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

« 2024/5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2006. 3. 30. 12:16

25년 차이? by 92006. 3. 30. 12:16

검도 도장에서 연습을 한다. 아직 초보자라 사범님께 별도로 지도를 받고 있지만 시작과 끝 부분의 몸풀기와 명상은 함께 한다. 아직 10대가 되지 못한 아이들 부터 40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이대 사람들이 있다. 나와 같이 보철을 낀, 이제 막 10대가 시작된 남자아이가 거울을 통해 눈이 마주쳤다. 적어도 25년 정도되는 나이 차이. 저 아이보다 내가 25년 정도 시작이 늦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검도도 그렇고 보철도 그렇다.

보철을 시작하고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가 왜 그렇게 될 때까지 놔뒀나 하는 거다. 너무나 뻔한 얘기지만 치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데 대해서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자포자기 하는 심정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 같다. 충치와 덧니에 대한 컴플렉스가 치아 관리에 대한 출발점을 뒤로 물리지 않았을까 싶다. 어렸을때, 어른들은 이~ 해보라는 말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분명한 기억은 아니지만 앞뒤 상황 다 빼고 그냥 그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상황을 무척 곤란해 하고 피하고 싶어했다. 왜냐하면 그 다음 순서가 꾸지람은 아니더라도 뭔가 내가 나쁜 아이가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작이 치아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기 싫은 것으로 변해갔을거다. 컴플렉스로 인한 위축감, 자신 없음 등등 부정적인 요소들이 지금 나의 성격에도 많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그 다음으로 생각하는 원인은 가난이다. 가난을 감추기는 어렵다. 아니, 감출 수 없다. 주름, 피부상태, 치열, 옷차림에 대한 감각,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자신감, 말투 등등. 가난은 나쁜 것이 아니라 불편한 것이라고도 한다. 가난은 선택의 수를 줄인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최선이 아닌걸 알면서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있다. 왜 그랬어~ 하고 물어볼 내용이 아닌거다. 최선이 아닌 차선, 주어진 선택에서의 최선을 선택하다 보면 점점 좋지 않은 결과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무시할 만큼 작은 각도가 거리가 길어 질 수록, 시간이 흐를 수록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벌어지는 것 처럼 가난은 '그래도 괜찮을 만큼 좋지 않은 것'을 선택하게 하고 그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던 것들이 결국에는 더이상 못쓰는 것이 되는거다. 지금이 그런 시점인것 같다.

이미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 보다 지금이라도 수정할 수 있다는게, 더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출발이 늦었지만, 늦은 만큼 천천히 즐기면서, 노련하게 물 웅덩이를 피해가듯 사뿐사뿐 나아갈 수 있을거다. 실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믿고 싶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한 사내가 거울 속에서도 어색한 기합을 지르며 땀을 흘리고, 아이는 키 만한 목검을 휘두르며 웃고 있다.




'by 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이만 어른이 되었나  (0) 2006.08.08
나를 위한 적금 프로젝트  (0) 2006.05.08
노푸로그램~  (0) 2005.11.28
송 아저씨와 문신  (0) 2005.09.25
안부인사  (0) 2005.08.01
:
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