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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1. 14:27

설악산에 다녀왔다 나다니다2009. 10. 11. 14:27

오세암에서 바라본 설악 풍경

오세암에서 찍은, 12장을 붙여 만든 설악 풍경. 오른쪽 높은 봉우리가 만경대


설악산에 다녀왔다.
갑작스런 계획과 갑작스런 여행이었지만 갑작스런 것도 여행의 한 즐거움이다.

아침에 출발해서 오세암과 만경대를 목표로 올라갔다 내려 오는 일정.
하루만에 다 끝나는 일정이라 여유있는 등산은 아니었다. 빠른 걸음으로 올랐고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다.


일정메모:

08:10 용대삼거리 도착
09:20 용대삼거리에서 버스로 백담사, 사람이 많아 정류장에서 1시간 정도 기다려 탑승.

백담사 가는 길에서 보는 설악산은 산세가 험하고 뭔가... 비밀에 싸인것 같다. 아름다운 산세, 계곡, 맑고 투명한 옥빛 물이 있는 계곡. 고개가 돌아가는 곳 마다, 시선이 가는 곳 마다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저런 물 빛을 보여 주고 싶었다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버스가 다니는 길이지만 폭이 좁아 걷는 사람이 위험해 보인다. 차 두 대가 마주 지나칠 수 없는 도로폭.

백담사에서 영시암 가는 길은 좁은 오솔길도 있지만 대체로 걷기에 불편하지 않은 완만한 코스. 초입은 넓은 편이다. 걷기 불편한 곳은 다니기 좋도록 바닥을 꾸며 놓았다. 가끔 나타나는 바위와 돌이 동네 산책로가 아님을 상기시킨다. 사람이 많아 걷는 템포가 느리고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웠다. 절에 가는 단체 등반객과 교회에서 나온 산악 동호회 표식이 눈에 띈다.

영시암에 도착하니 점심 공양으로 국수를 준다. 장터국수 같은, 멀건 국물에 금방 꺼낸 면을 넣고 김치와 김을 얹어 양념했다. 사람이 많아 줄이 길었지만 천천히 기다려 국수를 먹었다. 절 음식 답게 담백하고 화려하지 않다. 점심 공양 중에 일손이 부족하면 기다리는 사람에게 요청하고, 기다리는 사람 중에 몇몇이 점심 공양에 봉사자로 참여했다.
 
다 먹은 그릇은 직접 씻어서 공양하는 곳에 놓는다. 그릇은 다시 씻는 과정 없이 사용하기 때문에 씻을 때 깨끗하게 해야 한다. 내가 덜 씻으면 누군가 지저분한 그릇에 먹게 된다. 그릇 닦는 곳은 좁고, 물은 졸졸졸 흐른다. 씻어야 하는 사람이 많아 바로 씻을 수는 없었다. 백화점 세일 코너 같은 경쟁을 느끼며 차례 없이 기다리고 그릇을 닦았다. -_-;

이제 오세암으로 가는 길. 가벼운 차림의 등산객들은 줄었다. 영시암까지가 목표인 분들도 있겠고, 영시암 이후 길이 나눠지기 때문인 것도 같다. 영시암에서 오세암 가는 길은 영시암까지 길 보다 좁고 거칠다. 특히, 몇 차례 오르락 내리락 하고 나서 만나는 깔딱고개가 최대고비다. 이름처럼 숨이 깔딱깔딱 한다. 깔딱고개에서 휴식. 바람이 시원하다. 바위에 앉은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오세암에선 국밥을  준다. 영시암은 국수, 오세암에선 미역국밥이다. 베낭에 미역을 한 봉지씩 달고 오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오세암에 공양하려는 것인가 보다.  배가 불러 국밥은 먹지 않았다. 약수물을 마시고 시원한 바람에 몸을 식혔다.

만경대는 오세암 마당에서 보이는 가까운 언덕인데, 안내지도나 표지판이 없어 물어 보아도 사람들 의견이 달랐다. 지역 주민인듯 보이는 분이 알려준 방향이 가장 믿음직스러웠다. 오세암으로 가던 길의 고비였던 깔딱고개에서 남쪽으로 오르는 곳이 만경대다. 남쪽인지 아닌지 방향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오세암으로 가는 길과 영시암에서 오던 길 사이에 남아있는 길은 만경대로 오르는 길 뿐이다. 만만해 보이는 높이지만 오르기가 쉽지 않다. 등산에서 등반으로 바뀌는 순간을 느꼈다.

만경대에서 바라보는 내설악의 모습은 훌륭하다. 여기까지 와서 안 보고 갔다면 후회했을, 아찔한 풍광을 자랑한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풍경을 한 눈에 다 볼 수도 없다. 고개를 돌리는 만큼 웅장한 풍경이 넓어진다. 파노라마 찍기로도 담을 수 없는 풍경이 아래로도 위로도 눈을 돌리는 대로 펼쳐진다.

이제 내려가는 길. 만경대에서 다시 영시암으로 간다. 오를 때 보다 숨은 안 차지만 산은 내려가는 길이 더 위험하다. 무릎 관절 조심하고 무엇보다 방심하지 않아야 한다.

영시암에 도착하니 아직도 국수를 준다. 그래서 또 국수를 먹었다. 배 부르다. 아까 보다 여유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릇을 닦는 모습, 삶은 국수를 건져내는 모습, 도끼로 장작을 패는 모습, 마루에 걸터 앉아 쉬는 사람들 모습. 아직도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산 위에서 밤을 보내고 내려 오거나 더 깊은 산으로 코스를 잡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오세암에는 잠을 잘 수 있는 숙소방이 준비되어 있었다. 개인에게 그리 많은 공간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씻고 바람과 이슬을 피할 수 있는, 여러명이 한 방에 잘 수 있는 공간.

영시암에서 백담사, 완만한 코스를 걸어 내려왔다. 사람들이 다시 많은 구간이므로 속도와 페이스 조절이 맘처럼 되지 않는다. 술 냄새가 나는 사람, 지쳐서 지팡이를 휘휘 튕기며 걷는 사람, 터벅 터벅 걷는 사람, 귀걸이와 옅은 화장을 한 사람, 얼굴이 탈까 큰 마스크로 가린 사람, 데이트 횟수가 많지 않을 것 처럼 덜 친해 보이는 커플, 다양한 사람들이 저 마다의 표정을 가지고 산을 내려가고 또 올라오며 교차한다.

백담사에서 용대삼거리까지는 버스. 역시 긴 기다림 끝에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데, 걸어 내려가면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단다. 어느 쪽을 택하건 개인의 몫인데, 나는 버스를 탔다. ^^; 기다리는 동안에도 무릎 뒤쪽 근육이 시큰했다.

올라 갈 때는 숨이 차고 힘들었는데, 내려 오니 또 올라갈 수 있겠다 싶다. 그리 힘들것 같지도 않고.
너무 만만한 생각인가? 산에 자주 다닐 것 같지는 않지만 아마도 기회가 오면 또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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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