 해봐~"

하시더군요.

흠...

제게 많은 용기가 된 말이구요,
저 역시 후배가 실수하거나 기죽어 할때 해주는 말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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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3. 12. 28. 02:01

그녀는 설거지하지 않는다 by 92003. 12. 28. 02:01

이 여자... 너무 한거 아냐?
요즘들어 신경쓸 일이 많아 피곤하다고 툴툴거리더니 오늘,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그녀는 밥을 차려 달라고 말했다.
집안 일은 자기 집에서 질릴 정도로 하고 있으니, 내 집에서 만큼은 집안 일 하기 싫다고.

어... 나도 마감 기간이라 바쁜데...

나를 빤히 쳐다보는 그녀의 얼굴 앞에서 자연스레 나온 말은
"어디 실력발휘 한번 해볼까" 였다.

노련한 자취생의 빈티카레(빈티지? 아니, 빈곤한 빈티)를 만드는 동안 그녀는 잠이 들어 버렸다.

이 여자 뭐냐...
나는 내가 바쁠때면 밥도 좀 챙겨주는... 그런 우렁각시를 바랬는데
이건 뭐... 마님 모시고 탈출한 마당쇠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마님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 자는 사람에게 자장가 부르는건... 그만 일어나라고 깨우는거라고...
- 특히 내가 부르는 자장가는... 자는 사람을 두번 죽이는 것이라고...

그녀는 일어나다 말고 내 다리를 베개삼아 다시 눕는다.
조금만 더 이대로 있고 싶단다.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잠든 얼굴을 들여다 본다.
이마와 머리카락의 경계에서 자연스럽게 웨이브진 잔머리,
눈꺼풀과 속눈썹, 눈에서 코로 이어지는 경계의 곡선, 얼굴의 솜털, 도톰한 입술...
다리를 베고 안쪽으로 누워 있어 뽀뽀도 못하겠다.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내가 가진 불만은 온데간데 없고, 그녀와의 좋은 기억만 생각난다.
남 모르게 커피를 주고 받던 눈길, 처음 손 잡던 날의 짜릿하고도 애매했던 기억,
졸업식 전날 그녀가 흘렸던 눈물, 첫키스 ...

빈티 카레가 식고 있었다.
갑작스런 그녀의 방문에 놀라기도 했고,
불만을 가지고 있다가 이렇게 행복해 하고 있는 내가 참 바보같다는 생각도 했다.
가만히 잠든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녀에게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진다.

이렇게 가끔, 어리광 부리는 것으로 그녀는 그녀에게 맡겨진 짐을 잠시 내려 놓는다.
그녀의 편안한 얼굴을 본다.

그녀는 내 앞에서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녀가 가진, 어떤 원칙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요구에 거절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내게 그녀는 참...
여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손가락으로 코딱지를 파내는 시늉을 했다.
그녀가 웃는다.

가벼운 키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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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3. 12. 15. 02:27

네게 재능이 있냐고? by 92003. 12. 15. 02:27

하고 싶은 일을 했지만, 재능이 없어서 평생 어렵게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능이 없는 걸 알고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평생 그걸 했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사람도 있다.
혹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꿈을 접고 살면서 그때 그랬으면~ 하고
자신의 과거를 아름답게 미화시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대부분이 그렇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하고 싶은 일이 무었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마냥 열심히 살아온 경우가 많다. 다음 단계, 다음 단계 주어진 상황에만 열심히 살아온...

하고 싶은 일을 했지만, 재능이 있거나 없거나 오래 해온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서 "너는 그래도 네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사니 좋겠다~" 라는 말을 듣는다.
영화 "와이키키 브러더스"에 그런 대사가 나온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포장마차에서 술마시다가 그런 얘기한다.
속으로 "그럼 니가 해봐라~" 라는 생각을 하지만 표현은 하지 않는다.

또, 영화 황산벌에 나오는 대사는 이렇다.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재능이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는 사람은 재능을 가지고 있더라... (다른 종류의 재능일 수도 있다. 예를들면 "살아남기" 같은)

내가 좋아하는 한 선생님의 말씀은 이렇다..
"내가 잘나서 이 바닥에서 인정 받고 있는게 아니다.
꾸준하게 하다보니 여기저기서 알아 주는 사람이 생기더라..."

어찌될지 모르는 일에 무작정 뛰어 들 수는 없는 일이다라는거...
이해 못 할 문제는 아니다. 분명 그렇다. 따져봐야 한다. 자신의 미래가 달린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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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3. 12. 15. 02:26

한 시간 vs. 세 시간 by 92003. 12. 15. 02:26

오늘
"남들 한시간 할때, 나는 세시간 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났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손가락이 짧다는 컴플렉스도 있었지만 지금은 피아노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어떤 것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약점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집안이 가난해서, 부모가 엄격해서, 손가락이 짧아서, 여자라서, 장남이라서, 외동아들이라서.. 등등~
머시라 머시라 해쌌는 그런 변명들을 좀... 안 하고 살았으면 싶다.

그런 있으나 마나한 말들 중 최고는
"나에게 재능이 있을까?" 하는 위로청구형 의문문이다.

재능이 있으면 하기 싫어도 할래?
도움이 될만한, 힘이 될만한 말 한마디 듣기 원하는건 이해한다만
너무 나약하지 않나?

스스로 하고 싶어서, 열정이 넘치면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도와줄 사람이 생기지만
주저하는 동안에는 입에 발린 듣기 좋은 말 외에는 
주변에 존재하지도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듣기 싫게된다.

