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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동안 많이 피곤했는지 입술 가장자리에 꽃이 피었다. 비타민이 부족하여 생기는 꽃이다. 조금 가렵기도 하고, 어떨 땐 따끔 거리기도 한다. 손이든 무엇이든 닿으면 통증이 있다.

치과에 갔다. 이를 덧 씌우는 작업일거다. 하도 많은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정확하게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왼쪽 위 아래 임플란트 자리에 임시치아를 제대로 된 것으로 교체하는 작업일거다. 치과 치료를 위해선 입을 크게 벌려야한다. 입을 크게 벌리면 입술 근처에 난 물집들이 아프다고 신호를 보낸다.

치과는 내 입을 벌려야 하고, 나는 내 입이 아프니 움찔 거린다. 혀에 힘을 빼라고 하신다. 나는 내 혀에 힘을 빼고 싶다. 그렇지만 내 혀는 뭐가 그리 두려운지 힘이 바짝 들어갔다. 무서워 하지 말라신다. 나는 무섭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 혀는 겁을 잔뜩 먹었다. 겁이나면 힘이 들어간다. 내 혀는 힘이 바짝들어 딱딱한듯 느껴졌다. 치료하는 이빨 근처로 혀를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내 혀는 바꿔야 할 이와 잇몸들과 친했다. 나는 의사와 간호사의 편이 되어 돕고 싶었다. 내 혀는 나와 간호사와 의사를 적으로 간주한 듯 싶었다.

미장원에서 머리를 깎았다. 이발소에 가면 너무 짧게 쳐 버릴까 걱정도 되고, 근처에 이발소가 어디에 있는지 보지도 못했다. 미장원은 집에서 가까운 곳이 좋다. 선생님이라 불리는 미용사와 제자들이 있는 미용실은 부담스럽다. 그들에게는 사람마다 다른 스타일로 “디자인” 해 주는 것이겠지만 내 머리에 대한 “선생님”들의 판단이 항상 맘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비용과 만족감을 생각한다면 동네 미장원이 내게는 적당했다. 아줌마들이 죽치고 앉아 수다를 떠는 미용실만 아니라면 괜찮다. 아줌마 수다가 창궐하는 미용실은 앉아 있는 자체가 고역이기도 하니까. 선생님 미용실은 과도한 서비스가 부담스럽고 동네 미용실은 수다가 부담스럽다.
 
눈썹을 찌르는 앞머리를 쳐 냈다. 앞머리에 맞춰 옆과 뒤, 위 머리도 적당히 쳐냈다. 미장원에선 “다듬는다”라고 한다. 부피가 줄어들어 한결 가벼운 느낌이다. 어떨땐 머리 큰 미국 아줌마 같다. 미국에 살고 있는, 화장이 진하고 얼굴이 큰 한국 아줌마. 귀 근처 머리가 적당히 솟아 있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옆 머리를 납작하게 붙이려고 노력하니 마치 중딩이나 고딩들이 자기 침으로 구렛나룻을 붙이는 모습 같아서 그만 두었다. 머리카락도 힘들면 내려오겠지. 보름 정도는 거울 속의 아줌마와 친숙해져야 할거다.

입을 벌리고 거울을 보니 입 안쪽 깊숙한 쪽에는 금색으로 씌운 이가 많다. 전에는 듬성듬성 비어있던 자리가 이제 가짜 이가 들어섰다. 가짜이긴 해도 원래 내 것 보다 더 튼튼해 보이는 것들. 안쪽은 잘 안 보이니 금속으로 씌우고 앞쪽은 미관상 실제 이와 비슷한 것으로 보이는 재질로 한다고 들었다. 좌우측 안쪽 이들이 다 끝나야 앞니를 바꾼다. 지금도 가짜 이들이 많이 들어있는데 오래 쓰다보니 어느 것이 가짜고 어느 것이 진짜인지 잘 모르겠다. 한놈 한놈 잘 살펴보면 적나라하게 못 생긴 것들이 처음부터 있던 것들이고 어색하게 반듯한 것들이 가짜일 것이다. 가짜는 어색하고 진짜는 초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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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