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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9. 24. 03:23

가출소녀? 제목 쓰기가 애매함... 사소한 일상2004. 9. 24. 03:23

3호선 신사역. 끝에서 두번째칸 마지막 출입문인 9번칸 4번 문으로 대화행 전철을 탔다. 열번째 칸과 아홉번째 칸 사이문 앞에 서서 선반에 가방을 올린다음 책을 읽기 시작한다. 내가 서 있는 자리의 앞 좌석은 노약자석. 가운데 자리가 비어있는 채로 삼십대 초~중반인 여자분이 벽쪽에, 할머니 한분이 기둥쪽에 앉아 계신다.

내 앞에 앉아 있던 삼십대 초중반인 여인은 한 정류장을 지나는 동안 얼굴을 전철 벽에 기댄채 눈동자만 돌려서 내가 보는 책의 제목과 노선 안내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책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지만 내 시선의 촛점이 맞지 않는 영역, 손에 든 책 너머로 여인의 큰 눈동자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첫번째 역에서 할머니가 내렸고, 두번째 정류장에서 삼십대 초중반쯤 되는 여인이 내렸다. 할머니가 내린 자리에는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분이 자리에 앉았고, 앉자 마자 잠들었다. 여인이 내린 자리에 고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분간이 애매한 여학생 두명이 앉았다. 두 학생도 자리에 앉자마자 잠을 청했는데, 책 너머로 벽 쪽에 앉은 여학생의 배꼽이 보였다. 옷 사이로 뽈록~ 튀어나온 하얀 배는 금새 가려졌다. 피식~ 웃음이 났고, 그녀들은 잠이 들었다. 왼쪽 여학생은 눈이 작고, 갈래 머리를 묶었는데 멋으로 그랬는지 묶은 위치는 왼쪽과 오른쪽이 달랐다. 오른쪽 여학생은 책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보라색 스카프를 두르고 알록달록한 상의를 입고 있었다.

충무로 역에서 하차, 4호선으로 갈아타려고 이동하는 중에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구분이 안되는 여학생들을 다시 발견했다. 그 여학생들은 내가 책을 가방에 집어 넣는 동안 내 앞을 부지런히 걷고 있었다. 왼쪽에 걸어가는 학생은 6.25가 막 지난 듯한 시절의 신여성들이 입었음직한 까맣고 넓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치마는 종아리를 미처 가리지 못하는 위치까지 높았다. 상의는 청자켓을 입었는데 까만색인지 회색인지 어중간한 색을 띄면서도 푸른색 기운이 적당히 감돌았다. 자켓은 허리를 드러낼 정도로 어깨 가까이 있었다. 그 허리의 반대편에는 아까 보았던 뽈록한 배가 있을 것이었다. 소매는 팔꿈치를 겨우 넘기는 길이, 단추를 다 채워 놓아 그녀의 등 라인이 드러났다. 어머니들이 좋아할 만한, 알듯도 한 메이커 가방은 그녀의 몸통만해서 그녀들이 가출한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했다. 오른쪽에 걸어가는 여학생도 상의는 청자켓이었는데 왼쪽에 있는 그녀 것보다 몸에 덜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여학생은 단추를 채우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치마는 같은 것인듯 했지만 덩치가 있어서인지 왼쪽 여학생 처럼 펄럭 거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종아리를 다 채워 올린 양말도 까만색. 두 사람은 서로 뭔가를 맞춘듯한 의상이었지만 패션이라는 느낌보다 가출소녀 이미지에 가까웠다.

아까 보았던 30대 초중반 여인의 게으른 몸에 부지런한 눈동자나, 가출소녀인 듯한 패션리더 여학생들을 보면서 집에가면 블로그에 꼭 써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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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