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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11. 18:06

부끄러워라 by 92008. 10. 11. 18:06

나는 자주 내가 부끄럽다. 실패하는 모습도 부끄럽고, 실패를 못 견뎌하는 모습도 부끄럽다.
무엇 때문에 부끄러워지는가.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부끄러운 일 중에는 실패해도 상관없는 일들도 많다. 평소 보다 조금 더 진보적인(?) 의상을 하고서 부담스러워 한다던가, 어색한 관계의 사람들 앞에서 의도하지 않은 몸개그를 선보인다거나, 호언장담 했던 일들이 잘 안 풀리고, 술 마시고 평소보다 오버한다거나, 긴장해서 갑자기 목소리 톤이 바뀌거나 떨리는 목소리를 내버리는, 자세를 바꾸다 새어나온 방구, 웃다가 터져버린 콧물 거품, 웃기지도 않은 자기 말에 혼자 웃기같은, 그런 것 쯤은 그다지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일일텐데 자신을 부끄러워 하며 쉽게 넘기지 못하고 생각을 키웠다. 순간순간 자연스럽지 못해서 생기는 작은 어색함과, 그런 사실을 떠올려 주는 분들을 만났을 때 나는 많은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살다 보면 잘 안 될 수도 있는 일도 많고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일도 많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실수와 용납할 만한 분위기에서 서로 적당히 오버하는 것은 정색하며 깔끔 떠는 것 보다 인간적이다. 비록 바보 같이 보인다고 하더라도 시도하지 않는 것 보다는 시도 하는 것이 낫다.

내 이익을 위한 거짓말, 나 살자고 남을 대신 위기에 넣어 두는 일, 내 지위가 조금 유리하다고 해서 드는 우월감, 강자 앞에서 약해지는 의기소침함 등이 사실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더 당당할 수도 있고 양심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할 테지만 웬지 그런 일에 나는 상관없는 것 처럼, 내 일이 아닌양 행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막상 두렵고 부끄러운 사태가 벌어졌을 때, 굳이 ‘누구나 실수할만 하므로 꼭 너만 그런것은 아니다’라는 인정을 받아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서 먼저 내 입으로 까발려 버리는 요령도 생긴 것 같다. 그것은 나를 순진해 보이게 한다거나 혹은 악착같아 보이지 않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자신의 실수를 부끄러워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고, 자신의 부끄러운 점을 감추고 싶은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그렇게 감추거나 일부러 드러내 작은 일로 만들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딴 일을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 예의라는 것 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먼저 나서서 오버할 일이 아니다.

내 행동이 좀 더 우아해지기를 바란다. 실수를 하더라도 우아아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자연스러워지기를 바란다. 자연스러움과 유연함은 실수조차 유머로 만드는 힘이있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 엄격하되 부끄러워 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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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