"남들 한 시간 할 때, 나는 세시간 했다~"
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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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3. 11. 25. 03:03

사랑을 고백하다 by 92003. 11. 25. 03:03

^^
내 얘기는 아니고...

언젠가... 어떤 학생이 있었는데... (내 얘기가 아니라니깐!!)
그 학생은 평소에 좋아한 여학생이 있었어.
짝사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학과 사람들은 그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었대.
물론, 그 여학생도 알고 있었고.
하지만 그 여학생은 그 학생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았지.
이유야 뭐...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겠지.
그 여학생의 사정도 있었을거고 그거야 뭐... 아무튼, 그렇게 인정하자고.

그 학생은 음악대학을 다녔나봐.
여학생은 작곡, 편곡도 하고 피아노를 연주했고
남학생은 컴퓨터로 영화음악을 만들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했는데... (실용음악학과였나?)
이 이야기는 그들의 졸업공연에 관한 이야기야.

음악대학의 졸업공연이란게... 그동안 준비한 곡을 연주하는 거잖아.
작곡을 전공한 사람들은 연주자에게 연주를 부탁해서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고,
- 대체로 연주를 전공한 친구를 소개받음
연주 전공자는 위대한 작곡자의 곡을 발표하거나, 친구의 작품을 발표하는데 불려가기도 하는.
- 친구가 작곡과에 있거나, 작곡과에 친구가 있는 친구가 있거나

졸업공연은 학생들의 발표곡마다 지도교수 이름이 나오기 때문에 지도교수들은 명예를 거는데다
친척, 친지들이 다 보러오는 공연이라 꽤 일찍부터 준비가 되는 편이라고 하데.

졸업공연은 성인이 되어서, 사회에 나오기 직전에 치르는,
프로로 데뷰하기 직전의, 자기 돈으로 치르는(!),
그동안 학교에서 놀맨놀맨하다가 비로소 사회에서 음악인으로 인정받는...
"학생"이라는 딱지를 떼고 "음악인" 딱지를 붙이게 되는 첫걸음.
그래서 그들은 더 많이 긴장하고, 잘하려고 준비하나봐.

졸업공연에서 그 짝사랑을 받던 여학생은 피아노 연주를 하고, 플룻 연주를 했어.
수요예술무대에라도 등장한 듯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드레스를 곱게 입은 그녀가 아름다웠다지.
남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조용하고도 얌전한 Bell 합주에 참여했고,
공연의 후반부에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부르는 순서도 있었나봐.

그런데 그 노래 가사가 예술이야.
- 내 기억력 알지? 기억은 못해... -_-;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사람에게 떠나지 말라고,
지금이 당신을 볼 수 있는 마지막인것 같은데 떠나지 말라고...
떠나거든 불행해져서 그래서 자신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고...
그래야 자신의 마음을 알거라나.
아리랑 처럼... 날 버리고 떠나는 님은 10리도 못하서 발병이 난다는...
그래, 내용이 뭐... 저주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건전(?)하다고 할 수는 없는...
하여튼 그런 노래였는데... 헤비메탈 풍으로 불렀대.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였던 졸업공연이 이 Rocker 남학생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는거지.
그 남학생은, 몇 주 남지도 않은 학기 동안 그 여학생을 붙잡지 못하면 평생 못 볼것이라 생각했나봐.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특히 그 학과 사람들은
그 노래가 누구에게 부르는 노래인지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열열한 환호로 남학생을 응원했고
여학생은 눈물을 흘리며 그 사랑을 받아 줬다는...

보통의 줄거리는 그렇게 흘러가는데,
사실, 그 여학생이 남학생의 사랑을 받아 줬는지 어쨌는지는 몰라.

내게는 "졸업공연"에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 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구.
다른 학생들이 졸업공연에서 기교를 선보였다면 그 남학생은 마음을 내보인거잖아.

사실, 여학생 입장에서 보면... 이건 매우 난처한 이벤트일 수도 있어.
졸업작품이라는데, 노래를 말릴 수도 없고... 듣고 있자니 자신에게 하는 노래란게 너무 뻔하고...
그런 이벤트 때문에 없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은 상황도 모르고 "왠만하면 받아주지 그래~" 라는 대사나 치고 있고...

그렇지만 뭐,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게...
그 이벤트가 옳건 그르건 간에 그것이 "어떤 승부수"라는 점에서,
남들이 하지 못할 일을 했다는 점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자신을 과감하게 보였다는 점에서,
열열히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는 수 밖에 더 있었겠어.

그들의 사랑이 잘 되거나 말거나(그건 그들의 몫이잖나)
나는 그 남학생이 늘 그렇게 표.현.할.줄.아.는.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사랑이 이뤄졌건 어쨌건간에 그는 음악하는 사람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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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3. 11. 23. 10:21

도서관 by 92003. 11. 23. 10:21

술자리가 무르익자 전체 대화보다 개별적인 대화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

내 옆에는 어느새 무적커플이 앉아 있다.
무적커플은... 누가 뭐래든, 누가 쳐다보든 말든, 끝까지, 말없이 자신의 할 일을 다한다.
누가 봐도 닭살이 된다. 그래서 천하무적이다...

"OO씨 얘기처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봤거든요"

무적커플의 그녀에게 도서관에 관한 말을 꺼냈다.
그 커플은 데이트하는데 도서관이 좋다고 추천한 적이 있다.
대학원에서 논문 준비하는 여자친구 덕분에 자주 공부하러 다닌다고.
도서관에서 만나 책보고, 공부하고, 연구하는게 그 커플이 하는 데이트의 한 종류다.

