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

« 2024/5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2003. 11. 25. 03:03

사랑을 고백하다 by 92003. 11. 25. 03:03

^^
내 얘기는 아니고...

언젠가... 어떤 학생이 있었는데... (내 얘기가 아니라니깐!!)
그 학생은 평소에 좋아한 여학생이 있었어.
짝사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학과 사람들은 그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었대.
물론, 그 여학생도 알고 있었고.
하지만 그 여학생은 그 학생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았지.
이유야 뭐...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겠지.
그 여학생의 사정도 있었을거고 그거야 뭐... 아무튼, 그렇게 인정하자고.

그 학생은 음악대학을 다녔나봐.
여학생은 작곡, 편곡도 하고 피아노를 연주했고
남학생은 컴퓨터로 영화음악을 만들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했는데... (실용음악학과였나?)
이 이야기는 그들의 졸업공연에 관한 이야기야.

음악대학의 졸업공연이란게... 그동안 준비한 곡을 연주하는 거잖아.
작곡을 전공한 사람들은 연주자에게 연주를 부탁해서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고,
- 대체로 연주를 전공한 친구를 소개받음
연주 전공자는 위대한 작곡자의 곡을 발표하거나, 친구의 작품을 발표하는데 불려가기도 하는.
- 친구가 작곡과에 있거나, 작곡과에 친구가 있는 친구가 있거나

졸업공연은 학생들의 발표곡마다 지도교수 이름이 나오기 때문에 지도교수들은 명예를 거는데다
친척, 친지들이 다 보러오는 공연이라 꽤 일찍부터 준비가 되는 편이라고 하데.

졸업공연은 성인이 되어서, 사회에 나오기 직전에 치르는,
프로로 데뷰하기 직전의, 자기 돈으로 치르는(!),
그동안 학교에서 놀맨놀맨하다가 비로소 사회에서 음악인으로 인정받는...
"학생"이라는 딱지를 떼고 "음악인" 딱지를 붙이게 되는 첫걸음.
그래서 그들은 더 많이 긴장하고, 잘하려고 준비하나봐.

졸업공연에서 그 짝사랑을 받던 여학생은 피아노 연주를 하고, 플룻 연주를 했어.
수요예술무대에라도 등장한 듯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드레스를 곱게 입은 그녀가 아름다웠다지.
남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조용하고도 얌전한 Bell 합주에 참여했고,
공연의 후반부에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부르는 순서도 있었나봐.

그런데 그 노래 가사가 예술이야.
- 내 기억력 알지? 기억은 못해... -_-;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사람에게 떠나지 말라고,
지금이 당신을 볼 수 있는 마지막인것 같은데 떠나지 말라고...
떠나거든 불행해져서 그래서 자신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고...
그래야 자신의 마음을 알거라나.
아리랑 처럼... 날 버리고 떠나는 님은 10리도 못하서 발병이 난다는...
그래, 내용이 뭐... 저주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건전(?)하다고 할 수는 없는...
하여튼 그런 노래였는데... 헤비메탈 풍으로 불렀대.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였던 졸업공연이 이 Rocker 남학생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는거지.
그 남학생은, 몇 주 남지도 않은 학기 동안 그 여학생을 붙잡지 못하면 평생 못 볼것이라 생각했나봐.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특히 그 학과 사람들은
그 노래가 누구에게 부르는 노래인지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열열한 환호로 남학생을 응원했고
여학생은 눈물을 흘리며 그 사랑을 받아 줬다는...

보통의 줄거리는 그렇게 흘러가는데,
사실, 그 여학생이 남학생의 사랑을 받아 줬는지 어쨌는지는 몰라.

내게는 "졸업공연"에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 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구.
다른 학생들이 졸업공연에서 기교를 선보였다면 그 남학생은 마음을 내보인거잖아.

사실, 여학생 입장에서 보면... 이건 매우 난처한 이벤트일 수도 있어.
졸업작품이라는데, 노래를 말릴 수도 없고... 듣고 있자니 자신에게 하는 노래란게 너무 뻔하고...
그런 이벤트 때문에 없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은 상황도 모르고 "왠만하면 받아주지 그래~" 라는 대사나 치고 있고...

그렇지만 뭐,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게...
그 이벤트가 옳건 그르건 간에 그것이 "어떤 승부수"라는 점에서,
남들이 하지 못할 일을 했다는 점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자신을 과감하게 보였다는 점에서,
열열히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는 수 밖에 더 있었겠어.

그들의 사랑이 잘 되거나 말거나(그건 그들의 몫이잖나)
나는 그 남학생이 늘 그렇게 표.현.할.줄.아.는.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사랑이 이뤄졌건 어쨌건간에 그는 음악하는 사람이잖아..



'by 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게 재능이 있냐고?  (0) 2003.12.15
한 시간 vs. 세 시간  (0) 2003.12.15
도서관  (0) 2003.11.23
당신 꿈이 뭐야?  (0) 2003.11.23
“너무” 용법  (0) 2003.10.31
:
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