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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7. 24. 18:25

살인자의 기억법 읽고보고듣고2013. 7. 24. 18:25

041 살인자의 기억법 

무서웠다


살인, 잔인함 이런 것 때문에 무서운 것은 아니다. “술만 마시면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다 잊어버리는 동네 사람이 있었다. 죽음이라는 건 삶이라는 시시한 술자리를 잊어버리기 위해 들이키는 한 잔의 독주일지도.” 라는 문장 처럼 기억에 관한 부분에서 나는 무서웠다. 술만 마시면 다 잊어버리는 그 동네 사람이 나 같아서 무섭기도 했고, 주인공 처럼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기억이 조금씩 사그라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소설을 통해 내 기억이 사라져 당황했던 날들의 느낌이 생생하게 떠 올랐다. 기억이 조금씩 무너지는 경험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쉽게 읽혔다


마침 읽고 있는 책이 있어서 이 책을 시작하기가 망설여졌다. 앞 부분 잠깐 보려다 쭉~ 끝까지 읽게 되었다. 너무 흥미진진해서, 다음 장면이 궁금해서 미칠 것만 같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차곡차곡 페이지가 넘어갔고 끝이 났다. 단문으로 되어 있는 문장과 짧은 단락으로 구성된 문단이 읽기 편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치매에 걸린 노인의 기억이 사그라드는 것 처럼 문단이 짧고 단편적인 정보를 빠르게 보여 주었다.



기억에 관한 두려움, 인간에 대한 생각


p.143    문득, 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무엇에 진 걸까. 그걸 모르겠다.

p.53      아무리 치매 환자라도 감정은 남아 있대


이런식으로 뭔가 앞에서 나온 것이 뒤에 나오는 무엇인가와 매칭이 된다. 그런데 치매 환자의 감정이 나의 감정처럼 느껴진다. 느끼지 못했던 어떤 연관된 기억들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생활은 소설 같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그냥 밋밋한 인생이거나 기억을 못하거나.



스크랩 한 문장들


p.12 인생에는 남에게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몇가지 있지요.


p.23 우연은 불운의 시작일 때가 많지


p.42 세상의 모든 전문가는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 말할 때까지만 전문가로 보인다.


p.43 제아무리 미물이라도 다 살아남는 수가 있지요.


p.44 죄책감은 본질적으로 약한 감정이다. 공포나 분노, 질투 같은게 강한 감정이다. 공포와 분노 속에서는 잠이 안 온다. 죄책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나는 웃는다. 인생도 모르는 작자들이 어디서 약을 팔고 있나.


p.48 은희는 마치 세상의 모든 일이 자기에게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는 듯이 말하고 행동한다. 네, 제가 거기에 있기는 하지요. 그리고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날마다 어떤 일들이 일어나지요. 하지만 그것들은 저하고는 아무 상관 없고 저에게 별 영향을 주지 못해요, 라고 말하는 것 같다.


p.51 인간을 틀 몇 개로 재단하면서 평생을 사는 바보들이 있다.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좀 위험하다. 자신들의 그 앙상한 틀에 들어가지 않는 나 같은 인간은 가늠조차 못 할 테니까.


p.52 술만 마시면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다 잊어버리는 동네 사람이 있었다. 죽음이라는 건 삶이라는 시시한 술자리를 잊어버리기 위해 들이키는 한 잔의 독주일지도.


p.57 당신의 영혼이 당신의 육체보다 더 빨리 죽을 것이다. 그러니 더이상 두려워하지 마라.


p.63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쓰는 '우연히'라는 말을 믿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p.68 언어는 늘 행동보다 느리고 불확실하며 애매모호하다. 지금은 행동이 필요한 시간.


p.87 사람들마다 구원의 이미지가 있을 수 있다.


p.92 웃는다는 것은 약하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자기를 무방비로 내준다는 뜻이다. 자신을 먹이로 내주겠다는 신호다.


p.93 술 취한 사람들도 자기들끼리는 즐거워하잖아요. 대화를 즐기는 데 꼭 지력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요.


p.93 과거 기억을 상실하면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게 되고 미래 기억을 못 하면 나는 영원히 현재에만 머무르게 된다.


p.105 수치심과 죄책감 : 수치는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것이다. 죄책감은 기준이 타인에게, 자기 바깥에 있다. 남부끄럽다는 것. 죄책감은 있으나 수치는 없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타인의 처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p.114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자긍심을 가지고 무덤으로 가는 것일까.


p.115 예술가의 내면에 마련된 옹색한 사무원의 자리.


p.117 현재에만 머무른다는 것은 짐승의 삶으로 추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억을 모두 잃는다면 더는 인간이랄 수가 없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가상의 접점일 뿐,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미래를 기억함으로써, 과거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p.126 그는 현재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그 어떤 곳, '적절치 못한 곳'에서 헤맨다. 아무도 그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외로움과 공포가 점증해가는 가운데 그는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아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변해간다.


p.143 문득, 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무엇에 진 걸까. 그걸 모르겠다. 졌다는 느낌만 있다. (p.53 "아무리 치매 환자라도 감정은 남아 있대" 와 연관)


p.145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 201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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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