"그냥 책 빌리러 간다.. 하는 느낌이 아니라 뭐랄까... 음... 하여튼, 느낌이 좋던데요.
여자친구 생기면 OO씨 처럼 같이 도서관 다니면 좋겠어요. 분위기도 있고..."

도서관은... 중고등학교때 가던 도서관과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아마도 열람권을 사기 위해 줄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게 젤 큰 변화같다.
원하는 책을 찾기 위해 서가를 둘러보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책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긴, 원하는 책들은 대체로 대출중이라 생각지도 못했던 책을 보는 일이 더 많기도 하니까.

그녀는 꼭 도서관에서 데이트 해보라며 추천했다.

"이 참에 여자친구... 도서관에서 한번 찾아보세요~"

도서관에서?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흐흐~

책을 고르다 보면 책꽂이 사이사이 구석에서 책을 읽고 계신분들이 꽤 있다.
열람실로 가지 않고 그냥 서가에서 책을 보는 분들이다.
하긴, 열람실은 중고등학생들이 많아 자리 얻기도 불편하고... 번잡하다.
서가에서 보면 금방 다른 책으로 바꿔볼 수도 있고... 뭐, 하여튼 편하긴하다.
그리고 얇은 커튼 너머 햇빛이 밝은 창가에서 책을 보고 있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에서 보게 되는 여자분들은... 대체로 차분한 인상이고, 화장기 없는 얼굴이 많다.
화장기가 없다기 보다 아주 연한 화장이란 말이 맞겠다.
옷차림도 수수하니, 정말 집 근처에 나온 사람들 같다. ^^

"맞아요. 도서관에 오시는 분들 느낌이 좋더라구요.
근데, 예쁜 분들은 거의... 안보이던데요. 하긴, 얼굴 예쁘고 몸매되는 사람이 도서관에 왜 오겠어요~"

...

"어, OO씨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구요... 그러니까 그게... 음...
하여튼, 외모보다는 분위기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는.. 그런 얘기에요.
아, 아니... 외모도 되지만 분위기가 더 돼서..."

변명을 한다는게 더 의도적으로 말한 것 처럼 말해 버린 것 같다.

...

도서관에는 예쁜 여자들이 많다.
그러나 도서관은... 여자 꼬시러 가는데가 아니다.

도서관에는 좋은 책들이 많다.
그리고 도서관은 책을 보거나 빌리기 위해서 가는 곳이다.




도서관 법칙
: 유명한 책은 시리즈 중 처음 1~2권만 대출중이다
: 반환일이 촉박한 책을 반환하러 가면 대체로 휴관일이다.
: 휴관일이 아니면 그날 마감시간이 끝나 새책을 빌리지 못한다.
: 서가에서 방구뀌는 사람들이 꼭 있다(대체로 소리는 안나고 냄새만)
: 그 사람들은 한자리에 오래 서 있지 않는다
: 서가에 잘못 들어서면 냄새 때문에 오해받기 십상이다(한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아야 한다)
: 서가에서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은 방구를 뀌었거나 냄새 때문에 오해받지 않으려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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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3. 11. 23. 03:32

당신 꿈이 뭐야? by 92003. 11. 23. 03:32


현실과 얼마나 닮은 꿈을 꾸고 있니?

네 꿈은 현실과 닮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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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3. 10. 31. 14:09

“너무” 용법 by 92003. 10. 31. 14:09

"너무"의 사용법을 생각해본적이 있습니다.
요즘 TV에서도 "너무"라는 말을 너무 많이 사용하더군요.

사전을 한번 볼까요.
너무1
ꃌ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 ¶너무 크다/너무 늦다/너무 먹다/너무 어렵다/너무 위험하다/너무 조용하다/너무 멀다/너무 가깝다/너무 많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내가 너를 그동안 너무 몰라라 한 것도 사실이다.≪최일남, 거룩한 응달≫ [너무 <석상> 너므-←넘-+-으-]너무 고르다가 눈먼 사위 얻는다 너무 고르다 보면 오히려 나쁜 것을 고르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너무 뻗은 팔은 어깨로 찢긴다 지나치게 미리 손을 써서 남을 해치려다가는 도리어 실패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너무는 부사니까 "~하다"에 해당하는 동사를 꾸며주는 말이군요.
과하다..라는 뜻이지요.
명사, 부사, 동사 이런 말 나오면 식상하지요.

그래서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너무 OOO하다" 라고 할때 "너무 OOO해서 싫어?" 라는 질문을 해 보는겁니다.
그래서 대답이 No라면, "너무"라는 말을 잘못 사용한거죠.

아이스크림 너무 맛있어~ => 아이스크림 너무 맛있어서 싫어?
이런식입니다.

대답이 No 라면...
"너무"를 잘못 사용한 경우로,
아이스크림 굉장히 맛있어~ 가 맞다는거죠.
- "너무"를 대신할 말로 겨우 찾아낸 말이 "굉장히"입니다. 아.. 궁색하지요..

대답이 Yes 라면...
아이스크림이 맛있긴 한데, 나에겐 필요이상으로 과하다... 맛있어서 싫다...
나는 맛있는 것이 필요한게 아니었다...
라는 뜻으로 사용한 것이겠지요.

어떤 의도로 사용했는가에 따라 "너무"가 적당하게 사용된건지
잘못 사용된건지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그런거 하나하나 따져가며 살 필요있냐.. 불편하다.. 하실 수 있습니다.
뜻만 통하면 되는거 아니냐구요.
하지만 위의 예에서 봤듯이 뜻이 전혀 다릅니다.

