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4

« 2024/4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영화 <달팽이 식당>으로 알게 된 작가 <오가와 이토>의 2번째 작품이다.
달팽이 식당은 영화를 통해 알게된 독특한 음식 이야기였다.
음식 이야기라기 보다... 음식을 통해 이야기를 보여주는... 음... 그런거다. ^^;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다 일본 소설 코너에서 발견한 <초초난난>은
달팽이식당의 작가가 쓴 책이라는 띠지 광고가 없었다면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인연이 있다면 궁극적으로 언젠가 만나기야 했겠지만.

두 작품 모두에서 주인공은 말이 참 없는 사람이다.
개인적인 관계에 충실하고, 감상이나 생각을 잘 표현하지 않는 그런 여자 주인공이 나온다.
그리고 제목처럼 정겹게 속삭이듯 조금씩 가까워지고, 어느새 벗어나지 못할 만큼 가까워 지고,
욕심을 내지 못하고, 혼자 아파하고, 혼자 치유하고, 혼자 정리하고, 그런대로 인정하고 만족해한다.

싸움거리도 없고 대단한 사건도 벌어지지 않지만 가슴이 따뜻해졌다가 뜨거워지기를 반복한다.
불륜 이야기지만 불륜이라서 어둡거나 음습하지도 않고 당사자간에 감정 싸움도 일어나지 않는다.
소소한 이야기로 이렇게 즐겁게 붙들고 있을 수 있구나 싶어 놀랍기도 하다.

소설들을 보다 가끔 그런 생각도 한다.
나는 이런 이야기 말고 그냥 잔잔한 이야기, 내가 겪어 볼만한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 다치거나 마음 상하는 사람이 없는 이야기,
행복한 순간에 누군가 불행해지는 이갸기가 아닌 이야기, 유치해서 간지러워 지기도 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바랬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뭔가 심심할 듯도 싶었고 그런 이야기를 만났다 싶었던 적도 별로 없었다. - 영화 <친니친니>가 있었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조건에 잘 맞는 이야기다. 내가 읽고 싶었던 이야기...
그리고 일본의 풍습과 요리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그 동네에 가서 한달 정도 살아보고 싶었다.
-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야 하겠냐만, 생긴다고 한들 느껴 볼 수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작고 예쁜 나만의 골목길을 발견한 듯한 느낌이다.


:
Posted by 9름
우왕~ 재밋네...
알라딘 사이트에서 계속 눈에 띄던 소설이다.
표지가 독특해서 였나, 추천책 코너에서 였나 페이지를 이동 할 때 마다 계속 눈에 띄는 일이 자주 반복되었다.
그래서 다른 책을 살 때 장바구니에 어느새 들어와있던 책.


읽고나서 보니 표지가 표현하는게 많다. 혹은 너무 많은 의미를 담으려고 한 그림이어서 별로 인것 같기도 하고.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느끼고 변호사로 살아가는 주인공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덜컥 아이를 갖게 되면서 변호사의 아내로 살아가는 마누라
-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덜컥 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주인공에게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아버지의 도움이 컸다..
- 마누라는 대학 문예반 출신에 글 쓴 경험이 없지 않지만 에이전트들이 출판하고 싶어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현재 살아가는 현실의 생활과 살고 싶은 이상의 생활, 그 두 가지가 원하지 않는 타이밍에 주어졌고
한번 바뀐 인생은 돌아갈 수 없었다.. 막상 원하는 생활이 닥쳐오고 나면 그것 또한 순조롭지는 않더라...
뭐 그런 이야기 정도로 말할 수 있으려나? ㅎㅎ 그렇게 단순화 해버리기에는 이 소설이 참 재미있어서 아깝다.

스릴러 영화를 보듯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그렇다고, 스릴러 라고 하기에는 좀 비밀스러운 면이 없고 뻔한 진행이지만
이야기 자체가 가지는 힘, 캐릭터 자체가 가지는 힘이 있어 끝까지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다.

나 사실은 이런 꿈이 있는 사람이야~ 하면서 현실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무엇 보다도, 이 책은 재미있다.
:
Posted by 9름

설 연휴에 가볍게 시작해 가볍게 읽은 책.
13개 단편 중에 <로봇>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기호와 마찬가지로 김영하의 소설도 꼭 읽어봐야 할 이 시대의 소설가로 소개되어 있었다.
어디에서 본 소개글인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런 이유로 하여 찾아 본 소설이다.

