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와서 방정리하고, 전화기 놓고, 전입신고 마치고 주민등록상 서울 주민이 된 날짜로 부터 13년이 지났다.
13년전 오늘, 서류상 서울 사람이 되면서 "세대주"가 되었다.
- 지금은 서류상 경기도 사람이다 -
서울와서 준비 다하고, 나름대로 이제 "세대주" 라고 뿌듯해하며 부산으로 인사 갔을때
- 이제 서울에서 살 준비 하고 왔습니다~ 정도의 안부인사? -
부모님은 내 신발이 깨끗하지 못한걸 보고 마음이 안 좋으셨나보다.
아버지는 그날 저녁 술을 많이 드시고 오셨다.
내가 서울에서 고생 많이 하는 줄 알고 뭘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것에 대해 속상해 하셨다.
나는 나름대로 뿌듯해서, 이제 잘 살거라고 말하러 온건데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안 보고 딴 걸 보고 속상해 하시니 나도 속상했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데, 나 혼자서도 잘 할수 있는데,
그걸 인정 해 주지않는 것 같아서 속상했나? 하여튼 그랬다.
그날 아버지도 울고, 나도 울고, 어머니도 울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13년이 지났다.
나는 그동안 살이 많이 쪘고, 흰머리도 많아졌다.
그리고 아직도 부모님이 속상해 할 구두를 신고 있는 듯하다.
만성이 되서 그런지 구두를 보고 서로 눈물을 짓지 않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이 흔들리는건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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