아름다운 우리말 제대로 사용하는 그날까지...
어, 이거 폭소클럽 엔딩 분위기군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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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3. 10. 26. 14:14

기사 쓰기에 관한... by 92003. 10. 26. 14:14

오늘 읽은 기사의 일부분.

......
여차저차
......

한국성폭력상담소 권주희 간사는 "딸녀 등의 패러디 이미지는 당사자뿐 아니라 여성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이는 엄연한 성폭력임에도 당사자가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특정 다수에 의해 무분별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디시인사이드의 김유식 사장은 "패러디 이미지들은 성인들이 웃고 즐길 정도이지 문제를 삼을 만한 것은 아니며 도가 지나친 것은 삭제하고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OOO 기자 *****@***co.kr


~고 생각했다
라는 말은... 내 생각을 표현할때 쓰는 말이지,
남의 생각을 표현할때 쓰는 말이 아니다.
담당 기자의 의견과 인터뷰어의 의견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있을 때, 두 의견은 똑 같이 존중되어야 하고
기사에서는 비슷한(거의 같은) 비중으로 다뤄져야 한다.
별 문제 없어 보이는 이 기사의 끝 부분에 씌여진 한마디 표현이
독자들로 하여금 편향된 시선을 갖게 할 수 있다.
- 물론, 대부분의 독자들이 그렇게까지 우매하지는 않을 것이다.
- 또한, 독자들이 우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 결론을 유도하는 문구를 사용하는 것이 무방하다는 것은 아니다
담당기자의 생각은 편집(문단구조, 순서 등)을 통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
마지막 한마디 처럼, 자신의 의견을 대놓고 반영하려고 했다면
사실을 전달하는 기사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칼럼을 썼어야 했다.

이런 기사가 어떻게 데스크를 통과했을까. 참... 의문스럽다.
- 아, 스포츠 신문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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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3. 10. 26. 12:05

카리스마 결핍: 충고하기 by 92003. 10. 26. 12:05


누군가에게 충고를 한다.

충고는... 충고를 하는 것 보다 안 하는 것이 더 어렵다.
그리고 충고는... 안하는 것 보다 하는 것이 더 어렵다.
충고를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것...

충고는, 자주 하면 잔소리가 되어 버리거든.
자신의 충고가 잔소리 인줄 알고 안해야지 마음 먹는 일은 쉽지 않다.
자신이 남들에게 하는 충고는 이 세상의 진리 같기 때문에.
그래서 충고는 하는 것 보다 안(해야지)하(고 입닥치)는 것이 어렵다.

충고를 하고서 핀잔을 듣게 되면,
예를 들면... 냅둬~ 내맘이야~ 내 스탈이야~ 니가 뭔데~ 그러는 너는~ 너보다? 등등...
"안하면 반은 하는건데, 괜히 말했다.." 싶어지기 마련이다.
다시는 충고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한번 그런 반응을 겪게되면, 충고를 하는 것 보다 안 하는 것이 쉬워진다.
내 충고가 상대편에게 기분 상하게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래서 (잔소리가 아닌) 충고는 안하는 것 보다 하는 것이 더 어렵다.

내가 부족하다고 해서 충고 하지 않는다면,
충고 해봤자 서로 기분만 상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서로 득될 것도 없다.

밥먹고 나서, 내 입가에 밥풀이 묻어 있다.
나한테선 여러차례, "충고하지 말아야지" 하는 충동을 느꼈기 때문에
보고도 말을 안해주는 당신.
내가 묻은 줄도 모르고 남들에게 "니 얼굴에 밥풀 묻었다" 말하는 나.
그제서야 "너도 묻었다" 라고 말하는 그대.
(그래, 당신은 이제서야 봤지)

충고가 다 옳은 것도 아니고,
충고를 들었다고 다 그대로 지켜야 하는 것도 아니다.
충고는 충고고, 결정은 자신이 하는거니까.
단지, 말한 사람 미안하지 않게,
"충고 고맙다", "생각해 보께", "충고 고마웠지만 결정은 이렇게 했다" 정도는
충고한 사람에게 말해주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충고가 통하지 않는거...
카리스마 결핍 현상이 아닐까 싶다.





충고(忠告)
ꃃ남의 결함이나 잘못을 진심으로 타이름. 또는 그런 말. ¶충고를 듣다/충고에 따르다/어머니의 간곡한 충고를 받아들이다/이미 결심이 굳어져 실행하고 있는 그녀에겐 더 이상의 충고나 조언이 필요 없었다./장익과 나는 그에게 몸을 좀 돌보라고 자주 충고를 주었으나, 그는 대답 없이 자기의 일에만 몰두했다.≪김원일, 어둠의 축제≫

조언1(助言)[조ː-]
ꃃ말로 거들거나 깨우쳐 주어서 도움. 또는 그 말. ≒도움말. ¶조언을 구하다/조언을 듣다/조언을 받다/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다/전문가의 조언을 따르다/나는 누구의 조언도 없이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잔-소리
ꃃ①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그 말. ≒쇄언(瑣言)①. ¶잔소리를 늘어놓다/잔소리가 많다/두말하면 잔소리지./하라면 하는 게지, 웬 잔소리가 그리도 많으냐? ②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 또는 그런 말. ≒쇄언(瑣言)②. ¶잔소리를 퍼붓다/잔소리가 심하다/하루만 잔소리를 안 해도, 아이들은 금세 제멋대로 행동을 한다./늙은 어미 잔소리 듣기 싫다고 하지 말고 정신 좀 차려라.≪황석영, 어둠의 자식들≫ ꄘ①사살낱.ꄘ①잔말.