재미있구나, 독특하구나, 잘 쓰시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공감하고 빠져들게 하는 내용들이 많아서인지 이렇게들 사는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


:
Posted by 9름

재미있고 편안하게 읽은 책이었다. 나와 먼 어딘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친구가 들려주는 이야기 처럼 가깝고 친근했다.
이 책은 이기호의 단편 소설들을 묶은 소설집이다.
어딘가 독특하고 자신만의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단편소설이었다.
그렇지만 그 등장인물들이 유난스럽다거나 남들과 차별되는 요란함은 없었다.
우리 곁에 어쩌면 내 동료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알고보면 그럴지도 모를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내가 가장 공감하며 느꼈던 이야기는 <할머니, 이제 걱정 마세요> 였다.
내 말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이야기가 좋다.
TV 베스트셀러 극장 같은 코너로 봐도 좋겠다 싶은. (그러면 느낌을 살리지 못해 실망하려나)


:
Posted by 9름

개발자와 프로그래머의 차이가 뭔지 알고 있나?

이 책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포함해 설계나 디자인, 공작이나 제작 같은
어떤 무엇인가를 주문 받고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하는 직업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지 그것을 글쓴이가 편하게 소프트웨어 개발에 맞춰 설명했다고 생각하고 읽으면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추천 해주고 싶은, 억지로라도 읽게 하고 싶은 사람들이 생각났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한 일이라면 당신의 일이니까 어찌됐건 최종 결과만 달라는 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고.
내가 윗 사람이니 무조건 내 말대로 하라는 말투를 가진 분들에게도,
상황이 힘들어서 도저히 짬을 못내고, 시찌프스 신화의 주인공 처럼 열심히 일하는 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나도, 나에게도 이 책이 하는 말을 다시 들려주고 싶다.
이 책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이 할 변명이나 내가 하고 있는 변명이나 똑 같은 내용이기에 말이다.

바쁘고 빨리해야 하고 언제 변할지 모르는 조건 앞에서 변명하지 말고 일하도록,
제품을 개발하기 이전에 스스로를 계발해야겠다.



:
Posted by 9름
알라딘에서 이 책 저 책 구경하다가 뽀모도로 테크닉이라는 것을 접하게 됐다.
이름은 뭔가 좀 독특해 보이지만 어려운 개념은 아닌 듯 하다.
책 미리 보기에서 머릿말을 보니 대충은 짐작할 수 있겠다.

뽀모도로는 토마토의 이탈리아 말이다.
뽀모도로 기법을 제안한 사람이 이탈리아 사람이고, 마침 그 사람이 사용한 타이머가 토마토 모양이라 이런 이름이 지어진 것 같다.

뽀모도로 테크닉이란게 별게 아니다.
25분간 한가지 일에 집중하고 5분 쉬고 또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시간관리 기법이다.
이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전부인 이 시간관리 기법에 대해 책도 나와 있고 사이트도 있다.

뽀모도로 홈페이지 http://www.pomodorotechnique.com

아무튼, 뭐가 그리 대단한가... 싶어 나도 열심히 문서를 들여다 보았다.
뽀모도로 테크닉을 제안한 분의 책이 PDF로 공개되어 있고 다운로드 받아서 볼 수 있다.

뽀모도로 테크닉 책 PDF 보기

알라딘에서 판매하는 책은 이 분의 PDF 문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쓴 책의 번역서다.
뽀모도로 테크닉을 접하게 되어 바뀌게된 생활이라든가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안내서인데,
책 소개를 보면서 주변에 책을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생각났다. (이 책은 아직 못 봤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용 어플도 나와있다.
윈도, 맥, 리눅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데스크탑용 어플도 있다.
물론, 이 기법은 시간관리에 관한 내용이어서 컴퓨터용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시행 할 수 있다.

컴퓨터 작업이 많은 분들은 컴퓨터 어플이 도움이 될 것 같고, 스마트폰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도움을 받아보는거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으로, 그냥 종이에다 써서 실행할 수도 있다.
PDF 책에서는 그런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대단하냐고? 해보니 대단하네!!

재미있는 것은 “25분 작업 5분 휴식” 이라는  간단한 규칙을 한 단위로 몇 번이나 실행했는가 하고 스스로 평가하는 행위다.

