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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3. 23. 11:58

책: 너는 모른다, 정이현 소설 읽고보고듣고2010. 3. 23. 11:58

너는 모른다 - 8점
정이현 지음/문학동네

와우~ 재미있게 읽었다.
반항아의 성장 이야기인가, 늘 티격대는 부잣집 가족이야기인가, 방황하는 20대의 좌절을 말하는 이야기인가 했는데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이야기로 변주되었다. 국어시간에 배운 장편과 단편의 구분 처럼 한가지 사건이 아니라 여러사건과 여러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얽혀있는데 큰 흐름은 하나로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두꺼운 책이고, 긴 내용이었지만 지루하지 않게 호흡이 끊이지 않고 주욱~ 잘 읽혔다.

전형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가족인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리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구나 싶다. 하지만 읽고 있는 동안에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중반 이후까지 몰라야 할 정보에 대해서는 작정하고 모르게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결론을 짐작할 수 없다. 이야기는 야금야금 종반부를 향해 나아간다. 위기 상황에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은 것들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실제로 그럴 것이다 하고 느끼게 된다.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등장인물들의 사정에 공감하면서도 자기모순에 빠지는 답답한 모습에 안타깝기도 하다.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었던가 하는 느낌도 든다. 10년여년 쯤 전이었으면 콩가루집안이라 할만한 가정사 이지만 요즘에서는 대체로 이렇지 않겠나 싶을 정도의 가정 이야기.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조건의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만한 고민 처럼 고만고만하다. 그런 것들이 한데 뭉쳐져 사건이 되고 꼬여가고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된다.

불만이랄까 좀 부족하다 싶은 부분은 캐릭터 중 시작은 거창했으나 끝은 흐지부지가 되어버린 탐정 문영광의 스토리다. 이야기 진행에 큰 역할을 한 사람이지만 다른 캐릭터에 비해 앞뒤 스토리가 없다. 그저 필요할 때 나와서 아무도 못할 일들을 살짝 해놓고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게끔만 하고 허무하게 마무리되었다. 공중얼음(halka)의 캐릭터도 뭔가 상징하는 듯한 등장과 달리 연약하고 무능력하게만 그려져 뭔가 빠진 부분이 있나 싶었다. 그 둘을 제외한 대부분은 등장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스토리 뿐만 아니라 사람을 본다라는 관점에서도 만족스러운,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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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