카리스마(charisma)
ꃃ[사회] ①예언이나 기적을 나타낼 수 있는 초능력이나 절대적인 권위. 신의 은총을 뜻하는 그리스 어 'Khárisma'에서 유래하였다. ②대중을 심복시켜 따르게 하는 능력이나 자질.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가 지배의 세 가지 유형으로 합리적 지배, 전통적 지배와 함께 카리스마적 지배를 든 이후로 일반화하였다. '권위'로 순화.

권위(權威)
ꃃ①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 ¶권위가 있다/권위가 서다/가장의 권위를 세우다/패전 후에 장군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아버지의 권위가 말이 아니다./전제 국가에서는 임금이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 ②일정한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 또는 그런 사람. ¶권위 있는 논문/권위가 실추되다/그분은 물리학 분야에서 권위가 있는 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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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3. 10. 20. 02:30

학교에서 먹는 밥 by 92003. 10. 20. 02:30

학교에서 먹었던 밥이 기억나는지 모르겠다.
최근 들어 학교에 가서 밥을 먹게 되는 일이 생겼는데,
학교 밥이란게, 예나 지금이나 그것을 먹는 사람들에게는 불만이 있나보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8X년도에는...
- 에구구... 좀 많이 됐다..
- 솔직히 나는 고등학교때부터 그 학교 식당을 이용했었고
- 그래서 식당 아줌마들과 좀 친했다
한끼 식사가  500원인가 600원인가 그랬다.
- 정확한 가격은 기억이 안난다... 하여튼 저렴했다
그나마 내가 다니던 학교는 좀 비싼 편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학교 밥으로 생활을 하는 생활자였기 때문에
식당 아줌마들의 애정을 듬뿍 받았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식당 아줌마 중 한명과의 염문설까지 있었다.
크크~

그 아줌마 덕분에 놀림은 받았지만
내심 기분 나쁘지 않았고, 우리 써클에 김치는 적잖이 유지 되었던 기억이 있다.
- 김치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늘 받지는 못했다. 내가 어디 제비라도 되나~

그때의 메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지금처럼 영양사가 의무적으로 있을 때도 아니었고...
생각해보면, 그 당시 우리 학교에 식품영양학과가 있었고
그당시 졸업한 분들이 아마 지금 영양사하는 분들의 교수나 조교수 정도 되어 있지 않을까...
- 사실, 그때의 식품영양학과는 그다지 인기학과가 아니었던 것 같다

요즘 자주 밥을 먹고 있는 학교에서는 그때에 비해 한끼 식사값이 비싸다.
예전에 비해서 많이 오른 것 같지는 않지만 그때에 비하면 비싸긴 하다.
하지만 비싼 값에 비해 맛은 그다지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단지 물가만을 반영한 가격인지도 모르겠다.

이 학교의 점심식사 요금이 내가 볼때는 좀 웃긴다.
학생/교직원/방문객 이렇게 요금이 구분되어 있다 보다.

처음에는 교직원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좀 부끄럽더만.
내가 얼굴을 아는 아이들은 평민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학생요금으로 식사를 했는데, 별 다른게 없었다.
나는 아무래도 양반들 축에는 안끼는 인간인지
학생 요금 식사가 내 마음에는 훨씬 편했다. ^^

내가 느낀 학생요금과 교직원 식사의 차이점은
반찬을 직접 덜어먹는 것과
식사하는 공간의 분리라는 차이점 뿐이다.
- 직접 반찬을 그릇에 담는 수고를 하기 위해 돈을 더 내야 한다!

아, 또 하나 있다.
테이블 주변에 배치된 휴지가 다르다.
학생요금으로 먹는 자리의 휴지는 벽에 걸려있는,
식당에서 흔히 볼수 있는 앰보싱 뽑기용 휴지고
교직원 테이블에 있는 휴지는 집에서 쓰는, 뽑아쓰는 티슈다.

음식? 똑 같다.
다만 직접 덜어먹는가 아니면 주는대로 먹는가의 차이일 뿐이다.
기분 차이도 좀 있는데,
학생요금으로 먹는 곳은 아줌마들이 주는대로 받아서 먹어야 하고
교직원들이 먹는 곳은 직접 원하는 양만큼 떠서 먹는다는거다.
- 그런데 이 상황에서도 감시하는 분들이 있어서
- 특정 반찬에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싼 값에 먹는 밥은 주는대로 먹는거고
좀 더 주는 값의 식사는 지가 직접 떠 먹는 차이...
대단한 자유 아닌가?

나는 이 식당이 참 우습다.
만약 음식에 차이가 있다면
가격 차이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었을 수도 있었겠다.

교내 식당이 별것 아닌 차이를 두고 사람을 차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교직원이 별건가.
교직원은 양반이 아니고 학생은 평민이 아니다.

학생이 더 비싼 요금을 내고 교직원 식권을 끊을 수도 있다.
물론, 지금도 그것은 가능하다. 단지 그렇게 하지는 않고 있다.
서슬퍼른 알바생들이 교직원이세요? 학생이세요? 묻기 때문이다.
학생이면서 교직원입니다.. 라고 말하기 힘들다.
- 학생들이 착하다는 이유도 이유지만,
- 별 차이 없는 서비스에 몇 백원 더주면서 까지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 알바생들의 역할은
- 교직원이면서 학생입니다 하는 사람을 색출하기 위함일 것이다.
- 식당입장에서는 금전적인 손해로 이어지거든.
- 학생 주제에 교직원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는 사람을 색출하기 위함은 절대 아닐 것이다.