한 뽀모도르를 완수 했을때 느끼는 뿌듯함, 만족감을 하루에 몇번이나 실행할 수 있는가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를 준다.

뽀모도로에 관한 다른 분들의 글을 읽어보니 하루에 10개를 하기 어렵다고 한다(10개면 5시간이다). 실제 근무시간은 보통 8시간이니 근무시간을 100% 사용하면 16개를 할 수 있다.


어제 처음으로 뽀모도로를 시행해보니 나는 2개 정도 할 수 있었다. 도중에 전화가 오든 잡담이 생기든해서 중지되는 경우도 있었고, 스스로 집중하지 못해 25분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독서를 하면서도 뽀모도로를 켜 놨었는데

(여기까지 한 뽀모도로가 끝났다. 5분 쉬고...)

한 뽀모도르가 진행되는 동안 집중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자꾸 딴 생각이 났고 메모 하고 싶은 충동, 인터넷 검색을 하고 싶은 충동을 참아야 했다.

제안자의 설명대로 25분동안 집중해서 일 하는 것, 그것이 습관처럼 몸에 익숙해지는 것이 이 테크닉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거다.
25분이든 20분이든 혹은 30분이든 자신이 설정한 시간 동안 집중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뽀모도로 테크닉의 목적일 것이다.
-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문서를 보면서 “짐작”했다. 그 분의 말씀이 진정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_-;

25분과 5분이라는 정해진 시간, 몇 개나 해낼 수 있나 하는 평가 시스템.
스마트폰등을 이용한 작고 간편하면서도 예쁜 도구들(토마토 모양의 타이머) 이런 것들로 뽀모도로 테크닉이 대단해 보인다.
그냥 25분 일하고 5분 쉬세요~ 하는 것보다 말이다.

끝도 없이 밀려오는 일 때문에 바빠 죽겠다는 친구들에게 이 방법을 권해보고 싶다.
물론,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없다는 구구절절한 변명들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그것까지 어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여기까지 쓰는 동안 2번째 뽀모도로가 끝나간다.
- 글을 수정하는데까지 시간을 쓰면 뽀모도로 2개를 사용하는 것이 될거다.
- 뽀모도로 2개 사이의 쉬는 시간 5분은 확실하게 지켰다. ^^
- 일을 끝냈다. 임무를 완수했다!! 라는 느낌이 주는 만족감이 대단히 좋다.


:
Posted by 9름
2010. 9. 18. 20:30

책: 커피견문록 읽고보고듣고2010. 9. 18. 20:30

여행기랄지 커피의 역사 이야기랄지.
커피의 역사를 따라 세계를 일주한 젊은이의 이야기다.
여행은 무모한듯 히피 같은 생활을 하는데다 전쟁터 혹은 분쟁국가에도 들어가기 때문에 따라 가보기는 힘든 여정 같다.
게다가 이 여행자는 영어 생활자에 포루투칼어도 할 줄 아는 백인이다.
아프리카나 브라질 같은데서 동양인이 이 주인공 같은 행동을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읽는 여행기로서 재미가 좋다.
커피에 관한 일관된 관심, 각 지역 역사에 관한 탐구와 비공식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 커피와 연관된 역사의 모습 등
주제를 가지고 탐구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일깨운다.

커피견문록 - 6점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이창신 옮김/이마고
:
Posted by 9름

탐정이야기라면 영국식 홈즈와 미국식 말로다.
사실 홈즈는 잘 알려진 캐릭터지만 “말로”라는 캐릭터에 대해선 잘 모른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사설탐정의 전형적인 캐릭터가 바로 “말로” 였던거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창조한 말로라는 캐릭터는 우리가 탐정이라고 생각하면 딱 떠오르는 그 이미지를 창조했다.
반항적인 전직 형사에, 신사 모자를 쓰고, 트랜치 코트를 입고, 담배를 물고,
정리안 된 사무실, 고독, 터프하고, 인내심이 많고, 금지된 것에 휘둘리지 않고, 권총을 든 느와르 풍의 이미지.
딕 트레이시 풍의 배경에 나오는 그런 외모의 탐정이다.
유치하지만 여자들이 “나쁜 사람”, “매정한 사람 같으니라고~” 하면서도 매력에 빠져버리는.

