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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31. 00:35

급한건가 by 92009. 5. 31. 00:35

도장에서, 연습의 마무리는 대련이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대련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고, 타인의 대련을 보면서 공부한다.
관장님이 그날 그날 시합 상대를 지목해 주는데, 대체로 그날의 컨디션 상태나 수련 정도를 감안하는 것 같다.

태권도 경기도 그렇지만, 먼저 치고 들어가는 것 보다 들어오는 상대를 맞 받아 치는 것이 좋아보인다.
- 실제로 태권도가 그런지 안 그런지나 검도에서 받아 치는게 더 좋다라는 말이 옳지 않을 수 있다 -
그런데 둘 다 받아 치려고 작정하고 상대편이 먼저 들어 오기를 기다리면 대련이 이뤄질 수 없다.

나는 그 상황이 영 어색하고 불편하다.
기다림 상황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전략도 없이 먼저 움직여버린다.
그래서인지 아직 상대를 때리는 일보다 맞는 일이 더 많고 자세도 어설프다.
샌드백이나 타격대처럼 내가 상대를 위한 연습용 사람 같기도 하다. -_-;

머뭇거리는 것과 성급한 쪽을 택하는 경우에 성급한 쪽을 택하는 일이 많다.
맞으면 좋고 안 맞으면 할 수 없고 하는 식의 요행을 바라는 공격을 시도하거나
허점을 보여 상대에게 공격을 하게 하려는 동작이 실제 허점이 되어 버리는... 멍청한 행동들.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이라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도 있을텐데도
나는 그것을 '머뭇거리는 것'과 동급으로 취급하며 멋있지 않다고 생각하는거다.
제대로 기다려 승부를 내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기 보다 머뭇 거리는 것을 더 부끄럽게 생각하는거지...

대련 상황에서 기다림이 지속될 때, 성격이 급한 사람이 먼저 치기 마련이다.
고수일수록 원하는 반격을 위해 상대의 공격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나에겐 먼 이야기지만, 고수가 될 수록 그런 수도 미리 읽고 눈빛으로 기세로 상대를 제압한다고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나 업무 관계에서도 나는 그 기다림의 시간에 대해 참을성이 부족한것 같다.
친하게 지내려고 내 마음을 먼저 드러내고 자잘한 손익에 마음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의도와 다르게 자기 관리를 못하는 사람으로, 나약한, 술에 환장한, 과소비하는 사람으로 남기도 한다.

표현이 더 자연스러워 지기를, 상대에게 처음 생각이 내가 원하는 대로 잘 전달되기를,
전달된 생각이나 모습이 많이 다르지 않기를, 적은 글자 수로 의미가 전달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결국은 한 길에서 만나는 머뭇거림과 성급함 사이에서 나는 나를 못살게 굴었다.
실행 전에는 머뭇거린다고 재촉하고, 실행 후에는 성급했다고 질타한다.

공격 타이밍이 급하다는, 준비 안된 공격을 감행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했어야할 것이었다라고 항변한다.
그래, 어차피 할 것이라면 더 부지런히 잘 해보자.
의도한 바와 다른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조급해 말고.

허술해 보이고 약점이 많이 보일지라도 먼저 마음을 열 것,
게임오버만 되지 않는다면 언젠가 마음이 통할 날이 오겠지.

느긋해보자,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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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