처음부터 요금 체계를 교직원/학생 구분 할 것이 아니라
고급형/일반형 으로 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교직원이 무슨 벼슬이라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나, 학생들을 위해 일하는 분들이
학생들과 같이 밥 먹는게 부끄러운 일인가?

교직원 식당은 학생 식당과 유리 칸막이 하나로 분리되어 있다.
그 안에서 나는 교직원이다... 하고 밥 먹는 모습이...
나는 그다지 멋있게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먹고 있는 곳과 차별되어 보이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이리로 나와서 우리와 함께 먹자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다.

어쩌면 그들의 자존심일지도 모른다.
이 학생들과는 다른, 자신은 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다는...
그런 뭔가... 남들과 다르고 싶은 이미지를 가지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에이, 그들을 인정하자.
뭔가 다른 그들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 까짓게 뭘 알겠나.

그들이 겨우 밥값 몇 백원 정도의 사소한 것으로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어하는 쪼잔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학생들과 같이 먹는 일부 비학생들이
겨우 몇 백원 하는 밥값을 아끼려고 하는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학교밥을 먹으면서 하는 나의 생각은,
몇 백원을 더 낸다고 해서, 독립된 공간에서 식사를 한다고 해서
그들이 양반처럼 보인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몇 백원 덜 내고 학생들과 같이 먹는 것이
교직원 아닌 것 처럼 보일까봐 걱정하는 일이나
학생들과 같이 밥 먹는 것이 겨우 몇 백원 아끼려고 하는 행동으로 보이는 일이나
다 같이 불쌍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거다.

학교는, 학교식당은 교직원/학생/외부인을 구분 할 것이 아니라
할인/일반/고급으로 구분 전환을 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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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3. 10. 11. 15:50

여자친구의 말들 by 92003. 10. 11. 15:50

여자들의 말을 듣다 보면,
단어와 문장에서 표현하는 뜻과는 달리
새로운 해석으로 받아들여야 할 말들이 있었다.

뭐, 다들 알고 있는 별다를 것도 없는 내용들이지만
정리를 하자면 이렇다.



- 말이 참 없으시군요...
- 원래 조용한 성격이신가 봐요.
이거 좋은 얘기 아니다.
심심하다는 뜻인데, 문제는 이쪽의 반응이다.
이런 얘기 듣고 나면 더 얼어 붙어서 할 수 있는 말이 더 없어진다.
반대로, 내가 이런 말을 해도 상대방이 얼어붙게 되거든.
그래서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는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생각하게 된 말.


- 우린 친구잖아
친구라는 말이 나오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다가 가려고 하는 입장이라면 여자친구가 그것을 경계한다는 뜻이고
내가 그녀에게 관심이 없는 쪽이라면, 그녀는 이 사태를 파악하고
자포자기 한다는 식의 표현을 해서 나의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거다.
즉, 친구니까 부담갖지 말고 자신에게 신경 써줘도 된다는거다.
그래서 네가 아무리 잘해줘도 자신은 오해하지 않고 "친구"로서 만날테니
제발 나한테 신경 쫌 써라, 잘해줘라.. 그런 얘기지.
비참하게도 후자의 경우보다 전자의 경우가 더 많아서 탈이긴 하지만
뭐, 그런거 잖아.


- 뭐, 할거 없니?
- 오빠, 뭐 재미있는거 없어?
이런 말을 듣게 된다면, 적어도 이 여자와 나는 애인 관계일리는 없다.
마땅히 다른 무언가를 할 거리도 없는데다
자기 남자 친구 혹은 그녀가 신경쓰고 있는 그는
뭔가에 빠져서 자신을 신경쓰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침 오빠(이런 말을 듣게된 사람)가 있어서 말을 하기는 했는데,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오길 기대하고 물어보는 것은 아니다.
정말 놀랍게도 오빠(이런 말을 듣게된, 단지 그 자리에 있던)가 뭔가를 말했을때
그것은 그저 그런 시간 때우기에 괜찮다면 그녀가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곧 전화가 온다거나 해서 그녀는 금방 빠져 나가게 된다.
그녀를 구제해 주는 것은 그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전화 한통이지
그게 누구이든 무엇이든 크게 상관하지는 않는다.
애써 새로운 것을 생각해서 좋은 사람인척 보이려고 노력하지 말고
"없어" 라고 짧고 간결하게 대답해 줄 필요가 있다.



- 어,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
그녀의 변명은 항상 그렇게 시작한다.
관용어구, 입에 달린 별 뜻 없는 말이다.
이 한마디를 통해
나는 너에게 좋은 뜻으로 한 일인데
너는 (속이 좁게도) 그렇게 받아들이는구나.
라는 의미를 전달한다.
사실, 그녀는 이런 의미를 전달하려던 뜻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냥 자신의 과오를 덮어두려는,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말이지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거나,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고 하는 말은 아니다.
단지, 결과가 그렇게 될 뿐이다.
그녀는 그것을 예측하지 못하고 계속 한마디 한마디 더 하면서
상대편을 수렁에 빠뜨린다.
그녀의 말대로 그것은 절대 그녀의 뜻대로 된 것이 아니므로
더 이상 따지지 않는 것이 최고다라는... 그런 결론을 갖게 되었다.