챈들러가 만든 캐릭터를 후배들이 따라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이 소설이 그런 탐정 소설의 최초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너무나 전형적인 탐정의 모습에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원작을 보고 아류작이라고 말할뻔 한거다. (작가는 1888년 생이다. 1800년대!!)

레이먼드 챈들러에 대해선 <하드보일드 에그>라는 소설에서 처음 이름을 들었다.
알고보니 하루키도 챈들러의 팬이었다고.

험프리보가트가 주연한 <빅 슬립>도 있다고 하니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추리소설이나 탐정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떤 특정 장르의 스타일을 보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롱 굿바이>도 보는게 좋겠다. 챈들러가 발표한 6권의 장편 중에서 시작이 <빅 슬립>이고 끝이 <롱 굿바이>란다.
<하드보일드 에그>에서도 챈들러의 <긴 이별(롱 굿바이)>를 보라고 추천하는 장면이 있다.


빅 슬립 - 8점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북하우스

'읽고보고듣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POMODORO Tech., 뽀모도로 테크닉을 접하다  (1) 2011.01.27
책: 커피견문록  (0) 2010.09.18
책: 올리브 키터리지  (0) 2010.09.04
책: 하드보일드 에그  (0) 2010.09.01
책: 인간적이다 - 성석제 소설  (0) 2010.04.18
:
Posted by 9름
2010. 9. 4. 14:21

책: 올리브 키터리지 읽고보고듣고2010. 9. 4. 14:21

미드 위기의 주부들 시작 할 때나 끝날 때 나오는 나래이션을 듣는 듯,
미국의 어떤 작은 마을에 관한 이야기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이 마을에 사는 덩치 큰 할머니의 이름이다.
흔히 상상하는 마음씨 착한 호호 아줌마 계열의 후덕한 이미지는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마귀할멈 같은 이상한 할머니도 아니다.
나이는 많지만 여전히 여자친구 같은 변덕스러움과 아줌마 특유의 자기중심적인 모습도 가지고 있고
자녀에 대한 집착이나 욕심 들도 보이면서도 자신이 일반적이고 남들이 잘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아줌마 할머니다.

이 주인공에 대한 위인전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에피스드의 연결도 아니다.
모형 헬리콥터가 마을 주위를 낮게 날며 관찰 하듯 이 집 저 집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의 곳곳에 올리브 키터리지가 살짝 등장하기도 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며 등장한다.
그렇다고 해서 마을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닌데, 곳곳에 등장한다.

인칭이나 시점이 자주 바뀌고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많아서(심지어 잠깐 등장하는 사람들 이름까지 다 나온다) 헷갈린다.
더군다나 외국인 이름이니.

위기의 주부들 같은 프로그램 처럼 TV 시리즈물로 봐도 좋겠다.
그러면 더 편하게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오랫동안 시도하고 늦게 인정 받은 작가의 프로필 처럼 이야기가 자연스럽고 묘사에서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원작으로 읽고 느낄 수 있다면 더 대단하다고 느낄 수 있을라나. 번역본으로도 충분히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기적이고, 내가 옳고 남들은 다 틀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남들의 가치관에 동의하지 못할 때 느끼는 짜증, 화가 생기는 순간 등
외모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편견을 포함해서 여러가지로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집요하게 관찰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작가가 되겠다면 포기하지 말며, 포기할 수 있다면 포기하되, 포기할 수 없다면 계속 글을 쓰고,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필사하며 습작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작가의 말이 기분 좋게 들린다.
“작가가 되겠다면” 이라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누구에게나 다른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는 좋은 말인 것 같다.


올리브 키터리지 - 6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문학동네

'읽고보고듣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커피견문록  (0) 2010.09.18
책: 빅 슬립, 탐정 이야기의 원형~  (0) 2010.09.07
책: 하드보일드 에그  (0) 2010.09.01
책: 인간적이다 - 성석제 소설  (0) 2010.04.18
책: 너는 모른다, 정이현 소설  (0) 2010.03.23
:
Posted by 9름
2010. 9. 1. 14:14

책: 하드보일드 에그 읽고보고듣고2010. 9. 1. 14:14

파주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
요시모토 바나나의 <하드보일드 하드 럭> 이라는 제목과 비슷하지만 “에그”에서 어감이 확 틀어져 버린 느낌 그대로
책의 내용도 하드보일드 하고자 하지만 하드보일드 하지 못한 탐정의 이야기다.

