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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 02:13

불편한 관계 by 92009. 10. 1. 02:13

갑자기 잠이 깼다. 아버지는 가위에 눌리셨는지 “우어어~ 우어어~” 하는 소리를 냈다. 놀라 달려가 아버지를 깨웠다. 아버지는 팔짱을 낀채 잠이드셨나 보다. 옆으로 누운 아버지 팔이 단단히 끼어 있다. 잠과 가위에서 깨어난 아버지는 가위에 눌렸단 사실도 잊은채 다시 잠 들었다. 얇은 이불을 덮어 드리고 안방을 나왔다. 어머니도 놀란 눈치였지만 몇 마디 말씀과 함께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중학교 때 쯤이었을 거다. 키가 자라느라 그랬는지 운동부족으로 그랬는지 잠자리에 든 나는 자주 종아리 근육이 뭉치곤 했다. 자다 말고 그 고통을 참지 못해 소리를 지르곤 했는데,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놀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지금도 가끔 종아리가 뭉쳐 고통스러울 때가 있지만 혼자 사는 기간이 길었던 까닭에 소리치지 않고 혼자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암튼, 그 시절에 나는 아버지를 그리 좋아하는 마음이 아니었다. 가정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기억에서 출발한 미움인지 아니면 그냥 단순한 반항심이었는지 모르겠다.

기억하는 건, 아버지의 크고 바쁜 전화통화 목소리를 싫어했다는 것이다. 퇴근 후 집에 일을 가져 오는 것도 좋을 것 없는 일이지만 그것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열 통, 스무 통이 넘는 통화를 하셨고 나는 그것을 불쾌해하고 뻔히 보이도록 내색했다. 그래봤자 고개를 돌리거나 다락방이었던 내 방으로 쪼르르 자리를 피하는 수준이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가끔 아버지가 통화를 하는 중에 베개로 얼굴을 덮어 내가 시끄러운 상황을 싫어한다는 모션을 취하기도 하고, 어머니가 아버지 눈치를 보며 아이들이 싫어한다는 말을 넌지시 건내기도 한 것 같다. 그래도 아버지는 그 일이, 시끄러운 전화통화가 일을 돌아가게 하고 우리 가족을 부양하는데 꼭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당당히 통화를 계속했다.

자식에게 미움 받고 돈벌이 이외의 분야에서 존재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가족들 사이에서 아버지는 외로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겨우 그런 이유로도 아버지를 싫어하고 멀리하고 어색해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면 분위기가 경직되고 어두워져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싫어하는 아버지가, 밤에 내가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면 순식간에 달려왔다. 나는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아버지와 같이 있으면 불편한데, 아버지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그런 밤에는 미안한 마음도 들고 죄송하기도 했지만 뭔가... 겉으로 바뀌는 건 없이 그렇게 지냈던 것 같다.

오늘은 아버지 가위눌린 소리에 아들이 달려간다.
어쩌면 최근들어 아버지가 아들을 불편해하고 계신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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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