- 에이, 소심하기는!
상대편의 지적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할 때 쓰는 말.
어, 내가 그랬단 말야?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등등의 생각을 하게 되지만 1초도 지나지 않아서
뭘 그런 것까지 생각해서 사람 피곤하게 만드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상대편보고 하는 말이 에이~ 소심하기는! 이다.
또는 남자친구가 쓰잘데기 없는 일게 골몰해 있을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딴거 생각하지 말고, 그만 생각하고 날 봐줘!
이런거지.
여자들은 정말 섬세하고 다양하게 생각을 많이하고 얘기를 하지만
남자가 그러면 한마디로 "소심해"라고 말 하기도 한다.

이런 말들은 남자와 여자의 문제일 수도 있고,
그냥 사람과 사람사이의 문제일 수도 있다.

말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저것 풀어 놓음으로해서 스스로 편안해지는
여자의 말은 남자들이 이해하기 어렵고(이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해하려 한다),
억지로 해결위주로 논리를 펼치는 남자의 말은 여자들이 듣기에
쪼잔하거나 허황되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많다.

뭐, 이렇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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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3. 9. 18. 19:44

86,400원 이야기 by 92003. 9. 18. 19:44


86,400원 이야기.
어느 페이퍼에서 읽은건데, 그 페이퍼가 어딘지는 모르겠다.

매일 86,400원이 입금되는 통장이 생긴거야.
이 돈이 언제까지 입금될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들어오는 동안은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입금되는거지.

입금되는 돈은 매일 매일 소비해야 하는데 다 쓰지 못한 돈은 사라져버려.
매일같이 86,400원.
또한 다른 계좌로 옮겨서 축적할 수 없고, 딴 사람이 대신 쓸 수도 없지.

그런 통장이 생긴다면 어떻게 쓸래?


하루는 24시간, 이것은 1440분, 그리고 또한 이것은 86400초.
시간은 돈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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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9름
2003. 9. 9. 04:29

그녀는 자꾸 불행을 불러들인다 by 92003. 9. 9. 04:29


그녀는 자꾸 불행을 불러들인다.
자신에게 불리한 말, 불행한 말들만 자꾸 되뇌이며
그런 푸념을 들어주는 사람이 위로해 주길 기다린다.

한바탕 푸념을 널어 놓으면 마음이 시원해지나보다.
그래, 누군가 어떤 대안을 이야기 할 필요도 없이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그녀는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복수를 꿈꾸지 않고, 그저 푸념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푸는 것..
그리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좋지 않다.

자신을 몰아세우는 말을 해서 위로 받는 행동이나
누군가 험담을 해서 그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행동
그다지 속시원하지 않을걸?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그저 덮어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덮어 놓고 시간이 지나면 짐짓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사람 사이의 일에 마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 믿는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 수록 커지면 커졌지 저절로 사라지는 법이 없다.
바뀌는 건 미워하는 내 마음 뿐이다.

해결되었다고 믿는 것,
그건 아마 스스로의 마음에서 지쳐 포기해버린 마음일 것이다.
결국 그렇게 포기하는게 해결이라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내 친구의 그녀에게 전화를 받았다.
내가 소개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잘될때는 지들끼리 만나다가
뭔가 잘 안되니 나를 찾는다.

문제를 해결하려거든, 피하지 말고 객관적인 이성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
특히 문제를 감정과 뒤석여 부풀리지 않아야 한다.

감정이 험한 말을 만들고,
자신에게 불리한 말들만 모아서 자신을 비련의 주인공으로 몰아간다.
그래야 드라마가 된다.

당신은,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다.
스스로 비련의 주인공이라 착각하지 마라.
따지고 보면 남들 다 하는 만큼의 싸움인데.

오늘 밤은 참 지지리 궁상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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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3. 9. 8. 01:19

아닌 줄 알면서도 by 92003. 9. 8. 01:19


아닌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지?
지극정성으로 지내다 보면 네 마음 알아줄 것이라 믿었지?
그러면서도 안된다는거 알고는 있었지?
알면서도, 그래도 믿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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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
2003. 8. 13. 14:27

미스티 블루 by 92003. 8. 13. 14:27

내가 카페 미스티 블루에 도착한 것은 날짜가 막 바뀐 시간이었다.

미스티 블루의 사장과 직원들, 손님들이 보는 가운데 음향 장비를 손보기 시작했다.
밤 늦은 시간, 눈치 없는 손님들은 음악을 신청하거나 음악이 고리타분 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지금은 음향 시스템 점검 중 입니다"

새로 개업한 이 카페에는 라이브 무대가 있다.
음향 시스템은 BGM을 위한 음향 시스템과 라이브 무대용 시스템으로 구분되어있다.

나는 리버브 장치라는,
밤무대 가수의 목소리를 제대로 흔들어 준다는
그 장치를 제대로 동작하게 하기 위해 출동(?)한 셈이다.

전문가는 전문가만의 도구가 있기 마련이다.
누가 보아도 폼나는 헤드폰을 하드 케이스에서 꺼낸다.
이때, 알만한 사람들은 알 수 있도록 나는 액션이 커진다.

길다란 유리잔에 파인애플 쥬스가 왔다.
얼음 한 두 조각과 함께 빨대도 꽂혀있다.
일하는 사람을 위해 가져온 것인지, 손님에게 주려다 그대로 가져온 것인지
나의 업무 형태와 상관없이 평소 하던대로 가져온 것 같다.
일에는 방해되는 형태라 거추장 스러웠지만 마침 더웠던 터라 시원하게 마셨다.

음향 콘솔의 신호 흐름을 파악하고,
음향 장비 랙(Rack)을 열고 케이블을 점검한다.

