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친구를 데리고 왔다.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을거다.
근처에 볼 일이 있어 왔다가 집에 가기 전에 술한잔 하자고 온거다.
꼼장어 집에서 도란 도란 얘기를 나누던 중에
우리 뒷 테이블에 있던 아저씨가 큰 소리로 말을 한다.
"야~ 이것봐~ 이것 좀 보란 말이야~~"
우리 테이블에 하는 얘긴 줄 몰랐다.
올해로 마흔이 된다는 아저씨는 가게 안을 온통 들쑤셔 놓았다.
사연인즉... 아저씨는 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셨는데,
언제 부터인지 모르게 자기가 혼자 있더란다.
자기랑 같이 얘기하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지들끼리 마시고 있으니 화가 난거다.
주인 아저씨의 표현에 의하면 이 아저씨는 혼자 들어왔다고 한다.
아마 다른데서 마시다가... 혼자 남아 있는걸 알게되고...
불쾌한 기분에 집에 가다가, 여기가 어딘가 헤메다가...
꼼장어 집을 발견하고는 잠깐 앉아 정신을 추스리고 가야지... 하고 들어왔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동료들(자기를 버리고 간)을 우리라고 착각했나 보다.
우리 테이블로 접근 하는 아저씨를 주인 내외분께서 잘 막아주신다.
거참...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우리가 그 사람들이 아니라고 주인 아저씨도 얘기하고 아줌마도 얘기하고
물론 우리도 얘기했지만 잘 믿지 않았다.
아저씨는 "미안합니다~ 제가 술이 좀 취해서~" 와 "늬들이 뭔데~ 응~"
이 두 대사를 번갈아 말하며 파출소 CCTV에 나오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주인 아저씨가 택시를 불러 태워 보내지만
금방 다시 돌아와서 "아니, 얘기 좀 하자고오~~" 한다.
주인 아저씨가 화도 내고, 달래기도 한다.
옆집 아저씨까지 와서 올해 마흔이 되는 아저씨를 데려 나갔지만 자꾸 되돌아 왔다.
내 친구는 키가 크고(내 키에서 얼굴 하나 반 정도가 더 있다) 목소리도 크다.
시원시원하니 인상이 좋다. 그리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의 시민이다.
그래서 싸움에 잘 말려드는 편인데, 최근에도 그런 이유로 큰 돈을 치루기도 했다.
올해 마흔이 되는 아저씨는 이 인상 좋은 친구에게 느낌이 닿았는지 계속 그 친구에게 말을 건다.
- 그 아저씨와 친구는 테이블 건너 마주보이는 자리여서 그랬는지...
나의 키큰 친구가 아저씨를 품에 꼬옥~ 안고 잘 다독거려 주었다.
아저씨는 친구 품에서 두 팔을 꼼짝하지 못한채 고개만 돌려
"나는 키큰 사람이 좋더라" 라고 호탕하게 얘기하며 웃었다.
여차저차 이래저래 하다가...
결국 그 아저씨와 우리는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주고 받고,
다음에 꼭~~ 술 한잔 하자는 얘기를 하고서야 끝을 냈다.
"또왔다, 또왔다~"
주인 아줌마의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아저씨가 다시 들어온다.
올해로 마흔이 되는 아저씨는 까만 봉지 3개를 불쑥 내민다.
우리 3명에게 하나씩, 선물이라고 준다. 라면이 하나씩 들어있다.
"아이구~ 형님은 참... 이거 해장하라고 주시는거에요?"
올해 마흔이 되는 형님은 자신이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얘기와
다음에는 꼭 술한잔 하자는 얘기, 주인 아저씨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면서 나갔다.
- 사과를 하면서도 거만한 포즈, 표졍을 놓지는 않았다
올해 마흔인 아저씨를 보내고, 주인 아저씨가 소주 한병을 서비스로 주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집에 가야했기 때문에 서비스로 받은 소주를 다 마시지는 않았다.
그 아저씨는...
증거는 있지만 기억은 없는 아침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자기 지갑에 들어있는 정체불명의 명함을 들여다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