TV 미니시리즈로 나와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각적이고 발랄하고 흥미진진 재미있다.

하드보일드한 탐정이기를 꿈꾸는 주인공이지만 현실에서는 수사랄 것도 없는 애완 동물 찾아주는 일이 대부분이고,
악당들은 커녕 동네 양아치 같은 아이에게도 얻어 터지는 싸움 실력에,
양주 2잔이 주량의 전부인 이 주인공은 여러가지로 꿈과 현실이 다른 상황에 처해있다.
본인은 진지한데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우스운 코메디.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이야기에 쏙 빠졌다 나오면 어느새 끝이다.

현실적인 사람들이 보자면 이 주인공은 아직 철이 들지 않은 30대 청년이지만
따뜻한 마음씨나 일에 대한 사명감, 남자다움, 삶에 대한 멋스러움 등 알고 지내면 참 좋은 친구가 될 것 같다.

주인공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상을 알기 위해서 챈들러의 <긴 이별>을 읽어 보라고 추천한다.
탐정이 추구하는 행동과 남자다운 모습의 지표로 표현되는 챈들러의 작품이 궁금해 찾아보았다.
“레이먼드 챈들러” 라는 미국 작가의 작품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 추구하는 모습이 들어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레이먼트 챈들러는 나의 영웅이었다” 라고 말할 정도니.
뭔가 분명한 스타일이 들어 있는 것 같다.


하드보일드 에그 - 10점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작가정신

:
Posted by 9름
2010. 4. 18. 21:48

책: 인간적이다 - 성석제 소설 읽고보고듣고2010. 4. 18. 21:48

인간적이다 - 8점
성석제 지음/하늘연못

소설집이라기 보다는 성석제가 겪고 보고 들은 이야기들의 모음이다.
소설의 재료가 될 법한, 작은 이야기들을 모았다.
소설가는 이런 이야기들을 가지고 소설을 쓰나보다.
이 재료들이 어떤 소설에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제목 처럼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앞으로 나타날 소설에, 혹은 소설에 쓰이진 못했지만 참으로 “인간적인” 이야기들이라 모아서 소개한 것도 같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길지 않게 끝난다. 가볍게 읽을 수 있고, 피식~ 웃음이 난다. 그리고 참 인간적이다.. 싶다.

많은 이야기 중에 좋다고 느낀 이야기들이다.
위대한 법치국가, 삽과 벽돌로 잘할 수 있는 일, 전문가들, 욕쟁이들, 연주는 계속된다, 이 또한 흘러가리라, 게를 먹는게 맞는게 아닌게요?, 아무도 모르라고, 직업윤리, 난 아직 어리잖아요, 잘하지는 말고 못하지도 말고


:
Posted by 9름
2010. 3. 23. 11:58

책: 너는 모른다, 정이현 소설 읽고보고듣고2010. 3. 23. 11:58

너는 모른다 - 8점
정이현 지음/문학동네

와우~ 재미있게 읽었다.
반항아의 성장 이야기인가, 늘 티격대는 부잣집 가족이야기인가, 방황하는 20대의 좌절을 말하는 이야기인가 했는데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이야기로 변주되었다. 국어시간에 배운 장편과 단편의 구분 처럼 한가지 사건이 아니라 여러사건과 여러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얽혀있는데 큰 흐름은 하나로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두꺼운 책이고, 긴 내용이었지만 지루하지 않게 호흡이 끊이지 않고 주욱~ 잘 읽혔다.

전형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가족인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리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구나 싶다. 하지만 읽고 있는 동안에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중반 이후까지 몰라야 할 정보에 대해서는 작정하고 모르게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결론을 짐작할 수 없다. 이야기는 야금야금 종반부를 향해 나아간다. 위기 상황에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은 것들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실제로 그럴 것이다 하고 느끼게 된다.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등장인물들의 사정에 공감하면서도 자기모순에 빠지는 답답한 모습에 안타깝기도 하다.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었던가 하는 느낌도 든다. 10년여년 쯤 전이었으면 콩가루집안이라 할만한 가정사 이지만 요즘에서는 대체로 이렇지 않겠나 싶을 정도의 가정 이야기.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조건의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만한 고민 처럼 고만고만하다. 그런 것들이 한데 뭉쳐져 사건이 되고 꼬여가고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된다.

