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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4. 21. 02:08

고맙다... by 92004. 4. 21. 02:08

부산 집에 전화를 하면 아버지는
통화가 끝날 때 "그래 고맙다..." 라고 말씀을 하신다.
나는 전화를 끊으면서 뭐가 고마운 것일까... 라고 생각했다.
예전의 아버지는 그냥 "그래 그만 들어가그레이" 라고 하셨다.

생일을 지내면서 전화를 많이 받았다.
몇개월이 넘도록 전화 통화를 못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생일날이 되니 이래저래 통화를 하게 된다.

하긴, 최근들어 주변 사람들의 경조사가 많지 않았으니
결혼식이나 장례식, 백일, 돌잔치 등에서 만날 일이 없긴 했다.

모처럼 통화하는 사람도 그렇고, 비교적 자주 통화 하던 사람도 그렇고
일단 전화를 받고 보니 나 역시 "고맙다..."라는 말이 나온다.
나도 아버지 처럼 "그래 고맙다~" 라고 말을 한다.
예전의 나는 전화를 끊을 때 쯤이면 "그래 아라따~" 라고 했었다.

사람들이 나를 생각해 주어서 고맙고,
나를 기억해 주어서 고맙고,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해 주어서 또 고맙고,
그런 마음을 나에게 알려주어서 고맙고...

그런 저런 이유를 갖다 붙이지 않아도
그냥 고마운 마음이 불쑥불쑥 솟아 올랐다.

고맙다는 말에 나처럼 "전화 한통화가 뭐 대수라고..."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는 그들이... 나를 위해서 변신을 보여준 것도 고맙고,
같이 시간을 보내준 것에 대해서도,
전화를 비롯하여 물리적인 형태의 노력을 보여준 것에 대해서도 모두 고맙다.
진심으로.

그런 축하나 선물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어서
고마운 마음이 오히려 황송해 지기도 했었지만
고마운 것이 고맙지 않게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내게는, 아직까지 당신들이 있어서 참 고맙고
그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내가 미안타.

그리고 부산 집에 좀 더 자주 전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이, 잘 살아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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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