마이크에서 시스템으로의 입력 확인, 채널에서 AUX 출력으로 전송 확인, AUX 출력단의 신호 확인.
리버브 머신에게 보낼 신호까지는 모두 확인되었다. 아무런 이상이 없다.

케이블도 장치에 잘 연결되어 있다.
리버브 머신의 세팅이 잘못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이것은 뒷면부의 셋업이라 초기 셋업이 잘 못 되어 있으면
엔지니어가 보기 전까지 발견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장비를 판매하고 셋업한 분들이 실수 하신 것 같다.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고 이제는 전면부 점검.

전면부는 소프트웨어 셋업이라 파라메터가 많은 편이다.
아니다 다를까 하드웨어 셋업과 다른 소프트웨어 셋업이 되어 있다.
이것을 수정하고 나니 누가 들어도 알 만큼 소리가 달라졌다.

사운드 체크를 위해 무대에 오른 가수는 벌써부터 노래를 하고 있다.
테스트를 위해 소리를 크게 했다 작게 했다 하고 있으니
노래를 하기가 무척 불편할텐데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노래를 부른다.

스피커 셋업을 마치고 무대음향을 담당할 분에게 사용법을 알려드렸다.

다음은 BGM용 시스템 셋업.
이번에는 앰프가 낡아 눈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세팅을 해야 했다.
음향 시스템을 셋업하면서 눈에 보이는대로 하기가 쉽다.

예를들면 이런 것이다.
왼쪽과 오른쪽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의 밸런스를 맞추는데 있어서
앰프의 볼륨이나 밸런스 노브(Knob)로 눈에 보이는 밸런스 세팅을 한다.
즉, 눈으로 보기에 가운데 있어야 소리도 양쪽이 동등하게 소리가 난다고 믿는 것이다.
음향 장비의 셋업은 귀로 소리를 비교해가며 맞추는 것이 옳다.

음향시스템에 문제가 없다면 대체로 눈으로 판단하는 방식의 세팅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눈으로 보는 것과 소리가 비슷하게 나는 것이 잘 만들어진 음향 장비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미스티 블루의 앰프는 오래된 것인지 클래식해서 그런지(결국 같은 말이지만)
눈으로 보는 세팅과 귀로 듣는 평가가 다를 정도로 낡은 것이었다.
그래서 눈으로 납득할 수 없는 세팅을 해야 하고, 이것을 관리자들에게 말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눈으로 하는 세팅으로 돌아가지 않고 귀로 세팅한 소리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미스티 블루에는 스피커 4개가 BGM 용도로 쓰인다.
앰프에는 2개의 출력 채널이 있는데
미스티 블루의 앰프 세팅은 한 채널에 스피커를 2개씩 묶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앰프의 채널에 문제가 있는지 한쪽 채널은 소리가 극단적으로 작았다.
한쪽 채널은 아주 크게, 한쪽 채널은 좀 상대적으로 작게 세팅을 해야 밸런스가 맞다.
카페를 둘러 보면서 소리를 듣고, 다시 밸런스 세팅을 하고 스피커 각도를 조절하고 다시 확인하고.

헤드폰은 아직도 내 목에 걸려있다.
목에 걸쳐진 헤드폰은 음향을 점검하는 엔지니어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일종의 코드다.
더이상 업무에 필요없는 헤드폰을 여전히 걸치고 카페 안을 돌아다닌다.
-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얘기 하자면... 일하다가 헤드폰 내려 놓기가 어렵다.
- 분실의 우려, 케이블 손상 등등의 이유 때문이다.
-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폼이 안난다는 것이 제일 큰 이유다~ 음하하!!

몇차례 이 행동을 반복하면서 카페 전체의 음량 밸런스를 비슷하게 맞추었다.
카페를 걸어서 한바퀴를 돌아도 크게 들리는 곳과 작게 들리는 곳의 차이를 없애기 위함이다.

세팅을 다 끝내고 나니 홀가분하다.
손을 씻고 바에 앉았다.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가수는 알고보니 화가였다.
수많은 LP와 CD를 계속 틀어주시던 분은
이 카페의 DJ로 경력이 20년이 넘는 분이라고 한다.
미스티 블루 사장님도 무대에서 노래를 했는데 수준급 실력이다.

이 분들은 어떤 관계로 이 자리에 다 모이게 된 것일까.
나보다 10~15세 연상인 이분들은 모두가 형, 동생하는 사이다.

어른들은 현실적인 물체가 없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현금으로 지불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끼의 푸짐한 저녁식사, 술자리 등 역시 무형의 어떤 것으로 그 대가를 지불하려 하신다.
나는 야밤에 출동해 음향 시스템을 점점하고 셋업한 대가를 바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대신했다.

지금은 시들하지만 전설적 명성을 가졌던 DJ,
수채화를 그리는 바람끼 다분한 멋쟁이 가수,
카페 사장하느라 성질 죽이고 산다는 사장님.
나이가 많건 적건 이들은 소년의 모습, 소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재미를 추구하고, 재미를 위해 싸운다.
하지만 더 이상 소년이 아닌 이들이 추구하는 재미는 재미를 위함이 아니라
어찌 할 수 없는 상처를 보다듬고 어루만져줄 위장으로서의 재미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월 만큼의 아픔과 세월 만큼의 상처가 이들을 지쳐 보이게 할 수도 있다.
나는 다만 재미를 추구하고 진지하게 일하는 그들의 모습 덕분에 카페가 기분 좋게 느껴졌다.

아마도 내가 다시 그 카페에 방문 할 일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나의 미래도 그들을 닮아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미스티 블루에서는 자연스레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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