불만이랄까 좀 부족하다 싶은 부분은 캐릭터 중 시작은 거창했으나 끝은 흐지부지가 되어버린 탐정 문영광의 스토리다. 이야기 진행에 큰 역할을 한 사람이지만 다른 캐릭터에 비해 앞뒤 스토리가 없다. 그저 필요할 때 나와서 아무도 못할 일들을 살짝 해놓고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게끔만 하고 허무하게 마무리되었다. 공중얼음(halka)의 캐릭터도 뭔가 상징하는 듯한 등장과 달리 연약하고 무능력하게만 그려져 뭔가 빠진 부분이 있나 싶었다. 그 둘을 제외한 대부분은 등장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스토리 뿐만 아니라 사람을 본다라는 관점에서도 만족스러운, 재미있는 소설이다.




:
Posted by 9름
2010. 3. 23. 11:39

책: 라인, 무라카미 류 읽고보고듣고2010. 3. 23. 11:39

라인 - 6점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태동출판사

오랫만에 본 무라카미 류의 소설.
최근에 본게 <69> 인가..

글을 읽는데 영화처럼 장면이 자연스레 연상된다는 된다.
아사다 지로의 작품도 그렇고 무라카미 류의 작품도 그렇고. 영화화 하기에 좋게 쓰인 느낌이 들었다.

<라인>은 여러명이 등장하는 소설인데, 독특하게도 1명 1명의 이야기가 제 각각 옵니버스 형식으로 연결된어있다.
그리고 한 이야기가 끝날 때 쯤 등장하는 사람이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그렇게 서로 알게 모르게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중에 한 자리에 모이거나 한 사건에 연루되거나 이런 것은 아니다.
그냥 아주 약한 고리를 가지고 연결이 되어 있을 뿐, 서로 한 줄 건너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모른채 살아간다.
제목의 “라인”은 케이블을 통해 지나가는 전기 신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등장하기 때문인것 같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미묘하게 얽힌 인연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일본 소설을 좋지 않게 보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보고
“거봐, 일본 소설은 이 따위잖아~ 온갖 변태에 이상한 것만 나오고..” 하는 평가를 할 지 모른다.

분명 등장인물들이 정상적인 사람들은 아니다. 폭력적이고, 성도착증, 자아도취, 새디즘, 매조키스트...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이지만 속에 내제된 것을 증폭해서 본다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그런 것들을 굳이 끄집어 내어 보여주고 있다.
흔하지 않은 일상이지만 당사자에게는 무한히 반복되는 일상일 수 있고,
남들에게는 변태로 보일지 몰라도 본인에게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일 수 있다.
나와 다른 인간으로 왜 그렇게 되었는가, 왜 그렇게 사는가 하는 관심으로의 접근이 아니라
똑같이 사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것을 그리고 있다. 단지 고민의 표현이 다를 뿐이다. 고민 자체가 다르진 않은거지.

작가의 내공 덕분에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멀지 않게 공감가는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거리는 변태 폭력자들이 득시글댈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만들어준다.
가족의 늦은 귀가가 걱정되는 현상을 만들었다.


:
Posted by 9름

이상문학상 작품집이야 더 설명할 필요가 있겠나. 볼만한 소설들로 가득하다. 이번에는 한강의 작품도 좋았지만 나는 우수상 수상작에 들어있는 작품들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박민규 <갑을고시원 체류기>는 내가 살아온 날 들 중에 비슷한 날이 있어 친근했고,
윤영수 <내 여자친구의 귀여운 연애>는 주변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 친근했다.
이만교 <표정 관리 주식회사>는 정말 새로운 느낌의 소설이었다. 읽으면서 자주 하하하~ 웃음이 났다.

한강의 <아기부처>에서 보자마자 느낌이 탁!! 왔던 문장.

" 살다보면 너한테도 그런 날이 있을거다... 수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후회되는 날이.
  그날이 빨리 오면 좋은거고, 너무 늦게 오면 후회해도 늦은 거고. "


:: from Naver Blog / lazy9 

 

'읽고보고듣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올리브 키터리지  (0) 2010.09.04
책: 하드보일드 에그  (0) 2010.09.01
책: 인간적이다 - 성석제 소설  (0) 2010.04.18
책: 너는 모른다, 정이현 소설  (0) 2010.03.23
책: 라인, 무라카미 류  (0) 2010.03.23
:
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