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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3. 16:22

여울물 소리 - 황석영 읽고보고듣고2013. 4. 3. 16:22

여울물소리 - 황석영


"내 마음 정한 곳은 당신뿐이니, 세상 끝에 가더라도 돌아올 거요."


<여울물 소리>는 이런 멋진 말을 남길 줄 아는 남자를 기다리는 여인이 남긴 기록이다.


작가는 그냥 허황한 민담조의 서사를 쓰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19세기 현실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는지 스케일이 커져버린 느낌이다. 임꺽정을 읽는 느낌과도 비슷했다. 우리나라의 어른들은 이렇게 살았구나 싶기도 했고, 참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이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민담조의 서사라는 것이 참 친숙하다.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우리의 전통적인 이야기 방식이 이런것일까. 마치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구전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훈민정음이나 홍길동전 같은 고서적을 읽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다.


시대적 배경은 동학혁명을 전후에 두고 있지만, 동학혁명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는 않다. 동학혁명이라는 큰 사건에 얽혀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동학혁명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사건의 스케일이나 개개인의 역사가 드러나는 것이 레미제라블과도 비슷하다. 개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큰 사건이 얽혀 보이게 되고, 큰 사건의 전후에 얽힌 관계가 개인의 이야기를 이해하게 되는 단서가 되니까 그렇다. 왕가의 순서로 역사를 보는 입장이 거시사 라면 이런 이야기를 미시사라고 하는 것 같다. 민초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의 역사를 보여주는 이야기고, 분명한 픽션이지만 실제 있었던 일 처럼 생생해 영화를 보는 듯 하다.


등장 인물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힘든 시기에 살았고, 그래서 그 절박한 이야기의 한 줄기가 된다. 담담하게, 아쉬워 하지 않고 갑작스레 만나는 역사의 흐름을 맞이하고 이겨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을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이야기다. 주변 탓, 남 탓 하며 허송세월 보내는 쪼잔한 인물이 한 둘 나오는 것 같으나 그닥 눈에 띄지 않는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든다면 주요 인물이 될지 모르겠지만, 책에서는 그런 쪼잔한 인물들을 보여줄 지면이 부족하다.


우리 이야기 스타일의 멋스러움이 느껴져서 좋다. 대작가의 이름이 허투루 생겨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으니 과연 명불허전이다.



:: 201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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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름